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공병우 자판이라고 하면, 공병우 세벌식이라 불리는 한글 자판 배열 방식을 따르는 자판 배열들을 가리킨다. 공병우 자판은 공병우가 발명한 수동 타자기를 통하여 1948년에 세상에 나왔고, 1960년대에는 전신 타자기(인쇄 전신기, 텔렉스 등)에도 쓰이기 시작했다. 실물이나 사진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모노타이프(monotype) · 라이노타이프(linotype, 자동 주조 식자기) 등에도 공병우 자판이 쓰였다고 알려져 있다.
공병우 자판은 다른 계열의 한글 자판보다 유난히 변종 배열이 많다. 이는 공병우 자판이 글쇠 규격이 다른 여러 기기에 맞추어 쓰였고, 여기에 더 나은 배열을 제품에 빨리 반영하고 싶어했던 자판 설계자 공병우의 성향이 겹친 결과였다. 1990년대부터는 개인들이 셈틀에서 특수한 목적에 맞추어 만든 배열까지 나오면서 공병우 자판의 가짓수가 더욱 늘어났다.
공병우 자판의 배열이 바뀐 데에는 끊임없이 달라진 기기 환경과 새로운 기능 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공병우 자판의 굵직한 글쇠 자리 바꿈을 다음처럼 추려 볼 수 있다.
① 첫소리 ㄲ, ㄸ, ㅃ, ㅆ, ㅉ이 빠지고, 겹홀소리에 쓰이는 ㅗ·ㅜ가 따로 들어감
② 첫소리 ㄹ과 ㅅ의 자리를 맞바꿈
③ 받침이 있던 왼쪽 세째 손가락(중지) 자리에 홀소리 ㅐ · ㅕ · ㅛ가 들어가고, 그 자리에 있던 받침 ㄴ · ㅍ · ㅆ 등은 네째 · 다섯째 손가락 자리로 옮겨 감
④ ㅐ/ㅣ의 자리와 첫소리 ㄱ/ㄷ의 자리를 맞바꿈
⑤ ㅓ/ㅐ의 자리를 맞바꾸고, ㅒ와 받침 ㅈ의 자리를 옮김 (2010년대)
얼핏 보면 공병우 자판은 배열 종류가 워낙 많아서 아무렇게나 바뀐 것처럼 복잡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위의 굵직한 자리 바꿈과 한글 기기들이 발전하는 상황을 함께 보며 헤아린다면, 공병우 자판이 달라지는 모습을 한결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공병우 자판의 굵직한 자리 바꿈을 경계로 세대를 나누어서 공병우 자판 배열들을 살펴 본다.
덧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