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새에 따라 나누어 보는 공병우 세벌식 자판
0. 머리말
공병우 세벌식 자판(공병우 자판)은 1948년에 공병우가 발명한 공병우식 한글 수동 타자기에서 비롯했다. 그 뒤로 공병우 타자기가 수동/전동/전신 타자기와 셈틀을 비롯한 여러 기기에 맞추어 쓰이면서 자판 배열과 기능을 개선해 감에 따라 조금씩 다른 공병우 자판 배열이 여럿 나왔다. 처음에 공병우 타자기는 사무용으로 주로 쓰였지만, 작가나 언론인의 타자기 수요도 생기면서 문인들에게 맞춘 문장용 타자기으로도 나왔다. 셈틀(컴퓨터)이 흔히 쓰이는 요즈음은 옛한글을 넣거나 장애인도 쓸 수 있게 하는 배열이 나와 있고, 개인들의 취향에 맞추어 고친 공병우 자판도 나오고 있다.주1
공병우 자판의 변형이 자꾸 나오는 것은 자판을 쓰는 이들의 바람이 가지가지이고 공병우 자판의 틀이 다양한 수요에 맞출 수 있을 만큼 유연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아 보이는 배열 종류는 사람들이 공병우 자판에 다가가기 어렵게 하는 원인도 된다. 이미 공병우 자판을 쓰고 있는 사람도 쓰고 있는 배열이 만들어진 목적을 잘 알지 못하여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배열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많은 공병우 자판 배열들을 쓰이는 목적에 따라 사무용/문장용/옛한글/아랫글로 나누어서 견주어 살피려 한다. 여러 공병우 자판 배열들의 설계 목적과 특성을 잘 알고 골라 쓴다면, 공병우 자판이 여러 배열이 함께 쓰이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1. 사무용 자판 (일반 보급용)
1950대 초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한 공병우 타자기는 그림 1-1처럼 처음에는 드물게 쓰이는 겹받침(ㄽ, ㄾ, ㄿ 따위)뿐만 아니라 첫소리에 된소리(ㄲ, ㄸ, ㅃ, ㅆ, ㅉ)까지 따로 들어갔다. 이는 뒤에서 살필 문장용 자판에 가까운 특징이어서 초창기 공병우 타자기는 주로 사무용으로 쓰였지만 문장용 자판과의 구분이 애매하다. 이처럼 한글 낱자가 많이 들어가면 한글 타자법이 단순해지고 글씨를 고르게 찍기 좋지만, 사무 문서에 쓰이는 기호들을 많이 넣을 수 없다.
한글 타자기가 가장 많이 쓰인 곳은 행정 기관의 사무실이었다. 공병우 타자기 자판은 수요에 맞추어 한글 낱소리 수를 줄이고 사무 문서를 만들 때에 필요한 기호($, ✕, =, :, g, k, l, m 따위)들이 더 들어가는 쪽으로 바뀌어 갔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나온 공병우식 타자기는 거의가 사무용이었다.
사무용 배열은 셈틀에서 3-90 자판으로 이어졌다. 앞서 나왔던 공병우 자판들은 영문 쿼티 자판과 기호 배열이 매우 달랐고, 영문 자판에 들어간 기호들이 모두 들어가지 않았다. 3-89 자판에 이어 IBM 호환 셈틀의 두번째 일반 보급용 배열로 나온 3-90 자판에는 영문 자판에 들어가는 기호들을 모두 담겼고, 기호 배열이 영문 자판과 꽤 비슷하게 맞추어졌다. 그래서 도스 환경에서 영문과 기호가 섞인 명령어를 자주 쳐야 했던 사람들은 3-90 자판을 편리하게 쓸 수 있었다. 요즈음도 엑셀 같은 표 계산 풀그림이나 인터넷 환경에서 한글/영문 상태를 오가며 여러 기호들을 쳐야 할 때가 잦으므로 3-90 자판이 업무용으로 편리하다. 3-90 자판에서 영문 자판과 자리가 다른 기호는 6개(! / ; < > ')이다.
3-2012 자판은 사무용 자판인 3-90 자판의 아쉬운 점을 개선하려 한 수정안이다. 3-90 자판에서 홀로 맨 윗줄의 윗글 자리에 올라가 있던 받침 ㅈ을 아랫줄로 내려서 받침 ㅈ과 ㄵ을 치기 좋게 하였다. 3-2012 자판에서 영문 자판과 자리가 다른 기호는 5개(' " : ; /)이다. 사무용 자판이지만 문장용 자판인 3-91 자판의 겹받침/숫자 배열 특징들을 많이 따랐다. 문장용 자판에 더 들어가는 기호들(·, ※ 따위)이 기본 배열에 들어가지 못하는 보완책으로 특수기호 확장 배열을 따로 두었다.
이밖에도 뒤에서 아랫글 자판으로 살펴볼 신세벌식 자판도 사무용 자판에 넣을 수 있다. 영문 자판과 자리가 다른 기호는 신세벌식 원안과 박경남 수정 신세벌식이 3개(/ ; ')이고 신세벌 2012 자판이 4개(/ ; ' ")여서 신세벌식 자판이 공병우 계열 자판 가운데 영문 자판과 기호 배열이 가장 비슷하다.주2
3-90 자판, 3-2012 자판, 신세벌식 자판처럼 영문 자판과 기호 배열이 비슷한 사무용 자판은 문장용 자판보다 겹받침이 적게 들어가 있어서 세벌식 자판을 처음 익히는 이가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2. 문장용 자판 (문장 입력용)
한글 타자기는 사무원뿐만 아니라 수필, 소설, 기사를 쓰는 작가와 언론인도 쓰는 기기였다. 그러나 사무용으로 나온 공병우 타자기에는 문인들이 자주 쓰는 기호들이 빠져 있었으므로, 문인들에게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1970년대에 소설가 정을병은 공병우에게 문인들에게 더 알맞은 자판 배열을 제안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공병우 문장용 타자기(문인용 타자기)가 나왔다. 문장용 타자기 자판에는 「 」 〈 〉 같은 인용 부호와 가운뎃점(·) 같은 기호들을 더 넣었고, 사무용 자판에서 빠진 겹받침 ㄵ을 넣어서 겹받침을 좀 더 매끄럽게 칠 수 있게 하였다,
문장용 타자기 자판의 취지는 셈틀에서 3-91 자판(공병우 최종 자판)으로 이어졌다. 공병우는 그래픽 기반 운영체제를 쓴 매킨토시 환경에서 연구한 세벌식 자판 배열을 '공병우 최종 자판'이라는 이름으로 1991년에 한글문화원을 통하여 발표하였다.주3 요즘한글에서 쓰이는 모든 겹받침과 열고 닫는 큰따옴표(“, ”)와 가운뎃점(·)과 참고표(※)가 들어갔지만, 업무 문서를 만들 때에 쓰이는 @, #, $, [, ] 따위가 빠져 있다. 이로 미루어 보면, 3-91 자판은 사무용 자판이 아니라 문장용 자판이다.
3-2011 자판은 기호를 더 넣고 기호 배열을 다듬은 3-91 자판의 수정안이다. 드물게 쓰이는 겹받침 3개(ㄽ, ㄾ, ㄿ)와 열고 닫는 큰따옴표를 빼고, 3-91 자판에서 빠진 기호 7개(@, #, $, ^, &, [, ])를 넣었다. 기본 배열에 들어가지 못한 4거({, }, |, `)는 특수기호 확장안에 들어갔다.
3-2011 직결식 자판은 3-91 자판처럼 요즘한글에 쓰이는 모든 겹받침을 넣은 3-2011 자판의 응용안이다. 직결식 처리를 할 수 있는 전자식 타자기 설계를 의식하면서 3-91 자판을 쓰는 이들의 취향을 따르고자 한 배열이다.
문장용 자판은 사무용 자판보다 겹받침이 많이 들어가고 기호 배열이 영문 자판과 많이 다르다. 그래서 한글/영문을 오가며 여러 가지 업무를 보아야 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문장용 자판을 쓰려고 하면 어려움을 겪곤 한다. 겹받침이나 참고표 같은 기호들이 많이 들어갈수록 기본 배열에 영문 자판에 있는 기호들이 더 적게 들어가게 되는 문제도 있다.주4 문장용 자판은 영문 자판을 자주 함께 써야 하는 사무 환경에서 누구나 두루 쓰기에 알맞지 않고, 사무용 자판에 이미 적응한 사람이 취향에 맞을 때에 바꾸어 쓸 자판으로 알맞다.
3. 옛한글 자판
옛한글에는 ㆍ, ㅿ, ㆁ, ㆆ, ᄼ, ᄾ, ᅎ, ᅐ, ᅔ, ᅕ처럼 요즘한글에서 쓰이지 않는 낱자들이 쓰인다. 또 ㅺ, ㅸ, ㅵ, ᆜ, ᆉ 같은 겹닿소리도 옛한글에서 쓰인다. 두벌식 옛한글 자판은 매우 다양한 겹닿소리 때문에 치는 이가 알아서 한글 조합을 끊어 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첫소리와 끝소리(받침)을 다른 글쇠로 넣는 세벌식 옛한글 자판은 한글 조합을 끊는 일에 신경 쓰지 않고 매끄럽게 옛한글을 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모자라는 글쇠 자리 문제는 세벌식 옛한글 자판을 만들 때에 큰 걸림돌이 된다. 세벌식 자판은 받침을 따로 넣으므로 새로운 닿소리를 넣을 때매다 두벌식보다 글쇠 자리가 갑절로 필요하다. 요즘한글에 맞추어진 공병우 세벌식 자판들은 이미 아랫글/윗글 글쇠 자리가 가득 차 있어서 옛한글에 쓰이는 낱자들을 모두 넣을 여유가 없다.
그래서 공병우 자판을 바탕으로 하는 옛한글 자판들은 3-93 옛한글 자판처럼 이미 들어간 숫자/기호를 빼거나 3-2012 옛한글 자판처럼 오른쪽에 있는 홀소리 글쇠를 한글 확장 글쇠로 쓰는 한글 확장 배열을 만들어 옛한글 낱자들을 넣을 글쇠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3-93 옛한글 자판은 3-90 자판을 바탕으로 한 옛한글 자판이다. 숫자와 몇몇 기호들을 빠지고, 옛한글 낱자 14개와 방점 2개가 들어갔다. 아래아한글을 비롯한 글틀과 옛한글 자판 입력을 지원하는 한글 입력기들이 지원하여 널리 알려진 세벌식 옛한글 자판이다. 숫자와 몇몇 기호가 빠진 탓에 일상 업무에는 쓸 수 없다.
3-2012 옛한글 자판은 3-2012 자판을 바탕으로 만든 옛한글 자판이다.주5 오른쪽에 있는 ㅢ/ㅖ 자리 글쇠를 한글 확장 글쇠로 쓰는 한글 확장 배열을 만들어 더욱 많은 한글 낱소리들을 담게 하였다. ㅢ/ㅖ를 넣을 때에 유의하면 3-2012 자판과 기본 배열이 거의 비슷하고, 기본 배열의 숫자와 기호가 그대로 있어서 사무용으로도 쓸 수 있다. 3-93 옛한글 자판에 들어가지 못한 ᄼ, ᄾ, ᅎ, ᅐ, ᅔ, ᅕ까지 확장 배열에 들어갔다.
미래형 한글문자판 포럼에서는 한국어가 아닌 말을 한글로 나타내려는 확장 한글 연구와 함께 한글 확장 자판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많은 한글 낱자를 담으면서 당장 쓸 만한 확장 한글 자판안은 나오지 못한 듯하다. 공병우 자판을 바탕으로 한 3-2012 옛한글 자판은 옛한글 자판은 업무용으로도 쓸 수 있고 확장 배열에 더 많은 낱소리를 넣을 여유가 있다. 날개셋을 뺀 다른 한글 입력기로는 구현하기가 까다롭지만, 여러 목적으로 쓰기 좋은 확장 한글 자판의 예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아랫글 자판
흔히 쓰이는 셈틀 자판에 문자를 넣는 일반 글쇠는 47개가 있다. 한글이나 영문 상태에서 일반 글쇠로 넣어야 할 문자 수는 47개를 훌쩍 넘으므로, 글쇠 아래에 찍힌 문자는 바로 일반 글쇠를 쳐서 넣지만 글쇠 위쪽에 찍힌 문자는 윗글쇠(시프트, shift)를 함께 눌러 넣는 방법으로 넣는다.
두 손과 모든 손가락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나쁘지 않지만, 두 손을 함께 쓸 수 없거나 손가락이 불편한 사람은 윗글쇠를 함께 눌러 넣는 일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한 손가락만 쓸 수 있다면 윗글쇠와 일반 글쇠를 함께 누를 수 없으므로, 흔히 쓰이는 문자 입력 환경에서는 윗글 자리에 들어간 많은 문자들이 그림의 떡이 된다. 손이 불편한 장애인과 윗글쇠를 쓰는 입력 방식을 번거롭게 느끼는 사람을 배려하려면 적어도 한글만이라도 윗글쇠를 쓰지 않고 넣을 수 있는 자판 배열이나 입력 방식이 필요하다.
순아래 자판은 1990년에 안종혁이 3-90 자판을 바탕으로 만든 아랫글 자판이다. 순아래 자판에는 3-90 자판에서 윗글쇠를 함께 눌러 넣는 받침 ㄷ, ㅈ, ㅊ, ㅋ, ㅌ, ㅍ과 홀소리 ㅒ가 오른쪽 글쇠의 아랫글 자리에 들어가서 윗글쇠를 누르지 않고 한글을 칠 수 있다.
3-2012 한 손가락 자판은 3-2012 자판과 기본 배열이 같은 아랫글 자판이다. 순아래 자판은 윗글 자리에 들어간 숫자와 기호들은 윗글쇠를 함께 눌러 넣어야 하지만, 3-2012 한 손가락 자판은 왼쪽 ㅗ 자리 글쇠와 오른쪽 ㅢ 자리 글쇠를 이어 치는 윗글쇠로 쓰게 하여 숫자와 기호까지 모두 한 글쇠씩 이어 쳐서 넣을 수 있게 하였다. 영문 상태에서 큰 로마자와 작은 로마자를 가려 넣을 때에 쓰는 Caps Lock 기능을 윗글/아랫글 상태를 바꾸는 데에 써서 숫자나 기호를 편리하게 넣을 수 있다. 날개셋처럼 유연한 한글 입력기에서 이러한 입력 방식을 구현할 수 있다.
1995년에 신광조가 처음 제안한 신세벌식 자판은 세벌식 입력의 특성을 살려 한글이 차지하는 글쇠 수를 크게 줄인 세벌식 배열이다. 그 뒤에 박경남이 박경남 신세벌식 자판과 박경남 수정 신세벌식 자판(2003)을 수정안으로 제안하였고, 다시 글쓴이(팥알)가 신세벌 2012 자판을 제안하였다. 한글을 넣는 차례에 따라 한 글쇠가 두 가지 구실을 하게 하여 한글이 들어가는 글쇠 수를 줄였다. 윗글쇠를 전혀 쓰지 않고 한글을 넣을 수 있고, 영문 자판의 숫자열에는 한글 낱자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영문 자판과 기호 배열을 매우 비슷하게 맞출 수 있다. 신세벌식 자판은 낱소리를 넣는 차례를 반드시 지켜야 하므로 모아치기를 하거나 옛한글 자판으로 쓸 수 없지만, 윗글쇠를 전혀 쓰지 않고 적은 글쇠로 한글을 넣을 수 있어서 사무용 자판이나 스마트폰처럼 들고 다니는 기기의 화상 자판으로도 매력이 높다. 다만 신세벌식 자판은 지원하는 한글 입력기가 아직 많지 않은 것이 약점이다.주6
5. 맺음말
초창기의 공병우 타자기 자판은 한글 겹받침을 많이 들어간 문장용 자판과 닮은 특징이 함께 보였지만, 그 뒤의 공병우 자판은 사무실의 수요에 맞추어 한글 낱자 수를 줄이고 업무 문서에 쓰이는 기호들을 더 넣은 사무용 배열로 바뀌어 갔다. 셈틀에서는 3-90 자판이나 3-2012 자판처럼 영문 자판과 기호 배열을 비슷하게 맞춘 배열이 사무용 자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에는 늘어나는 작가와 언론인의 타자기 수요에 맞추어 문인들을 겨냥한 공병우 문장용 타자기도 나왔다. 문장용 자판은 겹받침이 많이 들어가고 문인들이 자주 쓰는 문장 부호들이 들어가 있어서 한글을 매끄럽게 치기 좋다. 문장용 타자기 자판의 특징은 셈틀에서 3-91 자판(공병우 최종 자판)으로 이어졌다.
셈틀에서 공병우 자판을 쓰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1990년대부터는 개인이 필요에 따라 공병우 자판을 제안하는 일이 잦아졌다. 안종혁의 순아래 자판이나 신광조의 신세벌식 자판은 윗글쇠를 쓰기 어려운 이들을 헤아린 아랫글 자판이다. 3-93 옛한글 자판처럼 다양한 겹닿소리가 쓰이는 옛글을 거침없이 칠 수 있는 세벌식 옛한글 자판도 구현되었다.
공병우 자판의 배열 종류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1995년에 한글문화원이 문을 닫은 뒤에는 공병우 자판 또는 세벌식 자판을 꾸준히 알리는 창구가 사라지면서 배열 이름이 사람들에게 비치는 인상을 크게 죄우하고 있다. 모호하거나 오해할 만한 배열 이름은 사람들에게 그릇된 선입견을 심는 원인이 된다. 이를테면 한글문화원에서 발표한 '3-90 자판'이나 글쓴이(팥알)가 제안한 '3-2011 자판'과 '3-2012 자판'은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기 어렵다. 숫자 이름으로 세벌식 자판이라는 사실과 자판 배열이 만들어진 해를 나타낼 뿐이다. 3-91 자판은 많은 한글 입력기에 '세벌식 최종 자판'이라는 이름으로 들어가 있어서 가장 나은 세벌식 배열이라는 인상을 남기고 있다.
3-91 자판의 흔히 불리는 이름인 '세벌식 최종 자판'에 붙은 '최종'은 사무용 자판이 필요한 사람까지 문장용 자판을 쓰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처음부터 문장용 자판을 쓰려고 하면 사무용 자판을 익힐 때보다 적응하는 시간과 노력이 들므로, 어려움을 느끼고 배열 익히기를 그만둘 확률이 높다. 어렵게 숙달하더라도 실무 작업에서 기호 배열 때문에 불편함을 겪곤 한다.주7 3-90 자판이 널리 보급되었던 1990년대와 달리 2000년대에 들어 공병우 자판은 침체기에 빠졌다. 글쓴이는 그 원인이 초보자가 3-91 자판에 먼저 관심을 두게 이끄는 입력기 환경에 있다고 본다. '최종'이 배열 이름에 붙지 않았다면 공병우 자판을 쓰는 이들 사이에서 3-91 자판을 권하는 분위기가 쉽사리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쓰는 이가 맞는 배열을 잘 고를 수 있을 때에는 공병우 자판을 쓰는 묘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3-91 자판의 예처럼 배열 취지나 완성도를 오해할 때에는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배열을 쓰게 되는 일도 생긴다. 안타깝게도 활발했던 옛 한글문화원의 활동이 끊어진 뒤에 이 문제가 도드라지고 있다. 공병우 자판이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좋은 쪽으로 발전해 가기를 바란다면, 사람들이 공병우 자판들의 배열 이름에서 겪는 혼란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판 배열을 처음 접한 이가 배열을 검토하여 스스로에게 맞는 배열을 고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공병우 세벌식 자판이 편리하게 쓰이려면, 관심 있는 이 누구나 흔히 접할 수 있는 매체를 통하여 공병우 자판에 대한 자세한 해설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 이제는 공병우 자판에 얽힌 문제를 푸는 일을 특정 단체에만 기댈 수 없으므로, 공병우 자판을 쓰는 한 사람 한사람이 뜻을 모아 조금씩 문제를 풀어 갈 때이다. 새로 제안하는 배열은 오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쓰임새를 잘 알릴 수 있는 이름을 붙이면 바람직할 것이고, 이미 쓰이고 있는 배열도 오해를 일으키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면 쓰임새에 맞는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참고한 자료
- 정을병, 「문인용 타자기」, 《새가정》 1975년 5월호(통권 237호)
- 김경석, 〈컴퓨터 속 한글 이야기〉, 영진출판사, 1995
- KBS1 TV쇼 진품명품 제678회 (2008.10.5 방송)
- 장우영, 공병우 문장용 타자기 사진, doopedia Photo Community(http://www.doopedia.co.kr/photobox/comm/community.do?_method=view&GAL_IDX=101011000616283)
덧글을 달아 주세요
세벌 2013/03/03 04:2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제가 가지고 있는 타자기 배열입니다.
http://sebul.sarang.net/hklab/array/han3eng.html
만든 해가 1982년 쯤 되는 것 같고요.
이건 공병우자판중 어디에 해당되나요?
팥알 2013/03/03 10:3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공병우 한영 타자기는 모두 사무용 자판에 넣을 수 있다고 봅니다.
고리 걸어서 보여 주신 배열은 제가 분류했던 식으로 세대를 따진다면 넷째 세대에 들어갑니다.
셋째 세대 배열을 쓴 한영 타자기와 달리, 넷째 세대 배열을 쓴 한영 타자기는 설계 구조가 단순하여 앞서 나왔던 공병우 한글 타자기들처럼 영문 타자기를 개조하여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예쁜남자구경꾼 2013/03/04 07:2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혹시 공병우식 자판배열에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씨에서 쓰는 터치스크린 자판으로 구현될까요?
공병우식은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 자리규칙은 지켰는데요.
겹받침 때문에 자판배열 자체가 복잡하고 지저분하고
겹받침이 가장 많은 최종 391자판은 기호가 넉넉하지 않는데다 초보자들이 익히기엔 버겁고
겹받침 수가 불완전한 390자판은 사무용인데다, 초보자들이 익히기엔 괜찮아보이는데
과격한 글자모양 만이 아닌 그 배열 자체로는 표준화가 쉽지 않아보이는데요.
저와 모든 사람들에게는 두벌식 컴퓨터용배열이 익히기 쉽고 빨라보이는데요.(수동타자기로는 좀 쉬프트키 때문에 좀 힘듦. 박경남식으로 할 때도 마찬가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표준한글자판의 조건은...
--- 첫째, 공병우식처럼 한글의 원리에 맞는 세벌식이어야 할 것.
--- 둘째, 향후 몇 차례의 문법개정이 되도 10년, 200년 넘어도 변함없이 오래 쓸 수 있어야 할 것.
--- 셋째, 추억의 수동타자기에서 각종 IT기기까지 두루 호환되면서, 수동타자기에도 글씨는 예쁘면서 가장 편하고 빠르게 칠 수 있는 자판배열이어야 할 것.
--- 넷째, 두벌식처럼 많은 사람들이 가장 익히기 쉬워야 하면서, 기호는 충분히 넣을 것.
--- 다섯째, 종래의 세벌식처럼 다른 세벌식과 혼란스러운데다 겹받침 때문에 복잡해보이지 말아야 할 것.
--- 여섯째, 자판배열 디자인이 복잡해보여서는 안 될 것. 아랫글쇠는 큰글씨로, 윗글쇠는 작은글씨로 한 키마다 적혀져야 할 것. 받침과 ㅗㅜ키는 반드시 점선을 그려야 할 것.
이런 개선점과 의견을 안 받아들이고 기존 공병우식 그대로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면, 자칫 사용자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습니다.
세벌 2013/03/04 07:5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세벌식자판이 지저분하다고요? 저는 도깨비불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두벌식자판이 지저분해 보이는데요? 보기에는 두벌식자판이 쉬워보이겠지만 치기는 세벌식이 더 쉬워요. 단지 대부분의 자판에 두벌식이 인쇄되어 있어서 두벌식이 쉬워 보일뿐. 대부분의 자판에 세벌식이 인쇄되어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죠?
팥알 2013/03/04 12:3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예쁜남자구경꾼님, 의견 고맙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합니다.
세벌님 말씀처럼 공병우 세벌식 쪽이 타자 행동은 단순하여 숙달한 다음에는 힘을 덜 들이고 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글 자판을 처음 쓰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배열을 설명해 주고 스스로 고르게 하는 기회를 주더라도 배열이 복잡하게 보이는 공병우 자판을 선뜻 고르기는 어렵겠지요. 특수기호 배열까지 어지러운 3-91 자판을 보면, 지저분하다는 표현이 심하지 않다고 봅니다. 3-90 자판을 익히더라도 보름에서 한 달쯤은 적응 기간을 거쳐야 하는 점이 공병우 자판의 진입 장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3-91 자판을 오래 쓰더라도 겹받침 자리가 많이 헛갈립니다. 겹받침은 공병우 자판의 아픈 문제입니다. 이미 쓰이는 공병우 자판의 틀을 무시하는 실험 배열을 짠다면, 겹받침을 되도록 적게 쓰면서 높은 능률을 낼 수 있는 배열을 찾아내는 데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석에서 고리 걸어둔 MN 키보드는 3-91 자판과 박경남 신세벌식 자판을 구현한 안드로이드용 스마트폰 입력기입니다. 적어도 기술이 모자라서 스마트폰 입력기에서 공병우 자판이나 신세벌식 자판을 구현하지 못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쓰는 사람만 많다면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기기의 세벌식 입력기 개발에 많이 뛰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병우 세벌식 자판을 갑자기 국가 표준으로 삼으려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3-90 / 3-91 자판은 그대로 표준으로 삼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표준 자판을 심사할 공무원과 학자들 가운데 세벌식 자판을 쓰고 있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는 점도 큰 걸림돌입니다. (아마 자판 관련 모임에 자주 참석하고 세벌식 자판 표준 신청도 하신 세벌님이 이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실 겁니다.) 세벌식 자판을 쓰는 감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공무원/학자/연구가가 표준화 과정에 잘못 끼어든다면, 누구도 바라지 않을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먼저 민간 차원에서 여러 배열안을 시험하여 가장 쓸모 있는 배열안이 공병우 자판의 대표안으로 서게 해야 하고, 공병우 자판의 대표안을 국가 표준으로 미는 것은 그 다음 일이 되어야 바람직합니다.
공병우 자판을 표준화해야 하는 명분은 옛한글 입력 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특수한 기능을 바라고 공병우 자판을 익힌 사람은 드물겠지만, 옛한글/확장한글이나 다양한 특수기호를 넣을 때에 보여 줄 수 있는 세벌식 자판의 능률은 두벌식 자판이 따라오지 못합니다. 훌륭한 표준안이라면 요즘한글에서 좋은 능률을 내면서 아주 적은 글쇠 바꿈으로 옛한글도 넣기 좋은 꼴의 배열이어야 합니다.
예쁜남자구경꾼님이 염려하시는 것처럼 지금 이 상황에서 섣불리 공병우 세벌식 자판을 표준화하려고 들면, 배열 문제로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거나 세벌식 자판을 실제로 쓰는 이들이 표준을 인정하지 않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날의 표준 자판 정책처럼 몇 달 만에 뚝딱 만들어진 공병우식 배열을 시험 기간도 없이 바로 표준으로 삼으려 들면, 개선안이 또 나오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셈틀에서 쓰이는 사무용 공병우 자판이 전기를 전혀 쓰지 않는 수동 타자기에까지 똑같은 배열로 쓰이기는 어렵습니다. 공병우 타자기에서는 겹받침이 따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앞받침을 누르고 나서 사이띄개를 누르고 뒷받침을 넣는 군동작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겹받침을 찍고 다음 낱내와의 간격을 잘 맞추려면 되무름쇠도 눌러야 하기도 합니다. 또 겹홀소리에 쓰는 ㅗ,ㅜ도 받침처럼 안움직글쇠 자리여서 그 자리의 윗글에 들어가는 기호도 사이 띄개를 따로 눌러 주며 찍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이런 설계 제약 때문에 수동 타자기에 신경 쓰려고 하면 편리한 셈틀 자판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글씨까지 신경쓰려면 흔히 알려진 활자 막대식 타자기로는 어렵고, 전동식 볼 타자기나 휠 타자기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타자기조차 전동/전자식이 아니면 새 제품이 나오기 어려운 형편이므로, 셈틀에서 쓸 공병우 자판은 굳이 타자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때가 되었습니다.
똑같은 글쇠 배열 도안이라도 글쇠 크기, 사람들의 취향, 글씨 빛갈 수에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겁니다. 글쇠 도안은 세벌식 자판이라면 더욱 살펴야 하지만 소홀하기 쉬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예쁜남자구경꾼님이 생각하시는 도안은 실제로 나타내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네요. 저는 도안 쪽에 감각이 모자라서 그저 깔끔하게 나타낼 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예쁜남자구경꾼 2013/03/05 14:3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제가 깔끔하게 멋지음(디자인)한 공병우 391(최종) 자판배열이 있습니다. 다음 링크를 여시면 됩니다. --->> http://gagugarak.blog.me/10162089915
팥알 2013/03/05 14:5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멋진 배열표네요.
그런데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제가 눈이 나빠서 아랫글보다 훨씬 작게 들어간 윗글이 잘 안 보입니다.
점선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어떤 뜻으로 들어갔는지 이해하기 어렵네요.
받침은 점선을 넣기보다 글씨 빛갈을 달리해서 구분하는 쪽이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점선을 없애고 윗글 글씨를 더 키우면 아주 깔끔하고 보면서 익히기도 좋은 배열표가 될 것 같습니다.
예쁜남자구경꾼 2013/03/05 21:0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이번에 팥알님이 지적한대로 새로 고쳤습니다.
-- 받침과 섞임모임 ㅗㅜㅢ는 다른색으로 칠하고,
-- 받침은 아래첨자, 닿자는 위첨자로 구분하여 어디쪽이 받침인지 닿자인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 받침 위에 있던 점선테두리는 원래는 닿자와 홀자가 더한 민온자가 들어갈 자리인데요. 이게 더 복잡해보여서 아예 뺐습니다.
-- 윗글쇠와 아랫글쇠는 기존 1:2에서 2:3크기로 바뀌었습니다. 종전 그대로 아랫글쇠를 크게 강조하여 두벌식에 익숙한 사용자들도 세벌식으로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다음 링크를 여시면 됩니다. --->> http://gagugarak.blog.me/10162089915
팥알 2013/03/05 22:0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좀 더 낫네요.
글쇠에 딱지를 붙여서 3-91 자판을 쓰다 보면 겹받침 자리가 많이 헛갈립니다. ㄾ, ㄿ은 너무 드물게 쓰이다 보니 어느 자리인지 떠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공병우 자판을 처음 익히려는 사람은 윗글 자리 글씨가 작으면 겹받침이 비슷비슷하게 보여서 불편할 수 있습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면, 작은 글씨가 배열표를 보지 않는 버릇을 들이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3-91 자판은 세벌식 초보자들에게 마구 권하면 역효과를 부를 수 있을 만큼 익히기 어려운 배열입니다. 작은 기기에서도 쓸 수 있는 간단한 세벌식 배열이 절실하기도 합니다. 예쁜남자구경꾼님의 새로운 배열을 기대하겠습니다.
팥알 2013/03/05 23:0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아무래도 제가 3-91 자판을 쓰며 겹받침과 기호 자리 문제로 불편함을 겪어 보았기 때문에 입문자나 간접 연구자보다는 실제로 쓰는 입장에서 비판하듯 바라보게 되는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왔다가 그냥 가는사람.. 2013/03/12 22:2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예전에 한글문화원에 신청하면 세벌식키보드 스티커 보내주었지요.
키보드에 정성껏 하나씩 붙여서 열심히 연습했던 기억이....ㅎㅎㅎ
그때가 그립군요....
세벌식키보드좀 나왔으면 했엇는데 끝내 안나오더군요.
지금은 개인적으로 탭을 쓰는데 탭용 자판앱이나 나왔으면 좋겠네요....
390으로....390이 가장 편했던것 같네요.
팥알 2013/03/12 23:4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도 한글문화원에서 3-90 자판이랑 공병우 최종 자판(3-91 자판) 딱지를 신청해서 연습했습니다.
그 때는 지금 생각하면 돈이 안 될 일도 미래를 보고 격려하고 투자하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즈음은 그런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그나마 기계보다는 만드는 비용이 덜 들 것 같은 세벌식 자판 딱지도 시중에서 다양한 종류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3-90 자판은 참으로 세벌식 자판 보급에 큰 획을 그었던 훌륭한 배열입니다.
3-90 자판 배열 개발을 주도한 박흥호님의 노력과 3-90 자판을 IBM 계열 PC에 보급할 수 있게 밀어준 공병우 박사님의 힘이 아니었다면, 세벌식 자판의 오늘이 있었을까 싶네요.
요즈음 들어서야 저는 3-90 자판의 중요함을 잊고 지냈던 지난날을 돌이키며 뉘우치고 있습니다.
3-90 자판은 아니지만, 3-91 자판과 두벌식 표준 자판 겸용 자판 제품은 세벌식 사랑 모임 게시판에 있는 신청 양식에 따라 라온누리님께 신청하면 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웹 주소를 적어 둡니다.
http://cafe.daum.net/3bulsik/623N/117
Ndear 2013/03/25 13:2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어쩌다 여기 와서 글한번 보고가는데
진짜 세벌식 알아보다가 최종자판 배우고
사용한지 3년이 되가는데 아직도 헷갈리는 부분이 있는데
이제 와 보니 최종이라는 말에 혹해 제일 어려운 자판 두들기고 있었구나
팥알 2013/03/25 22:3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는 열다섯 해 가까이 3-91 자판을 썼습니다. 3-90 자판을 먼저 익히고 바꿨지만요.
그래도 제가 익힐 때에는 공병우 박사님이 살아 계셔서 한글문화원이 잘 돌아간 덕분에 3-90 자판이나 3-91 자판에 대한 정보가 지금보다 잘 오갔고, 그냥 '한글 세벌식'이라고 불리던 3-90 자판을 먼저 익힐 수밖에 없는 환경(도스 환경)이어서 어느 배열을 익혀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은 적었습니다. 3-90 자판을 익히고 나서 3-91 자판을 익히면 갈아타기가 훨씬 수월한데, 요즈음은 3-90 자판부터 익히는 일이 드무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포기하는 것 같습니다.
임창수 2013/07/13 09:4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우선 팥알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저는 공세벌식을 수정한 자판배열들을 볼때마다 드는 의문점이 왜 오른손자리의 ㅜ와 ㅗ를 그대로 남겨두는가 입니다.
공자판은 애초에 '타자기'를 전제로 만들어진것이기 때문에 ㅗ와ㅜ를 불가피하게 넣어둔것인데 이제 타자기를 굳이 고려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지 않을 타자기때문에 굳이 효율성 떨어지게 저 키들을 남겨두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두벌식보다는 세벌식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최종이나 390을 쓰지 않는 이유는 '타자기'를 전제로 한 태생적 한계 때문입니다.
저는 세벌식 순아래를 씁니다. 물론, 최종이나 390에 비해 사용환경이 더 열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세벌식 순아래를 쓰는 이유는 타자기를 염두에 두지 않았고 시프트키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한글을 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는 타이핑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잘 알고계신겁니다.
세벌식을 쓰는 사람들은 흔히들 최종자판이 가장 빠르다고 오해를 하고 있는데, 순아래자판을 어느정도만 사용해보면 순아래가 현재 컴퓨터에는 가장 효율적이고 빠르다는걸 알게 될것입니다.
최종에서 겹밭침이 모두 들어간 이유는 모든 받침을 한번에 치기위해서가 아니라, 타자기에서 받침의 모양을 어색하지 않게 하기위해서는 불가피했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최종에서도 겹받침을 한번에 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시프트를 눌렀으니 이미 한번 더 친 것 아닌가요?
제 결론은 이것입니다.
타자기를 완전히 배제한, 컴퓨터등의 전자기기를 위한 완전히 새로운 자판을 새로 연구하던지,
굳이 공병우 선생님의 배열을 이어가야하겠다면, 순아래자판의 형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팥알 2013/07/13 21:5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좋게 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윗글쇠를 쓰지 않는 아랫글 자판 쪽으로 가야 바람직하다는 데에는 저도 생각이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온 아랫글 자판들은 3-90 / 3-91 자판이나 그 변형안들을 모두 갈음하지는 못합니다.
순아래 자판은 윗글쇠를 누르지 않는 점이 큰 매력이지만, 오른쪽 기호 자리까지 한글 받침이 차지할 만큼 글쇠가 많이 쓰인 점이 아쉬습니다. ], \ 자리에 들어간 받침은 어느 손가락으로 쳐야 하는지 애매하고, 손에 익지 않은 자판 기기를 쓸 때는 글쇠를 보고 쳐야 할 수 있어서 아쉽습니다.
오른쪽에 따로 들어간 ㅗ·ㅜ는 왼손을 거듭 치는 타수를 줄여 두 손의 타수 균형을 맞추는 구실을 합니다. 공병우 자판은 홀소리가 왼손 둘째/셋째 손가락에 몰려 있습니다. 오른손 쪽에 있는 ㅗ·ㅜ는 ㅘ, ㅝ 같은 겹홀소리를 칠 때 같은 손가락을 거듭 쓰지 않게 하여 공병우 자판의 나쁜 점을 가리는 구실을 합니다. 겹받침을 윗글 자리에 둔 것도 왼손을 거듭 쓰는 때를 줄이고자 한 포석이 깔려 있습니다. 정통 공병우식 배열에 익숙한 사람들은 따로 있는 ㅗ·ㅜ나 겹받침을 타자 동작의 효율성 때문에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순아래 자판은 수동 타자기 설계에 맞춘 배열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기계식 타자기 입력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전자식 입력의 묘미를 가장 잘 살린 건 신세벌식 자판일 겁니다. 흔히 알려진 신세벌식 배열들은 윗글쇠를 쓰지 않는 3줄 배열이어서 정통 공병우 자판의 문제점을 잘 풀어낸 꼴입니다. 윗글쇠를 꼭 누르지 않아도 되지만, 윗글쇠를 쓴다면 겹받침을 넣는다든지 하는 기능을 붙일 수도 있어서 정통 공병우식 자판을 쓰는 이들의 취향에도 맞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3줄만 쓰는 신세벌식 배열은 옛한글까지 조합하기 까다로운 것이 약점입니다.
아직은 옛한글 입력 같은 쓰임새까지 폭넓게 채우는 순아래형 배열이 나올 수 있는지 연구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① 신세벌식처럼 글쇠를 적게 쓴다. ② 윗글쇠를 쓰지 않는다. ③ 똑같거나 거의 비슷한 배열로 요즘한글과 옛한글을 모두 넣을 수 있다. ④ 정통 공병우식 자판만큼 배열이 잘 정돈되어 익히기 쉽다. ⑤ 율동감을 살려 이어칠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조건을 채운 셈틀의 세벌식 자판 배열이라면, 고정 관념을 깨면서 공병우 자판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지지를 받는 배열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위 조건들 가운데 두세 가지만 이루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세벌식 자판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도전할 거리가 남아 있는 셈이지만, 아랫글 자판이면서 옛한글까지 넣는 세벌식 배열이 나와서 실무에 쓰는 이들이 늘어나는 단계에 이를 때까지는 윗글쇠를 쓰는 정통 공병우식 배열을 버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임창수 2013/07/13 23:0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공병우 자판은 홀소리가 왼손 둘째/셋째 손가락에 몰려 있습니다. 오른손 쪽에 있는 ㅗ·ㅜ는 ㅘ, ㅝ 같은 겹홀소리를 칠 때 같은 손가락을 거듭 쓰지 않게 하여 공병우 자판의 나쁜 점을 가리는 구실을 합니다. 겹받침을 윗글 자리에 둔 것도 왼손을 거듭 쓰는 때를 줄이고자 한 포석이 깔려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의문이 드는데요.
오른손의 ㅗ,ㅜ키가 없으면 왼손으로 거듭치는 경우가 생기겠지만,
오른손의 ㅗ,ㅜ키를 넣으면 오른손으로 거듭치는 경우가 생기는 것 아닌가요?
같은 손가락을 거듭 쓰지 않기 위해 저 키들이 들어갔다가 보다는,
겹홀소리의 ㅗ,ㅜ와 그냥 ㅗ,ㅜ는 모양이 달라서 타자기에서는 어쩔 수 없이 넣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어디에 넣는게 가장 좋을까하다가 저 자리에 넣었다는게 더 맞는 말 아닐까요?
그리고 저는 정석은 아니지만,
순아래 배열에서 ㅗ,ㅜ를 왼손 엄지로 칩니다.
이런식으로 치면 겹홀소리 칠때 한손가락 연타를 칠일은 없습니다.
타자연습하면 손에 아무런 부담없이 평균 1100타 정도 나옵니다.
제가 그리 손이 빠른편도 아닙니다. 두벌식을 20년 넘게 쳤어도 평균500타 정도 나오던 사람입니다.
팥알님에 비하면 정말정말 세발의 피 이지만, 저도 나름 세벌식중에서도 어떤식으로 배열을 하는 것이 한글을 가장 편하고 빨리 칠수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제 결론은 noshift였습니다. 그리고 최종도 제법 쳐봤으나 도무지 ㅗ,ㅜ의 필요성을 느낄수없었고, 불필요한 겹받침들도 너무 많아서 비효율적이란 확신이 섰습니다. 정말 빈도수가 낮은 겹받침들은 외우기도 힘들뿐더러 그 불편한 위치까지 손가락을 뻗고 게다가 시프트까지 누르는거보다는 그냥 키 두개를 누르는게 더 편하고 빠르다고 확신합니다.
정말로 사람들이 세벌식을 쓰길 바란다면, 타자기를 위한 자판은 버리고(또는 개량해서) 현재 상황에 맞는, 즉 타자기는 완전 배제한 자판배열을 다시 연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팥알 2013/07/14 03:3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네, 오른쪽 ㅗ·ㅜ 글쇠가 없으면 오른손으로 거듭치는 때는 더 생깁니다.
하지만 공병우 자판은 왼손 타수가 더 많고, 왼손 둘째 손가락의 타수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ㅗ·ㅜ 글쇠를 따로 두면 왼손 둘째 손가락의 짐을 더는 효과가 있습니다.
ㅗ,ㅜ를 첫째 손가락(엄지)로 치는 건 상식을 뛰어넘은 것이어서 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왼쪽 ㅗ·ㅜ를 첫째 손가락으로 누른다면 왼손이 지는 짐이 많이 줄므로 왼손/왼손가락의 타자 동작도 더 단순해 질 수 있겠습니다. 마치 속기 자판을 쓰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으니, 그 타자법을 따른다고 하면 제가 했던 이야기들은 모두 무르고 다시 이야기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일반인 초보자를 대상으로 이야기할 때는 처음부터 변칙 타자법을 권하면 부작용이 걱정되니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예 속기 입력까까지 생각하여 특수하게 배열을 만들 때는 그런 변칙 타자법이 좋은 실마리가 될 수 있겠습니다.
임창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겹받침과 윗글쇠를 누르는 타자 동작은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틀림없습니다. 많은 글쇠 자리를 외워야 하는 어려움도 저도 느낍니다.
하지만 순아래 자판의 취지에 따라 나온 설계안들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식의 문제를 겪곤 합니다. 차지하는 글쇠 수를 줄이면
벌 배치나 숫자 배치에 문제가 있다든지 하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신세벌식 계열만 그나마 깔끔한 배열이 실제로 쓰이고 있지만, 다른 순아래형 배열들은 실무에 쓰는 사람이 나오지 못하여 주목 받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어떻게든 잘 연구해서 잘 정돈되고 빠른 속도까지 내는 아랫글 자판이 나오면 좋겠지만, 거의 모든 설계안이 만든 이 스스로도 잘 쓰지 못하는 배열이 되고 마는 것이 현실입니다. 좋고 나쁨을 떠나 조금만 낯설어도 익히는 이가 나오지 않아서 묻힐 확률이 커집니다. 나는 쓰지 않으면서 남이 알아서 쓰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설계안은 현실성이 높을 리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필요를 느끼는 이가 새로 만들거나 개선하는 것 말고는 새롭고 더 나은 배열이 나올 길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들 취향이 다르고 생각하는 타자법도 똑같지는 않으니, 잘 익히면 얼마나 빠르게 잘 쓸 수 있는지도 알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