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표준 4벌식 자판은 정부가 1969년에 수동 타자기의 표준 배열로 정했던 자판 배열이다. 이 자판은 요즈음 흔히 쓰이는 2벌식 표준 자판과 비슷한 데가 많지만, 글을 치는 방식은 꽤 다르다.

  표준 네벌식 타자기는 첫닿소리/끝닿소리와 '받침 붙는 홀소리'/'받침 안 붙는 홀소리'를 다른 글쇠로 넣는다. 받침(끝닿소리)를 따로 넣는 것은 3벌식 자판과 같고, 받침이 붙고 안 붙고에 따라 다른 홀소리 글쇠를 누르는 것은 셈틀 자판에서는 없는 동작이다. 이 때문에 설명서를 보기 귀찮아라 하는 글쓴이도 처음 네벌식 타자기를 만질 때에 타자 교본에 자주 손이 가곤 했다.

옛 표준 네벌식 자판 배열

옛 표준 네벌식 자판 배열


  위 배열표에서 첫닿소리는 푸른 색, 첫닿소리, 받침 안 붙는 홀소리는 갈색, 받침 붙는 홀소리는 주황색, 끝닿소리(받침)는 빨간 색으로 나타냈다. (타자기 자판에 Enter/Ctrl/Alt 글쇠는 없지만, 셈틀 자판과 자리를 견주어 보기 좋게 하려고 배열표에 그대로 나타냈다.)

  아래아한글에는 도스판부터 표준 네벌식 자판이 들어갔는데, 홀소리 두 벌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서 실제 네벌식 타자기를 쓸 때처럼 치지 않아도 한글을 쳐 나갈 수 있다. 날개셋도 6.7판까지는 홀소리 벌이 구분되지 않은 표준 네벌식 배열이 .key파일로 들어갔다. 앞으로 나올 새 판에는 홀소리 벌까지 구분하는 .ist 파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글쓴이도 표준 네벌식 타자기를 흉내낸 날개셋 설정 파일을 공개해 본다.


옛 표준 네벌식 타자기.ist

(날개셋 입력기 유형 파일)


  이 설정 파일에서는 어느 벌의 홀소리 글쇠를 눌렸는지 상태를 나타내려고 상태 변수 Z를 썼다. 첫닿소리, 기호, 받침이 붙는 ㅗ·ㅜ·ㅡ가 눌렸을 때에는 Z 값에 0이 들어간다. 받침이 붙지 않는 홀소리가 눌렸을 때에는 Z에 1를 보태고, 받침이 붙지 않는 ㅗ·ㅜ·ㅡ가 눌렸을 때에는 Z에 2을 보탠다. 그리고 Z를 따지는 조건식을 오토마타에 끼워 넣었다.


상태 수식 기본값
0 A ? 1 : B ? 2 : C&&(!Z || !B) ? 3 : 0 0
1 A ? 1 : B ? 2 : C&&(!Z || !B) ? 3 : 0 0
2 B&&(Z<=1 || E==6) ? 2 : C&&!Z ? 3 : 0 0
3 C&&!Z ? 3 : 0 0


  가상 낱자를 쓰는 방법보다 글쇠값과 오토마타 수식이 많이 지저분하지만, 이렇게 구현한 쪽이 실제 타자기를 쓸 때와 더 가까울 것 같다. 받침을 넣을 때를 잘 가려 홀소리를 정석대로 넣지 않는다면, 실제 타자기에서 낱자 사이가 벌어져 찍히는 것처럼 셈틀에서도 한글 조합이 풀려 버린다.

  ㅒ·ㅖ를 칠 때는 군동작이 없는 점은 타자기와 다르다. 표준 네벌식 자판에는 받침이 붙지 않는 홀소리 ㅒ와 받침이 붙는 홀소리 ㅒ·ㅖ가 없어서 ㅑ+ㅣ나 ㅕ+ㅣ로 만들어 쳐야 한다. 타자기에서는 이 때에 되물러 치는 군동작이 들어가는데, 날개셋에서 그런 군동작까지 구현할 수는 없다. ㅑ+ㅣ나 ㅕ+ㅣ로 ㅐ·ㅖ를 조합하게 하는 낱자 처리 규칙을 두었고, 오토마타 수식에 ㅑ가 들어갔을 때의 예외(E==6)를 두었다. 또 타자기에서처럼 홀소리 없이 '첫소리 + 끝소리'만 넣을 수도 있다.

  어느 기기에나 거의 같은 타자법으로 쓰인 공병우 3벌식 자판이나 전자 기기에서의 가능성에 주목 받았던 2벌식 자판과 달리, 표준 4벌식 자판은 전자 기기용 자판으로 쓸모가 없었기에 1983년에 폐지되었다. 타자기를 쓰지 않는 요즈음에는 4벌식 자판을 굳이 쓸 까닭이 없지만, 시험 삼아 잠깐이라도 써 보면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쓰인 표준 4벌식 타자기가 얼마나 번거로운 기기였는지를 느낄 수 있다.


덧붙임(2012.12.20)

  새로 나온 날개셋 6.71에 '네벌식.ist'로 네벌식 타자기를 구현한 유형 파일이 예제로 들어갔는데, 위 예제 파일이 날개셋에 들어간 것보다 실제 타자기에 가깝다. 날개셋에 들어간 네벌식 예제는 글쇠값이나 오토마타 수식이 깔끔하지만, ㅢ·ㅘ·ㅟ 등을 넣을 때는 실제 타자기보다 널널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구현되었다. 이 글의 날개셋 설정 파일에는 실제 타자기처럼 까다로운 조합법을 구현하려다 보니 글쇠값과 오토마타 수식이 더 복잡하게 들어갔다.

2012/09/26 05:44 2012/09/26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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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텡그리 2012/09/26 08:1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마지막에서 빵~! 터졌습니다.

    "표준 4벌식 타자기가 얼마나 번거로운 기기였는지를 느낄 수 있다."

    • 팥알 2012/09/26 11:2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제가 겪은 바로는 이렇습니다.

      세벌식 공병우 타자기가 있으면 타자기를 처음 본 사람도 간단한 설명만 듣고 바로 자기 이름이나 별명을 쳐 보면서 알아서 만지작거립니다.
      하지만 표준 네벌식 타자기는 어떻게 쳐야 잘 치는 것인지 알려 주기부터 어렵습니다. 이렇게 쳐라 저렇게 쳐라 말만 꺼내면 자리에서 떠나가 버리기 일쑤입니다. 딱 두 낱말 치는 것도 고비인 것 같습니다.

  2. 세벌 2015/09/20 00:5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제가 아는 분이 타자기 버리려던 거 주시길래 받았습니다.
    네벌식입니다. 년도가 안 써 있어서 몇년도에 만든 건지 모르겠습니다.
    배열을 보니 정부표준타자기네요..
    치는 방법은 시행착오 조금만 하면 익히겠는데
    타자효율은...쳐 보니 공병우 세벌식보다 매우 불편하네요.

    우리집에 세벌식 타자기 하나, 네벌식 타자기 하나. 골동품이 하나 더 늘었네요.

    • 팥알 2015/09/20 09:1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공병우 타자기에 견주면 정부 표준 네벌식 타자기는 배열을 익히기도 어렵고 많이 불편하지요. 한글이 3줄 배열이라는 점만 좋네요.

      http://ohi.pat.im/?ko=4t-pyojun

      이미 온라인 한글 입력기로 네벌식 타자기 자판을 써 볼 수 있게 만들어 두었는데, 아직 소개를 안 했네요. 참고해서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3. 비밀방문자 2017/06/27 00:3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덧글입니다.

    • 팥알 2017/06/26 15:0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신세기 님, 안녕하세요?

      세벌식 사랑 모임에 좋은 정보들을 올려 주셨는데 자주 들러 흔적을 남기지 못한 것 죄송합니다. 요사이 조금 바빠서 신경을 못 썼네요.

      표준으로 정해졌던 배열이어서 제품마다 달라질 리는 없고, 부끄럽게도 제가 잘못 넣었습니다. 받침 ㅊ을 빠뜨리고 본래 배열에 없는 받침 ㅋ을 잘못 넣었습니다. 고쳐서 올렸습니다.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 신세기 2017/06/27 00:3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제가 잘 모르고 실례를 범했군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답글 말씀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팥알 2017/06/27 01:4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실례라니요. 제가 더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꼼꼼히 확인을 하지 않아서 입력기에 벌레들을 남기고 있는데,
      신세기 님께서 말씀해 주신 덕분에 다른 타자기 배열도 함께 확인하여 오류를 더 잡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