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기기에 쓰인 두벌식 자판 - 0. 들어가는 말

0. 들어가는 말

2벌식 표준 자판의 짜임새
두벌식 표준 자판의 짜임새

  두벌식 자판은 닿소리와 홀소리가 한 벌씩 들어간 한글 자판을 이른다. 오늘날에 셈틀(컴퓨터)과 휴대 기기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한글 자판 유형이다.

  두벌식 자판은 한글 자판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쉽게 떠올려 온 꼴이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한글 배열 방식이다. 그러나 두벌식 자판이 편리하게 쓰이기까지는 꽤 오랜 세월이 걸렸다. 두벌식 자판으로 친 한글 정보는 첫소리와 끝소리를 가리지 않으므로, 이 정보로 모아쓰는 한글을 나타내려면 기계나 사람이 닿소리 가리는 일을 따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동 타자기에서는 사람이 닿소리 가리는 동작을 해야 했고, 한글 자동 처리 기능을 갖춘 전자 기기가 나온 뒤에도 실무에 거침없이 쓰일 만큼 기기가 빨라지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두벌식 자판을 간편하게 써서 모아쓰는 한글을 찍는 기계는 1980년대에야 사무기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한글을 풀어쓰면 영문 타자기의 틀을 바꾸지 않고 손쉽게 두벌식 한글 타자기를 만들 수 있었으므로, 1970년대까지 쓰인 두벌식 한글 기기들은 많은 수가 풀어쓰기 방식이었다. 그래서 몇몇 한글 학자들과 타자기 연구가들은 한글 풀어쓰기를 두벌식 자판으로 한글 기계화를 손쉽게 이루는 방안으로 여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요즈음은 굳이 한글을 풀어쓰지 않고도 두벌식 자판이 간편하게 쓸 수 있을 만큼 전자 기기가 빨라졌고, 전자 기기의 크기가 나날이 작아짐에 따라 배열이 가장 단순한 두벌식 자판이 맞추어 쓰이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여러 한글 기기에 쓰였던 두벌식 자판들을 살펴본다. 엄밀히 보면 세벌식 또는 네벌식 자판을 썼지만 두벌식 타자기로 불린 과도기형 수동 타자기 자판도 함께 살피되, 실제로 쓸 수 있게 기기로 구현된 적이 있음을 확인할 수 없는 두벌식 자판 배열은 다루지 않는다.

차례
  • 0. 들어가는 말
  • 1. 풀어쓰는 수동 타자기
    • (1) 언더우드의 한글 타자기
    • (2) 송기주의 두벌식 타자기
    • (3) 김준성 타자기
    • (4) 도덩보 타자기
  • 2. 전신 타자기
    • (1) 한당욱·김철수·신한종의 풀어쓰는 전신 타자기
    • (2) 장봉선의 풀어쓰는 전신 타자기
    • (3) 송계범의 모아쓰는 전신 타자기
    • (4) 박영효·송계범의 두벌식 전신 타자기 자판 시안
    • (5) 표준 배열을 쓴 모아쓰는 전신 타자기
  • 3. 모아쓰는 수동 타자기 (3~4벌식)
    • (1) 진윤권 타자기 (3벌식)
    • (2) 이윤온 타자기 (3벌식)
    • (3) 외솔 타자기 (3벌식)
    • (4) 개정한 표준 배열을 쓴 두벌식 배열 호환형 수동 타자기 (4벌식)
  • 4. 전자 기기
    • (1) 한국의 '정보 처리용 건반 배열' (KS X 5002)
    • (2) 조선의 '정보기술용 조선글자요소의 건반배렬' (KPS 9256)
    • (3) 문서 전용기 (워드프로세서)
    • (4) 휠 타자기
    • (5) 전화기
  • 5.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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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라임자 2013/09/01 04:1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잘 읽었습니다. 잘 정리하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장봉선 선생의 말은 믿음이 없습니다. 나는 그 분을 만나고 이야기도 나눈 사람입니다.

    • 팥알 2013/09/02 02:0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도 장봉선 선생의 글을 보며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한 길을 걸으며 한글 기계화에 관한 자료들을 많이 공개한 장봉선 선생의 공로는 크지만, 그 자료들이 그릇된 정보의 원천이 될 때가 되기도 하고 있는 점은 걱정스럽습니다. 실물 증거와 다른 사람의 증언을 함께 살피면서 하나씩 맞추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세벌식 자판에 대한 장봉선 선생의 평가는 억지 논리를 너무 편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게 보일 만큼 치우쳐 있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장봉선 선생의 글만 보고 나쁜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체험과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세벌식 자판 자료가 더 많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2. 나라임자 2013/09/01 04:1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한글타자기는 이원익, 송기주, 공병우로 이어집니다. 사실 공병우 이전 타자기는 연구와 시연 단계이고 공병우 타자기가 실용 타자기로서 최초 타자기입니다. 그래서 공병우 타자기가 최초 타자기라고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공병우의 노력과 업적을 알아야 합니다. 거기서 셈틀 자판까지 이어집니다. 지금 국가 표준이 두벌식인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아니 죄악입니다. 이제라도 한글의 창제 원리와 장점을 잘린 세벌식 자판이 표준이 되어야 합니다. 잘못된 길을 자꾸 가게 하면 안 됩니다.

    • 팥알 2013/09/02 12:5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공병우 타자기가 첫 실용 한글 타자기이라는 점과 세벌식 자판이 표준 규격이 되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의견에 깊이 공감합니다.

      공병우 타자기를 뺀다면, 한글 타자기는 전자식 전동 타자기에 이르러서야 그나마 실용성 높은 기계가 쓰였다고 생각합니다. 타자기 표준 자판 정책이 세벌식 자판도 인정하는 쪽으로 갔다면, 세벌식 수동/전자 타자기가 널리 쓰이면서 한글 타자기 역사가 더 오래 이어질 수 있었을 텐데 아깝습니다.

      세벌식 자판을 주로 쓰는 사람은 다들 세벌식 자판을 표준화하는 일을 거의 반기겠지만, 표준화하는 방법과 내용을 의논하기 시작하면 의견이 엇갈릴 겁니다. 공병우 자판도 여러 배열이 쓰이고 있고, 공병우 자판이 아닌 세벌식 자판도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세벌식 자판에 새로 시도되는 기능이 있으므로, 융통성 없는 표준이 더 나은 배열과 기능을 만들려는 뜻을 꺾을 수 있는 것도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벌식 자판 표준안에는 자판을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한글을 모르는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알 수 있을 만큼 배열 원리와 입력법을 문서로 조리 있게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 표준안에는 그 동안 연구된 배열 가운데 되도록 익히기 쉽고 높은 능률을 낼 수 있는 배열이 예시되어야 합니다. 만약 세벌식 자판을 전혀 쓰지 않는 이가 이 일을 맡는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르니, 표준 논의를 하기 앞서 세벌식 자판을 쓰는 이들 사이에서 잘 연구가 되어 있고 논쟁 거리가 어느 만큼은 잘 매듭지어져 있어야 합니다. 표준화하고자 하는 내용과 목적을 뚜렷이 밝힐 수 있다면, 표준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연구자와 개발자들을 자극하여 보람 있는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옛한글 또는 한글 낱자를 더 둔 확장한글 쪽이나 윗글쇠를 쓰지 않는 배열 쪽에서는 공병우 자판과 그 응용안들에 이점이 있습니다. 이미 대세가 자리잡은 두벌식 자판을 비판하기보다는 드물게 쓰이더라도 배열과 입력법이 절실히 필요한 곳에서 세벌식 자판을 표준화할 까닭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세벌식 자판을 쓰는 사람이 적으면, 공병우 박사의 업적이 잘 알려지기 어렵습니다. 지난날의 한글문화원이 그랬던 것처럼 세벌식 자판을 더 개선하여 쓰는 사람을 늘려 가는 지원 활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안타깝게도 세벌식 자판이 꽤 많이 쓰이게 할 기회는 이미 놓쳤는데, 이제는 더 늦으면 세벌식 자판은 논쟁 거리도 되지 못할 만큼 힘을 잃을지 모릅니다. 지금이라도 쓰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난다면, 공병우 박사를 기리는 사람이 늘고 표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 작은연못 2014/01/08 22:4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몇년전부터 타자기를 수집하는 등 관심을 갖아 오던 중 얼마전부터 우리나라 초창기 타자기 역사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것이 이원익타자기와 송기주타자기, 특히 이원익타자기 같은 경우는 거의 연구개발단계에서 멈춘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공병우박사 자서전을 보면 최초 타자기연구를 시작할 때 시중 상가에서 이원익타자기와 송기주타자기를 구입하였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를 참고하면 이원익타자기도 소수일망정 출시(판매)까지 갔던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과 쓰기는 불편하였지만 어느정도 완성도를 갖춘 타자기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두번째는 송기주타자기는 후손인 송병훈씨가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이유를 혹 알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1992년도 한글날에 전시하였다는 기록은 남아 있습니다. 팥알님의 글을 통하여 많은 지식을 얻고 있습니다.

    • 팥알 2014/01/09 00:0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송기주 네벌식 타자기는 많은 수는 아니더라도 미국 타자기 회사를 통하여 공산품으로 만들어졌고, 시판해서 신문 광고까지 했던 제품입니다. 이원익 다섯벌식 타자기는 어떻게 얼마나 만들어졌는지까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공병우 박사가 이원익 타자기와 송기주 네벌식 타자기를 사무기를 파는 가게에서 보았다는 증언이 두 타자기가 모두 시판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두 타자기가 작업은 불편하더라도 한글을 치는 타자기로서 구실할 만큼의 완성도가 있었던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타자기의 작동 원리나 실제로 쓰면서 부딛히는 문제나 가장 높게 끌어 올릴 수 있는 작업 능률 같은 것은 실물을 다루어 보지 않고서는 자세하고 정확히 알기가 어렵습니다. 타자기에 관한 증언이나 연구 자료들에도 때로 잘못되거나 잘못 받아들이기 쉬운 내용이 있기도 하므로, 저도 참고는 하되 의심할 것은 의심하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확인하며 보려고 있습니다.

      두 타자기는 세로쓰기 방식이었다는 점이 나중에 쓰인 가로쓰기 한글 타자기와 다른데, 만약에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면 그 타자기들이 불편하더라도 더 많이 쓰이고 알려지면서 한글 타자기가 발전해 가는 방향이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송기주 풀어쓰기 투벌식 타자기는 다른 풀어쓰기 타자기 타자기들도 그렇듯이 기계로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풀어쓰기 때문에 실용품은 되지 못하고 묻힌 것 같습니다.

      송기주 네벌식 타자기를 송병훈님이 소장하고 있고 전시한 적이 있다는 기사를 저도 찾아서 본 적이 있습니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까닭을 제가 알 수는 없지만, 짐작하건대 제가 송병훈님이라고 하더라도 아버지의 유품이기도 한 타자기를 남의 손에 잠시라도 맡기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아끼고 소중히 다루지 않았다면 어쩌면 딱 한 대 남았는지 모르는 타자기마저 이미 사라졌을지 모릅니다.

  4. 작은연못 2014/01/09 22:1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팥알님의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설명하신대로 공병우박사님도 역경속에서 한글타자기 개발에 최선을 다하셨지만, 이원익님이나 송기주님도 일제의 방해와 비협조라는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한글타자기 개발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셨음을 인정받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글타자기 실용화와 대중화를 처음으로 이루신 공병우박사님도 자서전을 통하여 최초 한글타자기 발명가는 이원익이며, 이원익과 송기주의 한글타자기를 통하여 한글타자기를 개발하는데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런 의미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타자기인 송기주타자기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받는 등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램입니다.

    • 팥알 2014/01/11 09:1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도 송기주 네벌식 타자기가 문화재로 지정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만 공병우 타자기는 널리 쓰여서 그래도 잘 알려졌는데,
      송기주 타자기에 대해서는 이제야 관심이 일고 있다고 하는 것이 약점이긴 합니다.
      문화재 등록을 담당하는 분들도 송기주 타자기를 잘 알 수 있을 만큼 자료들이 많이 공개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5. 비밀방문자 2014/03/03 22:4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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