세벌식 사랑 모임에서 라온누리님이 선금을 내고 100대를 주문 생산하여 공동구매하고 있는 3-91 공병우 최종 배열이 새겨진 세벌식 자판이다. 지피전자 큐센(QSENN) GP-K8000의 글쇠 각인을 바꾸어 나왔다. 지난달에 이 자판을 두 대 신청해서 받았는데, 젠더 때문에 이제야 써 보고 있다. 이 제품은 아직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 (한 대에 택배비 포함 2'6000원)

  공동구매 안내 글 : http://cafe.daum.net/3bulsik/623N/101

 

GP-8000 세벌식 3-91 자판 (PS/2)
GP-8000 세벌식 3-91 자판
GP-8000 세벌식 3-91 자판 오른쪽
GP-8000 자판 오른쪽
지피전자 GP-K8000 세벌식 3-91 공병우 최종 자판 제품 정보

  두벌식 겸용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3-91 자판의 글쇠 배열이 더 복잡해 보인다. 새로 익히는 사람에게는 알맞지 않을 것 같고, 이미 3-91 배열을 익힌 사람이 두벌식 표준 자판을 쓰는 사람들과 함께 쓰기 좋은 꼴이다. 또 3-91 배열은 영문 자판과 특수기호 배열이 매우 달라서 엑셀 등을 자주 다루는 실무 작업에 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글쇠에 공병우 세벌식 배열이 새겨진 자판이 워낙 드물어서 이런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뿐이다. 옛 공병우 타자기는 박물관에라도 가면 볼 수 있지만, 세벌식 셈틀 자판은 중고 제품도 구경하기 어렵다. 앞서 3-90 자판 또는 3-91 자판을 100대씩 주문 생산하여 공동구매한 적이 두어 번은 있었는데, 번번이 소식을 늦게 알아서 놓쳤다.

  이 제품은 PS/2 방식이고 USB 방식이 아니어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꽂아 쓰기 어려운 것이 아쉽다. (PS/2 방식인 대신에 글쇠를 여러 개 눌러 넣는 동시입력 기능이 뛰어나다.) 이럴 때에 쓸모 있는 것이 PS/2 → USB 젠더이다. 처음부터 USB 겸용으로 나오지 않은 PS/2 자판은 단순하고 작게 생긴 젠더를 끼워 USB용으로 쓰지 못한다. 그런 제품은 아래 사진처럼 Y자 꼴로 크게 나온 젠더를 쓰면 USB 단자에 꽂아 쓸 수 있다. (Y자 꼴 젠더 제품 가운데는 특수 글쇠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있다고 한다.)

PS/2 → USB 젠더를 끼운 세벌식 자판

PS/2 → USB 젠더를 끼운 세벌식 자판

  글쓴이는 이제 더는 3-91 배열을 쓰고 있지 않아서 이 자판은 실제로 쓰지 않는 수집·견본용이 될 것 같다. 하지만 3-91 자판 배열을 딱지를 붙인 채로 열다섯 해 가까이 써서 애착은 깊다. 오래 썼기 때문에 3-91 자판의 특수기호 배열이 어렵다는 것을 잘 느껴 왔고, 세벌식 배열을 처음 익히는 이에게 권할 만한 배열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공병우 세벌식 자판이 이대로 몰락하지 않으려면 영문 자판과 기호 배열이 비슷한 세벌식 배열(3-90 자판이나 3-2012 자판 따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조사가 아니라 주문한 개인이 배송을 떠안는 것이 아쉽지만, 그렇더라도 글쇠에 배열이 새겨진 자판 제품이 나온 것은 뜻깊은 일이다. 이 제품을 시작으로 세벌식 자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좋겠고, 이왕이면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가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시장이 커져서 따로 공동구매를 하지 않아도 언제나 세벌식 한글 자판을 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마음 같아서는 3-2012 배열로 이런 자판을 만들어 보고 싶지만, 앞으로 그럴 만한 수요가 생길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2012/12/10 19:35 2012/12/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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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벌 2012/12/26 07:3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세벌식자판 나온 건 좋은데 USB가 아닌 PS/2 방식이라는 게 아쉽다는 반응이 있더군요.

    • 팥알 2012/12/26 10:2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도 USB 방식이 아닌 건 아쉽습니다. 젠더 붙여서 쓸 수밖에요. 여태까지 개인 PC에서 고물 AT 방식 자판을 PS/2 젠더 붙여서 쓰고 있었던지라, 이런 자판이 너무 호화입니다. ㅜㅠ

      잘은 모르지만 동시입력 쪽은 PS/2이어서 좋은 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2. 바슈 2013/04/19 23:4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3-2012 자판 나오면 좋겠네요.. 전 2003 년에 아론테크에서 만든 세벌식 391 기계식 키보드 보유 중인데 음... 거의 안 씁니다..

    다음 카페 가보니 레이저 각인 하는 정보가 있던데 로지텍 키보드 무각 나온다면 시도 해볼라구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익숙해지면 필요없긴해요..

    • 팥알 2013/04/20 13:3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는 아쉽게도 2000년대에 세벌식 자판 공동 구매를 할 때마다 한두 해 뒤에나 알아서 놓치기만 했습니다. 뒤늦게 중고품으로라도 아론 제품을 구하고 싶었는데 아직까지도 뜻을 이루지 못했네요. 3-90 자판은 낫지만, 3-91 자판은 기호 배열이 복잡해서 글쇠 배열이 찍힌 자판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비범한 사람은 글쇠 배열을 외워서 익히기도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 배열이 찍히지 않은 자판으로 숙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글쇠에 배열이 새겨진 제품이 많이 나올수록 초보자들이 세벌식 자판을 많이 접하고 쉽게 익힐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도 레이저 각인에 대한 정보에 귀가 솔깃합니다.

  3. 세벌 2016/10/22 10:2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오랜만에 이 글을 읽으니 벌써 그렇게 세월이 지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누군가가 이런 일을 또 만들어 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3벌식 자판을 표준으로 해 달라고 기술표준원에 요청해서 그곳에서 자판전문위원회를 열었고 그 때 참석했던 분 한 분이 키보드 관련 업종에 계신 분이었죠....

    • 팥알 2016/10/24 01:4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이런 글쇠판 제품이 나오는 것은 언제나 반갑지만, 안타까움도 함께 느꼈습니다. 공세벌식 자판에 잘 다듬어진 대표 배열이 준비되지 않은 것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표준화를 외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밖에 없겠더군요. 세벌식 자판을 쓰는 사람들끼리도 바라고 있는 '세벌식 자판'의 모습이 꽤 다른 것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신세벌식이라는 대안 때문에 공세벌식 자판 쪽에는 관심이 식었습니다. 2012년에는 어느 공세벌식 자판이 표준이 되는지에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이제는 이러나 저러나 그러려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