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나누어 살펴보는 공병우 세벌식 자판 - 4. 네째 세대 (1970~1980년대)
4. 네째 세대 (1970~1980년대)
1970년대 중반에는 공병우 자판에서 왼손에서 거의 두째 손가락 쪽에 몰려 있던 홀소리가 세째 손가락 자리에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바뀐 원인은 한·영 겸용 타자기를 만들 때의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1975년에 출원한 '한영 타자기' 타자기 특허 문서에는 앞 세대의 한글 배열로 한·영 타자기를 만들 때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 활자를 구부러진 꼴로 만들려면 연삭 가공이 더 필요하다.
- 구부러진 활자를 활자 막대에 끼워넣기가 더 어렵고, 붙인 상태가 불완전하다.
- 활자가 구부러진 탓에 쌍초점으로 활자 막대끼리의 충돌을 줄이는 효과가 사라진다.
- 구부러진 활자로 찍힌 글짜가 뚜렷하지 않다.
- 구부러진 활자의 기계 강도가 약하고 고장률이 높다.
- 복잡한 동·부동 장치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들고 제작 과정도 더 정밀하며 고장이 잦다.
이러한 문제들은 한·영 겸용 공병우 타자기의 제작비와 고장률을 높이고 능률과 수명을 줄이는 원인이 되었다. 공병우는 한글 배열을 조정하는 임시 방편으로 이 문제들을 손보는 쪽을 택했다. 이에 따라 ㅐ, ㅕ가 세째 손가락 자리에 들어간 공병우 자판 배열을 이 글에서는 네째 세대로 분류한다.
네째 세대 배열에서는 왼손 세째 손가락 자리에 있던 받침들(ㄴ·ㅍ·ㅆ 등)이 네째·다섯째 손가락 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ㅐ와 ㅕ가 옮겨간 받침 자리에 들어갔다. 영문 로마자는 오른쪽으로 두 글쇠 옮겨서 움직글쇠를 쓰는 첫소리와 가운뎃소리 자리에 들어갔다. 글쇠가 없어서 오른쪽으로 더 옮길 수 없는 P는 맨 윗줄로 자리를 옮겼다.
영문 로마자를 오른쪽으로 두 글쇠씩 옮긴 것은 긴 네모꼴 활자를 쓰는 흔한 수동 타자기의 틀로 한·영 타자기를 손쉽게 만들기 위한 방편이다.주1 볼 타자기나 셈틀(컴퓨터)처럼 전자식 처리를 할 수 있는 기기에서는 로마자들이 바른 자리에 놓인 배열이 쓰였다.
그림 4-1는 1975년에 출원된 '한영 타자기' 특허 공보에서 따온 활자 그림이다. 세째 세대 배열을 쓰는 공병우식 한·영 타자기(https://pat.im/960#3)는 영문 배열이 바른 글쇠 자리에 들어갔으나 왼쪽처럼 받침에 구부러진 활자(그림 3-10 ~ 3-11)를 썼다. 하지만 네째 세대 배열을 쓰는 공병우식 한·영 타자기는 영문 배열을 오른쪽으로 두 글쇠 옮겨서 예전의 수동 타자기처럼 긴네모꼴 활자를 쓸 수 있게 한 짜임새로 바뀌었다.
(2016.1.6. 그림 4-2 타자기 활자 사진을 더하여 넣음)
(1) 2단 한·영 타자기 자판
2단 한영 겸용 타자기인 공한영 201에는 큰 영문 로마자(대문자)가 들어 있다. 두째/세째 세대의 공병우 한글 타자기와 기계 구조는 같다. 다만 윗글 자리를 로마자가 차지하여 기호와 겹받침은 적게 들어 있다. 숫자 0, 1는 로마자 O, I로 찍게 한 것 같다. 오른쪽에 있던 ㅜ는 이 세대 배열에서만은 왼쪽으로 자리를 옮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림 4-4은 특이하게 숫자 2~9과 백분율 기호(%)가 아랫글 자리로 내려와 있다. 그 대신에 첫소리 ㅋ · ㅌ · ㅍ을 윗글쇠를 눌러 넣어야 한다. 겹홀소리를 넣을 때 쓰는 ㅗ·ㅜ가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안움직글쇠로 처리하는 글쇠 자리를 줄일 수 있다.주2
그림 4-4의 배열은 첫소리 ㅋ · ㅌ · ㅍ과 홀소리 ㅖ가 윗글 자리에 있고, 숫자들은 아랫글 자리에 있는 자리에 있다. 이는 그림 4-19에서 볼 수 있는 초창기의 '공병우 문장용 타자기'(공병우 문인용 타자기)에 들어간 자판 배열과 같은 특징이다. 이로 미루어 초기 문장용 타자기의 자판 배열이 그림 4-4의 배열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졌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2017.11.26. 그림 4-4과 설명을 더하여 넣음)
(2023.3.24. 문장용 타자기에 얽힌 내용을 더하여 넣음)
아래아한글(ᄒᆞᆫ글)에서는 위와 같은 공한영 201 배열을 파일(201.KBD)로 만들어서 환경 설정을 통하여 불러 쓸 수 있게 하였다.주3
그림 4-7은 뒤에서 볼 3-87 자판(그림 4-16)과 매우 비슷한 한영 타자기 자판 배열이다. 겹받침 ㄶ·ㅄ이 들어갔고, 겹홀소리에 넣는 ㅜ가 오른쪽 윗글 자리에 들어갔다. 이 점들을 먼저 나온 공한영 201 배열들(그림 4-3, 4-4)과 견주어 살필 만 하다. 아직 첫소리 ㄱ·ㄷ과 홀소리 ㅣ·ㅐ 자리가 바뀌지 않았지만, 다음 세대인 3-89 자판과도 한글 배열이 비슷한 과도기형 배열이다.
(2021.3.19. 그림 4-7에 대한 설명 고침)
(2) 3단 한·영 타자기 자판
공한영 301는 3단 활자에 한글과 크고 작은 영문 로마자(대/소문자)를 모두 집어 넣었다. 공한영 201보다 많은 기호와 겹받침이 들어 있다.
위 배열은 겹홀소리를 넣을 때 쓰는 ㅗ·ㅜ와 ㅑ·ㅠ·ㅢ의 자리가 그림 4-8 배열과 다르다. 몇몇 기호들( @ % ― . , : ' / )의 자리가 바뀌었고, 숫자 1와 0이 따로 들어갔다. 마침표(:)와 빗금(/)의 자리가 그림 4-4 배열과 통하는 면이 있다.
(3) 볼 타자기 자판
공병우 한·영 겸용 타자기는 전동식인 볼(ball) 타자기로도 개발되었다. 그림 4-10은 1975년에 특허 출원한 '선진후타(先進後打)식 한영 겸용 볼(ball) 타자기'의 특허 공보(출원번호: 10-1975-0002599, 발명자: 공병우, 이윤온)에 실린 자판 배열이다.
공병우식 볼 타자기는 초창기 공병우 타자기처럼 첫소리 글쇠는 움직글쇠로서 쳤을 때에 한 칸 이동한 뒤에 글이 찍히고, 가운뎃소리와 끝소리 글쇠는 안움직글쇠로 찍히는 방식이었다. 종이가 놓인 둥글대가 움직이면서 활자 막대가 고정된 초점을 때려 글을 찍는 수동 타자기와 달리, 볼 타자기는 활자 구슬(볼)이 움직이고 돌며 글을 찍는다. 전동식인 볼 타자기는 움직/안움직 글쇠의 움직임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으므로, 볼 타자기용 공병우 자판은 영문 쿼티(Qwerty) 배열이 바른 자리에 들어 있다. 또 겹받침이 ㅆ·ㅄ만 들어 있고, 초창기 공병우 타자기 자판처럼 겹홀소리에 쓰는 ㅗ와 ㅜ를 따로 두지 않았다.
(4) 셈틀 자판 시안 (3-87 자판 등)
1980년대에 셈틀(컴퓨터)에서 처음 연구되었던 공병우 자판은 네째 세대로 분류할 수 있는 한글 배열이었다. 공병우의 자서전에 따르면, 공병우는 1983년부터 애플(apple) II로 워드프로세서 개발 연구를 시작했고, 그 뒤에 애플 계열 셈틀인 매킨토시(Macintosh)로 세벌식 한글 자판과 한글 입력기를 연구하고 개발했다.
그림 4-10은 〈한글 기계화 운동〉(송현, 1984)에 실린 공병우 셈틀 자판 배열이다. 1980년대 초에 공병우가 개발한 워드프로세서에 들어갔거나 연구용으로 실험했던 배열인 듯하다. 배열표에 겹받침이 없다.
그림 4-12는 〈한글 자형학〉(송현, 1985.9)에 실린 셈틀 자판 배열표이다. 첫소리 ㅍ·ㅌ·ㅋ과 끝소리 ㅍ·ㅌ·ㅋ이 일부러 맞추어 놓은 것처럼 같은 줄에 나란히 놓여 있다. 오른쪽에 있던 ㅖ·ㅛ·ㅠ가 왼쪽으로 옮겨 갔고, 겹소리를 넣을 때 쓰는 ㅗ·ㅜ는 배열표에 나타나 있지 않다.
(2016.10.3. 그림 4-12과 이에 대한 설명을 더하여 넣음)
그림 4-12은 「조선글컴퓨터화를 위한 글자판 시안에 대하여」(김숙자, 1986.6)에 실린 공병우 자판 배열이다. 겹홀소리에 쓰는 ㅗ, ㅜ가 빠지고 맨 윗줄에 들어갔던 첫소리 ㅋ, ㅌ ,ㅍ이 아랫줄로 내려가 있다. 숫자 배열은 1972년에 나왔던 '한글 기계 기본 글자판'(세째 세대)의 보통 타자기 배열과 같다.
그림 4-14 ~ 4-17의 배열들은 그리 길지 않은 시차를 두고 공병우 자판 시안인 것 같다.
그림 4-14은 맨 윗줄 글쇠들이 오른쪽으로 한 칸씩 밀려나 있고, 첫소리 ㅃ은 2개나 들어 있다. 셈틀에서 쓰인 공병우 세벌식 자판의 확장 배열에 된첫소리(ㄲ,ㄸ,ㅃ,ㅆ,ㅉ)가 따로 들어간 적은 있지만, 기본 배열에 된첫소리가 들어간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로 쓰이던 것에 맞게 그린 배열표는 아닌 것 같다.
그림 4-15은 〈한글을 기계로 옳게 쓰기〉(송현, 1989)에 "공병우가 타자기 연구 40년 만에 1988년 미국에서 완성한 자판"이라고 소개된 배열이다. 글쇠 하나에 문자 3개가 들어가는 3단 한영 타자기의 틀을 따른 듯하여 영문 쿼티 배열과 한글 배열의 경계가 애매하다. 숫자 배열, ㅢ 자리, 겹홀소리에 넣는 ㅗ·ㅜ 자리 등에서 다음 세대에 나온 셈틀 자판인 3-89 자판의 특징이 보인다.
그림 4-16, 4-17은 그림 4-15과 배열이 거의 같으면서 서로 다른 매체에 기록된 배열표이다. 그림 4-16은 한말글문화협회의 페이스북 그물집에 공개된 딱지 사진을 배열표로 옮긴 것이다. 그림 4-17은 아래아한글 1.2에 'OldType'이라는 이름으로 들어 있던 세벌식 배열이다.
3-87 자판이 어떤 배열을 가리키는지 뚜렷이 이야기한 공개된 기록은 없지만, 그림 4-15 ~ 4-17의 배열이 3-87 자판으로 불린 것 같다.
그림 4-18은 「한글 사전 편찬 전산화를 위한 터닦이:옛한글 가나다순 및 옛한글 자판」(김경석, 《교육한글》 제2호, 한글학회, 1989)에 실린 1988년 2월에 발표된 공병우의 통일 자판이다. 윗글 자리에 들어간 숫자와 기호들의 배열은 모두 나와 있지 않다. 뒤에 이야기할 3-89 자판과 받침 배열이 매우 비슷하지만, 첫소리 ㅇ/ㄱ과 ㅣ/ㅐ의 자리가 네째 세대 배열과 같다.
공병우의 자서전 〈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에 따르면, 공병우는 자판 문제를 연구한 지 40년 만인 1986년 10월에 기종 간 통일 자판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림 4-15 ~ 4-18이 공병우가 1986년 10월에 완성했다는 자판 배열이거나 그 뒤에 나온 연구 시안인 듯하다. 공병우는 수동 타자기부터 셈틀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기들에서 같은 한글 배열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을 통일 자판의 목표로 삼았다.주4
1980년대에 셈틀(컴퓨터)은 앞으로 타자기를 갈음할 사무 기기로 떠오르고 있었다. 셈틀에 맞춘 공병우 자판 시안에는 수동 기기를 염두에 두면서 전자 기기에 더 편리하게 공병우 세벌식 자판을 맞추고자 궁리했던 흔적이 담겨 있다. 공병우는 1986~1988년에 발표한 배열에 '통일' 또는 '완성'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아직 실험과 검토 과정을 거치는 시안 단계였으므로 보급용 배열이 되지는 못했다. 1989년에 개정된 한글 맞춤법이 시행됨에 따라 우리말 잦기 조사를 다시 하여 자판 배열에 반영할 필요도 생겼으므로, 셈틀에서 쓸 공병우 자판 개량 작업은 1990년대에도 이어졌다.
(5) 문장용 타자기 자판
(2023.3.24. 문장용 타자기 자판 항목을 더하여 넣음)
공병우 문장용 타자기의 자판 배열은 앞의 글 그림 3-16에서 보았는데, 아래처럼 네째 세대 배열의 특징을 따르는 문장용 타자기 자판 배열도 있었다.
그림 4-19에 보이는 공병우 문장용 타자기 자판(공병우 문인용 타자기) 배열은 첫소리 ㅋ · ㅌ · ㅍ 및 홀소리 ㅖ의 자리와 아라비아 숫자들의 자리에서 보이는 특징이 그림 4-4에서 본 2단 공병우 한 · 영 겸용 타자기 배열과 같다.
위와 같은 자판 배열을 따르는 공병우 문장용 타자기를 두루뫼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데, 파주뉴스의 기사들에 두루뫼박물관에 있는 문장용 타자기의 모습이 실려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위와 같은 배열표가 담긴 공병우 문장용 타자기 광고 전단지를 소장하고 있다.
- 생생한 파주소식 - 파주알리미
- 6.25 정전회담과 파주(2): 사연 많은 판문점만치나 사정 많은 정전협정
https://www.paju.go.kr/news/user/BD_newsView.do?q_ctgCd=1002&newsSeq=586 - 파주의 진품 명품(2편)
https://www.paju.go.kr/news/user/BD_newsView.do?q_ctgCd=1002&newsSeq=492
- 6.25 정전회담과 파주(2): 사연 많은 판문점만치나 사정 많은 정전협정
-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 공병우 문인용 타자기 홍보 전단지 (국립한글박물관 소장품)
https://www.emuseum.go.kr/detail?relicId=PS0100203400700758000000
- 공병우 문인용 타자기 홍보 전단지 (국립한글박물관 소장품)
이 문장용 타자기 배열은 네째 세대이지만, 몇 가지 정황들을 살피면 앞에서 본 세째 세대인 문장용 타자기 배열(그림 3-16)보다 먼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첫째로 소설가 정을병이 기고한 「문인용 타자기」에서 나오는 내용이 위의 문장용 타자기 배열의 특징과 들어맞는다.
…(줄임)…
그리고 현재의 타이프라이타 글자판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일반 사무용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소설을 쓰기에는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나는 타이프라이타를 가지고 공박사에게 가서 필요한 활자를 다시 넣어서 글자판을 소설을 쓰는데 다소 편리하도록 고쳐서 사용하기로 했다.
“타이프라이타로 소설가들이 소설을 쓰려면 소설가 전용의 타이프라이타가 새로 개발되어야 합니다.”
내가 공박사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참 그렇군요!”
공 박사는 과학자여서 내가 하는 말을 금방 알아들었다.
그 후로 우리는 여러 차례 회합을 갖고 소설가용 특수한 글자판을 만들어 내는 일에 몰두했다.
드디어 두어달 뒤 새로운 소설가용 글자판이 만들어졌다. 그 제1호가 우리집으로 보내졌는데, 그 산뜻한 맛은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소설가용 글자판의 특징은 소설 문자에 들어가는 부호를 충분히 안배한 것이다. 예를 들면, 인용부호로 “ ” 말고도 ‘ ’, 그리고 〈 〉 : 「 」를 더 참가했으며, 가장 많이 쓰는 영자 A B C D E X, 그리고 우리나라에 제일 많은 성씨인 김, 이, 박을 표기하기 위하여 K L P를 더 두었고 ㅒ와 · (중간점)도 따로 두어서 소설을 쓰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부호는 총 망라하여, 조금도 불편이 없고 하였다.주5
현재 우리나라에서 소설을 타이프라이타로 쓰는 사람은 본인을 포함해서 수삼명에 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소설가용 타이프로이타가 개발되고 했으니 더욱 많은 소설가들이 타이프로 소설을 쓰게 되리라고 기대한다.
정을병, 「문인용 타자기」, 《새가정》 1975년 5월호 (통권 제237호)
두째로 198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도스판 ᄒᆞᆫ글(아래아한글)에는 세째 세대 배열만 들어간 적이 있었다.(그림 3-17) 이로 미루어서 컴퓨터가 보급된 무렵되기 시작한 무렵까지 주로 쓰인 공병우 문장용 타자기는 세째 세대 배열을 따른 것이 주로 쓰였다고 볼 수 있다.
세째로 세부 배열을 살피면, 네째 세대 문장용 배열(그림 4-19)은 한글 첫소리 ㅋ · ㅌ · ㅍ이 윗글 자리가 있다. 1950~1960년대에 쓰인 공병우식 통신 타자기 자판(그림 2-12)처럼 전신 타자기에서는 몇몇 한글 첫소리 낱자를 윗글 자리에 들어간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공세벌식 자판(공병우 세벌식 자판)에서 보기 드물다. 한글 첫소리 낱자를 넣을 때부터 윗글쇠를 함께 눌러 넣어야 하면, 타자 속도가 느려지고 타자 동작도 매끄럽지 않게 된다. 더구나 문장용 타자기는 한글 문장을 많이 치는 사람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다른 공병우 타자기를 쓰다가 네째 세대 배열(그림 4-19)로 만든 문장용 타자기를 써 본 사람이 있었다면, 첫소리 ㅋ · ㅌ · ㅍ의 자리를 보완해 달라는 요청이 반드시 나왔을 것이다.
세째 세대 문장용 배열(그림 3-17)은 홀소리 ㅒ와 몇몇 겹받침(ㄳ, ㄵ)이 더 들어간 점을 빼면 사무용으로 쓰이던 일반 공병우 타자기와 한글 배열이 비슷하다. 네째 세대 문장용 배열(그림 4-19)과 견주어서 첫소리 ㅋ · ㅌ · ㅍ 자리가 나아진 꼴이었다.
네째 세대 문장용 배열은 한 · 영 겸용 타자기의 배열 특징을 많이 따른 꼴이다. 서로 쉽게 개조하여 한 · 영 겸용 타자기와 문장용 타자기를 함께 만드는 편의를 노렸을 수 있다. 하지만 네째 세대 배열이 쓰인 한 · 영 겸용 타자기와 문장용 타자기는 그리 흔하지 않은 특수한 제품이었다. 1970년대 이후에 한글 타자기 시장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공세벌식 자판(공병우 세벌식 자판)은 세째 세대 배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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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알 2019/10/25 23:1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위 글에 올린 공한영 201 배열표가 행사에 쓰인 사진이 담긴 기사입니다.
(2017 한글문화큰잔치, 한컴 부스)
[포토]'공병우 세벌식 타자기가 신기한 아이들'
2017-10-09 오후 1:19:52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797446616091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