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 38 자판이란?

  김국 38 자판은 〈한글 세벌식 자판의 세 가지 유형과 남북 통합 설계〉(김국, 품질경영학회지 제37권 제4호 53째 쪽,  2009)라는 논문에 '공병우-김국 38 자판' 또는 '세벌식 38 자판'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공병우 계열에 속하는 세벌식 자판 설계안이다. 이 논문에는 안마태 자판과 배열이 비슷한 세벌식 30 자판과 현행 표준 두벌식 자판의 홀소리 배열을 비슷하게 쓴 세벌식 36 자판(삼태극 자판), 세벌식 27 자판, 세벌식 29 자판이 설계안으로서 함께 제시되어 있다.주1

김국 38 자판
김국 38 자판 (김국, 〈한글 세벌식 자판의 세 가지 유형과 남북 통합 설계〉, 2009)

  김국 38 자판에는 홀소리 ㅐ·ㅒ·ㅔ·ㅖ가 글쇠에 없다. 3-90 자판이나 3-91 자판처럼 정통 공병우 자판에는  겹홀소리를 만들 때에 쓰는 ㅗ·ㅜ가 글쇠에 하나씩 더 있지만, 김국 38 자판에는 ㅗ·ㅜ가 각각 하나씩만 있다. 그래서 ㅐ·ㅒ·ㅔ·ㅖ·ㅙ·ㅞ는 다음처럼 왼손 쪽에 있는 다른 홀소리 글쇠를 조합하여 넣는다.

  • ㅏ + ㅣ = ㅐ
  • ㅑ + ㅣ = ㅒ
  • ㅓ + ㅣ = ㅔ
  • ㅕ + ㅣ = ㅖ
  • ㅗ + ㅏ + ㅣ = ㅙ
  • ㅜ + ㅓ + ㅣ = ㅞ

 

  김국 38 자판은 머무름표(;)와 작은 따옴표(')를 뺀 특수기호들이 영문 쿼티 자판과 같은 자리에 놓여 있고, 순아래 자판처럼 요즘한글을 윗글쇠를 누르지 않고 넣을 수 있다. 순아래 자판은 한글이 44글쇠를 차지하는데, 김국 38 자판은 38글쇠를 써서 순아래 자판보다 한글 낱소리가 기호 자리를 덜 침범하였다.

  하지만 김국 38 자판은 공병우 계열 세벌식 자판을 업무에 익숙하게 쓰고 있는 사람들이 불편하게 여길 수 있는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ㅐ·ㅒ·ㅔ·ㅖ와 겹홀소리 ㅘ·ㅝ 등을 넣을 때에 왼손으로 두 타를 친다. ㅙ·ㅞ와 같은 겹홀소리를 칠 때는 세 글쇠를 눌러 넣는다. 한글이 차지하는 글쇠 수가 줄어든 대신에 홀소리와 받침을 맡는 왼손의 짐이 널리 쓰이는 공병우 자판(3-90 자판 등)보다 더 크다.주2 주3

  두째로 받침 ㅆ을 누를 때에 약한 손가락을 거듭 두 번 쓴다. 널리 쓰이는 공병우 세벌식 자판에는 받침 ㅆ이 넷째 손가락 자리에 따로 들어가 있지만, 김국 38 자판은 쿼티 자판의 Q 자리에 들어간 받침 ㅅ을 두 번 눌러 ㅆ을 넣는다. 쿼티 자판의 A 자리라면 거듭 치더라도 왼손이 덜 지치겠지만, Q 자리 글쇠는 손가락을 더 뻗어 쳐야 하므로 김국 38 자판의 받침 ㅆ 자리가 왼손 새끼 손가락이 더 빨리 지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세째로 숫자 넣기가 편하지 않다. 숫자가 왼손과 오른손 자리를 모두 걸쳐 윗글 자리에 들어가 있으므로, '1627384950'과 같은 숫자를 넣을 때에 왼쪽/오른쪽 윗글쇠를 자주 바꾸어 눌러야 하는 문제가 있다.주4 김국 교수의 논문에는 이에 대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지만, 걸쇠(윗글쇠 고정 글쇠, Caps Lock)를 걸어 놓고 숫자를 넣게 하는 기능을 끼워넣어야 긴 숫자를 그나마 매끄럽게 넣을 수 있다.주5

  넷째로 받침 ㄷ, ㅈ, ㅌ이 오른손 쪽에 들어가 있다. 순아래 자판처럼 몇몇 받침이 오른손 쪽에 들어간 특징은 받침을 넣을 때의 규칙성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이들 받침들을 윗글쇠를 쓰지 않고 누를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순아래 자판보다 오른손 쪽은 좁은 범위에 받침이 들어가서 손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다.

  이런 점들을 헤아려 보면, 김국 38 자판은 안종혁님의 순아래 자판의 취지를 이어 받은 아랫글 세벌식 자판 배열이라고 볼 수 있다. 실무에 쓰고자 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ㅐ·ㅒ·ㅓ·ㅔ와 숫자를 넣을 때의 불편함이 크게 걸리겠지만, 손이 불편하여 표준 한글 자판을 다루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윗글쇠를 쓰지 않고 한글을 넣을 수 있게 한 점이 매력이 될 수 있다.

순아래 자판 (안종혁)
세벌식 순아래 자판

  새로운 세벌식 자판 배열이 학회지에 실리는 논문을 통하여 나오는 일은 흔하지 않다. 2000년대(2000~2009년)는 1990년대보다 세벌식 자판에 대한 관심이 가라앉은 때였다. 김국 38 자판은 새로운 세벌식 자판 배열 연구가 끊어지다시피 한 때에 공병우 세벌식 배열의 계보를 이은 설계안이다.

  그러나 아직 김국 38 자판은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공병우 세벌식 배열들과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자판 배열은 아니다. 오른쪽 ㅗ·ㅜ처럼 공병우 세벌식 자판을 오랜 쓸 때에 손가락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는 안전 장치가 빠진 꼴이어서 널리 실용안으로 권할 수는 없는 꼴이다. 또한 실용안으로 바라볼 때의 38 자판에 대한 평가는 꾸준히 쓰는 사람들을 통하여 이루어 져야 하는데, 아직 38 자판을 업무에 쓰는 사람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38A 같은 개선판이  더 나오기도 하였다.주6 그래서 글쓴이는 김국 38 자판이 일반 셈틀 자판에서 일반인을 겨냥한 실용 배열이 아니라, 이동 기기 자판과 윗글쇠를 쓰지 않는 것을 겨냥한 설계안이라고 본다.

  아래는 숫자에 대한 윗글쇠 고정 기능과 낱자 처리 규칙(홀소리 조합 규칙)을 넣어 김국 38 자판을 구현한 날개셋 설정 파일이다. 배열표에 없는 머무름표(;)는 넣지 않았고, 배열표에 비어 있는 자리는 그대로 비워 두었다.

김국 38.ist
(날개셋 입력기 유형 파일)
☞ 2014.8.14.에 글을 더 고치고 다듬어 올렸습니다.
☞ 2014.10.31.에 글을 더 고쳤습니다.
〈주석〉
  1. 배열 이름의 숫자는 한글 낱소리가 차지하는 글쇠 수를 뜻한다. back
  2. 김국 38 자판은 공병우 자판에 둘씩 있는 ㅗ·ㅜ를 하나로 줄이고 ㅐ·ㅔ를 빼서 한글 낱자가 차지하는 글쇠 수를 줄였지만, 이 때문에 왼손을 거듭 쓸 때가 늘어서 왼손이 느끼는 짐이 더 크고 이어 치는 흐름도 매끄럽지 못하다. 분당 200타 이상을 치는 공병우 자판 사용자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back
  3. 사람들은 ㅐ·ㅒ·ㅔ·ㅖ보다는 ㅑ·ㅕ·ㅛ·ㅠ를 빼는 쪽을 더 자연스렵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면 ㅐ·ㅒ·ㅔ·ㅖ를 그대로 두고 ㅑ·ㅕ·ㅛ·ㅠ를 뺐을 때는 ㅙ·ㅞ와 같은 겹홀소리를 넣을 때에 왼손으로 세 글쇠씩 누르는 때가 생기지 않는다. back
  4. 3-90, 3-91를 비롯한 여러 공병우 세벌식 자판들에는 숫자 10개가 한 손 쪽에 몰려 있고, 모두 윗글 자리에 들어 있다. 이는 숫자를 넣으면서 왼쪽/오른쪽 윗글쇠를 자주 바꾸어 누르는 때가 없게 하기 위한 짜임새이다. back
  5. 글쇠값을 수식으로 넣을 수 있는 날개셋 입력기의 도움을 받으면 영문 로마자를 넣을 때처럼 숫자에 대한 걸쇠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back
  6. 38A 자판은 받침 ㅅ 자리를 넷째 손가락으로 옮겨 받침 배열 개선을 꾀하였고, 옛한글 낱자와 문장 부호가 더 들어갔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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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벌 2013/01/24 04:3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김국자판은 실용적이지 않겠네요. 공병우 자판에 쌍시옷받침이 따로 있고 ㅗㅜ 가 두개씩 있는데 김국자판은 그걸 인정하지 않겠다는...

    • 팥알 2013/01/24 10:1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김국 자판은 윗글쇠를 쓰지 않고 한글을 넣게 한다는 목표 때문에 설계 제약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렇더라도 공병우 자판에서 받침 ㅅ이 새끼 손가락 자리에 들어간 것은 ㅆ이 따로 들어 있기 때문인데, ㅆ을 빼고 ㅅ 자리를 조율하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김국 38 자판이 실용안이 되려면, 새끼 손가락을 뻗어서 거듭 두 번 치게 하는 것은 꼭 고쳐야 합니다.

      저는 한글을 넣을 때에 윗글쇠를 쓰지 않는 배열은 신세벌 자판이나 3-2012 한 손가락 자판( http://pat.im/938#4-1 )과 같은 방식이 김국 38 자판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국 교수의 생각은 저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김국 교수는 자판 배열들을 발표한 논문에서 신세벌 자판을 "머릿속에서 인식하는 것과 모니터에 나타나는 것과 불이치하고, 한 번 더 치면 다른 글자가 나타나는 것은 도깨비불 현상과 같은 비정합적이다. 또 불필요한 키 입력 동작을 강요받게 된다. 역시 어문 불일치한 점 때문에 기능성 자판 이상의 보편성을 갖기 어렵다."고 평했습니다.

      김국 38 자판 등은 정통 공병우 자판보다 한글 글쇠 수를 줄였을 뿐만 아니라 윗글쇠를 쓰지 않고 한글을 넣는 배열이어서 설계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그런데도 한 글쇠로 둘 이상의 구실을 하게 하는 것을 정합성이 떨어진다고 하여 활용하지 않은 것은 잘못입니다. 글쇠를 적게 쓴 것에 대한 대책 없이 실용성 있는 배열이 나올 리는 없겠죠. 지금 생각해 보면, 김국 교수의 세벌식 자판 연구에서 타자기에서 이어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신세벌식처럼 전자 기기에서 구현할 수 있는 입력 방식을 접목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2. 가온 2013/07/28 14:2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유익한 지적이 있지만 오해나 잘못 판단하는 것이 있다고 봅니다.
    윗글쇠를 쓰지 않고 한글을 넣는 목표가 설계 제약을 받는다든지, 설계가 매우 까다롭다는 지적 - 인간이 사용하는 많은 도구는 설계 제약이 있습니다. 설계조건, 목표가 무엇이냐에 달린 것입니다. 키보드 역시 물리적인 국제표준 하에서 문자 및 부호의 입력을 효과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과거 세벌식 타자기에서 겹받침, 겹모음의 모양을 무시할 수 없어서 이들을 상당수 할당하였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67개의 모든 자모를 넣을 수가 없고 제한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ㅐㅔㅒㅖ는 할당하고 ㅘㅙㅚㅝㅞㅟ는 할당하지 않았으며(두 종류 모두 문자적 위상은 같음. 전자에 대해 너무 익숙해 있을 뿐) 대신 겹모음용 ㅗㅜ를 넣었죠. ㅗㅜ가 이중으로 할당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ㅆ 역시 초성·종성에 다 있는데 자판에선 달리 할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ㅅ을 새끼손가락으로 치는 것은 개선해야만 하겠지요.
    어쨌든 글자를 많이 할당하는 것은 사용자의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ㄳ, ㅆ을 할당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영어에서 th를 할당하는 것도 정당하겠죠. 기본 자모(알파벳)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초성ㄱ과 받침ㄱ은 같은 ㄱ이지만 위상 및 폰트가 다르지요. 마치 A와 a가 같은 알파벳이면서 폰트~용례가 다르듯. 그래서 24자모 및 14 받침자로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세벌식은 디지털이나 아날로그에서 같은 자리의 할당이 좋다고 봅니다. 디지털에서만 가능한 신세벌과 같은 자판에 대해서는 논외입니다.

    • 팥알 2013/07/31 02:3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38 자판처럼 옛 공병우 타자기 자판에서 조금 벗어나는 설계안도 수동 타자기 호환성까지 바라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더라도 수동 타자기를 만들어 쓰려는 게 아니면, 오늘날에 쓸 자판을 만들며 수동 타자기 설계까지 헤아릴 필요는 없습니다.

      겹받침/겹홀소리 문제는 공병우 자판의 아픈 구석이지만, 개선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한글 낱자가 차지하는 글쇠 수를 줄이는 건 좋지만, 타자 동작에서 희생이 따릅니다. 순아래 자판의 왼쪽 ㅗ·ㅜ를 첫째손가락(엄지)로 치는 임창수님의 변칙 타자법( http://pat.im/1010?commentId=76667#comment76667 )처럼 글쇠 수를 줄인 부작용을 막을 대안이 있어야 글쇠 수도 줄이고 빠른 타자 속도까지 바랄 수 있습니다.

      공병우 자판의 틀에서 왼손 두째 손가락은 타수 비율이 가장 높지만, 거듭 쓰는 때가 적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38 자판처럼 ㅐ,ㅔ를 빼고 ㅗ,ㅜ마저 하나만 둔 배열을 쓰면 겉으로 드러나는 타수보다 왼손 두째 손가락이 많은 짐을 지게 됩니다. 이 문제는 표준 자판보다 빠르거나 편하게 치기를 바라는 이들이 크게 느낄 만한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영문 자판이라면 문제가 덜하지만, 규칙성이 더 큰 한글 세벌식 자판은 공병우 자판처럼 왼손 쪽에 한글 낱자 두 벌이 몰린 배열이 잘못 짜였을 때에 한 쪽 손가락에 부작용이 꾸준히 몰려 나타나기 쉽습니다.

      아무래도 비주류/비표준 자판을 쓰는 이들은 대체로 표준/주류 자판보다 나은 속도/편의/기능에 관심이 많다 보니, 바라는 효과만 크게 얻을 수 있으면 국제 규격에서 벗어나거나 많은 글쇠를 쓴 것을 나쁘게만 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표준 자판과 비슷한 무난함을 바라며 세벌식 자판(어떤 종류든)을 익히려 들지는 않기 때문에, 특출한 장점이나 꼭 쓸 수밖에 없는 기능을 내세우지 못하는 세벌식 배열은 잘 쓰이지 못하고 묻히는 예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3. 세벌 2014/05/17 06:3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오프라인에서 김 국 님을 만났습니다. 팥알 님께서 세벌식자판 관련 발표자료를 만들어서 발표를 하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네요.

    • 팥알 2014/05/17 15:4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38 자판에 대하여 비판하는 쪽의 글을 올려 죄송한데,
      김국 교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된다면 자료 정리해서 발표하고는 싶습니다.
      하지만 요즈음 개인 사정 때문에 집중해서 일하기가 어려워서
      온라인 활동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ㅜ.ㅜ
      아직 정리 못한 공병우 세벌식 관련 자료나 의견을 올해 안에 더 공개하고는 싶었는데, 집중하면 며칠 만에 끝날 일이 몇 달 넘게 질질 늘어질 때가 많아서 딱 어느 때에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온라인으로 겨우 할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4. 세벌 2014/10/07 12:2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김 국 님과는 연락하고 지내시나요? 전에 자판 관련 설문조사 이후 연락이 없네요.

    • 팥알 2014/10/10 12:4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설문과 관련된 내용의 진행 상황은 저도 다음 연구 회의에 참석해 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