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의 공세벌식 자판 개선안들 - (14) 3-2015 자판과 그 변형안들

1) 홑받침 배열이 개선된 3-2015 자판

  3-2015 자판은 2015년 2월에 '소인배'가 제안한 3-2014 자판의 개선안이다.

  3-2015 자판이 3-2014 자판보다 두드러지게 개선된 곳은 받침 배열이다. 3-2015 자판은 ㅈ · ㅊ · ㄷ · ㅌ · ㅋ · ㅍ의 자리를 조정했고, 7개 홑받침(ㄷ, ㅈ, ㅊ, ㅋ, ㅌ, ㅍ, ㅎ)의 자리가 바뀌었고, 맨 윗줄에 있던 ㅎ을 쿼티 배열의 D 자리로 옮겼다.주1

3-2014 자판
[그림 14-1] 3-2014 자판
3-2015 자판
[그림 14-2] 3-2015 자판

  이렇게 함으로써 3-2015 자판은 ㄴ+ㅎ→ㄶ, ㄹ+ㅎ→ㅀ으로 겹받침을 일반 글쇠 2타로 조합하기가 편해졌다. 그러나 3-2015 자판이 나온 무렵에는 '윗글쇠+1타'로 겹받침을 한꺼번에 넣는 방식에 관심이 모여 있었고, 홑받침을 이어 쳐서 겹받침을 조합하는 방식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3-2014 자판 (기호/겹받침 확장 배열)
[그림 14-3] 3-2014 자판 (기호/겹받침 확장 배열)

  3-2014 자판은 3-90 자판의 윗글 자리에 들어간 6개 겹받침(ㄲ, ㄶ, ㄺ, ㄻ, ㅀ, ㅄ)이 쿼티 기준으로 Q·W·A·S·Z·X 자리에 들어갔고, 3-90 자판에 없는 6개 겹받침(ㄳ, ㄵ, ㄼ, ㄽ, ㄾ, ㄿ)은 E·R·D·F·C·V 자리에 확장 배열로 들어갔다. 이는 드물게 쓰이는 겹받침 6개를 자리부터 차등을 두어 확장 · 부가 요소처럼 필요나 형편에 따라 뺄 수도 있게 하려는 뜻이었다.주2 갈마들이 공세벌식 자판도 수동 타자기에서 이어진 공세벌식 자판의 한 갈래이므로, 타자기에서 E·R·D·F·C·V 자리의 확장 배열이 생략될 수 있는 것을 헤아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 3-2014 자판 제안자(팥알)의 생각이었다.주3

3-91 자판 (공병우 최종 자판)
[그림 14-4] 3-91 자판 (공병우 최종 자판)
3-2015 자판
[그림 14-5] 3-2015 자판

  3-2015 자판의 겹받침 배열은 3-91 자판을 익숙하게 쓰는 사람들의 편의를 높인 꼴이다. 쿼티 기준으로 Q · W · E · R에 놓인 ㄲ · ㄺ· ㄵ · ㅀ은 3-91 자판을 쓰던 사람들이 공감하기 좋은 자리에 있다. 3-2014 자판과 달리, 3-2015 자판은 12개 겹받침 가운데 일부를 줄이는 것을 헤아리지 않았다. 겹받침 가운데 하나라도 빼면 3-2015 자판의 겹받침 배열은 짜임새가 흐트러질 수 있다.

  3-2015 자판은 'ㅓ'의 자리와 ㅣ+ㅐ→ㅒ 규칙을 3-2014 자판에서 그대로 받아들였고, 같은 글쇠 2타로 겹받침을 조합하거나 ㅐ+ㅐ→ㅒ로 조합하는 규칙은 3-2014 자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3-2015 자판에는 겹받침 역순 입력(ㄱ+ㄹ→ㄺ)이나 첫된소리 변칙 입력(ㅇ+ㄱ→ㄲ)처럼 옛한글이 아닌 요즘한글 영역에서 쓸 수 있는 입력 기능들도 들어갔다.

3-2015 옛한글 자판
[그림 14-6] 3-2015 옛한글 자판

  3-2015 옛한글 자판은 옛한글을 넣기 위한 3-2015 자판의 응용 배열안이다. 3-2014 자판의 옛한글 입력 방안보다 구성이 간단하여 직관성이 높은 것을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3-93 옛한글 자판처럼 첫가끝 갈마들이를 쓰지 않고 쓰도록 제안되었다.주4 옛받침은 ㅿ · ㆆ · ㆁ의 자리가 3-93 옛한글 자판과 다르다. 받침은 ㅿ · ㆆ · ㆁ은 ㅅ · ㅎ · ㅇ과 짝지어져 놓였는데, 그 때문에 받침 ㅎ 자리가 요즘한글 배열가 다르게 바뀐 것은 옥의 티이라고 할 수 있다. 느낌표(!)도 받침 ㆆ 때문에 3-90 자판처럼 B 자리로 옮겨 갔다.

2) 3-2015 자판의 변형안들 - 3-2015P, 3-2015M

  3-2015 자판에서 좋고 나쁨에 관한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입력 규칙들도 있었지만, 3-2014 자판보다 홑받침 배열을 정돈하고 필요가 적은 기능들을 가지치기한 것은 갈마들이 공세벌식 자판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성과였다. 이 점을 잘 이용하면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으로 관심이 높아진 공세벌식 자판에 신선한 바람을 더 불어넣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세벌.org (https://sebeol.org)
[그림 14-7] 세벌.org (https://sebeol.org)

  3-2015 자판을 제안한 소인배는 sebeol.org라는 주소로 그물터를 따로 만들어서주5 공세벌식 자판 가운데 가장 효율이 높음을 내세워 3-2015 자판을 통합안으로 보급하기 위한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 홍보 방식은 성급한 면이 적지 않았다. 3-2014 자판이 2014년의 연구안 단계에서 2015년 1월에 배열을 확정하기까지 검토 기간을 거친 것에 비하면, 3-2015 자판은 2025년 2월에 확정안이 나오기까지 공개 연구 기간을 한 달도 채 거치지 않았다. 그러나 소인배는 확정안을 공개한 뒤에 3-2015 자판의 배열을 바꾸지 않으려는 입장이어서, 뒤늦게 나오는 의견과 방안이 3-2015 자판에 크게 반영될 길은 사실상 막혀 있었다.

  그 무렵에는 며칠 사이에도 새로운 의견과 방안이 더 나오던 때였으므로, 개선안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3-2015 자판을 세벌식 자판의 통합안으로 홍보하는 것은 이른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바삐 이루어지는 3-2015 자판 연구와 홍보는 세벌식 자판을 쓰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을 수 없고 이해관계도 있을 수 있어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쁘게 만들었다.

  3-2015 자판이 나오면서 3-2014 자판은 더 쓰지 못할 구식이 되었다. 그렇지만 겹받침 배열 등에서 3-2015 자판은 3-2014 자판과 시각차가 크다. 3-91 자판의 어지러운 겹받침 배열에서 벗어나려는 목표를 둔 3-2014 자판과 3-91 자판의 겹받침 배열 편의를 살리려는 목표를 둔 3-2015 자판은 서로 양보 못할 목표를 내세우는 관계였다.

  공세벌식 자판에서 홑받침 2개로 겹받침을 넣는 것이 수월하다면 '윗글쇠+1타'로 넣는 겹받침 배열에 집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3-90 자판에서처럼 ㄹ+ㅂ→ㄼ으로 조합하여 넣는 것보다 3-91 자판에서처럼 윗글쇠를 함께 눌러 ㄼ을 한꺼번에 넣는 것을 더 편하기 느낄 수 있는 것은 2010년대의 갈마들이 공세벌식 자판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잘 연구하여 홑받침 2개로 겹받침을 조합하기 쉬운 받침 배열을 만들어 내더라도, 윗글쇠를 눌러 겹받침을 넣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 방식만이 아니라 이미 익힌 겹받침 배열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ㅓ 자리에서도 다른 요구가 나올 수 있었다. ㅓ가 쿼티 배열의 R 자리에 있으면 갈마들이 공세벌식 배열을 깔끔하게 꾸리기 좋다 보니, 3-2014 자판과 3-2015 자판의 ㅓ는 R 자리에 놓여 있다. 그 동안 공세벌식 자판은 오래도록 ㅓ가 T 자리에 놓이는 한글 배열의 틀이 자리잡혀 있었다. 공세벌식 자판을 오래 쓴 사람일수록 R 자리로 옮긴 ㅓ 자리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고, 평생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바뀐 ㅓ 자리가 공세벌식 자판에서 갈마들이 방식을 쓰는 데에 꼭 필요한 조건은 아니다. ㅓ 자리 때문에 갈마들이 공세벌식 자판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억울한 경우를 만들 바에는, 예전의 ㅓ 자리를 따르는 갈마들이 공세벌식 자판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다.

  2015년 2월에 뒤이어 나온 3-2015P와 3-2015M은 겹받침과 ㅓ 자리 등에서 3-2015 자판과 다른 요구를 담은 변형안이다.

① 3-2015P

3-2015P 자판 (+ 겹받침 확장 배열)
[그림 14-8] 3-2015P 자판 (+ 겹받침 확장 배열)

  3-2015P 자판은 팥알(글쓴이)이 3-2015 자판의 변형안이다.주6 3-2015 자판의 홑받침 배열을 따랐고, 겹받침 배열은 3-2014 자판을 따랐다. 3-2014 자판에서 마련한 기호/옛한글 확장 배열도 3-2014 자판의 기조를 이어갔다.

② 3-2015M

[그림 14-9] 3-2015M 자판
[그림 14-9] 3-2015M 자판

  3-2015M 자판은 메탈리쟈가 제안한 2015 자판의 변형안이다. 숫자 · 기호 · 받침 배열은 3-2015 자판과 같고, ㅓ · ㅐ의 자리를 3-90 및 3-91 자판과 같게 되돌렸다. 3-90 및 3-91 자판을 쓰던 사람들이 ㅓ · ㅐ 자리를 따로 익힐 필요 없이 바로 쓸 수 있는 갈마들이 공세벌식 자판인 것에 뜻을 둘 수 있다. 그 대신에 ㅒ가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ㅐ의 윗글 자리가 아닌 곳에 놓였다. 이 때문에 ㅣ+ㅐ=ㅒ 조합 규칙을 쓸 수 없고, ㅓ+ㅓ=ㅒ와 ㅐ+ㅓ=ㅒ로 조합하는 방안이 제안되었다.

▣ 3-2015 자판 연구에 쓰인 '정량적 피로도 모델'

  소인배의 3-2015 자판 연구에서 홑받침 배열을 확정하는 데에는 Carpalx 모델이라는 정량적 피로도 모델 이론이 이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글을 치면서 손과 손가락이 글쇠 자리를 옮겨 다닐 때의 피로 유형들을 예상하여 모델로 정해 놓고, 글을 1타씩 쳐 나갈 때에 예상 피로도를 더해 나가는 방법이다. 특정한 글을 쳤을 때의 전체 피로도를 셈하여 여러 배열들 가운데 어느 것을 쓸 때에 더 피로하고 덜 피로한지를 견줄 수 있다.

  Carpalx 모델은 영문권에서 발전한 이론이고 한글 문화권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는 않으므로, 한글 자판에 맞는 모델이 깊이 연구되지 않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다. 소인배의 연구에서도 한글 자판을 비교하기 좋게 미리 연구된 성과를 이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므로, 연구자 스스로 모델을 세울 수밖에 없는 사정은 어느 만큼 이해하고 넘어갈 만 하다.

  그렇지만 3-2015 자판 연구에서 비판할 부분이 없지는 않다. 이를테면 소인배의 모델에서는 손목을 바닥에 붙이고 쓴다는 가정이 들어 있다. 바닥에 붙인 손목을 축으로 손을 회전할 수 있다는 가정 때문에 몇몇 글쇠들(주로 맨 윗줄)을 맡는 손가락이 달라지고 글쇠 자리들의 좋고 나쁨에 관한 상대적인 평가도 달라진다.

  첫가끝 갈마들이를 쓰는 세벌식 자판에서는 홑소리와 받침을 같은 글쇠로 이어 치는 때를 아주 피할 수는 없다. 다른 낱자를 넣으면서 같은 글쇠를 거듭 치는 행동은 조금이라도 잦으면 손가락이 아파서 자판 배열을 쓰지 못하게 할 만큼 생각보다 큰 피로를 일으킬 수 있다.주7

신세벌식 2015 자판
[그림 14-10] 3-2015M 자판신세벌식 2015 자판

  신세벌식 2015 자판이 안타깝게도 그런 점을 걸러내지 못한 사례이다. 이 배열을 쓴다면 ㅣ+ㄴ, ㅐ+ㅇ 같은 조합만으로도 왼손가락이 지는 부담이 누군가에게 '살인적'일 수 있다. 이는 잠깐 있으면 금방 피로가 풀릴 수 있는 유형과는 차원이 다르다. 신세벌식 자판의 배열을 바꾸며 하나하나 시간을 두고 정직하게 몸소 쓰면서 시험하다 보면, 이런 유형의 타자 동작 때문에 손가락이 점점 지치다가 피로가 풀리지 않고 아파 와서 배열을 도저히 쓸 수 없는 지경을 겪을 수도 있다. 모델에 모든 경우를 미리 헤아려 두었다면 이런 유형도 쉽게 걸러낼 수 있겠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중대한 피로 유형을 빠뜨렸는데 이론을 보완하지 않고 그대로 따르는 것은 큰코다칠 일이다.

  이론이 완벽하지 않았더라도 소인배의 3-2015 자판 연구에서 홑받침 배열이 개선된 것에는 공세벌식 자판의 짜임새가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세벌식 자판에서는 줄곧 E · R · D · F · C · V 자리에 자주 쓰이는 홀소리들이 놓였고, Q · W · L · A · S · Z · X 자리에 자주 쓰이는 받침들이 놓였다. 맨 윗줄의 1 · 2 · 3 자리에도 자주 쓰이는 받침들이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공세벌식 자판에는 신세벌식 자판보다 E · R · D · F · C · V 자리에 상대적으로 더 드물게 쓰이는 받침들이 들어갈 수 있다. 그러므로 Q · W · L · A · S · Z · X와 1 · 2 · 3 자리의 받침들을 크게 옮기지 않는다면, E · R · D · F · C · V 자리의 홑받침들이 그 윗글 자리의 홀소리와 얽히는 때는 드물 수밖에 없다.

  공세벌식 자판의 홀소리/받침 배열 짜임새는 갈마들이를 쓰는 조건에서 'ㅣ+ㄴ'이나 'ㅐ+ㅇ' 같은 조합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 굵직한 배열 요소들이 미리 통제된다면 E · R · D · F · C · V 자리의 홑받침 배치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일에는 한글 자판의 복잡한 특성을 따질 필요가 적을 수 있다.

〈주석〉
  1. 3-2015 자판의 받침 ㅍ과 ㅎ의 자리는 신세벌식 P2에도 이어지고 있다. back
  2. 3-2014 자판의 초안에는 드물게 쓰이는 편인 6개 겹받침(ㄳ, ㄵ, ㄼ, ㄽ, ㄾ, ㄿ)이 없었다. 팥알과 소인배의 대화를 거친 뒤에 6개 겹받침들이 E·R·D·F·C·V 자리의 확장 배열에 추가로 들어갔다. back
  3. 수동 타자기에서 E·R·D·F·C·V 자리의 겹받침 확장 배열은 3단 활자로 구현해야 하는데, 3단 활자를 쓰는 타자기는 영문 타자기에서 흔히 쓰이는 2단 활자를 쓰는 제품보다 만드는 데에 어려움과 번거로움이 크다. 그래서 수동 타자기를 쓰는 시대의 공병우 타자기도 한글/영문 겸용 타자기가 3단 활자로 나오면서도 2단 활자로 나오는 제품이 함께 나왔다. 2단 제품은 만들고 수리하는 것에 이점이 있고, 3단 제품은 비싸고 유지 · 보수에 불리하지만 기능이 우월할 수 있다. 서로 배열이 비슷하면서 조금 다를 수도 있었다. back
  4. 나중에는 공세벌식 옛한글 자판을 쓰더라도 첫가끝 갈마들이를 꽤 많이 쓸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다.(https://ohi.pat.im/?ko=3-2015-y) back
  5. sebeol.org는 2016년에 운영이 중단되었다가 어느 개인 사용자가 게시판을 뺀 나머지 부분들을 복구해 놓은 상태이다. back
  6. 따지고 보면 3-2015 자판이 3-2014 자판의 변형안이기도 해서 셋의 관계가 묘하다. back
  7. 글쓴이도 이 점을 깊이 알지 못하고 있다가 2015년 중반 이후에 깨닫기 시작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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