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셋] 표준 두벌식 배열 호환형 네벌식 수동 타자기 흉내내기 (1985)
1977년에 외솔 최현배의 손자 최동식은 요즈음에 쓰이는 2벌식 배열과 비슷한 배열을 쓴 수동 타자기를 개발하였고, 1980년대 초에 '외솔 타자기'라는 이름으로 상용 제품을 내놓았다. 두벌식 수동 타자기에 들어간 한글 배열의 뿌리는 1969년에 정부가 지정한 전신 타자기용 두벌식 표준 자판에 있다.
1970년대부터 쓰인 표준 네벌식 수동 타자기는 정부가 자판 배열을 먼저 확정했고, 한·영 겸용 기능 등을 덧붙여 개발하기도 어려워서 변형 배열이 거의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두벌식 타자기는 여러 타자기 회사가 기호와 겹받침 배열을 조금 씩 달리하여 제품을 내놓아서 세부 배열이 조금씩 다른 배열이 5가지 이상 쓰였다. 그러다가 1985년에 정부(과학기술처)가 주도하여 수동 타자기에 쓸 표준 두벌식 배열 호환형 네벌식 타자기 자판을 지정하여 그 뒤의 수동 타자기 공산품은 한 가지 배열로 통일되었다.
두벌식 배열 호환형 수동 타자기는 겉으로 전신 타자기나 셈틀의 두벌식 배열과 비슷한 자판 배열을 쓰지만, 활자에는 닿소리 2벌과 홀소리 2벌을 비롯한 한글 낱소리 4벌이 들어가 있어서 실제로는 4벌식이다. 자주 쓰이는 겹받침 ㄲ, ㄶ, ㄺ, ㅄ, ㅆ 등이 글쇠에 따로 들어가 있으므로 2벌 반식 자판으로 볼 수도 있다. 요즈음 쓰이는 셈틀 자판과는 ㅖ와 ㅒ의 자리가 다르다. 자주 쓰이는 겹받칩 ㄲ, ㄶ, ㄺ, ㄻ, ㅄ, ㅆ과 겹홀소리에 쓰이는 ㅗ, ㅜ가 안움직글쇠에 따로 놓여 있다.
두벌식 타자기에서 윗글쇠(시프트)는 받침 글쇠로 쓰인다. 윗글쇠를 누르면 걸쇠(Shift Lock, Caps Lock)가 눌린 것처럼 윗글 상태가 고정되어 받침 붙는 홀소리와 받침을 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숫자 자리의 윗글에 들어간 !, ", $, (, ) 같은 기호를 칠 때에도 윗글쇠를 걸어 놓은 상태에서 친다. 다른 타자기와 셈틀은 윗글쇠를 일반 글쇠와 함께 눌러 쓰지만, 두벌식 타자기에서는 윗글쇠를 이어 치는 전환 글쇠로 쓴다. 다른 타자기의 걸쇠와 비슷하지만, 윗글쇠가 걸린 상태에서 닿소리 또는 기호 글쇠를 누르면 윗글쇠가 풀린 본래 상태로 돌아가는 점이 다르다.
받침이 없는 낱내는 그대로 치면 되고, 받침이 있는 낱내는 홀소리를 누르기 전에 받침 글쇠(윗글쇠)를 눌러 놓고 친다. '도', '동', '곽', '돐'은 아래처럼 친다.
- 도 → ㄷ + ㅗ
- 동 → ㄷ + 받침 글쇠 + ㅗ + ㅇ
- 곽 → ㄱ + 오른쪽 아래 ㅗ + 받침 글쇠 + ㅏ + ㄱ
- 돐 → ㄷ + 받침 글쇠 + ㅗ + ㄹ + 받침 + ㅅ
날개셋에서는 '글쇠 인식 옵션'을 통하여 윗글쇠를 비롯한 특수 글쇠에도 수식이 들어가는 글쇠값을 넣을 수 있다. 두벌식 타자기를 시늉내고자 윗글쇠가 눌린 상태를 나타내는 변수 Z를 두었고, '글쇠 인식 옵션'에서 윗글쇠를 누르면 Z 값에 1가 들어가게 하였다.
일반 글쇠에서 닿소리 또는 기호를 누를 때에 Z 값이 0이 되게 하여 윗글쇠가 본래 상태로 돌아가는 타자기의 동작을 흉내내었다. Z 값이 0일 때(윗글쇠가 눌리지 않았을 때)에 홀소리 글쇠를 누르면 가상 낱자 기능을 통하여 빈 받침이 함께 들어가게 하였다.주1 이로써 오토마타를 고치지 않고도, 받침 글쇠(윗글쇠)를 누르지 않고 넣은 홀소리 다음에는 받침이 들어가지 않게 하였다.
두벌식 배열 호환형 수동 타자기는 받침이 나올 때마다 받침 글쇠(윗글쇠)를 누르므로, 새끼 손가락 타수 비율이 매우 높다. 타자법은 빨리 이해할 수 있지만, 숙달한 뒤에는 표준 네벌식 타자기보다도 속도를 내기 어려워서 사무용으로 쓰기에 매우 번거로웠다. 표준 배열이 지정된 두벌식 타자기는 1980년대 이후에 수동 타자기 가운데 가장 많이 보급되었으나, 곧이어 나온 전자식 타자기/문서 전용기(워드프로세서)/셈틀(컴퓨터)에 힘없이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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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방문자 2014/01/06 13:2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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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알 2014/01/08 23:2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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