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우 세벌 자판을 처음 익힐 때에 살필 점

자판 고르기

  공병우 계열 3벌 자판은 최종 자판 3-91 자판(공병우 최종 자판), 3-90 자판, 순아래 자판 등이 있다. 최종 자판 3-91 자판은 타자기 자판에서 이어진 정통 공병우 자판(공병우가 만든 자판)이고, 매킨토시에서 쭉 쓰였다. 3-90 자판은 IBM 호환 PC의 개발자들의 편의에 맞추어 특수기호를 배열한 자판이다. 순아래 자판은 손이 불편한 이들을 배려하여 윗글쇠(shift)를 쓰지 않고 한글을 칠 수 있게 한 자판이다.

  흔히 공병우 자판이라 하면 3-91 자판과 3-90 자판을 가리킨다. 이 두 자판은 윈도우나 리눅스의 입력기들이 지원하고 있어서 쓰기 좋다. 순아래 자판은 ᄒᆞᆫ글(아래아한글)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다른 곳에서 입력기 지원을 잘 받지 못하고 있다.

  3-91 자판과 3-90 자판은 숫자, 특수기호, 겹받침의 배열이 다르다. 3-90 자판은 @, $, ^, &  같은 기호들의 배열이 쿼티 자판과 같고, 3-91 자판에 있는 몇몇 겹받침이 빠져 있다. 그래서 3-90 자판이 표준 2벌 자판을 쓰다가 적응하기는 좋다. 3-91 자판은 겹받침이 모두 있고 숫자와 특수기호 배열이 영문 쿼티 자판과 달라서 3-90 자판보다 적응하는 시간이 더 걸린다.

  어느 자판이 더 나은지는 저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므로, 다른 이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쓰는 이가 스스로 쓰임새와 환경을 헤아려서 고르면 좋을 것이다. 한글 입력을 우선한다면 3-91 자판이 좋고, 쿼티 자판과 오가며 특수기호를 자주 넣을 때에는 3-90 자판이 편하다. 순아래 자판은 윗글쇠를 적게 써서 편하지만, 입력기 지원이 걸린다. 배열은 서로 비슷한 데가 많으므로 어느 쪽이든 먼저 익혔다가 나중에 필요하면 바꿔 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공병우 세벌식 최종 자판(3-91) 배열
공병우 최종 자판 (3-91 자판)
공병우 세벌식 3-90 자판
공병우 3-90 자판
3벌 순아래 자판
3벌 순아래 자판

자판 또는 딱지 구하기

  처음부터 자판 배열을 보지 않고 자판을 익히기는 어렵다. 배열이 찍힌 자판 기계를 구하거나 일반 자판에 덧붙여 쓸 딱지(스티커)를 구해야 하는데, 공병우 자판을 비롯한 비표준 자판들은 이게 쉽지 않다. 공병우 자판 배열이 찍힌 기계는 공동 구매 등을 통하여 드물게 나온 것이고, 꾸준히 나오는 것은 없다. 공병우 자판 딱지는 공병우 박사님이 계시던 1995년까지는 한글문화원에서 얻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 곳에서 딱지를 나누어 주지 않는다. 지금은 화이트플러스 치과(루이빈 치과)에서 딱지를 만들어 나누어 주고 있는데, 신청하여 받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딱지를 얻을 수 없으면 손수 자판 배열 딱지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그만큼 비표준 자판을 쓰는 일은 준비 단계부터 어렵다.

  자판이나 딱지를 구했다면 큰 걸림돌을 넘은 셈이다. 딱지가 손에 닿아서 금방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덮개가 있는 자판을 쓴다.

타자 연습

  잘 쓰던 자판을 버리고 새 자판을 익히기 시작하면 초보 시절로 돌아간 것과 똑같게 된다. 한두 달은 제대로 업무를 못 볼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럴 여유가 없다면 새 자판을 익히는 것을 미루는 게 좋다. 모든 작업은 당연히 새로 익히는 자판으로 하고, 무심결에라도 이미 쓰던 자판(표준 자판)을 쓰지 않도록 한다.

  처음에는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바르게 치는 것에 집중한다. 앞서 자판을 쓰면서 잘못 들인 버릇이 있다면 새 자판을 익힐 때를 바로잡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지금은 읽어 볼 만한 타자 교본도 없어서 타자 연습 풀그림에 많은 것을 기대는데, 타자 연습 풀그림들이 공병우 자판의 특성을 정확히 알려 주지 않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공병우 자판은 왼쪽 밑글쇠를 누르는 손가락 자리가 표준 자판과 다르게 치고, 표준 2벌 자판과 왼손/오른손 경계도 조금 다르다. 타자 연습 풀그림을 그대로 믿지는 말고 의심이 들 때마다 살필 필요가 있다.

표준 자판 잊기

  공병우 자판을 첫 한글 자판으로 익히는 이는 아주 드물다. 익숙하던 자판을 버리고 다른 자판을 익힐 때는 처음 자판을 익힐 때보다 억눌림을 크게 느낀다. 거기다가 표준 자판이 워낙 짜임이 단순하여 표준 자판에만 익숙한 이는 공병우 자판을 처음 칠 때에 답답함을 더 느낀다.

   새 자판을 익히는 것은 버릇과의 싸움이다. 연습한 지 얼마 안 되어서는 저절로 표준 자판 배열대로 손이 갈 것이다. 당장 답답하다고 표준 자판을 다시 쓰면 금방 포기하기 쉽다. 포기하지 않더라도 자판을 일찍 숙달하지 못하고 시간을 더 끌 수 있다. 표준 자판을 잊는 것이야말로 공병우 자판을 빨리 익히는 지름길이다.

타자 속도

  타자 속도가 느는 것은 각자의 기량이 다르고 연습량과 처한 환경도 다르므로 개인차가 크다. 한 주 만에 분당 100타를 넘기고 석 달 안에 400타를 넘길 만큼 진도가 빠른 이도 있지만, 느긋하고 꼼꼼하게 연습한다면 처음 한 달에 분당 100타를 넘기지 못하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공병우 자판은 글쇠 수가 많고 치는 법이 2벌 자판보다 복잡하여 처음 연습할 때는 속도가 잘 안 붙는다. 속도를 높히려다 버릇을 잘못 들이면 나중에 속도가 붙을 때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속도보다 바르게 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표준 자판과 함께 쓰기

  공병우 자판을 서투르게 쓸 때에 표준 자판을 쓰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기 쉽다. 하지만 공병우 자판을 눈 감고도 칠 만큼 숙달한 다음에는 표준 자판을 함께 써도 별 탈은 없다. 벌 수가 적은 자판을 쓰다가 별 수가 많은 자판을 익히기는 어렵지만, 거꾸로 벌 수가 많은 자판을 익힌 뒤에 벌 수가 적은 자판을 쓰기는 더 쉽다. 표준 자판 배열을 다 까먹었더라도 표준 자판을 치던 감각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다시 치면 속도가 금방 는다. 물론 표준 자판을 자주 쓸수록 공병우 자판을 치는 속도는 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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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신기 2011/09/20 00:3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세벌식에 적응하기 힘들지만 두벌식의 오타에 질려서 큰 맘먹고 바꾸려고 노력중입니다.

    • 팥빙산 2011/09/20 01:4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제가 세벌 자판으로 눈을 돌렸던 것도 표준 두벌 자판의 잦은 오타 때문이었습니다.
      공병우 자판은 처음에 적응하기는 힘들지만, 오타만 보더라도 익히고 난 뒤의 보람이 큰 자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