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신 타자기

  전신 타자기(인쇄 전신기, 텔레타이프)도 수동 타자기처럼 처음에는 한글 낱자들을 풀어쓰는 방식으로 먼저 쓰였다. 그러다 송계범이 두벌식 자판을 써서 한글을 처리하는 원리를 발표한 뒤에 전자식 한글 처리 장치로 모아 찍는 두벌식 전신 타자기가 나왔다.

  전신 타자기의 두벌식 자판에는 닿소리 14자(ㄱ~ㅎ)와 홀소리 12자(ㅏ,ㅐ,ㅑ,ㅓ,ㅔ,ㅕ,ㅗ,ㅛ,ㅜ,ㅠ,ㅡ,ㅣ)가 들어갔다. 겹닿소리와 홀소리 ㅖ/ㅒ는 글쇠에 따로 들어가지 않아서 다른 낱소리를 조합하여 넣었다. 수동 타자기는 글쇠가 위아래 4줄로 들어간 제품이 많았지만, 전신 타자기에는 글쇠 수가 더 적은 3줄 배열이 흔히 쓰였으므로 꼭 들어가야 할 한글 낱자 수가 적은 2벌식 배열이 3~5벌식 배열보다 전신 타자기에 맞추어 쓰이기 유리했다.

  풀어쓰는 타자기와 모아쓰는 타자기는 자판 배열에서 닿소리 ㅇ(이응)의 자리가 다르다. 모아 쓰는 수동 타자기에는 ㅇ이 바탕 자리에 놓이지만, 풀어쓰는 수동/전신 타자기는 ㅇ이 바탕 자리에서 벗어난 곳에 놓인다. 모아쓰기를 할 때에는 닿소리 가운데 ㅇ의 잦기 비율이 20%에 이를 만큼 가장 자주 쓰이지만, 풀어쓸 때에는 첫소리 ㅇ을 생략할 수 있어서 ㅇ의 잦기 비율이 약 5%까지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동 타자기에서 한글 자판을 바꾸려면 활자를 바꾸어야 하고, 자판 배열 때문에 때로는 기기 구조가 바뀌기도 한다. 아무리 치기 좋은 배열이 있더라도 수동 타자기의 기계 구조에 맞추지 못하면 쓸 수 없다. 하지만 전신 타자기는 코드를 바꾸어 자판 배열을 바꿀 수 있으므로, 글쇠와 활자가 이어진 타자기보다 한글 자판을 자유롭게 만들어 쓸 수 있었다. 풀어쓰는 전신 타자기는 풀어쓴 한글을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실용성이 없었지만, 모아쓰는 전신 타자기에서 선보인 전자식 한글 처리 장치는 두벌식 자판이 풀어쓰기와 수동 기기 설계 제약을 넘어 실무 기기 자판이 되는 기틀이 되었다.

  그러나 모아쓰는 두벌식 전신 타자기는 아직 느렸던 전자 회로에 발목이 잡혔다. 두벌식 전신 타자기가 오랜 동안 많은 한글 정보를 처리하게 하면 처리 장치에서 나는 열을 견딜 수 없었으므로, 두벌식 전신 타자기가 타자수들에게 아주 편리한 기기는 되지 못하였다.


(1) 한당욱·김철수·신한종의 풀어쓰는 전신 타자기

  육군 통신감 한당욱, 육군통신학교 문관 김철수, 조각가 신한종은 1952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실무에 쓰인 한글 전신 타자기를 개발하였다. 이 전신 타자기에 쓰인 두벌식 자판은 한당욱이 1952년 4월 1일에 고안하였다.주1

전신 타자기에 쓰인 한당욱의 두벌식 자판 (1952)

한당욱의 두벌식 전신 타자기 자판 (1952.4.1.)


한당욱의 두벌식 전신 타자기 자판

한당욱의 두벌식 전신 타자기 자판 (「한글 타자기 글자판 및 서체견본」, 《한글정보》 제6호)


한국의 첫 한글 전신문

한국의 첫 한글 전신문 (한당욱·임종철, 〈대학 한글 타자〉)

  이 전신 타자기는 한글 낱자들을 모르스 부호에 대응시켜 로마자처럼 풀어서 찍었고, 홀이름씨(고유명사)는 낱내(음절)마다 사이띄개를 눌러 낱내의 끝을 가렸다. 자주 쓰이는 말을 줄여쓰는 규칙도 쓰였다. (부터=ㅂㅌ, 본문=ㅂㅁ)

  한당욱의 두벌식 자판은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하는 독특한 배열 원리를 따랐다. 이 자판에서 닿소리를 왼쪽에 둔 까닭을 한당욱은 다음을 들어 설명하였다.주2

  • 사람들은 왼손보다 오른손을 훨씬 많이 쓰는데, 홀소리보다 더 많은 닿소리를 왼손으로 치게 하여 왼손을 더 쓰게 하며 중풍과 뇌빈혈 등 질병을 미리 막을 수 있다.
  • 우리글은 거의 닿소리로 먼저 시작한다.
  • 군에서 "앞으로 가" 하면 왼발을 먼저 내딛는다.
  • 바이올린, 피아노 등 악기를 다룰 때 동등한 운동량을 좌우에 두는데, 바이올린은 왼쪽에 더 복잡한 운동량을 둔다.
  • 얽힌 글 : 웹에서 맛보는 두벌식 한글 타자기 자판 - ② 한당욱·김철수·신한종 풀어쓰기 타자기

(2) 장봉선의 풀어쓰는 전신 타자기

장봉선의 풀어쓰는 전신 타자기 자판

장봉선의 풀어쓰는 전신 타자기 자판 (「한글 타자기 발전사」, 《한글정보》제1호, 1992.9)


  장봉선이 1953년에 만든 한·영 겸용 풀어쓰기 두벌식 전신 타자기 자판은 체신부의 통신용 인쇄 전신기(주로 T-100 기종) 자판으로 채택되었다.주3 장봉선은 처음에 이 한·영 겸용 전신 타자기 자판에 영문 드보락 배열을 적용하였다고 한다.주4 1958년에 문교부가 내놓은 '한글 풀어쓰기 타자기 통일 글자판'은 장봉선의 풀어쓰기 타자기 자판을 바탕으로 하였다.주5

  닿소리 ㄱ, ㄷ, ㅂ, ㅈ, ㅅ의 자리는 된소리(ㄲ, ㄸ, ㅃ, ㅆ, ㅉ)을 만들 때에 거듭 치는 점을 배려하여 손가락이 닿기 좋은 자리에 배열하였다. 다른 두벌식 자판들은 대체로 V 자리에 ㅌ·ㅍ 같은 거센 소리가 들어가 있지만, 장봉선의 전신 타자기 자판은 v 자리에 ㅂ을 넣어서 v 자리 글쇠를 더 자주 쓰게 하였다. 홀소리 가운데 ㅐ만이 왼쪽 z 자리에 들어갔다.주6

장봉선의 풀어쓰는 전신 타자기 자판 (T-100)

장봉선의 풀어쓰는 전신 타자기 자판 (T-100) (《두벌 모아쓰기 통신타자기 연구》, 1971)

  총무처와 체신부가 1968년에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정부 부처에 보급된 전신 타자기는 모두 1391대이었다. 그 가운데 장봉선 전신 타자기는 두 종류 1038대가 체신부·전매청·철도청에 보급되었다.주7

장봉선의 풀어쓰기 타자기 글씨가 들어간 결혼 축하 우체국 전보 송달지

장봉선의 풀어쓰기 타자기 글씨로 적힌 결혼 축하 전보 송달지

  1960년대에 우체국 전보 송달지를 찍는 데에 많이 쓰인 한글 타자기는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모아쓰기), 장봉선 다섯벌식 타자기(모아쓰기), 장봉선 두벌식 타자기(풀어쓰기)였다.

  장봉선의 두벌식 전신 타자기 자판 배열에는 ㅐ·ㅔ가 따로 들어 있었지만, 장봉선식 타자기로 찍은 우체국 전보에서는 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ㅐ를 ㅏ+ㅣ로 적었다. ㅖ와 ㅢ는 각각 ㅕ+ㅣ와 ㅡ+ㅣ로 적었다.주8

  풀어쓰기로 적을 때에는 첫닿소리와 끝닿소리(받침)를 같은 활자로 찍는다. 그래서 모아쓰기로 적을 때보다 적은 낱자를 써서 한글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낱내(음절)마다 띄어써야 첫닿소리와 끝닿소리를 가릴 수 있으므로, 말마디(어절)를 띄어쓰는 모아쓰기 방식보다 글이 더 길어지고 더 집중해서 보아야 내용을 알아볼 수 있다.

  풀어쓰기를 할 때에는 첫소리로 적는 ㅇ(이응)를 빼고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첫소리 ㅇ을 빼고 적으면 모아쓰기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이 더 어색하게 느꼈을 것이고, 풀어쓰기로 적은 전보를 처음 보았을 때에 어뗳게 읽어야 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우체국에서 배달한 풀어쓰기 전보에서 첫소리 ㅇ을 빼는 표기 방식까지는 쓰지 못한 듯하다.

  • 얽힌 글 : [우체국 전보] 장봉선 두벌식 풀어쓰기 ① (1962년, 결혼 축하 전보)

[2015.8.31. 더하여 넣음]


(3) 송계범의 모아쓰는 전신 타자기

  1956년에 송계범(당시 전남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은 공청회에서 전자식 처리 장치가 한글 정보를 판정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첫소리와 끝소리를 가려 내어 찍는 이른바 보류식(판정식) 타자 원리를 발표하였다.주9 이 타자 원리는 1958년에 송계범이 내놓은 전신 타자기 시제품으로 실현되었다.주10

송계범의 모아쓰는 두벌식 전신 타자기 자판

송계범의 모아쓰는 두벌식 전신 타자기 견본에 들어간 자판 (《한글정보》 제6호 82쪽)


  송계범의 전신 타자기는 두벌식 자판으로 모아쓴 한글을 나타내게 한 첫 기기이다. 자판은 닿소리 한 벌과 홀소리 한 벌을 갖춘 두벌식이지만, 5벌 활자를 갖추어 한글을 찍었다. 송계범의 전신 타자기는 상품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 타자기에서 선보인 보류식 타자 원리는 1969년 이후에 쓰인 정부 표준 두벌식 전신 타자기로 이어졌다. 1980년대 이후에 쓰이는 셈틀(컴퓨터)를 비롯한 전자 기기에도 보류식 타자 원리가 이어지고 있다.주11

  한글 처리 장치가 들어간 송계범의 전신 타자기는 두벌식 자판의 가능성을 눈으로 보여 준 첫 기기이고, 한국에서 처음 개발된 셈틀(컴퓨터)로 보기도 한다.주12 하지만 이 무렵의 전자 회로가 열이 많고 느렸던 탓에 실무 기기로서 오랜 동안 한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4) 박영효·송계범의 두벌식 전신 타자기 자판 시안

  1968년에 박영효와 송계범은 「한글 타자기의 건반 배열에 관하여」(박영효·송계범, 《전기통신연구소보》 1968 9-2)라는 논문을 통하여 전신 타자기에서 쓸 수 있는 두벌식 자판을 설계 원리를 자세히 밝혀 제안하기도 하였다. (관련 글 : 두벌 자판의 설계 원리와 한계 - ① 짜임새와 자판 배열)

박영효-송계범의 2벌식 전신 타자기 자판

박영효-송계범의 2벌식 전신 타자기 자판 시안 (「한글 타자기의 건반 배열에 관하여」)

박영효-송계범의 2벌식 전신 타자기 자판 배열

박영효-송계범의 2벌식 전신 타자기 자판 배열


  박영효·송계범의 두벌식 자판은 한글 자판 가운데 보기 드물게 낱자들을 글쇠에 둔 원리가 글로 꽤 자세히 밝혀져 있다. 위 자판은 낱소리 잦기뿐만 아니라 앞닿소리와 뒷닿소리의 이음 잦기(연관 빈도 또는 결합 빈도)까지 잘 헤아렸다.

  아래는 「한글 타자기의 건반 배열에 관하여」에서 밝힌 글쇠 배열 원칙이다.

  1. 두 손으로 번갈아 칠 수 있게 한다.
  2. 각 손가락의 부담은 두째, 세째, 네째, 다섯째 손가락 차례로 대략 4:3:2:1인 비율이 되도록 한다.
  3. 바탕 자리(home position)에는 자주 나오는 것을 둔다.
  4. 자주 이어 나오는(상관 빈도가 큰) 낱소리들을 같은 손가락으로 거듭 치지 않도록 한다.
  5. 바탕 자리의 윗줄에는 아랫줄보다 자주 나오는 것을 놓는다.
  6. 기억하기 좋게 글쇠를 놓는다.
  7. 두 손의 손가락에 대칭으로 부하가 걸리도록 한다.
  8. 왼쪽(다섯째 손가락 쪽)에서 오른쪽(두째 손가락 쪽)으로 갈수록, 또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끝소리로 더 자주 나오는 닿소리를 배열한다.

  이 원칙들에 따라 낱소리를 글쇠에 놓아 간 차례는 다음과 같다.

  • 가장 드물게 나오는 'ㅋ'을 다섯째 손가락 아랫줄에 놓는다.
  • 가장 자주 나오는 'ㅇ'을 세째 손가락 가운뎃줄에 놓는다.
  • 'ㅇ'과 이음 잦기가 많은 'ㄴ, ㄱ, ㄹ, ㅅ'은 세째 손가락에 놓을 수 없다. 이들 가운데 잦기가 많은 'ㄴ, ㄱ'을 바탕 자리에 놓는다.
  • 잦기로 보면 바탕 자리의 다섯째 손가락에 'ㄹ'이나 'ㅅ'을 놓아야 하나 원칙 2에 맞추기에는 이들의 잦기가 너무 잦으므로(각각 약 10%) 그 다음으로 잦은 'ㄷ'(6~7%)을 놓는다.
  • 다섯째 손가락 윗줄에는 'ㄷ', 'ㅋ'과 거의 붙지 않는 'ㅊ'을 둔다.
  • 네째 손가락의 위·아랫줄에는 'ㄱ'과의 이음 잦기 적은 'ㅁ, ㅈ, ㅌ, ㅍ' 가운데 골라 놓는데, 원칙 8에 맞추어 네째 손가락의 윗줄에는 'ㅈ', 아랫줄에는 'ㅍ'을 놓는다.
  • 세째 손가락의 에는 'ㅇ'과 이음 잦기가 적고 'ㄴ'과의 잦기 합계가 약 30%가 되는 'ㅁ, ㅂ'을 놓는다.
  • 나머지 닿소리의 잦기 및 'ㅇ'과의 이음 잦기와 저마다의 이음 잦기를 헤아려 세째 손가락 위·아랫줄에는 'ㅂ, ㅎ'을 놓고 'ㄹ,ㅁ,ㅅ,ㅍ,ㅌ'은 두째 손가락 자리에 놓는다.
  • 원칙 8을 따라 'ㅂ, ㅎ'과 'ㅅ, ㅁ, ㅌ'의 자리를 잡는다.

  박영효·송계범의 두벌식 자판은 수동 타자기 설계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전신 타자기에서 치기 좋은 배열을 목표로 하여 만들어졌다. 수동 타자기와의 호환을 의식하여 만들어진 1969년의 정부 표준 전신 타자기 자판(바로 뒤이어 볼 배열)보다 닿소리 ㄱ·ㄷ·ㅅ·ㅂ·ㅈ이 치기 좋은 자리에 놓여 있고, 힘이 약한 네째/다섯째 손가락을 거듭 쓰는 때도 더 적다.


(5) 정부 표준 배열을 쓴 두벌식 전신 타자기

  1969년에 과학기술처는 수동 타자기용 네벌식 표준 자판과 전신 타자기용 두벌식 표준 자판을 마련하여 「한글기계화 표준자판(안) 확정 보고서」로 국무회의에 제출하였고,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보고서에 나온 두 자판 배열이 표준으로 확정되었다. 이렇게 하여 1970년대에는 정부 기관들에 송계범이 고안한 두벌식 전신 타자기의 원리를 따르면서 두벌식 전신 타자기 표준 자판을 쓰는 전신 타자기(M-110, MS-110 기종 등)가 보급되었다.

수동 타자기 표준 4벌식 자판

수동 타자기 표준 4벌식 자판 (황해용, 「한글 기계화와 표준 자판」, 1969)


전신 타자기 표준 2벌식 자판

전신 타자기 표준 2벌식 자판 (황해용, 「한글 기계화와 표준 자판」, 1969)


  전신 타자기의 두벌식 표준 자판은 수동 타자기 표준 자판에 비슷하게 맞춘 꼴이다. 겹쳐 써서 된소리를 만드는 ㅂ, ㅈ, ㄷ, ㄱ, ㅅ이 한 줄에 나란히 들어간 것에서 수동 타자기를 만들기 쉽게 한 배열 요소이다. 전신 타자기에서는 이들 닿소리가 꼭 한 줄에 나란히 들어가지 않아도 되지만, 네벌식 수동 타자기에서는 이들 닿소리가 한 줄에 들어가야 첫소리와 끝소리(받침)를 나누어서 두기 좋다. 두 배열이 나온 무렵에는 수동 타자기가 사무실에서 자주 쓰였으므로, 정부(과학기술처)가 수동 타자기 자판을 먼저 헤아린 다음에 전신 타자기 자판을 만든 셈이다. 전신 타자기 표준 자판은 된소리와 ㅐ/ㅔ가 따로 들어 있지 않은 점을 빼면 요즈음에 한국에서 셈틀에 흔히 쓰이는 두벌식 자판과 한글 배열이 같다.

  모든 일이 이론대로 이루어졌다면 정부 표준 배열을 쓴 전신 타자기는 요즈음처럼 간편하고 빠르게 쓰였겠지만, 전자식 처리 장치에서 발목을 잡혔다. 모아쓰는 두벌식 전신기는 안에 들어간 전자식 처리 장치가 첫소리/끝소리를 가리는 작업을 했는데, 처리 장치가 느리고 효율이 낮았던 탓에 한글 입출력 과정에서 많은 열이 났다. 한글 처리를 모두 자동으로 하여 오랜 동안 작업하면 전자 회로에서 나는 열을 견딜 수 없었으므로, 전신기 타자수들은 낱내 끝마다 사이띄개를 누르는 반자동식 타자법으로 써서 기계 고장을 줄여야 했다. 또 이 때에 흔한 기술로 만들 수 없었던 한글 처리 장치 때문에 특정 회사(일본 오끼 전자)의 제품을 써야 했으므로, 두벌식 전신기를 들여오고 유지하는 데에 많은 비용이 들었다.주13

  그런데 이미 1960년대 초부터 내무부 등에서 쓰이던 세벌식(공병우식) 전신기는 받침 치는 글쇠가 따로 있어서 복잡한 한글 처리기가 필요 없고, 미군이 쓰던 영문 전신기를 고쳐서 쓸 수 있어서 기기 변통성이 좋았다. 이 때문에 내무부, 체신청, 철도청을 비롯한 정부 부처들이 두벌식 전신기를 강요하는 정부 정책에 거세게 반발하자, 1971년에 행정개혁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세벌식(공병우식) 전신기를 쓰는 내무부 통신망으로 일원화하게 하는 국무총리 지시가 다시 내려졌다.주14 주15 1970년대까지의 기기 환경에서는 정부가 내세운 두벌식 전신 타자기 표준 배열이 기기 변통성과 실용성이 낮은 실패작이었다.

차례
  • 0. 들어가는 말
  • 1. 풀어쓰는 수동 타자기
    • (1) 언더우드의 한글 타자기
    • (2) 송기주의 두벌식 타자기
    • (3) 김준성 타자기
    • (4) 도덩보 타자기
  • 2. 전신 타자기
    • (1) 한당욱·김철수·신한종의 풀어쓰는 전신 타자기
    • (2) 장봉선의 풀어쓰는 전신 타자기
    • (3) 송계범의 모아쓰는 전신 타자기
    • (4) 박영효·송계범의 두벌식 전신 타자기 자판 시안
    • (5) 표준 배열을 쓴 모아쓰는 전신 타자기
  • 3. 모아쓰는 수동 타자기 (3~4벌식)
    • (1) 진윤권 타자기 (3벌식)
    • (2) 이윤온 타자기 (3벌식)
    • (3) 외솔 타자기 (3벌식)
    • (4) 개정한 표준 배열을 쓴 두벌식 배열 호환형 수동 타자기 (4벌식)
  • 4. 전자 기기
    • (1) 한국의 '정보 처리용 건반 배열' (KS X 5002)
    • (2) 조선의 '정보기술용 조선글자요소의 건반배렬' (KPS 9256)
    • (3) 문서 전용기 (워드프로세서)
    • (4) 휠 타자기
    • (5) 전화기
  • 5. 맺음말
<주석>
  1. 한당욱·임종철, 〈대학 한글 타자〉, 1981 back
  2. 한당욱·임종철, 〈대학 한글 타자〉 23~24째 쪽, 1981 back
  3. 이흥용, 「한글 타자기 글자판 통일 작업의 연혁」, 〈한글 기계화 심의 보고서〉, 1972.10. back
  4. 장봉선, 〈한글 풀어쓰기 교본〉 85째 쪽, 1989 back
  5. 「한글풀어쓰기 통일 글자판」, 《동아일보》, 1958.2.7 back
  6. 문교부의 '한글 풀어쓰기 타자기 통일 글자판'에는 'ㅏㅣ'와 'ㅐ'를 구분하려고 큰 로마자 I 처럼 쓴 '딴이'가 ㅔ 자리에 들어갔다. 뒤에 장봉선은 이 두벌식 배열을 바탕으로 하여 다섯벌식 모아쓰는 수동 타자기를 사무용으로 보급했는데, 다섯벌식 타자기 자판에는 ㅐ와 ㅔ가 쿼티 자판의 ;와 p 자리에 들어갔다. back
  7. 황해용, 「한글 기계화와 표준 자판」, 《과학기술》 제2권 제3호(통권 제7호), 1969 back
  8. 장봉선식 풀어쓰기 타자기로 찍은 다른 전보에서는 ㅡ를 U꼴로 나타낸 모습도 볼 수 있다. back
  9. 「신(新) 한글타자기 원리 문총(文總)서 공청회 개최」,《경향신문》, 1956.1.31 back
  10. 「전기뇌(電氣腦) 한글 테레타이프 완성」, 《경향신문》 1958.12.2 back
  11. 오늘날에 쓰이는 셈틀(컴퓨터)에서는 된소리 낱자(ㄲ, ㄸ, ㅆ, ㅃ, ㅉ)가 따로 들어간 글쇠 배열이 쓰인다. 셈틀에서는 도깨비불은 생기지만 글쇠를 누를 때마다 화면에 한글 낱자들이 바로 나오는 점이 전신 타자기와 다르다. back
  12. 박병주, 「IT 코리아 역사 비뀌나」, 《중앙일보》, 2007.6.1 back
  13. 이흥용, 「한글 타자기 글자판 통일 작업의 연혁」, 〈한글 기계화 심의 보고서〉 22째 쪽, 1972.10 back
  14. 이흥용, 「한글 타자기 글자판 통일 작업의 연혁」, 〈한글 기계화 심의 보고서〉 22째 쪽, 1972.10 back
  15. 송현, 「이 엄청난 국고금 손실과 안보상의 허점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1978.3.5, 〈한글 기계화 운동〉 254~269째 쪽, 인물연구소, 1982 back
2013/05/02 14:08 2013/05/0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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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벌 2013/05/03 19:4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잘 읽었습니다. 글쓰신 데 참고하신 문헌은 어디에 있나요? 중고책방에서도 구하기 힘들텐데...

    • 팥알 2013/05/04 10:3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웬만한 자료들은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서 많이 얻고 있습니다.
      지방에도 두 도서관의 전산 자료를 뽑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도서관들이 있어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국가기록원 같은 곳에서도 볼 수 있거나 지방 도서관이나 골동품 파는 곳에서 어렵게 얻은 문헌 자료도 있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