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의 공세벌식 자판 개선안들 - (12)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

1)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의 배열 특징

  한글문화원의 314 자판안은 2014년에 '표준안 제안'이라는 목적을 띠고 한글문화원(원장: 송현)의 이름으로 나온 공세벌식 자판안이다.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
[그림 15-1]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에서 겹받침 ㄵ · ㄾ · ㄿ이 들어간 것이 3-91 자판을 의식한 특징으로 보인다. 하지만 받침과 숫자 배열을 비롯한 여러 배열 요소들을 함께 살피면, 전반적인 배열 특징은 3-90 자판에 더 가깝다.

  3-90 한글문화원 314 3-91
한글 배열 ㅒ 자리 ㅐ의 윗글 자리 ㅣ의 윗글 자리 ㅡ의 윗글 자리
받침 ㅈ 자리 쿼티 자판의 ! 자리 쿼티 자판의 E 자리 쿼티 자팡의 # 자리
겹받침 7개
(ㄲ ㄶ ㄺ ㄻ ㅀ ㅄ ㅆ)
6개
(ㄵ ㄶ ㅄ ㄾ ㄿ ㅆ)
13개
(ㄲ ㄳ ㄵ ㄶ ㅄ ㄺ ㄻ ㄼ ㄽ ㄾ ㄿ ㅆ)
숫자 배열 3줄 배열 2줄 배열
기호 배열 전체 특징 영문 자판과 비슷함 영문 자판과 매우 다름
! 자리 영문 자판의 B 자리 영문 자판과 같음 영문 자판의 ? 자리
3-90 자판 (IBM-3-90 자판)
[그림 15-2] 3-90 자판
3-91 자판 (공병우 최종 자판)
[그림 15-3] 3-91 자판 (공병우 최종 자판)

  한글문화원 314 자판은 겹받침과 기호 배치에 일관성이 떨어져 보이는 곳이 있고, 비어 있는 글쇠 자리도 있다. 제안 문서의 내용을 살피면, 당장 실무에 써도 손색 없게 만든 완성안이 아니라 아직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만드는 만들던 도중에 공개된 미완성 자판안이다.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이 3-90 자판과 다른 점은 아래처럼 간추려 볼 수 있다.

  • 홀소리
    • ㅒ가 ㅣ의 윗글 자리에 들어감
    • ㅒ를 ㅑ+ㅣ로 조합하는 방안을 함께 제안함
  • 홑받침
    • 받침 ㅈ이 한 줄 아래로 내려감
    • 받침 ㅋ의 자리가 달라짐
  • 겹받침
    • ㄲ · ㄺ · ㄻ · ㅀ이 빠짐
    • ㄵ · ㄾ · ㄿ이 더 들어감
  • 기호
    • ! < > /의 자리가 달라짐 (!는 영문 자판과 자리가 같음)
  • 한글 입력 방식
    • 신세벌식 자판에서 쓰이던 갈마들이 입력 방식(반자동 입력법)을 부분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제안함

  ㅒ를 따로 넣지 않고 ㅑ+ㅣ로 조합하는 방안은 김국 38 자판에서 먼저 제안되었다. 널리 쓰이는 공세벌식 자판에서 ㅒ를 ㅑ+ㅣ로 조합하는 것은 1990년대부터 줄곧 낯선 방안이었다. 오늘날에도 ㅒ는 ㅣ+ㅐ로 조합하는 방안은 쓰이지만, ㅑ+ㅣ로 조합하여 넣는 방안은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3-90 자판에서 홀로 맨 윗줄의 윗글 자리에 있던 받침 ㅈ은 한 줄 아래로 내려왔다. 이에 따라 느낌표(!)가 영문 자판과 같은 자리에 들어가서, 받침 ㅈ과 느낌표(!)의 자리가 3-2012 자판과 같다.

  공세벌식 자판에 따로 들어간 겹받침은 홑받침 2개를 조합하여 만들기 불편한 경우를 보완하려는 목적이 있다. 겹받침이 많이 들어갈수록 자판 배열에 다른 문자를 넣을 자리가 줄어들므로, 3-90 자판 등에서는 많이 쓰이는 겹받침을 우선하여 넣음으로써 한정된 글쇠 자리를 알차게 쓰려고 애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314 자판안은 ㄲ · ㄺ · ㄻ · ㅀ이 빠지고 ㄵ · ㄾ · ㄿ이 더 들어갔다. ㄵ · ㄾ · ㄿ을 넣은 것은 3-91 자판(공병우 최종 자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고, 받침 ㄲ을 뺀 것은 ㄱ+ㄱ으로 넣기가 불편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많이 쓰이는 겹받침(ㄺ · ㄻ · ㅀ)을 빼고 더 적게 쓰이는 겹받침(ㄵ · ㄾ · ㄿ)을 넣은 것은 무엇을 노렸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314 자판안을 배열 연구를 마치지 못한 미완성안으로 볼 수 있는 근거로 꼽을 수 있다. 아마도 완성안이 나온다면 겹받침이 들어간 우선 순위는 보완되어 나올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314 자판안을 제안한 문서에서는 부분적이나마 신세벌식 자판에서 쓰이던 갈마들이 입력 방식을 끌어들이려 한 내용이 있다. 314 자판안은 갈마들이 방식을 쓰기에 알맞은 배열이 아니므로, 갈마들이 방식을 쓰더라도 몇몇 받침들은 반드시 윗글쇠를 누르고 넣어야 한다. 그러므로 갈마들이 방식을 쓰더라도 신세벌식 자판을 쓰는 때만큼의 효과는 바랄 수 없다. 하지만 갈마들이 방식을 쓰기 좋게 공세벌식 자판의 받침 배열을 바꾸는 것에 생각이 미친다면, 신세벌식 자판에서 이룬 혁신을 공세벌식 자판에서도 누리는 것을 꿈꿀 수 있었다.

2)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에 보이는 3-2012 자판의 특징

3-2011 자판 (2011.12.11)
[그림 15-4] 3-2011 자판 (2011.12.11)
3-2012 자판 (2012.7.8)
[그림 15-5] 3-2012 자판 (2012.7.8)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
[그림 15-1]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

  앞의 글에서 다룬 적이 있는 3-2012 자판은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이 나온 2014년보다 이른 2012년에 글쓴이가 제안한 공세벌식 자판 개선안이다. 받침 ㅈ이 한 줄 아래인 E 자리(쿼티 기준)에 들어가고 느낌표(!)가 영문 쿼티 자판과 같은 자리로 옮겨 간 것이 3-2012 자판의 중요한 특징이다.

  3-2012 자판보다 먼저 받침 ㅈ이 E 자리에 둔 공세벌식 자판은 3-2011 자판(https://pat.im/855)이다. 3-2012 자판은 3-2011 자판의 한글 배열 특징을 되도록 이어 가려 한 공세벌식 자판안이었으므로, 느낌표(!)를 영문 쿼티 자판과 같은 자리에 넣을 수 있게 하는 공세벌식 자판 한글 배열의 틀은 이미 3-2011 자판에서 거의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3-90, 3-91, 314(안), 3-2012, 3-2014 자판의 받침 자리 비교
[그림 15-6] 3-90, 3-91, 314(안), 3-2012, 3-2014 자판의 받침 자리 비교
3-90 자판의 오른쪽 배열
[그림 15-7] 3-90 자판의 오른쪽 배열
3-91 자판의 숫자 배열
[그림 15-8] 3-91 자판의 오른쪽 배열
3-2012 자판의 숫자 배열 (= 3-2014)
[그림 15-9] 3-2012 자판의 오른쪽 배열 (= 3-2014)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의 부등호(< >), 빗금(/), 머무름표(;)가 놓인 배열 특징은 3-2012 자판의 원안에서는 볼 수 없지만, 글쓴이가 2013년에 응용안 성격으로 '세벌식 사랑 모임'에 올린 적이 있는 3-2012 3줄 숫자 실험안(https://cafe.daum.net/3bulsik/6CY8/246)에서 볼 수 있다.주1 두 배열안에서 부등호(< >)의 자리는 위아래만 다르고, 빗금(/)과 머무름표(;)의 자리는 똑같다.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
[그림 15-1]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
3-2012 자판의 세 줄 숫자 응용안 (2013.3.3)
[그림 15-10] 3-2012 자판의 세 줄 숫자 응용안 (2013.3.3)
3-2012 3줄 숫자 응용안을 담은 세벌식 사랑 모임 게시글
[그림 15-11] 3-2012 3줄 숫자 응용안을 담은 세벌식 사랑 모임 게시글
  3-2012 3-2012 3줄 숫자 응용안 한글문화원 314
한글 배열 ㅒ 자리 ㅐ의 윗글 자리 ㅣ의 윗글 자리
받침 ㅈ 자리 쿼티의 E 자리
겹받침 7개
(ㄲ ㄶ ㄺ ㄻ ㅀ ㅄ ㅆ)
6개
(ㄵ ㄶ ㅄ ㄾ ㄿ ㅆ)
숫자 배열 2줄 배열 3줄 배열
기호 배열 전체 특징 쿼티 자판과 비슷함
! 자리 쿼티 자판과 같음
< > 자리 쿼티와 같음 쿼티의 G, H 자리 쿼티의 T, Y 자리
/ 자리 쿼티의 " 자리 쿼티의 B 자리
; 자리 쿼티의 B 자리 쿼티의 P 자리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을 제안한 문서에는 3-2012 자판과 같은 2010년대에 나온 개선안을 참고했다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연구하는 사람들이 서로 연구 내용을 참고하지 않았어도 어쩌다 생각이 맞아떨어져서 비슷한 배열 특징이 나왔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3-2012 자판과 그 응용안(3줄 숫자 응용안)이 글쓴이의 블로그(글걸이)와 세벌식 사랑 모임 등의 웹 공간에 먼저 공개되어 있었으므로,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은 이미 나와 있던 3-2012 자판의 개선 방향을 어느 만큼 이어 갔다고 할 수 있다.

3) 공개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314 자판안의 한계와 의의

  '세벌식 한글 글자판 국가표준 제안 진정서'라는 제목의 글로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이 2014년에 청와대 국민신문고를 통하여 제안되었고, 그 뒤에 다음 카페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의 게시판 글(https://cafe.daum.net/malel/9ijB/394)을 통하여 일반에 공개되었다.

  공세벌식 자판은 줄곧 실제로 쓰는 사람이 있는 한글 자판이었다. 표준화 대상을 쓰는 사람에게는 표준화 작업의 결과에 따라 몸소 쓰는 것의 내용(자판 배열)이 바뀔 수도 있으므로, 쓰지 않는 사람보다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공세벌식 자판을 굳이 표준화하려는 까닭도 공세벌식 자판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글문화원의 청원 내용과 314 자판안의 내용은 처음에 정부 기관을 향해서만 제안되었다. 이 청원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한글문화원의 그물누리집(http://www.moonhwawon.ye.ro)에서도 314 자판안에 관한 글은 볼 수 없었다. 한동안 사람들은 한글문화원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도 알 수 없어서 답답해 하던 상황이었다. 청와대에 청원이 들어간 뒤에 그 내용이 다음 카페를 통하여 일반에 공개되기까지는 두 달쯤의 시차가 있었다.

  2014년 무렵의 상황은 3-90 자판을 위주로 생각할 수 있었던 1990년대 초반과 달랐다. 3-90 자판보다 3-91 자판이 더 많이 쓰이고 있었고, 개선안들도 3-91 자판을 받아들인 관점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흔했다. 개인 연구자들도 개선안을 만들고 있던 때였으므로, '표준안'으로 알려진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에는 더 높은 기대가 걸리는 것이 당연했다. 표준이 된 다음에도 개인 연구자들이 표준의 미흡한 점을 파고들어 개선안을 또 마련할 수도 있다. 314 자판안이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가장 흔히 쓰이는 공세벌식 자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려면, 자판 배열의 완성도와 실용성에서 이미 나온 공세벌식 자판들에 밀리지는 않아야 했다.

  하지만 314 자판안은 눈높이가 높아진 공세벌식 자판의 실사용자들의 마음을 휘어잡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앞에서 본 '3-2012 3줄 숫자 응용안'처럼 이미 '세벌식 사랑 모임'에는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과 비슷하면서 완성도가 더 높은 배열안이 올라온 적도 있었다. 또한 '세벌식 사랑 모임'은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이 공개된 뒤에 정리된 정보(https://cafe.daum.net/3bulsik/JMKX/4)가 가장 먼저 올라온 곳이었다. 314 자판안은 '표준안'으로 나왔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빠르게 몰렸으므로, 실용안으로는 알맞지 않다는 평가와 결론도 빠르게 나올 수 있었다.

  한글문화원이 굳이 새로운 자판안을 따로 만들어서 표준 논의를 시작하려 한 것은 자판 배열의 권리 관계에서의 편의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자판 배열은 처음 나온 때에 만든 사람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개인이 만든 자판 배열을 한글문화원이 표준 대상으로 다루려면 만든 사람과 접촉해서 동의를 얻거나 권리를 양도받는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한글문화원 쪽에서 자판 배열을 직접 만들면 그런 절차를 건너뛸 수 있어 권리 문제에서는 수월할 수 있다.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도 있다. 공병우 원장이 이끈 '한글 문화원'과 송현 원장이 이끈 '한글문화원'은 같은 이름을 썼더라도 엄밀히 따지면 법적으로 같은 단체는 아니었다. 두 한글문화원이 모두 사설 단체였고 법인으로서 이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병우 원장이 이끈 '한글 문화원'이 가졌던 권리들은 송현 원장이 이끈 '한글문화원'으로 자동 승계되지 않았다. 3-90 자판과 3-91 자판에 대한 저작권은 일단 공병우 원장에 있었을 것이고, 공병우 원장의 유언이나 권리 양도 절차가 따로 없었다면 유산을 상속받은 사람(대개는 후손)에게 저작권이 넘어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314 자판안은 '한글문화원'의 이름을 걸고 나왔으므로, 별다른 합의 사항이나 설명이 따로 더 없었다면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의 본래 저작권자는 2022년에 세상을 떠난 송현 원장이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같은 국가 기관들은 완성되지 않은 공세벌식 자판을 더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더구나 미완성안인 314 자판안은 한글 자판 연구자들의 눈에 훈수를 둘 거리가 꽤 있는데, 이런 자판안을 표준안으로 내세우는 것은 공세벌식 자판을 쓰지 않는 사람들의 손에 공세벌식 자판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내맡기는 일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이룬 표준화의 결과가 좋다면 다행이지만, 결과가 나쁠 때에 겪을 수 있는 문제도 예상할 수 있다. 이미 쓰이던 배열들(3-90, 3-91, 3-2012 따위)을 압도하지 못하면 널리 쓰이는 배열이 하나 더 느는 것에 그칠 수 있고, 배열의 낮은 완성도나 결함을 해결하지 못하여 표준화 실패 사례로 남으면 공세벌식 자판 전반의 평판을 깎거나 같은 일을 다시 시도할 때에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얻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차라리 표준을 정하지 않았으면 나았다고 할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표준 내용을 미리 잘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최선의 결과를 바라기에는 한글문화원 쪽의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글문화원 쪽의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은 기관들의 태도가 올발랐고 더 나쁜 결과를 막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글문화원은 지난날에 심각한 소통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2006년 초에 한글문화원의 그물누리집(http://www.moonhwawon.ye.ro)이 열리던 무렵에 단체 운영진 쪽에서는 자신들의 다른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몇몇 회원들을 또라이 · 위장 간첩 · 난동꾼 · 방화범 같은 말로 비난했고, 막말을 쏟아내고 지나치게 종교 편향을 드러내는 운영진 쪽의 태도를 꼬집거나 중재에 나서려는 사람들까지도 '위장 간첩' 등으로 불리는 방해 세력에 동조하는 것으로 몰아세우며 갈등을 더 키운 일이 있었다. 웹 공간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정보를 나누며 서로 도움을 주는 분위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않는 한글문화원 그물누리집의 모습은 큰 실망감을 안겼다. 이른바 '한글문화원 사태'로 불린 일들 때문에 공세벌식 자판을 쓰던 사람들은 얼굴을 들지 못할 만큼의 창피함을 느낄 수 있었고, 우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던 사람들까지 정이 떨어지게 할 만큼 지켜보던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멍을 남겼다.

한글문화원 그물누리집 (2006.3)
[그림 15-12] 한글문화원 그물누리집 (2006.3)
[그림 15-13] 한글문화원 그물누리집의 '사무국 게시판'의 송현 원장의 글 (2006.3.3)
[그림 15-13] 한글문화원 그물누리집의 '사무국 게시판'의 송현 원장의 글 (2006.3.3)

  한글문화원 사태는 싫은 사람이 떠나는 쪽으로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운영진 쪽에서 오해를 푸는 해명을 하거나 정중하게 뒷수습을 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기에, 세월이 많이 지났더라도 글쓴이에게는 이 단체에서 벌이는 일들이 한편으로는 미덥지 못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게 느껴지곤 하였다. 2006년의 한글문화원 그물누리집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표준안의 잘못된 데를 짚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한글문화원이 추진하는 일을 싸잡아 반대하는 사람으로 몰릴 만 했다.

  하지만 다행히 2014년의 한글문화원 쪽에서는 과격한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 일이 어떠했든 한글문화원이 오랜 침묵을 깨고 단체 이름을 걸며 구체적인 공세벌식 자판 배열안을 제안하는 활동을 시작한 것은 환영하는 것을 넘어 환호하더라도 지나치지 않을 수 있는 일이었다. 1990년대 이후에 공세벌식 자판이 속으로 곪아 간 까닭은 특히 3-90 자판을 개선하려는 활동이 너무 오래 없었던 탓도 있었다. 꼭 표준을 정하는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공세벌식 자판을 쓰는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배열안을 마련하고 실험하는 일은 더 서둘러서 벌였어야 할 일이었다.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은 내용이 공개된 뒤에 실용안으로 쓰이지 못했지만, 공개된 세부 배열과 기술 내용은 공세벌식 자판이 더 실용성을 띠는 쪽으로 발전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꾸준히 활동을 이어 가며 참여하는 사람들의 손발을 맞추어 가는 데에 이르지 못한 것은 아쉽게 여길 수 있지만, 구체적인 연구 성과를 공개함으로써 나아갈 방향을 넌지시 보여 준 것은 '한글문화원 사태' 때와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주2

4) '갈마들이 공세벌식'이 나오는 실마리가 된 314 자판안의 내용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은 갈마들이 공세벌식 자판이 나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을 제안한 문서에는 아래처럼 '반자동 입력 방식'(갈마들이 입력 방식)에 관한 내용들이 나온다.

갈마들이(반자동 입력법)에 관한 내용이 담긴 한글문화원 314 자판 제안 문서 내용 ①
[그림 15-14] 갈마들이(반자동 입력법)에 관한 내용이 담긴 한글문화원 314 자판 제안 문서 내용

갈마들이(반자동 입력법)에 관한 내용이 담긴 한글문화원 314 자판 제안 문서 내용 ②
[그림 15-15] 갈마들이(반자동 입력법)에 관한 내용이 담긴 한글문화원 314 자판 제안 문서 내용 ②

  위의 내용이 담긴 314 자판 제안 문서가 만들어진 때(2014년 6월)에는 마땅히 가리킬 말이 없어서 '반자동 입력'이라는 말이 쓰였다. 이 '반자동 입력'을 가리키는 뜻의 '갈마들이'는 2014년 9월에 다음 카페인 '세벌식 사랑 모임'에서 글쓴이가 제안해서 나중에 쓰인 말이다.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은 오늘날에 '갈마들이'로 불리는 신세벌식 자판의 아랫글 입력 방식을 쓰기에 알맞게 한글 배열이 놓이지 않았다. 갈마들이 방식을 끌어들이더라도 윗글쇠를 눌러야만 넣을 수 있는 받침들(ㄷ · ㅊ · ㅌ · ㅍ)이 몇 가지가 있다.

  그 무렵에 갈마들이 방식은 공세벌식 자판을 쓰던 사람들에게도 알려져 있었지만, 갈마들이 방식은 신세벌식 자판의 독특한 특징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마치 불문율이나 금기라도 있는 것처럼 공세벌식 자판에 갈마들이 방식을 적용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세벌식 자판은 수동 타자기에서부터 이어진 것과 비슷한 입력 방식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 공세벌식 자판을 쓰던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던 고정관념이었다.

  그러던 때에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에서 갈마들이 방식을 끌어들인 것은 공세벌식 자판을 쓰는 사람이라면 저항감이나 반발심을 느낄 수 있는 일이었고, 글쓴이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314 자판안의 갈마들이는 꼭 윗글쇠를 눌러 넣어야 하는 몇몇 받침을 남긴 부분 적용이므로, 윗글쇠를 누르지 않고 모든 받침을 넣을 수 있는 신세벌식 자판의 갈마들이보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공세벌식 자판에서 누구도 감히 하지 않은 일의 물꼬를 튼 것에 뜻이 있었다. 제안 문서에 설명된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둔 미완성안으로 보였으므로, 비약해서 해석한다면 갈마들이 방식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배열을 바꿀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었다.

〈주석〉
  1. '3-2012 3줄 숫자 실험안'은 글쓴이(팥알)가 혼자 생각해서 만든 것은 아니고, 다음 카페(세벌식 사랑 모임)에서 다른 회원(뿌꾸)의 의견을 참고하고 본따라서 3-2012 자판을 고쳐 만든 것이다. back
  2. 한글문화원 사태는 그물누리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2014년의 표준안 제안은 단체 외부를 향한 활동이었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와 구성이 다른 것 때문에라도 2006년의 한글문화원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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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벌 2024/06/07 18:4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송현 님은 세상을 떠났죠.
    공병우의 한글문화원을
    송현의 한글문화원이 망쳐 놓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해명도 없이.

    • 팥알 2024/06/10 02:3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자판 배열은 아주 잘 만들더라도 보급에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뒤늦게 빈틈이 보이기도 하고 이미 쓰이던 것이나 새로 나오는 것에 밀려 잘 쓰이지 못하기도 합니다. 과정이 좋아도 결과는 장담하지 못할 수 있는데, 허술한 과정으로 마련한 자판안을 너무 서둘러 정식 표준으로 삼는 것은 돌이키지 못할 타격을 일부러 받겠다고 자초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실패 위험이 큰 일은 개인들이 도맡고 단체는 그 실패를 보듬으며 성공 확률이 높도록 일을 진행하는 보완 관계가 필요합니다. 자판 배열을 실험하는 일은 실패 위험이 크니 주로 개인들이 벌이고, 의견을 조율하고 내용을 정리해서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가는 일은 단체가 주도한다면, 밟은 과정 때문에라도 명분이 서고 무게감도 있을 겁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그물누리집에서 너무 티나게 청객과 불청객을 가린 2006년의 한글문화원의 태도는 온갖 의견과 요구가 부딪칠 수 있는 자판 배열 문제를 다루기에 너무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무리하게 들리는 의견에서 혁신을 이룰 실마리를 찾는 것도 연구하는 사람이 하기 나름인데, 세벌 님처럼 솔직하고 허를 찌르기도 하는 의견을 전해 주실 분을 미리 불청객으로 선을 그어 버린 것에서 이미 한계는 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