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벌식 P2 자판의 왼손 배열 개선 방향

(1) 신세벌식 자판의 왼손 배열 문제

  신세벌식 자판은 공세벌식 자판(공병우 세벌식 자판)과 한글 배열이 꽤 비슷합니다. '무궁화', '아이들', '미운 오리'를 넣을 때는 신세벌식 자판이나 공세벌식 자판이나 글쇠를 똑같이 누릅니다.

  신세벌식 자판은 오래 다듬어진 공세벌식 자판의 배열 특징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처음 나온 때부터 실용성을 띨 수 있었고, 공세벌식 자판을 익숙하게 쓰던 사람들이 받아들이기도 좋은 꼴입니다. 하지만 한글 배열이 비슷해 보여도 그 한글 배열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서로 다릅니다. 신세벌식 자판은 공세벌식 자판에서 크게 따질 필요가 없는 한글 배열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아래처럼 신세벌식 자판에 공세벌식 자판과 다른 특징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기로 든 것은 신세벌식 P2 자판을 기준으로 합니다.)

신세벌식 P2 자판 (기본 배열)
신세벌식 P2 자판
  • 한글 낱자들이 3줄 배열로 들어감
    → 공세벌식 자판보다 글쇠 자리가 비좁음
  • 홀소리와 받침을 왼손 쪽 글쇠들에서 넣음
    → 같은 손가락 거듭치기가 더 잦음 (녘, 백, 숯, 옌, 익)
    → 같은 글쇠 거듭치기가 더 잦음 (겉, 곶, 넥, 듣, 앞)
    → 같은 글쇠를 거듭 누를 때가 잦을수록 손가락이 더욱 빨리 지침
  • 모아쓰는 요즘한글을 넣을 때 윗글쇠를 쓰지 않음
    → 윗글쇠를 쓰지 않는 만큼 손가락이 쉴 틈이 적어서 피로가 더 쌓임
  • 왼손에서 4째 · 5째 손가락을 거듭 쓰거나 이어서 쓰는 때가 있음 (륭, 얬, 옛, 윤, 율)

  4줄 한글 배열을 쓰는 공세벌식 자판은 한글 낱자들을 많은 글쇠에 나누어 넣을 수 있습니다. 글쇠를 많이 쓰는 만큼 손을 움직이는 거리가 길어지지만, 같은 손가락을 거듭 쓰는 때를 줄이기에 좋아서 공세벌식 자판은 여러 한글 자판들 가운데 손가락 피로도가 유난히 적은 부류입니다.

3-90 자판 (IBM-3-90 자판)
공세벌식 3-90 자판
공병우 최종 자판 (매킨토시 세벌식 자판, 3-91 자판)
공세벌식 3-91 자판 (공병우 최종 자판)

  하지만 신세벌식 자판은 공세벌식 자판의 4줄 한글 배열을 4줄에서 3줄로 우겨 넣은 꼴입니다. 손을 움직이는 거리는 짧지만, 같은 손가락을 거듭 쓰는 때가 잦고 손놀림이 더 복잡해서 손가락을 쓰는 힘이 더 듭니다.

  공세벌식 자판과 신세벌식 자판에서는 첫소리 ㄲ · ㄸ · ㅃ · ㅆ · ㅉ을 넣을 때에는 같은 자리 글쇠를 거듭 누릅니다. 두벌식 자판으로 '몰라', '옹이'를 넣거나 영문 자판으로 'ee'를 넣을 때도 같은 글쇠를 거듭 누릅니다. 이처럼 한글 자판들과 영문 자판들에서 내용이 같거나 성격이 비슷한 문자(보기: 첫닿소리 ㄱ과 끝닿소리 ㄱ)를 이어서 넣을 때에 같은 글쇠를 거듭 누릅니다. ㄲ이나 ee를 넣을 때에는 치는 사람이 의식하고 손가락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박자를 조절하여 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판 배열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제자리에서 같은 손가락으로 글쇠를 거듭 누르는 것이 같은 손가락으로 다른 글쇠를 거듭 누르는 것보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상식처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신세벌식 자판에는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신세벌식 자판은 홀소리와 받침을 같은 글쇠를 거듭 눌러 넣는데, 같은 글쇠로 성격과 내용이 다른 문자들을 같은 글쇠로 넣는 셈입니다. 다른 문자를 같은 글쇠로 넣을 때에는 손가락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박자를 조절해 치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같은 글쇠를 누르는 때가 너무 잦으면, 손가락의 힘이 쏙 빠지고 감각마저 무뎌질 수 있습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것도 같지만, 일부러 홀소리와 받침을 같은 글쇠로 넣는 동작을 거듭해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신세벌식 P2 자판과 공세벌식 3-P3 자판의 타자 흐름 비교
신세벌식 P2 자판과 공세벌식 3-P3 자판의 타자 흐름 비교

  신세벌식 자판은 '첫가끝 갈마들이'라는 입력 방식이 쓰는 덕분에 글쇠 하나로 두 가지 한글 낱자를 윗글쇠를 쓰지 않고 넣을 수 있습니다. 홀소리만 따로 넣거나 극히 드문 옛한글 유형을 넣을 때처럼 모아쓰는 요즘한글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한글을 넣을 때에 윗글쇠를 쓸 필요가 있을 뿐입니다. 이 좋은 점이 손가락 피로도를 줄이는 데에는 나쁘게 작용합니다. 공세벌식 자판은 적지 않은 수의 받침을 넣을 때에 윗글쇠를 함께 누르면서 왼손가락이 잠시 쉴 틈이 생기는데, 신세벌식 자판은 윗글쇠를 적게 누르는 만큼 왼손가락이 쉴 틈이 적습니다.

  공세벌식 자판은 오래 쓴 사람이 왼손 4째 손가락과 5째 손가락을 놀리는 기능이 퇴화할 만큼 왼손 4째 및 5째 손가락(약지, 소지)을 거듭 쓰거나 서로 이어서 쓰는 때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신세벌식 자판은 왼손 4째 및 5째 손가락을 이어서 쓰는 타자 유형이 있어서 이 손가락들의 피로도가 공세벌식 자판보다 더 높습니다.

  왼손 2째 손가락도 신세벌식 자판에서 피로가 잘 쌓이는 손가락입니다. 왼손 2째 손가락으로 치는 홀소리와 받침이 12개나 되기 때문에, 잘못 조율하면 이 손가락이 버틸 수 없어서 쓸 수 없는 신세벌식 자판이 될 수 있습니다. 공세벌식 자판과 신세벌식 자판 모두 이 손가락의 타수 비율이 꽤 높습니다. 하지만 공세벌식 자판은 이 손가락을 자주 쓰는 때가 거의 없고, 신세벌식 자판은 이 손가락을 거듭 쓰는 때가 어쩔 수 없이 생깁니다. 2째 손가락(검지, 집게 손가락)이 아무리 힘이 세고 날렵하더라도, 거듭 쓰는 때가 너무 잦으면 금방 지칩니다.

  이런 점들을 헤아린다면, 신세벌식 자판의 왼손 배열을 바꾸어 나가는 원칙을 이렇게 잡아 볼 수 있습니다.

  • 같은 손가락을 거듭 쓰는 때가 적도록 홀소리 · 받침 낱자들을 배치함
  • 이어서 나오는 때가 잦은 홀소리와 받침은 같은 글쇠에 두지 않음
  • 제자리 글쇠에서 홀소리와 받침을 이어서 치는 때와 유형 수를 줄임
    (제자리 거듭치기가 일어나는 조합 유형이 적으면 치는 사람이 거듭치기에 대비하여 힘이나 박자를 조절하는 버릇을 들이기 좋음)
  • 힘이 약한 4째 · 5째 손가락을 이어서 쓰는 때를 줄임
  • 다른 홑받침 2개를 조합하여 넣는 겹받침은 되도록 두 손가락으로 나누어 칠 수 있게 함
  • 불편한 타자 동작은 되도록 낱말의 앞쪽에서 일어나게 함
    (낱말의 뒤일수록 속도가 붙어서 치는 사람이 힘이나 박자를 조절을 하기 어렵기 때문)

  공세벌식 자판과 동떨어진 신세벌식 자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홀소리 ㅏ · ㅗ · ㅜ · ㅡ · ㅣ와 받침 ㄴ · ㄹ · ㅁ · ㅅ · ㅇ 같은 낱자들은 흔히 쓰이고 있는 공세벌식 자판을 그대로 따를 수 있습니다. 공세벌식 자판을 그대로 따를 낱자들의 자리를 못박아 놓고, 나머지 낱자들의 자리를 잘 옮겨서 왼손가락에서 일어나는 거듭치기와 불쾌한 타자 동작을 줄여 나가는 일이 신세벌식 자판을 개선하는 작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신세벌식 자판에서 가장 관심 있게 살필 수 있는 홀소리-받침 조합의 잦기는 세벌식 사랑 모임의 자료실에 올라온 '중성 + 종성 및 겹받침 조합 빈도'(https://cafe.daum.net/3bulsik/6CY8/334)처럼 좋은 자료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같은 기관에서도 우리말 잦기 조사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데, 잘 찾아 보면 다른 유형의 잦기 자료도 신세벌식 자판의 배열을 개선하는 데에 쓰임새가 있습니다.

좌우대칭이 아닌 일반 글쇠판
좌우대칭이 아닌 일반 글쇠판
좌우대칭인 글쇠판 (가상)
좌우대칭인 글쇠판 (가상)

【그림 : [PPT] 두벌식/세벌식 자판의 짜임새와 개선 방안 (https://pat.im/1077)】

  현재 쓰이고 있는 일반 PC용 자판 규격은 수동 타자기에서 이어진 것입니다. 인체 공학을 헤아리지 않고 수동 타자기를 만들기 좋은 꼴로 글쇠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 규격을 쓰는 자판 배열들은 문자 배치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몇몇 글쇠들의 자리가 불편하여 편리하지 못한 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신세벌식 자판에서 홀소리와 받침이 놓이는 Z · X · C 글쇠(영문 쿼티 기준)가 특히 그러합니다. 인체 공학을 잘 헤아린 글쇠판이 많이 보급될 수 있다면, 신세벌식 자판이 지금보다 편리하게 쓰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글쇠 자리를 꽉 채운 자판 배열을 고치려면, 적어도 문자 요소 2개의 자리를 맞바꾸어야 합니다. 문자 1개만 집어서 자리를 바꿀 수 없습니다. 신세벌식 자판의 홀소리-받침처럼 서로 얽혀 있는 요소들의 자지를 바꿀 때에는 간단해 보이는 자리 바꿈이 미치는 영향을 얼른 가늠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자판 배열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좋게 고치기는 어렵고 고쳐서 나빠지기는 쉽습니다. 꼼꼼하게 잘 따져서 배열을 고쳤어도, 검토해 보고 부작용이 보이면 보완 작업을 더 거쳐야 할 수 있습니다. 자판 배열을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고칠 수는 없기에 문제점이 있더라도 더 좋은 대안을 찾지 못하여 포기하고 넘어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2) 신세벌식 P2 자판의 왼손 배열 문제

  배열이 굵직하게 바뀐 곳과 아직까지도 갈등하고 있는 배열 문제를 일부만 뽑아서 살핍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글쇠 자리는 영문 쿼티 자판을 기준으로 합니다.

1) ㅓ · ㅐ · ㅕ

  공세벌식 자판에서 ㅓ는 공병우 타자기가 처음 나온 1940년대부터 줄곧 T 자리를 지켜 왔습니다.

  ㅐ와 ㅕ는 자리가 자주 바뀌었습니다. 1970년대에 공병우 한 · 영 겸용 타자기가 만들기 쉽고 고장이 적은 꼴로 개량되면서 ㅐ와 ㅕ가 D 자리와 ㅐ 자리로 옮겼고, 3-89 자판이 나오면서 오늘날에 흔히 알려진 것처럼 ㅐ가 R 자리로 갔습니다.

  ㅣ는 1980년대까지 공병우 타자기가 처음 나온 때의 자리를 지켜 왔지만, 3-89 자판에서 ㅐ와 자리가 맞바뀌었습니다. ㅣ가 2째 손가락 자리에서 3째 손가락 자리로 옮겨 간 것은 수동 타자기 자판과 다른 일반 PC용 자판의 특성을 헤아려 3째 손가락의 타수 비중을 높이려는 뜻이 담긴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때 R 자리를 차지했던 ㅣ가 ㅏ 다음으로 자주 쓰이는 홀소리인 것을 헤아릴 필요가 있습니다. R 자리는 꽤 좋은 글쇠 자리입니다. 저는 3-89 자판에서 ㅐ와 ㅣ를 맞바꾼 다음에 배열을 더 조율하는 작업이 이어지지 않아서 ㅐ가 분에 넘치는 자리에 남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R 자리에는 타수 비율이 ㅐ보다 높은 ㅓ가 들어가기에 알맞습니다.

공세벌식 3-90, 3-91, 3-P 자판안의 ㅓ,ㅐ 자리
공세벌식 3-90, 3-91, 3-P 자판안의 ㅓ,ㅐ 자리

  그래서 저는 3-2011 자판을 제안할 때부터 3-P 자판안까지 ㅓ를 R 자리를 넣는 공세벌식 배열을 고집해 왔고, 신세벌식 P2 자판에서도 그 고집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ㅓ가 T 자리에 있는 한글 배열을 15해 넘게 썼기 때문인지, 이 자리 바꿈을 제안한 저부터도 갈등이 많았습니다. 3-2011 자판을 제안하고 몆 달 지난 때에는 손가락이 아픈 느낌이 들어서 ㅓ 자리 바꿈을 철회할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 스스로 ㅓ 자리를 바꾸어 놓고는 그 ㅓ 자리에 적응하느라 2010년대를 거의 다 보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신세벌식 자판에서는 ㅓ가 R 자리에 있으면 '없'을 치기가 좋습니다. 나쁜 점을 꼽는다면, 뒤에서 이야기할 받침 ㄱ 자리와 얽혀서 '억'이나 '꺾'을 넣을 때에 손가락 뒤틀림을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신세벌식 P 자판의 왼손 배열 (ㅕ·ㅓ·ㅐ)
신세벌식 P 자판의 왼손 배열
신세벌식 P2 자판의 왼손 배열 (ㅐ·ㅓ·ㅕ)
신세벌식 P2 자판의 왼손 배열

  신세벌식 P 자판까지는 E 자리에 ㅕ가 있었고 T 자리에 있던 ㅐ가 있었습니다. 신세벌식 P2 자판에서는 이를 맞바꾸어 E 자리에 ㅐ를 두고 T 자리에 ㅕ를 두었습니다. ㅐ와 ㅕ의 자리를 맞바꾼 것은 '겹', '렵', '볍', '엽', '협' 등에서 일어나는 제자리 거듭치기를 피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신세벌식 자판의 왼손 배열을 바꾸어 나가는 원칙들 가운데 이런 내용을 이야기했습니다.

  • 제자리 글쇠에서 홀소리와 받침을 이어서 치는 때와 유형 수를 줄임
    (제자리 거듭치기가 일어나는 조합 유형이 적으면 치는 사람이 거듭치기에 대비하여 힘이나 박자를 조절하는 버릇을 들이기 좋음)
  • 불편한 타자 동작은 되도록 낱말의 앞쪽에서 일어나게 함"
    (낱말의 뒤일수록 속도가 붙어서 치는 사람이 힘이나 박자를 조절을 하기 어렵기 때문)

  'ㅐ+ㅂ' 조합이 나오는 때와 ㅕ+ㅂ 조합이 나오는 때를 이 원칙으로 따져 볼 수 있습니다.

  • ㅐ+ㅂ
    • 앞에 붙음 : 갭투자, 냅두다, 냅킨, 랩톱, 맵쌀, 뱁새, 샙조개, 앱, 햅쌀
    • 뒤에 붙음 : 스크랩, 오버랩, 트랩, ~앱
  • ㅕ+ㅂ
    • 앞에 붙음 : 겹겹이, 겹받침, 엽기, 엽록소, 협동
    • 뒤에 붙음 : 가렵다, 가볍다, 가엾다, 겹겹이, 날렵하다, 낙엽, 노엽다, 농협, 마렵다, 무협지, 볍씨, 어렵다, 힘겹다

  ㅐ+ㅂ 조합은 낱말의 앞에 붙는 비율이 높고, 외래어에서 나오는 때가 많은 편입니다.

  ㅕ+ㅂ 조합은 낱말의 뒤에 나오는 유형이 다양하고 자주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겹겹이'처럼 이 조합이 앞뒤로 거듭 나오는 말도 있습니다.

  두 조합을 견주어 보면, ㅕ+ㅂ 조합은 이름씨(명사)만이 아니라 '어렵다' 같은 그림씨(형용사)로도 나와서 더 자주 쓰입니다. 낱말의 뒤에 붙은 유형도 ㅕ+ㅂ 조합이 다양합니다. ㅐ+ㅂ 조합이 더 드물게 쓰이면서 이름씨(명사)에 나오는 비율이 높고, 낱맡의 뒤에 나오는 유형이 더 적습니다.

  ㅐ+ㅂ 조합은 낱말에 나오는 유형의 수가 적고 나오는 때가 드물어서 치는 사람이 제자리 글쇠 거듭치기에 대비하기 수월하지만, ㅕ+ㅂ 조합은 낱말에 나오는 때가 더 잦고 낱말의 뒤에 붙는 유형이 많아서 제자리 거듭치기에 대비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받침 ㅂ 자리에는 ㅕ보다 ㅐ를 두는 것이 더 좋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신세벌식 P2 자판의 ㅐ와 ㅕ 자리를 공세벌식 자판에 붙이는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3-P 자판안 뒤로는 공세벌식 자판 연구를 더 하고 있지 있어서 더 이상의 시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2) 받침 ㄱ

  공세벌식 자판에서는 3-87 자판부터 받침 ㄱ이 X 자리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신세벌식 자판도 대체로 그 자리를 따르지만, 제가 제안한 신세벌식 P2 자판은 P 자판 때분터 받침 ㄱ을 C 자리로 옮겼습니다.

신세벌식 P2 자판의 받침 ㄱ 자리
신세벌식 P2 자판의 받침 ㄱ 자리

  그렇게 한 까닭은 겹받침 ㅆ 때문입니다. 겹받침 ㅆ은 ㅏ · ㅐ · ㅓ · ㅔ · ㅕ와 다른 손가락 자리에 있어야 았 · 했 · 었 · 겠 · 였을 넣을 때에 같은 손가락을 거듭 쓰는 때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겹받침 ㅆ을 X 자리로 옮기려다 보니, 받침 ㄱ을 C 자리로 옮기는 선택을 했습니다.

  받침 ㄱ은 꽤 자주 쓰여서 소홀히 볼 수 있는 낱자가 아닙니다. 공세벌식 자판은 겹받침 ㄲ이 따로 들어가므로 받침 ㄱ 자리의 중요도가 낮지만, 신세벌식 자판에서는 밖 · 볶 · 몫 · 읽에 들어가는 겹받침 ㄲ · ㄳ · ㄺ도 홑받침으로 넣으므로 받침 ㄱ의 자리가 더 중요합니다.

  받침 ㄱ을 C 자리로 옮긴 것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습니다. 아래는 받침 ㄱ을 X 자리에서 C 자리에 옮겨서 좋지 않은 점들입니다.

  • 가장 긴 손가락인 3째 손가락(중지)으로 C 자리 글쇠를 누르기가 편하지 않음
  • '밖에'를 칠 때 C 자리 글쇠를 자주 눌러야 해서 빨치 치기 어렵고 오타가 나기 쉬움
  • 일반 PC용 자판으로 '억'을 칠 때에 손가락 꼬임을 느낄 수 있음
  • '백'과 '익'을 칠 때에 왼손 3째 손가락을 거듭 써야 함

  수동타자기에서 이어진 글쇠판 규격 때문에 일반 자판에서 C 자리 글쇠는 누르기가 좋지 않습니다. 하필이면 그런 글쇠 자리로 받침 ㄱ을 넣어야 하는 것 때문에 겪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밖에' 같은 말을 칠 때에는 ㅔ와 받침 ㄱ을 C 자리 글쇠로 넣을 때는 자주 누르는 것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타속이 분당 200타 이하일 때는 괜찮을 수 있지만, 분당 500타 이상으로 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는 받침 ㄱ을 X 자리에서 C 자리에 옮겨서 좋은 점입니다.

  • '약', '욕', '밝'을 칠 때에 왼손 4째 손가락을 거듭 쓰지 않음
  • '육'을 칠 때에 왼손가락을 놀리기 더 수월함
  • 겹받침 ㄺ을 서로 다른 손가락을 써서 2타에 넣을 수 있음

  왼손의 다른 손가락을 이어서 칠 때에는 4째→5째 손가락으로 치는 것보다 3째→5째 손가락으로 이어치는 것이 손가락이 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PC용 규격 자판에서 C 자리 글쇠가 치기 불편한 자리에 있는 것 때문에 받침 ㄱ을 옮긴 좋은 효과가 두드러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신세벌식 P 및 P2에서 받침 ㄱ을 C 자리에 둔 것은 받침 ㅆ을 더 좋은 자리로 옮기려고 차악을 고른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것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도 있지만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해서 더는 고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3) 받침 ㅈ · ㅊ

  신세벌식 P2 자판은 받침 ㅈ과 ㅊ이 같은 손가락으로 누르는 V와 B 자리에 나란히 있어서 비슷하게 보이는 두 낱자들의 자리를 혼동하거나 잘못 치기 쉽습니다. 이는 트위터에서 주형 님께서 알려 주신 문제인데, 실은 저도 더 일찍부터 그 점을 생각하고는 있었습니다.

신세벌식 P2 자판의 받침 ㅈ · ㅊ 자리
신세벌식 P2 자판의 받침 ㅈ · ㅊ 자리

  ㅓ와 ㅕ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짝을 이루는 두 낱자들이 자주 쓰이는 한글 글꼴들에서 비슷하게 보이는 때가 많아서,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잘못 쳤는지를 모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몸과 마음이 피곤해서 집중하지 못하는 때에 더욱 오타를 내고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를 풀 방안을 찾으려고 받침 ㅊ을 옮기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고, 받침 ㅋ · ㅍ을 함께 건드리는 것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몇몇'을 매끄럽게 칠 수 있는지를 따져서 B - ㅋ, F - ㅊ, T - ㅍ에 두는 것까지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써 보니 '무릎을'을 칠 때에 왼손 2째 손가락을 자꾸 쓰게 되어 손가락을 놀리기가 쉽지 않고, 왼손가락과 오른손가락이 서로 닿는 때가 생깁니다. '높'이나 '숲'을 치는 것도 더 불편합니다.

  받침 자리에 따라 왼손가락과 오른손가락이 서로 더 많이 닿을 수 있다는 것은 미처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입니다. 첫째 손가락(엄지)들의 거리가 가까워져서 서로 닿곤 하는데, 손가락끼리 닿는 때가 드물게라도 있으면 타자 속도를 늦추고 오타를 내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받침 자리를 바꾼 배열과 왼손과 오른손의 손가락이 서로 닿는 문제가 쭉 쓰다 보면 적응되는지는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아직 확실히 나은지를 알 수 없고 찜찜한 점을 남겨 두면서 신세벌식 P2의 한글 배열을 고치는 건 부담이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아직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나중에 걸리는 다른 문제가 더 보이거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생긴다면 다시 검토해 볼 생각입니다.

2021/03/19 00:52 2021/03/19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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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팥알 2021/03/19 10:1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신세벌식 자판을 개선하는 굵직한 방향을 이야기했고,
    생각해 보니 더 넣을 수 있는데 빠뜨린 이야기도 좀 있습니다.

    신세벌식 자판은 왼손의 손가락 피도로가 높습니다.
    오래도록 무리 없이 쓸 수 있는 신세벌식 한글 배열을 만들려면
    왼손 배열을 잘 조율해야 하지만,
    왼손 쪽에 들어가는 홀소리와 받침 자리가 서로 얽혀서
    왼손 배열을 고치는 일은 많이 까다롭습니다.

    신세벌식 P2 자판도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왼손 배열을 바꾸는 문제 때문에 많은 착오를 겪었고
    아직도 갈등하는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비주류/비표준 자판일수록 딱히 매력이 될 거리가 있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기에
    혹시나 매력을 키울 방안이 더 있지 않을까 하고 귀와 눈을 열어 두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쓰고 있는 자판 배열을 고치는 일이 너무 고단하여
    이제는 멈췄으면 하는 바람도 큽니다.

  2. ㅇㅇ 2021/03/25 00:0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ㄹㅇ 세벌식 자판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듦. 이것 때문에 입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고, 표준화 하기 힘들게 하는것도 있는 듯.

    • 팥알 2021/03/25 06:1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옳은 말씀입니다. 짧게 이야기하신 글에 온갖 중요한 문제들이 담겨 있습니다. 나중에 이에 관해서 따로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세벌식 자판들 가운데는 정식 표준이 없지만, 윈도우 기본 입력기에 들어간 3-90 자판과 3-91 자판은 사실상의 표준화를 이룬 세벌식 자판입니다. 그런데도 익히거나 쓰는 사람들이 쭉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 이 사실상의 표준화가 실패했다는 뜻도 됩니다.

      3-87 자판이나 3-89 자판이 나온 1980년대의 공세벌식 자판 연구 결과가 1990년대에 3-90 자판과 3-91 자판으로 남았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개선해서 통합하는 작업을 끝까지 매듭지었어야 했습니다. 그 때에 남은 일들을 2010년대부터 다시 건드리고 있는 셈입니다.

      표준화를 이루더라도 보급은 실패할 수 있고 표준화에 함정도 있습니다. 표준화가 뜻 있는 결과로 이어지려면 공감하는 배열을 하나로 합칠 수 있어야 합니다. 엉뚱하지만 공세벌식 자판은 엉뚱하게도 한글 배열이 아니라 숫자 배열 때문에 배열 통합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신세벌식 자판은 한글 배열이 3줄이어서 일반인 선호도가 높고, 한글이 아닌 요소가 배열 통합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근래에 신세벌식 자판으로 관심을 돌려 매달리고 있습니다.

      세벌식 자판이라는 이름에 너무도 다른 한글 자판들이 묶여 있습니다. 웹에 알려진 건 그래도 양반이고, 새로운 걸 연구하는 자리에선 이런 것도 세벌식 자판인가 싶은 게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한두 사람에게라도 꾸준히 쓰이는 종류는 드뭅니다. 얼마 쓰이지도 못하고 만든 사람에게조차 버림 받는 것이 많은 비주류 한글 자판들의 숙명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가 주로 쓰는 한글 자판'이면서 '남에게 권할 수 있는 한글 자판'이 되게 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 공세벌식 자판은 내가 쓰는 자판일 수는 있었어도 한글 배열이 복잡해서 남에게 권할 수 있는 자판은 아니었습니다. 이 소박한 목표부터 이룰 수 있어야 표준화나 대중화를 바랄 수 있습니다.

  3. 전마머꼬 2021/04/23 13:4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는 입문을 390으로 해서 그런지 신세벌식 입문을 나중에 했습니다.

    세벌식 입문을 처음할 때, 세벌식을 선택하는 장점이 왼손의 연타를 줄이는데 있다고 했는데,
    신세벌을 입문하면서 그 장점을 버리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 장점 말고도 장점이 있기는 하겠지만, 익숙한거 말고는 따로 머리로 이게 장점이라고 정립한게 없어서, 컴퓨터 몇대는 그냥, 2벌식 깔아 놓고 씁니다.


    예전에 공세벌식은(390 계통)은 숫자쓰는게 불편하기는 하지만, 특문에는 불편한게 없어서 잘 썼습니다. 대신 2중 끝소리의 경우 위치를 몰라서 많이 해맸습니다.
    일단 ㅈ 받침 같은게 말도안되는 위치에 있어서, ㄴㅈ 받침 같은 걸 외우지 않고서는 딜레이 되는 부분이 너무 컸었습니다.

    뭐랄까 통계를 잘 내서 그런지 안쓰는걸 구석에 잘 정리한 느낌이기는한데, 막상 써야할 때는 기억이 안난다고 할까요.


    그런 점과 또 신세벌식이 굉장히 특이한 방식이라 한번 경험해보자는 마음으로 넘어 왔습니다.

    일단 넘어오니, 3줄이라는 장점이 공세벌식으로 못돌아가게하는 하더라구요. 초반에 그리운건 ㅆ 받침 위치였어요, 좋은 위치로 배정해줘도 공세벌식에서 워낙 많이 쓰는 타자다 보니, 익숙을 넘어서 가장 편했어요.(4열이지만 신기하게도)

    뭐 이러저러하게 재미있게 느껴져서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 요것들 쓸 때마다, 위치를 기억안해놔서 책상 바로 앞에 표가 있음에도 안보고, 영타로 바꿔서 입력을 하면서, 공세벌은 같은 위치였는데 아 불편하다 이런 생각을 하게되네요.

    다시 잘써봐야지요.

    • 팥알 2021/04/23 16:0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도 3-90 자판으로 세벌식 자판에 입문했었고, 말씀하신 문제들을 저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평소에 많이 잊고 지내지만, 두벌식 자판을 잠깐 쓸 때면 받침 ㅆ 때문에 답답함을 많이 느끼곤 합니다.

      신세벌식 P2의 큰따옴표를 비롯한 기호 자리는 저도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제가 결정해 놓고도 이게 최선이었을까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만약에 엄지로 치는 글쇠가 더 있는 자판을 쓸 수 있어서 마침표와 쉼표를 다른 자리로 보낼 수 있다면, 그 자리에 첫소리 ㅋ과 ㅌ을 보내고 / " '를 영문 자판 자리에 그대로 넣을 수 있습니다. 신세벌식 자판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한글/기호 배열 개선 방안이지만, 흔히 쓸 수 있는 자판 규격이 쉽게 바뀔 수 없고 편할 걸 맛보고 나면 되돌아가기 힘들 수도 있어서 그냥 생각만 해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