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한글 입력기] 첫가끝 조합, 첫가끝 풀어쓰기

(1) 첫가끝 낱자로 조합하기

  유니코드의 한글 부호값으로 한글을 조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가장 흔히 쓰이는 한글 조합 방식은 한글을 낱내 단위로 조합하는 완성형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한글을 낱자 단위로 넣는 첫가끝 조합형 방식이다. 유니코드에서의 완성형 방식은 요즘한글을 나타낼 때에 흔히 쓰이고, 첫가끝 조합 방식은 완성형으로 나타내지 못하는 옛한글 낱내를 나타낼 때에 쓰이고 있다.

  첫가끝 조합형은 첫소리·가운뎃소리·끝소리 낱자(3벌식 낱자)들에 독립된 부호값을 매기고 낱자와 채움 문자를 차례로 이어 붙여서 한글 낱내를 만드는 한글 조합 방식이다. 한글 조합 폭이 가장 넓어서 요즘한글과 옛한글을 모두 조합할 수 있지만, 요즘한글까지 나타내는 데에는 잘 쓰이고 있지 않다. 첫가끝 조합형에 대한 프로그램과 글꼴 지원도 늦게 이루어져서 불편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첫가끝 조합형을 아주 세밀하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면 첫가끝 조합형으로 넣은 한글을 지울 때는 낱자 단위로 지우게 되는 때가 많다.주1 한글을 낱자 단위로 지울 수 있으면 모아치기 자판에서 방금 친 줄임말을 낱자 단위로 정밀하게 지울 수 있는 점은 좋지만, 첫가끝 낱자들을 지울 때에 채움 문자가 찌꺼기로 남으면 안 보이게 숨어서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첫가끝 조합형을 제대로 지원하는 글꼴을 쓰지 않으면 첫가끝 조합형으로 넣은 한글이 낱자가 풀린 채로 보일 수 있다. 꼭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완성형으로 나타낼 수 있는 한글 낱내자는 완성형으로 나타내고 완성형으로 나타내지 못하는 낱내자만 첫가끝 조합형으로 나타냄으로써 첫가끝 조합형을 되도록 적게 쓰는 방법이 쓰이곤 한다.

  첫가끝 낱자가 꼭 옛한글 또는 옛 우리말을 나타낼 때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첫닿소리 낱자와 끝닿소리 낱자를 가려서 나타내려면, 2벌식 체계인 호환용 한글 자모가 아니라 3벌식 체계인 첫가끝 낱자를 써야 한다. 첫가끝 조합형으로 넣은 한글은 부호값으로 한글 낱자를 분석하기 좋다. 그래서 한글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일은 하는 사람은 요즘한글을 첫가끝 조합형으로 넣거나 바꾸는 기능이 필요한 때가 더러 있을 수 있다.

  한때 온라인 한글 입력기에서 요즘한글까지 첫가끝 조합형으로 조합하려면 옛한글 자판을 써야 했는데, 기능을 더 다듬어서 요즘한글 자판으로도 첫가끝 조합을 할 수 있게 했다. 요즘한글 자판을 쓸 때에는 처음에 한글 낱내를 완성형으로 조합하다가 낱내 조합을 마칠 때에 첫가끝 방식으로 바뀐다. 옛한글 자판을 쓸 때에는 처음부터 한글을 첫가끝 방식으로 조합하므로, 옛한글 자판을 쓸 때의 '첫가끝 조합'은 낱내 조합이 끝난 뒤에 완성형으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에 뜻이 있다.

유니코드 완성형과 유니코드 첫가끝 조합형으로 한글 넣기 비교
유니코드 완성형과 유니코드 첫가끝 조합형으로 한글 넣기 비교

 

(2) 첫가끝 낱자로 풀어쓰기

  여러 가지 한글 조합 방식 가운데 한글을 조합할 수 있는 폭이 가장 넓은 것은 첫가끝 조합형이다. 풀어쓰기를 할 때에도 첫가끝 조합형에 쓰이는 첫가끝 낱자를 쓰면 낱자 단위로 한글 낱자를 나타낼 수 있는 폭이 가장 넓어진다. 전각 문자로 나타내는 한글 호환 자모에는 외국어 표기에 쓰인 ᄼᅠ, ᄾᅠ,ᅎᅠ, ᅐᅠ, ᅔᅠ, ᅕᅠ이 없지만, 첫가끝 부호계는 이 홑낱자들과 함께 이미 알려진 겹낱자들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한글 입력기로 할 수 있는 첫가끝 풀어쓰기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 겹낱자를 풀지 않고 단순히 첫·가·끝 낱자를 끊기만 하는 풀어쓰기 (3벌식)
  • 겹낱자를 모두 홑낱자로 푸는 풀어쓰기
  • 겹낱자를 모두 홑낱자로 풀고 끝소리 낱자를 첫소리 낱자로 바꾸는 풀어쓰기

  여기에 첫소리 ㅇ(이응)을 빼거나 낱내 사이에 빈칸을 넣는 선택 기능이 더해진다.

  첫가끝 낱자를 쓰는 풀어쓰기는 요즘한글보다 옛한글을 겨냥한 풀어쓰기이다. 호환 자모에 옛한글 겹낱자가 있지만 옛한글 겹낱자가 모두 들어 있지는 않아서 호환 자모로 옛한글 겹낱자를 모두 나타내지는 못한다. 첫가끝 부호계에는 여태까지 알려진 옛한글 겹낱자가 모두 있어서 옛한글 겹낱자를 풀지 않는 풀어쓰기에 쓸 수 있다.

  첫가끝 부호계를 쓰는 풀어쓰기는 한글 부호값은 그대로 두고 글꼴 처리로 낱자가 풀린 꼴로 보여 주는 방법을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첫가끝 조합형이 표준이면서도 완성형을 보조하는 수준에서 쓰이고 있다 보니, 아직은 첫가끝 방식으로 넣는 풀어쓰기 방법이 널리 쓰이기 어렵다. 풀어쓰기 연구자들의 생각해 온 뜻에는 어긋나더라도 아직까지는 문자동맹의 R풀어쓰기IB 글꼴처럼 11172개 완성형 부호값을 쓰는 방법이 오늘날의 한글 전산 입출력 환경에서 현실성을 띠는 풀어쓰기 방안일 수 있다.주2

  온라인 한글 입력기의 첫가끝 풀어쓰기 기능은 다른 풀어쓰기 기능과 마찬가지로 이미 나와 있는 글꼴과 익숙한 타자법으로 풀어쓰기를 체험해 보기 위한 실험성 높은 기능이고, 실용성을 깊이 헤아린 기능은 아니다.

첫가끝 낱자를 쓰는 옛한글 풀어쓰기
첫가끝 낱자를 쓰는 옛한글 풀어쓰기
〈주석〉
  1. del 글쇠를 누를 때는 낱자 단위로 지워지고 뒷걸음쇠(backspace)를 누르면 낱자 단위로 지워지는 때가 많다. back
  2. 문자동맹의 풀어쓰기 글꼴은 http://www.designlog.org/2511959 기사에 소개된 적이 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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