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이 된 세벌식? - (7) 초기 공병우 직결식에 쓰인 한글 부호계 ① - 3-87 자판

1) 다른 한글 조합 방식들과 견준 공병우 직결식의 특징

  공병우 직결식은 공병우가 애플(Apple)사의 매킨토시(Macintosh) 컴퓨터 기종 환경에서 개발한 한글 표현 방식이다. 공병우 직결식은 부호값 운용 방법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제1 공병우 직결식 : 1980년대에 나온 초기 방식
  • 제2 공병우 직결식 : 1990년대에 개량된 방식

  '제1 공병우 직결식'과 '제2 공병우 직결식'은 한글을 나타내는 원리는 같고 부호값을 매기는 방법이 달랐다. 초기 방식인 '제1 공병우 직결식'을 이 글에서 먼저 살피고, '제2 공병우 직결식'은 뒤에 이어 올리는 글에서 살피려고 한다.

  제1 공병우 직결식에서는 영문 쿼티 자판을 기준으로 하여 공세벌식 자판의 한글 낱자와 기호 들을 나타내는 부호값을 매겼다. 공세벌식 자판이 바뀌면 한글 낱자를 나타내는 부호값이 달라지고 직결식 글꼴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방식이었다.

  1992년 무렵에 개량되어 나온 제2 공병우 직결식에서는 한글 낱자들을 나타내는 부호값을 가나다 차례로 매겼다. 그래서 공세벌식 자판 배열이 바뀌어도 한글 낱자들을 나타내는 부호값이 달라지지 않고 직결식 글꼴도 그대로 쓸 수 있었다.

[표 16-1] 조합형 한글 표현 방식들의 낱자/낱내자 구성 비교
  N 바이트
조합형
3바이트
조합형
공병우
직결식
첫가끝
조합형
2바이트
조합형
낱자
벌 수
2벌주1 3벌
부호값
대응 단위
낱자 낱내자
낱자
기억 공간
부호값 단위
(1바이트 또는 7비트)
부호값 단위
(1바이트 이상)
5비트
요즘한글
낱내자 구성
2~5개 낱자주2 3개 낱자 2~5개 낱자 2~3개 낱자주3 3개 낱자
(5+5+5비트)
닿+홀 (가, 까)
닿+홀+홀 (과, 꽈)
닿+홀+닿 (곡, 꼭, 깎)
닿+홀+홀+닿 (곽, 꽉)
닿+홀+닿+닿 (앉, 짧)
닿+홀+홀+닿+닿 (쫣)주4
닿+홀+닿 첫+가
첫+첫+가
첫+가+가
첫+첫+가+가
첫+가+끝
첫+첫+가+끝
첫+가+가+끝
첫+첫+가+가+끝
첫+가
첫+가+끝
첫+가+끝
요즘한글
낱자 수
33개 또는 51개주5 주6 63개주7 67개주8 67개
한글 낱자
조합 처리
하지 않음

  표 16-1는 표준이 된 세벌식? - (5) 초창기에 제안된 첫가끝 조합형과 첫가끝 부호계(https://pat.im/1185)에서 본 표 14-1에 공병우 직결식을 더해서 나타낸 것이다.

  N 바이트 조합형과 공병우 직결식은 낱자 벌 수(2벌/3벌)는 다르지만 낱자 구성은 비슷한 면이 있다. 둘은 2바이트/3바이트 조합형처럼 낱내자의 경계를 일정한 바이트 수로 쉽게 가릴 수 없어서 한글 낱자 정보를 다루기 어려웠다.

  공병우 직결식에 뿌리를 두고 응용하여 나온 첫가끝 조합형은 3벌식 한글 부호계를 써서 낱자 단위로 한글을 나타내는 점에서 공병우 직결식과 큰 줄기가 같다. 공병우 직결식은 자판 배열과 글꼴 처리까지 아우르는 한글 표현 방안이고, 첫가끝 조합형의 초기 연구는 공병우 직결식의 원리를 따르되 여러 가지 필요에 따라 한글 정보를 다루기 좋게 한글 부호계(첫가끝 부호계)를 만드는 일에 집중되었다. 1990년대에는 공병우 직결식의 한글 부호계가 첫가끝 조합형처럼 한글 낱자 차례대로 부호값을 매기는 방식(제2 공병우 직결식)으로 바뀌어서 둘은 더욱 비슷한 꼴이 되었다. 

2) 공병우 자서전에 나오는 공병우 직결식

공병우 자서전 〈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 앞 표지 (왼쪽부터 1991년판, 1989년판, 2016년판)
[그림 16-1] 공병우 자서전 〈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 앞 표지 (왼쪽부터 1991년판, 1989년판, 2016년판)

  1989년부터 출간된 공병우의 자서전 〈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에 이야기된 공병우 직결식은 1980년대에 창안된 초기 방식인 제1 공병우 직결식이다. 1990년대에 개량된 '제2 공병우 직결식'에 관한 정보는 공병우 자서전에 나오지 않는다.

  공병우는 1980년대에 미국에서 애플 매킨토시 기종 환경에서 쓸 수 있는 한글 입출력 기능을 구현한 프로그램들을 의뢰해서 개발하고, 이 프로그램들에서 두벌식 자판과 세벌식 자판(공세벌식 자판)을 써 보며 견주는 연구를 거쳤다. 그 뒤에 매킨토시 환경에서 글꼴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서 영문 글꼴의 틀로 한글을 낱자 단위로 나타내는 한글 표현 방안인 '공병우 직결식'을 창안하였다.

  아래는 공병우의 자서전 〈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에서 간추려 본 관련 내용이다.

  • 1983년 봄부터 캐나다 토론토에 있던 '한 컴퓨터 연구소'에 의뢰하여 한글 글틀(워드프로세서) 연구를 시작함
    • 일반 수동식 타자기(공병우식)의 자판에서 받침을 뗀 두벌식 자판으로 만들어 검토해 봄
      → 시제품을 검토하고 실험하여 만족할 결과를 얻지 못함
    • 자모 배열을 새로 합리적으로 한 두벌식 자판을 쓰는 소프트웨어를 만듦
      → 먼저 만든 것보다 편리하고 운지법에 모순이 거의 없으나, 찍은 글이 화면에서 엉뚱하게 나타나고(도깨비불) 한글 받침을 단독으로 찍을 수 없음
    • '한 컴퓨터 연구소'에 의뢰하여 애플 컴퓨터 모델 Ⅱ에서 세벌식 자판으로 한글을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듦
      • 한글 자판이 일반 수동식 한영 타자기(공병우 한영 타자기)와 같고, 치는 방법도 같음
      • 쉬프트 키(윗글쇠) 사용이 두벌식에 비해 4분의 1 적고, 좌우 손을 균등하게 놀려서 입력 속도가 10% 가량 빠름
      • 한글의 받침을 단독으로 찍어 넣을 수 있고, 인쇄할 수 있음.
      • 자판에서 키(글쇠)를 치면, 화면에 그대로 정확히 나타남 (도깨비불 없음)
  •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텔레비디오의 사장 황규빈은 막대한 돈을 투자하여 1983년에 한 컴퓨터 연구소에서 텔레비디오 컴퓨터용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두벌식 자판으로 개발함
    (이 한글 워드프로세서는 '한 컴퓨터 연구소'의 정재열, 강태진, 한석주가 개발함)
    • 한 컴퓨터 연구소에 의뢰하여 텔레비디오 컴퓨터용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세벌식 자판용으로 개조함 (한 컴퓨터 연구소와 텔레비디오의 계약 때문에 판매용이 아닌 연구용으로만 쓰기로 약속함)
  • 뉴욕 콜롬비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 과정 논문을 준비하던 김영수는 공병우의 모음 간소화 방식(ㅏㅐㅗㅜㅔ를 두 번 치면 ㅑㅒㅛㅠㅖ를 찍을 수 있는 방식)을 가미한 세벌식 글자판 '맥 한글'을 개발하여 무료로 보급함
  • 김영수와 세벌식 자판을 공동 재개발하여 내놓기도 함
  • 김영수에게 폰태스틱(Fontastic) 소프트웨어로 '폰트(활자)'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 수동 타자기의 자판 배열을 세벌체 한글 폰트와 엮는 '직결 방식'(직결식)을 창안함
    • '폰태스틱 소프트웨어'로 수동식 타자기의 글자판 배열로 세벌체 자모 63자를 영문 글자판과 직결되도록 만듦

  공병우 자서전에 따르면, 공병우는 1983년부터 두벌식 자판과 세벌식 자판(수동 타자기에서 쓰이던 공세벌식 자판)을 쓸 수 있는 한글 입출력 프로그램을 '한 컴퓨터 연구소'에 의뢰하여 만들어 시험하였다. '텔레비디오' 사의 컴퓨터 제품에 '한 컴퓨터 연구소'가 개발한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들어가자, 공병우는 판매용이 아닌 연구용으로만 쓰는 조건으로 '한 컴퓨터 연구소'에 의뢰하여 이 워드프로세서를 세벌식 자판을 쓸 수 있게 개조하였다. 아직 이 때까지는 직결식 글꼴이나 직결식 입력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그 뒤에 공병우는 미국 대학에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던 김영수를 만나 도움을 받고 글꼴 편집 프로그램을 쓰는 방법을 배워서 직결식 글꼴을 개발했다고 한다.

한글쓰기 소프트웨어 개발

…(줄임)…

  그러할 무렵 신태민 선생 소개로 당시 뉴욕 콜롬비아 대학에 와서 박사 학위 과정의 논문을 준비중에 있던 김영수 씨를 만나서 매킨토시 컴퓨터의 우수성을 알게 되었다. 김 박사는 나의 모음 간소화 방식(ㅏㅐㅗㅜㅔ를 두 번 치면 ㅑㅒㅛㅠㅖ를 찍을 수 있는 방식)을 가미한 세벌식 글자판 ‘맥 한글’을 개발하여 무료로 보급하기도 했다. 김 박사가 나에게 가르쳐 준 ‘폰트(활자)’를 만드는 방법으로 나는 글씨 모양을 새로 몇 가지 더 개발했다. 한글 글씨꼴을 마음대로 만들어 쓸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글씨 크기와 모양을 마음대로 변동시킬 수 있는 매킨토시의 성능에 반하고 말았다.

  1986년 10월경, 뉴저지에 거주하는 컴퓨터 전문가 김일수 씨로부터 “한 시간에 끝낼 수 있는 영문 프로그램을 한글에서는 1주일이나 걸려야 해낼 수 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나는 몹시 놀랐다. 영어가 1시간 걸릴 일이라면 한글은 그보다도 더 짧게 걸려야 이치에 맞을 텐데, 하루종일도 아닌 1주일이나 걸린다니 실로 어처구니없는 놀라운 말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원인을 알고 싶어 10여 일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두벌식으로 입력을 하고 또 글씨꼴이 복잡한 인쇄체로 출력하는 데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가설을 세워 보았다. 이같은 내 의문을 풀어 보기 위하여 나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시작했다.

  나는 글자를 만드는 ‘폰태스틱 소프트웨어’로 수동식 타자기의 글자판 배열로 세벌체 자모 63자를 영문 글자판과 직결되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영문 J자 키에는 한글 자음 ㅇ을, 영문 F 키에는 한글 모음 ㅏ를, 영문 A 키에는 한글 받침 ㅇ을 배치하였다. 이런 내 ‘직결 방식’으로 만든 폰트를 영문 워드 프로세서에 집어넣어 한글을 써 보니 세벌체 한글이 화면에 나타났다. 더욱이 영문 워드 프로세서가 지니고 있는 갖가지 편집 기능을 한글에서도 완벽하게 재현시키는 것이었다.

…(줄임)…

미국에 번진 한글 기계화 운동

  내가 사진 식자기를 개발하고,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보급되자 교포 사회에서도 한글 기계화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언론 기관에서도 남다른 관심 표명을 하면서 내가 개발한 기계들을 크게 보도해 주었다.

  이러던 중 필라델피아에 한글 문화연구원(원장 신태민)이 발족(1985.7.15.)하였는데, 여기서는 매달 한글 문화의 밤을 열고, 주로 한글 기계화에 관한 데몬스트레이션을 하면서 각종 강연을 주최하였다. 이 문화의 밤에 내가 개발한 신문용 사진 식자 편집기와 한글 글틀을 공개적으로 교포 사회에 선보였고, 또 교포 신문에 상세히 보도하기도 하였다. 몇 차례 문화의 밤이 진행되는 동안에 소문이 나,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한 분들이 문화연구원에 연락을 취하게 되고, 차츰 모여들게 되었다.

  그 뒤 애플 매킨토시로 한글 글틀을 개발한 김영수 씨(당시 뉴욕에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던 분)의 데몬스트레이션도 볼 수 있게 되었고, 뉴저지에서 온 김일수 씨(KKC컴퓨터서비스회사)가 텔레비디오를 이용하여 레이저 프린터로 갖가지 예쁜 한글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구경하게도 되었다(일간 뉴욕 신문과 독립신문이 이 기계로 컴퓨터 식자를 채용하였다).

  결국 여기서 만난 김영수 박사와의 인연이 깊어져 그가 만든 두벌식 외에 세벌식 자판을 공동 재개발하여 세상에 내놓기도 하였다. 그리고 김일수 씨 와 컴퓨터 식자기에 대한 밀접한 상의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텔레비디오 회사(황규빈 사장)는 독자적인 컴퓨터를 누리에 첫 선보일 때, 막대한 돈을 들여 개발한 두벌식 한글 워드프로세서도 함께 공개를 하면서 위세 당당하게 첫날을 장식하였다. 나는 이들의 컴퓨터가 세상에 나온 뒤 곧이어 텔레비디오용 세벌식을 개발하여 과거 세벌식으로 길들여진 사람과 새로 능률적인 것을 바라는 사람에게 제공하였다.

공병우, 〈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

부록
내 발명품과 개발품들

…(줄임)…

(15) 한글 워드프로세서 개발

…(줄임)…

  그리고 신태민 선생의 소개로 뉴욕에 와 공부하던 김영수 박사를 알게 되었다. 김 박사는 세벌식 모음 간소화 자판으로 매킨토시용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하였다. 나는 그 권리를 내가 5천 달러에 양도받아 무료로 보급했다. 그러나 매킨토시의 새 모델이 나오면 한글 작동이 아니되어, 내가 직결식으로 개발한 ‘한글쓰기’로 바꾸어 주었다. 나는 김영수 박사로부터 Fontastic 소프트웨어로 한글 폰트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 김 박사가 개발한 한글쓰기에 사용한 한글 글꼴을 여러 종류의 글자꼴로 만들었다.

  그 무렵 뉴저지에 사는 컴퓨터 전문가 김일수 씨로부터 한글 프로그램을 짜는데, 영어 같으면 한 시간에 끝낼 수 있는 것을 1주일이 걸린다는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한글이 로마자보다도 우수한 글자이니까 로마자보다도 시간이 덜 걸려야만 이치에 맞을 터인데, 도리어 수백 배의 시간을 소비해야만 된다니,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되어, 날마다 곰곰이 생각하였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필경 글자꼴을 복잡하게 만드는 데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의문을 풀기 위해 Fontastic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세벌체 한글 폰트를 만들어, 영문 워드프로세서에 넣어 가지고 실험을 해 보았다. 프로그램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손도 댈 수 없고, 단지 할 수 있는 방법은 나의 글자판 배열을 영문 자판에 직접 연결이 되도록, 즉 J에는 이응(ㅇ) 초성, F에는 아(ㅏ), A에는 종성(ㅇ)을 배치하여, 입력과 출력이 꼭 같은 한글 자모 수로 만들어 사용해 보았다. 그 결과는 나에게 큰 만족을 주었다. 이 방식을 프로그램인 AD 방식과 구별하기 위해서, 나는 ‘직결 방식’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공병우, 〈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

  자서전에는 요즈음의 구글 단모음 자판에서 쓰이는 ㅏ+ㅏ→ㅑ로 넣는 한글 입력 방식을 공병우가 '모음 간소화 방식'이라는 이름으로 고안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영수는 이 입력 방식과 공세벌식 자판을 담은 매킨토시용 한글 워드프로세서(맥 한글)을 개발했고, 이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를 공병우가 양도 받아 무료로 배포했다고 한다.

  클리앙 게시판에 올라온 글인 단모음 키보드 특허와 관련해서 : 클리앙 (clien.net)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iphonien/6567452)에 따르면, 구글보다 네이버에서 ㅏ+ㅏ→ㅑ로 넣는 입력 방식에 대한 특허권를 먼저 청구했다가 거절되었다고 한다. (출원번호: 1020080057770 (2008.06.19)) 공병우 자서전의 내용이 맞고 1980년대에 이 입력 기술을 생각해 낸 사람이 더 없었다면, 공병우는 ㅏ+ㅏ→ㅑ로 넣는 입력 방식을 처음 발명한 사람이고, 김영수는 이 입력 방식을 '맥 한글'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처음으로 구현했던 셈이다. 1989년부터 출간된 공병우 자서전의 내용이 이 입력 방식에 대한 특허권 청구를 거절한 근거가 될 수 있었다.

  공병우는 김영수에게 글꼴 편집 프로그램인 폰태스틱(Fontastic)을 다루는 방법을 배웠고, 이를 바탕으로 한글 낱자를 영문 글꼴의 틀에 넣어서 공세벌식 자판의 배열대로 한글을 낱자 단위로 찍는 직결식 글꼴을 만들었다.주9

  직결식 글꼴에 들어간 한글 낱자 수가 63개라고 하였는데, 요즘한글에 쓰이는 낱자 67개보다 4개 모자란 수이다. 이는 직결식 부호계에 조합형 ㅗ · ㅜ를 따로 넣어서 ㅘ · ㅙ · ㅚ · ㅝ · ㅝ · ㅟ를 조합용 ㅗ · ㅜ로 조합하여 넣게 하였기 때문이다. 조합형 ㅗ · ㅜ 2개가 더 들어가고 ㅘ · ㅙ · ㅚ · ㅝ · ㅝ · ㅟ 6개가 빠져서 공병우 직결식 부호계의 한글 낱자 수가 67개가 아닌 63개가 되었다.

  초기 공병우 직결식은 영문 환경에서 입력 프로그램의 도움을 따로 받지 않고 단순한 글꼴 처리로 한글을 화면이나 인쇄 매체에 나타내었다. 주로 두벌식 자판을 쓰는 한글 입출력 프로그램들은 애플 매킨토시 기종의 운영 프로그램이 새로 바뀔 때마다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겪었지만, 공병우의 초기 직결식 글꼴은 글꼴 구성도 단순한 덕분에 애플 매킨토시 기종에서 오래 쓰일 수 있었다고 한다.

세벌체를 기본 자형으로 확정

…(줄임)…

  나는 캐나다의 한 컴퓨터 연구소에 의뢰하여 처음에는 애플II용으로 세벌식의 예쁜 글씨를 개발하였다. 나중에는 고딕체도 만들었다. 그리고 텔레비디오 용으로 명조체도 만들었다. 그리고 애플II용 '한글'을 만들었을 때, 너무나 반갑고 신기해 한국에 있는 친지에게 써 보라고 보냈더니, 일주일도 못 가서 서울 청계천 전자 부속 가게에서 복사판이 만들어져 돌고 있더라는 보고를 받게 되었다. 내 그 때의 심정은 지적인 저작권을 보호할 줄 모르는 한국의 분위기가 안타깝기보다는 내심 내 세벌식 한글 워드프로세서 해적판으로라도 나돌게 된 것이 은근히 반갑기까지 했다.

  어쨌든 나는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컴퓨터는 글씨 모양을 예쁘게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신묘한 요술 단지 정도로 생각하고 여러 가지 글씨 모양의 한글체를 개발했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입력할 때는 세벌식으로 타자해도, 컴퓨터 내부에서는 대체로 열 벌 이상, 스무 벌 정도의 벌수를 소요해서 글자 하나의 모양새를 예쁘게 만들어 낸다는 것이, 그야말로 몹시 힘에 부치는 부담을 주어 출력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덮어놓고 컴퓨터는 글씨 모양을 마음대로 간단히 척척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란 것도 알았다.

  그래서 나는 한글의 구성 원리대로 타자도 세벌식으로 입력하고, 한글의 조합도 세벌식 출력을 통해 하도록 이른바 세벌체란 글씨체를 채용하기로 한 것이다. 받침이 있는 글자는 받침이 없는 글자보다 더 길어야 여러 면에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것이다. 그것은 과학적으로 볼 때 잘못 읽기 쉬운 오독률도 줄어들고, 읽는 속도도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자의 윗부분의 선을 맞추었을 뿐 아랫도리는 글자마다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흔히 이 글씨체를 '빨랫줄 글씨체'라고도 한다.

…(줄임)…

  요즈음 도안 전문가나 한글 글씨체 전문가 또는 실험 심리학 분야 학자들에 의해 이 한글 세벌체가 관심의 대상이 되어, 이론과 실제에 있어 지지를 받게 된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이를 주장하는 책도 발간되었고, 여러 논문도 나왔으니 마냥 기쁘기만 하다. 나는 현재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로 줄곧 세벌체의 문자 생활을 즐기고 있다. 세벌체를 활용하게 되면 신기하게도 매킨토시의 어떤 기종에도 다 쓸 수 있지만, 프로세서 가운데에서도 일반이 아름답다고 해서 만든 이른바 전문가가 예쁜 글씨체로 매킨토시 플러스용으로 만든 것들은 매킨토시 SE에서 쓸 수조차 없다. 그런데 내 세벌체 방식은 어떤 기종에서도 다 받아들여 한글을 생산해 주고 있으니, 한글 원리에 맞는 과학성을 십분 활용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공병우, 〈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

  자서전에 따르면, 공병우는 한때 한 컴퓨터 연구소에 의뢰하여 10~20벌쯤 되는 낱자를 갖춘 글꼴을 개발한 적이 있었다. 공세벌식 자판으로 쓸 수 있게 만든 애플 Ⅱ용 워드프로세서(한글)가 서울의 청계천 전자 상가에서 복제되어 나돌았던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복제되어 나돈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공세벌식 자판을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제품인지와 공세벌식 자판을 쓸 수 있는 제품이 맞다면 사람들이 공세벌식 자판에 관심을 보였는지는 자서전에 뚜렷하게 나와 있지 않다.

  이 무렵의 컴퓨터 환경에서 한글 입출력 기능은 많은 개발비를 쏟아 부어 만들 수 있는 기능이었고, 여러 프로그램들이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었다. 운영체제가 새롭게 바뀌어서 한글 입출력 기능이 잘못 작동하거나 한글 입력기를 쓰지 못하게 되는 일은 지난날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이따금 벌어지고 있다.

  1980년대에 개발된 공병우 직결식은 한글 입출력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지 않고 글꼴 처리로 한글을 나타내는 방식이었다. 영문 글꼴의 틀을 그대로 쓰는 방식이므로, 영문 환경에서 돌아가던 프로그램들(문서 편집기, 글꼴 편집기)에서 그대로 쓸 수 있었다.

  공병우 직결식은 모든 컴퓨터 기종 환경을 통틀어서 가장 적은 기억 용량으로 가장 빠르게 한글을 나타내는 한글 표현 방식이었다. 초기 공병우 직결식은 입출력 프로그램이 따로 없이 글꼴 처리로 한글을 나타내었고, 첫-가-끝 낱자 3벌만 담은 직결식 글꼴의 구조와 기능이 단순했다. 그 덕을 보아서 애플 매킨토시 운영체제가 판올림해 나가는 동안에도 공병우 직결식 글꼴을 꽤 오래 쓸 수 있었다.

  월간 《마이컴》 1994년 6월호 기사 「국산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을 지켜온 한글 워드프로세서」에도 공병우 자서전에 나오는 워드프로세서에 얽힌 정보들이 나와 있다.

8비트 애플에서 구현되는 한글이 보고싶다는 작은 소망에서 시작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국내 개발 원년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업계 고등학교 전자과에 재학중이던 박현철씨가 8비트 애플용으로 개발한 ‘한글 워드프로세서 ver 1.0’ 이 바로 영예의 주인공이다.

…(줄임)…

  한편 태평양 건너 이국땅 캐나다에서는 81년 여름 유학생인 강태진, 정재열, 한석주씨의 공동작품으로 ‘한글프로세서 I’이 탄생했다. 역시 애플용으로 아직은 워드프로세서라고 부르기는 미흡했고, 한글만 모아쓰기 해서 모니터로 보여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듬해 여름 강태진씨는 KAIST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이때 한글 자동 모아쓰기와 편집, 저장 기능까지 갖춘 ‘한글프로세서 II’를 개발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첫번째 한글 워드프로세서는 83년 5월 에 ‘재미과학자 회의’에서 발표한 ‘한글프로세서 III’이었고, 그해 여름 국내에도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도 이충수씨가 한글 III을 토대로 새로운 폰트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스크 프로텍트를 가미한 ‘중앙한글’ 패키지를 보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3바이트 코드 체계의 낭비와 비효율성, 에디터의 불안함은 여전했다.

한컴퓨터연구소, 텔레비디오와 인연으로 만들어진 한글워드

  3명의 캐나다 유학섕이 다시 뜻을 모은 때는 83년말. 당시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국방 전산망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뎨, 관련 업체로부터 이 프로젝트의 한글처리 부분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오고, 이를 기회로 한컴퓨터연구소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계속되는 자금난으로 곤란을 겪고 있을때 뜻하지 않은 제의가 들어왔다. 한국계 미국인인 황규빈씨가 회장으로 있던 텔레비디오사에서 자사의 IBM PC 호환기종에 쓰일 워드프로세서의 개발을 의뢰해온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제품이 84년 10월의 ‘한글워드’였다.

  한글워드는 소프트웨어적으로 한글을 처리했으며, 문교부 지정 1,800 한자까지 지원하고 있었다. 당시에 한글 구현에 필요한 한글, 한자 카드가 50-60 만원선이었던데 비해 한글워드는 여러모로 큰 시장성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국내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규제 품목에는 IBM PC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텔레비디오사는 예외적으로 국내에 IBM 호환 PC를 생산, 판매할 수 있는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구로공단의 PC 조립공장에서 IBM 호환 PC를 생산하던 텔레비디오사가 국내시장에서 실패하면서 번들로 판매하던 한글워드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교포사회에서 3000 카피 정도가 팔려나가는데 그쳤다.

김길현, 「국산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을 지켜온 한글 워드프로세서」, 《마이컴》 1994년 6월호

3) 3-87 자판에 맞춘 초기 방식 공병우 직결식 부호계

  공병우 자서전에는 1986년 10월에 한글 자판(공세벌식 자판)을 통일했다는 내용이 있다.

세벌식은 컴퓨터에도 알맞아

…(줄임)…

  나는 자판 문제를 연구한 지 40년 만인 1986년 10월에 한글 자판 기종간 통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세벌식을 갖고 수동식 타자기를 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곧바로 컴퓨터도 칠 수 있고, 그 밖의 사진 식자기나 텔레타이프, 또한 어떤 한글 기종의 자판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세벌식 한글 자판을 통일하는 데 성공했다.

공병우, 〈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

  앞에서 본 공병우 자서전 내용을 살피면, 공병우 직결식 글꼴이 처음 만들어진 때는 1985년에서 1986년 사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공병우의 자서전이 1989년에 처음 출간되었던 것을 헤아린다면, '한글 자판 기종간 통일을 완성'했다고 하는 공세벌식 자판은 한글 문화원이 보급한 세벌식 자판 - (5) '공병우 자판'으로 나온 3-87 자판(https://pat.im/1145)에서 살핀 3-87 자판을 가리킨 것이 틀림없다.

3-87 자판  (매킨토시 직결식 배열)
[그림 16-3] 3-87 자판 (매킨토시 직결식 배열)
3-87 자판과 비슷한 한글 배열이 쓰인 공병우 2단 한 · 영 겸용 타자기 자판 (네째 세대 공병우 2단 한영 타자기 ③)
[그림 16-4] 3-87 자판과 비슷한 한글 배열이 쓰인 공병우 2단 한 · 영 겸용 타자기 자판

  1970년대에 나온 자료인 각종 한글 기계의 글자판과 Code 일원화(https://pat.im/1125)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공병우 자서전에서 이야기된 '한글 자판 기종간 통일'은 기계식(수동, 전동)/전자식 타자기와 전산 기기(컴퓨터 등)에서 되도록 비슷한 한글 배열을 쓰는 개념이었다. 1992년에 나온 3-91 자판에 이르러 타자기와 컴퓨터에서 같은 한글 배열을 쓰는 수준으로 연구되었지만,주10 모든 기기들에 쓰이는 공세벌식 자판이 똑같은 자판 배열로 통일된 적은 없었다. 3-87 자판은 아직 한글 배열조차 여러 기기에서 같은 한글 배열을 쓸 수 있게 조율되지 않았다.

  3-87 자판은 국내 전산 기기 환경에서 처음으로 일반 사용자들이 쓸 수 있게 보급된 공세벌식 자판이었다. '한 컴퓨터 연구소'가 개발하여 1988년부터 내놓은 워드프로세서 '한글 2000'에 3-87 자판이 들어갔던 것으로 보이고, '한글과컴퓨터'가 개발하여 1989년부터 나온 'ᄒᆞᆫ글' 초기판들에서도 'Old type'이라는 이름으로 들어간 3-87 자판을 환경 설정을 통하여 불러 쓸 수 있었다.

  3-87 자판과 초기 공병우 직결식 글꼴이 개발된 때가 서로 가까우므로, 3-87 자판에 맞춘 직결식 글꼴이 초기 공병우 직결식의 특징을 잘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글쓴이는 1980년대에 공개된 자료들까지 샅샅이 조사하지 못하여서, 연구 · 개발 과정에서 개량되거나 빠진 기능들은 글쓴이가 모르거나 잘못 파악한 데가 있을 수 있다.

  앞에 올린 글 한글 문화원이 보급한 세벌식 자판 - (5) '공병우 자판'으로 나온 3-87 자판(https://pat.im/1145)에서도 살핀 'Kong-m-98' 글꼴은 3-87 자판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이다. 아래는 이 글꼴의 특징과 쓰는 방법을 정리해 본 내용이다.주11

  • 영문 쿼티 자판의 문자 부호값으로 한글을 나타냄
    • 한글 낱자 하나를 영문 자판의 문자 하나에 대응시켜 글꼴 처리로 한글을 나타냄
    • 글꼴 기능과 부호값 운용 방법은 영문 환경에서 쓰이던 것을 그대로 씀
    • 공세벌식 자판의 배열이 바뀌면 직결식 글꼴도 바꾸어야 함
      (기준으로 삼는 공세벌식 자판이 다른 직결식 글꼴로는 넣은 글을 바른 모습으로 볼 수 없음)
  • 한글 · 영문을 함께 나타내는 방법
    1. 문서 안에서 영역마다 글꼴을 달리함
      (한글 내용은 한글 글꼴로, 영문 내용은 영문 글꼴로 나타냄)
      → 문서 안에서 일부 내용의 글꼴을 바꿀 수 있는 문서 편집기가 필요함
      → 부호값만 보아서는 나타내는 내용이 한글인지 영문인지 가릴 수 없음
    2. 선택 글쇠(option key)를 함께 눌러 넣는 확장 배열에 영문 배열을 담음
      (영문 확장 배열이 들어간 제1 공 직결식 글꼴)
      → 한 가지 글꼴로 한글과 영문을 모두 나타낼 수 있음
      → 확장 배열에 들어간 영문자 부호값은 본래 부호값과 다름
      (영문자를 나타내야 할 아스키 영역 부호값을 써서 한글 낱자들을 나타내기 때문)
  • 영문 환경에 맞추어진 매킨토시의 문자 입력 기능과 글꼴 기능을 이용함
    • 영문 자판을 쓰는 상태에서 직결식 글꼴을 쓰도록 고르고 Caps Lock을 켜면 공세벌식 자판(3-87 자판)으로 한글을 넣을 수 있음 (매킨토시의 한글토크 6.0.7에서)
    • 한글 낱자마다 가로폭과 자간을 달리함
      (글의 자간을 바꾸면 낱자 단위로 자간이 바뀌고, 낱내자 단위로 자간을 조절할 수 없음)
    • 첫닿소리와 홀소리 낱자를 넣을 때에 커서 자리(초점)가 오른쪽으로 움직임
    • 끝소리(받침)와 조합용 홀소리(ㅗ, ㅜ)를 넣으면 커서 자리가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찍힘
      → 받침을 언제나 1타에 넣는 조건을 지키면 글꼴 처리가 손쉬운 짜임새임
      → 이 때문에 직결식을 쓰는 공세벌식 자판의 겹받침이 점점 늘어남
  • 프로그램이 한글 낱자를 조합하는 처리를 하지 않음
    → 공병우 직결식을 따르는 틀에서는 한글 처리 기술이 발달하지 못함
    • 이어서 넣은 홑낱자를 겹낱자로 바꾸는 처리를 하지 않음
      → 첫소리 ㄲ, ㄸ, ㅃ, ㅆ, ㅉ을 ㄱㄱ, ㄷㄷ, ㅂㅂ, ㅅㅅ, ㅈㅈ으로 나타냄주12
    • ㅢ와 겹받침을 1타에 넣음
      (홑낱자를 조합해서 ㅢ나 겹받침을 넣으면 간격이 너무 벌어지거나 제자리에 겹쳐 찍힘)
    • ㅗ · ㅜ는 조합용인 것과 조합용이 아닌 것을 글을 치는 사람이 가려서 넣음
      → 홑낱자로 들어가는 ㅗ · ㅜ와 겹홀소리에 들어가는 ㅗ · ㅜ의 부호값이 다름
      → ㅘ · ㅙ · ㅚ · ㅝ · ㅞ · ㅟ는 2개 부호값으로 나타냄
  • 한글 낱자를 넣을 때의 초점 (커서 움직임)
    • 첫닿소리와 홀소리를 넣을 때는 초점이 오른쪽으로 움직임
      (기계식 타자기는 초점이 오른쪽으로 일정하게 움직이지만, 공 직결식에서는 움직이는 폭이 낱자마다 다를 수 있음)
    • 조합용 ㅗ · ㅜ와 받침을 넣을 때는 초점이 움직이지 않음
      (다음 낱자가 제자리에 찍힘)
  • 한글을 지우거나 커서를 옮길 때
    • 한글을 낱내자 단위로 지울 수 없고, 낱자 단위로 지울 수 있음
    • 커서 자리도 낱자 단위로 바뀜
      • 커서를 보고 낱자를 정확히 지우기 어려움
      • 방향 글쇠를 눌러 커서를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옮기려면, 넣은 낱자 수만큼 방향 글쇠를 눌러야 함
  • 확장 배열에 들어간 한글 낱자를 다룰 때의 어려움
    • 매킨토시 운영체제 판에 따라 확장 배열에서 넣기 어려운 글쇠 자리가 있음
    • 8비트 확장 부호값으로 나타내는 한글 낱자는 프로그램에 따라 KS 완성형 한글 등으로 오인하여 복사해서 붙일 때 내용이 보존되지 않는 때가 생기기도 함

  초기 공병우 직결식은 영문 자판에 들어가는 문자들의 부호값으로 한글 낱자를 나타내었다. 위에서 본 공병우 자서전에서 "나의 글자판 배열을 영문 자판에 직접 연결이 되도록, 즉 J에는 이응(ㅇ) 초성, F에는 아(ㅏ), A에는 종성(ㅇ)을 배치하여,"라고 설명한 대로, 영문 쿼티 자판을 기준으로 'jfa'를 쳐서 '앙'을 넣을 수 있다.

  공병우 직결식은 영문 자판에 들어가는 문자들의 부호값을 써서 낱자 단위로 한글을 나타내는 것이 N 바이트 조합형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애플 기종에서 쓰인 초기 공병우 직결식과 IBM 호환 기종에서 7비트 부호계로 CALL 3327에 쓰인 N 바이트 조합형을 견주어 보면 다음과 같다.

[표 16-2] CALL 3327의 N 바이트 조합형과 초기 공병우 직결식 특징 비교
  N 바이트 조합형
(CALL 3327)
초기 공병우 직결식
부호값 하나로
나타내는 한글 단위
낱자 낱자
문자/부호값
대응 기준
자판 배열 자판 배열
부호계 환경 7비트 부호계 8비트 부호계 (Mac 확장)
한글 부호계 구성 닿소리 1벌 + 홀소리 1벌
(2벌식)
첫소리 1벌 + 가운뎃소리 1벌 + 끝소리 1벌
(3벌식)
한글 시작/끝
처리
SO(Shift Out)와 SI(Shift In)로
한글의 시작/끝을 알림
(한글을 확장 문자로 처리)
한글의 시작/끝을 알리는 부호를 쓰지 않음
주로 쓴 한글 자판 두벌식 자판 (KS C 5715) 공세벌식 자판
한글 조합 처리 겹낱자와 닿소리 종류를 살펴
화면에 나타내는 낱자를 바꿈
하지 않음
도깨비불
(한글 지연 처리)
있음
(오늘날과 모습은 다름)
없음
조합이 끝난
한글을 지울 때
한글 낱자의 모습이 바뀌지 않음
한글 낱자가 절반씩 지워짐
한글 낱자의 모습이 바뀌지 않음
한글 낱자가 낱자 단위로 지워짐
[표 16-3] 7비트 아스키 부호계
(ASCII 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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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0-2] 7비트 조합형 부호계
(33개 낱자, 자판 배열 대응형)
(CALL 3327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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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3327 한글의 자판 배열
[그림 10-2] CALL 3327 한글의 자판 배열
CALL 3327 한글의 개선판인 '멋한글'을 구동한 화면 (움직그림)
[그림 10-4] CALL 3327 한글의 개선판 '멋한글' (움직그림)

【표 16-3 / 표 10-2 / 그림 10-2 / 그림 10-4 : 표준이 된 세벌식? - (1) 1980년대에 쓰인 여러 가지 한글 표현 방식(https://pat.im/1150)에 올린 자료에서 가져 왔거나 내용을 더한 자료임】

  N 바이트 조합형으로 넣은 글을 담을 때에는 첫소리와 끝소리(받침)를 닿소리 1벌로 나타내는 한글 부호계가 쓰였다. 한글을 넣을 때에 한글 입출력 프로그램이 닿소리의 종류(첫소리/끝소리)와 낱내자의 경계를 가리느라 화면에 도깨비불이 일어났다.

[표 16-4] 1980~1990년대 애플 매킨토시 기종에 쓰인 8비트 확장 아스키 부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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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6-5] 제1 공병우 직결식 부호계 (3-87 자판 + 기호 확장) (자판 배열 대응형) (Kong-m-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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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자판과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로 '떡볶이에 짜장면에 삶은 달걀 잔뜩 먹고'를 넣고 지우기 (움직 그림) (매킨토시 한글토크 시스템 6.0.7 + Tex-Edit 2.7.2 + Kong-m-98) (아래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화면 키보드'임)
[그림 16-7] 3-87 자판과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 Kong-m-98으로 '떡볶이에 짜장면에 삶은 달걀 잔뜩 먹고'를 넣고 지우기 (움직그림)
3-87 자판 (매킨토시 직결식 배열)
[그림 16-8] 3-87 자판 (매킨토시 직결식 배열)

  그림 16-7은 매킨토시 한글토크(한글 시스템) 6.0.7의 Tex-Edit 2.7.2에서 3-87 자판으로 쓸 수 있는 직결식 글꼴 Kong-m-98으로 한글을 넣는 모습이다. 그림 16-7의 위쪽에 보이는 매킨토시 화면은 윈도우에서 매킨토시 에뮬레이터 바실리스크 II(Basilisk II)로 띄운 것이다. 글쇠를 어떻게 눌러 나갔는지를 나타내려고 윈도우에서 쓰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화면 키보드' 기능을 이용하였다.

  공병우 직결식 체계에서는 겹낱자를 조합하거나 낱내자의 경계를 가리는 한글 처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한글 부호값을 분석하여 다루는 프로그램 처리가 없이 영문 환경에서 쓸 수 있는 글꼴 파일에 첫-가-끝 낱자꼴을 담아 글꼴 처리를 통하여 한글을 찍어 나갔다. 처음에 넣은 낱자 부호값과 낱자꼴을 전혀 바꾸지 않으므로 도깨비불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글을 넣는 프로그램이 그 안에 들어간 한글 내용을 알아차리면서 정보를 다룰 수 없었다. 글쇠를 누르는 대로 한글을 낱자 단위로 바로바로 찍어 나간 점이 기계식 공병우 타자기와 같다.

  공병우 직결식이 기계식 공병우 타자기와 다른 점도 있었다. 기계식 공병우 타자기에서는 기기의 움직임이 정확하고 쓰는 사람이 수동으로 간격을 조절하지 않는다면 한글 낱내자의 가로폭은 언제나 같다. 하지만 매킨토시 운영체제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문자마다 너비와 자간을 달리할 수 있는 글꼴 기능이 쓰였다. 이 기능을 응용하여 공병우 직결식 글꼴들은 낱자 구성에 따라 한글 낱내자의 너비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내었다. 기계식 공병우 타자기에서는 '아'를 넣을 때와 '오'를 넣을 때에 낱내자가 차지하는 가로폭을 달리할 수 없었지만, 공병우 직결식 글꼴에서는 달리할 수 있었다.

공병우 직결식 글꼴로 넣은 낱내자들의 가로폭 견주기 (Kong-m-98 24pt) (오,온,올,옮,와,완,왈,왊,아,에,애,왜,웨)
[그림 16-9] 공병우 직결식 글꼴로 넣은 낱내자들의 가로폭 견주기 (Kong-m-98 24pt) (오,온,올,옮,와,완,왈,왊,아,에,애,왜,웨)
겹낱자가 많이 들어간 두째 세대 공병우 타자기 글씨 사진 (떡볶이에 짜장면에…)
[그림 16-10] 겹낱자가 많이 들어간 두째 세대 공병우 타자기 글씨 사진 (떡볶이에 짜장면에…)
"떡볶이에 짜장면에…"를 매킨토시에서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로 넣은 모습과 같은 글을 영문 글꼴로 본 모습 (Kong-m-98 24pt / Courier 18pt) (3-87 자판)
[그림 16-11] "떡볶이에 짜장면에…"를 매킨토시에서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로 넣은 모습과 같은 글을 영문 글꼴로 본 모습 (Kong-m-98 24pt / Courier 18pt) (3-87 자판)

【그림 16-10은 세대를 나누어 살펴보는 공병우 세벌식 자판 - 2. 두째 세대 (1960년대)(https://pat.im/959)에 올린 사진임】

3-87 자판을 써서 직결식으로 넣은 글을 영문 글꼴이나 다른 공세벌식 자판을 쓰는 직결식 글꼴로 볼 때의 모습
[그림 16-12] 3-87 자판을 써서 직결식으로 넣은 글을 영문 글꼴이나 다른 공병우 직결식 글꼴로 볼 때의 모습 (움직그림)

  이 화면에 보이는 Kong 10-NNN-2과 Kong-000은 3-89 자판과 3-91 자판 사이에 나온 연구 단계의 중간형 공세벌식 자판(가칭 3-891 자판)으로 쓰는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이다. Kong-215과 Kong-5-1는 3-91 자판으로 쓰는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이다.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로 넣은 글을 영문 글꼴로 나타내면, 한글 내용이 영문 자판의 문자들을 나타내는 부호값으로 들어갔음을 볼 수 있다. 글을 넣을 때에 쓴 공세벌식 자판과 직결식 글꼴이 서로 맞아야 글 내용을 바른 꼴로 볼 수 있다.

  Kong-2-2-2과 'Kong Gothic 12'과 Kong-NNN은 공한글 스크립트를 통하여 쓸 수 있는 제2 공병우 직결식 글꼴이다. 제2 공병우 직결식 글꼴은 특정 공세벌식 자판에 얽매이지 않고 쓸 수 있는 직결식 글꼴이고, 7비트 아스키 영역에 들어간 영문자 · 숫자 · 기호를 본래 부호값으로 나타낸다. 그래서 제1 공병우 직결식으로 넣은 한글을 제2 공병우 직결식 글꼴로 보면 영문 글꼴로 보는 것과 비슷하게 보인다.

  움직그림에 보이는 Kong-NNN은 얼핏 보면 Kong 10-NNN-2 등에 들어간 중간형 공세벌식 자판에서 맨 윗줄 배열만 영문 자판을 따르는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 같지만, 실은 한글을 나타내는 부호값을 영문 자판의 글쇠 자리에 그대로 대응시키지 않는 것이 특징인 제2 공병우 직결식 글꼴이다. 이미 만든 글꼴을 옛 방식(제1 공병우 직결식)의 흔적을 많이 남겨 둔 채로 되도록 조금 고쳐 제2 공병우 직결식 글꼴을 만든 것 때문에 제1 / 제2 공병우 직결식 글꼴의 특성을 모두 띠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중간형 공세벌식 자판과 제2 공병우 직결식 글꼴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 올리는 글에서 다루려고 한다.

  공병우의 자서전에 나오는 설명처럼 초기 공병우 직결식은 공세벌식 자판에 들어간 문자를 영문 쿼티 자판의 같은 자리에 들어간 문자의 부호값과 짝지어서 글꼴 처리로 한글을 나타내었다. 초기 방식을 따르는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은 쓸 수 있는 공세벌식 자판이 정해져 있으므로, 글을 넣을 때에 쓴 공세벌식 자판과 직결식 글꼴으로 쓸 수 있는 공세벌식 자판이 서로 맞아야 넣은 글을 바른 모습으로 볼 수 있었다

  3-87 자판은 나중에 나온 공세벌식 자판들과 첫소리 ㄱ · ㄷ과 홀소리 ㅐ · ㅣ의 자리의 자리가 다르다. 3-87 자판을 써서 '떡볶이'를 직결식으로 넣는다면 실제로 들어가는 문자는 'kktx;vFjr'이다. 이를 다른 공세벌식 자판으로 쓰는 직결식 글꼴로 보면, '떡볶이'가 '꺽볶애'나 '꺽볾애' 따위로 나오고 '달걀'이 '갈댤'로 나올 수 있었다.

  애플 매킨토시 기종에서는 1990년대에 이미 선택 글쇠(option key)를 함께 눌러 쓰는 확장 배열이 쓰이고 있었다. 7비트 아스키(ASCII) 부호값에서 벗어난 8비트 확장 부호값으로 나타내는 문자들을 확장 배열로 넣을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하여 3-87 자판으로 쓰는 공병우 직결식 글꼴에도 영문 자판의 문자들과 몇몇 특수 기호들을 넣는 확장 배열이 담겼다. 초기 공병우 직결식은 영문 자판의 문자들을 나타내는 7비트 아스키 영역 부호값으로 한글 낱자들을 나타냈으므로, 확장 배열로 넣는 영문 자판의 문자들은 주로 8비트 확장 영역 부호값으로 나타냈다.

3-87 자판으로 쓰는 제1 공 직결식 글꼴 Kong-m-98의 기본 한글 배열
[그림 16-13] 3-87 자판으로 쓰는 제1 공 직결식 글꼴 Kong-m-98의 기본 한글 배열
3-87 자판으로 쓰는 제1 공 직결식 글꼴 Kong-m-98의 확장 영문 배열
[그림 16-14] 3-87 자판으로 쓰는 제1 공 직결식 글꼴 Kong-m-98의 확장 영문 배열

  3-87 자판에 맞춘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인 Kong-m-98에 들어 있는 문자들을 영문 쿼티 자판 배열대로 늘어놓은 모습이다. 왼쪽 창들은 직결식 글꼴(Kong-m-98)로 본 모습이고, 오른쪽 창들은 영문 글꼴로 본 모습이다.

  그림 16-13는 기본 자판 배열이고, 그림 16-14은 선택 글쇠(option key)를 누르고 넣는 확장 배열이다. 그림 16-13과 그림 16-14에서 위쪽 편집창 화면은 윗글쇠를 누르지 않고 치는 배열을 나타낸 것이고, 아래쪽 편집창 화면은 윗글쇠를 누르고 치는 배열을 나타낸 것이다.

  매킨토시에서 선택 글쇠(option key)를 누르고 치는 확장 배열은 발음 구별 부호나 추가 문자/기호를 더 넣는 데에 쓰였다. 하지만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에서는 확장 배열에 주로 영문 쿼티 자판의 영문자들이 들어갔고, 몇몇 자리에 화살표 같은 추가 기호들이 들어갔다. 사용자 정의 문자처럼 서명 글씨로 보이는 '공병우'나 '한글 전산화는 세벌식으로' 같은 구호가 들어가기도 하였다.

  초기 공병우 직결식에서는 7비트 영역 아스키 부호값으로 기본 배열에서 넣는 한글 낱자들을 나타냈으므로, 확장 배열로 넣는 영문자들은 8비트 확장 영역의 부호값까지 써서 나타내었다.

※ 참고한 자료

〈주석〉
  1. 한글Ⅲ이나 중앙한글처럼 3바이트 조합형을 쓰면서 한글 글씨꼴을 네모꼴에 가깝게 처리하기 좋게 낱자 부호값을 여러 벌로 나눈 예외 사례 있음 back
  2. '쫣'이나 '쀍'처럼 N 바이트 조합형에서 5개 낱자로 나타낼 수 있는 낱내자는 표준어에 잘 쓰이지는 않음 back
  3. '첫+첫+첫+가+가+가+끝+끝+끝'처럼 길게 이어 붙이는 방법도 제안되었으나 실제로 쓰이지는 않음 back
  4. https://pat.im/1150의 표 10-4처럼 겹낱자를 따로 둔 한글 부호계를 쓴다면, '쫣'을 '닿+홀+닿'으로도 나타낼 수 있음 back
  5. https://pat.im/1150의 표 10-3과 표 10-4 back
  6. 한글 Ⅲ과 중앙한글은 낱자 하나에 글씨꼴에 따라 여러 부호값을 매기는 변칙으로 운용함 back
  7. ㅘ · ㅙ · ㅚ · ㅝ · ㅞ · ㅟ를 조합용 ㅗ · ㅜ를 써서 조합해서 나타내는 방법으로 요즘낱자 67개를 나타냄 back
  8. 유니코드 방식으로 쓰이고 있는 요즘낱자 수 back
  9. 폰태스틱(Fontastic)은 1980년대 중반에 알트시스(Altsys) 사가 출시한 매킨토시용으로 출시한 비트맵 글꼴 편집 프로그램이다. 1986년 이후에 편집 기능이 보완된 폰태스틱 플러스(Fontastic Plus)와 윤곽선 글꼴 제작 기능이 들어간 폰토그래퍼(Fontographer)로 이어졌다. back
  10. 3-91 자판은 기계식 타자기(기계식 수동/전동 타자기) / 전자식 타자기 / 컴퓨터에 맞춘 자판 배열이 따로 나왔고, 모두 한글 배열이 같았다. 하지만 기계식 타자기가 만들어진 것이 공개되지 않아서 그 한글 배열이 모든 기기에 쓰일 수 있는지가 입증되지 않았다. back
  11. 〈한글을 기계로 옳게 쓰기〉(지은이: 송현)에는 공병우가 1987년에 미국 뉴욕에서 발행한 유인물 자료가 실려 있다. 거기에 보면 "공병우 박사가 매킨토시로 쓰고 있는 한글 3벌체 8가지"라는 제목으로 직결식 글꼴들의 모습이 나와 있는데, 그 가운데 'Kong 125-F-9'이라는 글꼴이 있다. 이 유인물 자료와 〈한글을 기계로 옳게 쓰기〉가 나온 때에 3-91 자판은 나오지 않았지만, Kong 125-F-9은 나중에 3-91 자판으로 쓸 수 있게 한 글꼴 파일이 배포된 적이 있다. 이로 미루어서 'Kong 125-F-9'이나 'Kong-m-98'은 쓸 수 있는 자판 배열을 나타내는 이름이 아니고 글씨꼴을 가리키는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Kong-m-98'도 3-87 자판이 아닌 다른 공세벌식 자판으로 쓸 수 있게 고친 글꼴 파일이 배포되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back
  12. 뒤에 나온 직결식 글꼴들 가운데는 첫소리 ㄲ · ㄸ · ㅃ · ㅆ · ㅉ을 확장 배열에 담은 것도 있었지만, 한글을 넣을 때에 따로 들어간 첫소리 겹낱자를 곧바로 쓰는 사례나 지침은 없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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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마머꼬 2021/04/23 13:1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shift out이랑 shift in으로 처리하는걸 보니, 꼭 점자 같네요.

    여기서 부터 숫자입니다. 여기서부터 한글입니다.>를 표시하던데,

    지금은 쫌 넘기며 읽었는데 여유있을 때 제대로 읽어보겠습니다.

    • 팥알 2021/04/24 11:1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러고 보니 많은 비트를 쓸 수 없는 N 바이트 조합형의 제약 때문인지 점자와 서로 비슷한 데가 있네요. 생각해 볼 거리가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