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이 된 세벌식? - (9) 폰태스틱 플러스로 본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

1) 공병우 직결식 글꼴과 폰태스틱

  폰태스틱(Fontastic)은 1980년대 중반에 알트시스(Altsys) 사가 출시한 매킨토시 환경에서 쓸 수 있는 비트맵(bitmap) 글꼴 편집 프로그램이다. 1986년 이후에 편집 기능이 보완된 폰태스틱 플러스(Fontastic Plus)이 나왔고, 윤곽선 글꼴 제작 기능이 들어간 폰토그래퍼(Fontographer)로도 이어졌다.

한글쓰기 소프트웨어 개발

…(중략)…

  그러할 무렵 신태민 선생 소개로 당시 뉴욕 콜롬비아 대학에 와서 박사 학위 과정의 논문을 준비중에 있던 김영수 씨를 만나서 매킨토시 컴퓨터의 우수성을 알게 되었다. 김 박사는 나의 모음 간소화 방식(ㅏㅐㅗㅜㅔ를 두 번 치면 ㅑㅒㅛㅠㅖ를 찍을 수 있는 방식)을 가미한 세벌식 글자판 ‘맥 한글’을 개발하여 무료로 보급하기도 했다. 김 박사가 나에게 가르쳐 준 ‘폰트(활자)’를 만드는 방법으로 나는 글씨 모양을 새로 몇 가지 더 개발했다. 한글 글씨꼴을 마음대로 만들어 쓸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글씨 크기와 모양을 마음대로 변동시킬 수 있는 매킨토시의 성능에 반하고 말았다.

  1986년 10월경, 뉴저지에 거주하는 컴퓨터 전문가 김일수 씨로부터 “한 시간에 끝낼 수 있는 영문 프로그램을 한글에서는 1주일이나 걸려야 해낼 수 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나는 몹시 놀랐다. 영어가 1시간 걸릴 일이라면 한글은 그보다도 더 짧게 걸려야 이치에 맞을 텐데, 하루종일도 아닌 1주일이나 걸린다니 실로 어처구니없는 놀라운 말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원인을 알고 싶어 10여 일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두벌식으로 입력을 하고 또 글씨꼴이 복잡한 인쇄체로 출력하는 데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가설을 세워 보았다. 이같은 내 의문을 풀어 보기 위하여 나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시작했다.

  나는 글자를 만드는 ‘폰태스틱 소프트웨어’로 수동식 타자기의 글자판 배열로 세벌체 자모 63자를 영문 글자판과 직결되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영문 J자 키에는 한글 자음 ㅇ을, 영문 F 키에는 한글 모음 ㅏ를, 영문 A 키에는 한글 받침 ㅇ을 배치하였다. 이런 내 ‘직결 방식’으로 만든 폰트를 영문 워드 프로세서에 집어넣어 한글을 써 보니 세벌체 한글이 화면에 나타났다. 더욱이 영문 워드 프로세서가 지니고 있는 갖가지 편집 기능을 한글에서도 완벽하게 재현시키는 것이었다.

공병우, 〈나는 내 식대로 살았다〉

  1980년대까지의 일들을 담은 공병우 자서전 〈나는 내 식대로 살았다〉에는 직결식 글꼴을 처음 만들 때에 폰태스틱을 썼다고 나와 있는데, 1990년대에 공병우는 직결식 글꼴을 만드는 데에 폰태스틱 플러스와 폰토그래퍼를 썼다고 한다.

1994년에 매킨토시 환경에서 직결식 글꼴을 만드는 일에 힘을 기울인 공병우의 근황을 알린 신문 기사 (황순현, 「"기계문맹 퇴치 남은 삶 걸겠다"」, 《조선일보》, 1994.8.30.)
[그림 18-1] 1994년에 매킨토시 환경에서 직결식 글꼴을 만드는 일에 힘을 기울인 공병우의 근황을 알린 신문 기사 (황순현, 「"기계문맹 퇴치 남은 삶 걸겠다"」, 《조선일보》, 1994.8.30.)

  위 기사에서 전하는 상황이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이 만들어지던 때와 같지는 않음을 헤아려서 볼 필요가 있다. 1994년은 공병우 또는 한글 문화원의 공세벌식 자판 연구 작업이 더 진행되지 않았고, 자판 배열에 따라 글꼴 구성이 달라지지 않는 제2 공병우 직결식 글꼴이 나오던 때였다. 공세벌식 자판이 바뀌더라도 입력 스크립트를 고치면 제2 공병우 직결식 글꼴 파일을 그대로 쓸 수 있었으므로,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을 만들던 때보다 글꼴 만드는 일에 열중하기 좋은 여건이었다.

  아쉽게도 글쓴이는 1994년에 만들어진 공병우 글꼴 파일을 찾거나 얻지 못했고, 어떤 글꼴이 만들어졌는지도 알지 못한다. 폰토그래퍼로 만들어진 글꼴이 무엇이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이 무렵에 만들어진 공병우 글꼴에 달라진 점이 있었다면 더 연구할 거리로 삼을 만 하다. 

2) 폰태스틱 플러스로 본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의 도안

폰태스틱 플러스 2.0.2 프로그램 정보 (About ALTSYS FONTastic Plus 2.0.2)
[그림 18-2] 폰태스틱 플러스 2.0.2 프로그램 정보 (About ALTSYS FONTastic Plus 2.0.2)

  앞에서 살핀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들은 점 단위 그림으로 들어간 비트맵 글꼴이다. 폰태스틱 플러스로 이 글꼴들의 도안과 구성을 살필 수 있다.

  아래 그림들은 앞의 글(https://pat.im/1187)에서 보았던 Kong-m-98을 폰태스틱 플러스로 본 문자 도안(글리프: Glyph)들이다. Kong-m-98은 3-87 자판으로 쓸 수 있는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이다.

Kong-m-98의 첫소리 ㅎ과 끝소리 ㅎ 도안 (폰태스틱 플러스)
[그림 18-3] Kong-m-98의 첫소리 ㅎ과 끝소리 ㅎ 도안 (폰태스틱 플러스)

Kong-m-98의 홀소리 ㅒ, ㅢ 도안 (폰태스틱 플러스)
[그림 18-4] Kong-m-98의 홀소리 ㅒ, ㅢ 도안 (폰태스틱 플러스)

Kong-m-98의 홀소리 ㅜ와 조합용 홀소리 ㅜ 도안 (폰태스틱 플러스)
[그림 18-5] Kong-m-98의 홀소리 ㅜ와 조합용 홀소리 ㅜ 도안 (폰태스틱 플러스)

  한글 낱자 도안들에서 끝소리 ㅎ과 홀소리 ㅢ와 일반용/조합용 홀소리 ㅜ를 보면, 자간(offset)이 음수이고 폭(width)은 0이거나 적은 값이 들어가 있다. 한글 글꼴을 만들 때 필요하다고 이야기되는 '마이너스 자간'(음수 자간)이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Kong-m-98의 영문 A와 숫자 5 도안 (폰태스틱 플러스)
[그림 18-6] Kong-m-98의 영문 A와 숫자 5 도안 (폰태스틱 플러스)

  매킨토시에서 쓰이는 글꼴 표현 기능들은 위에 보이는 영문자나 숫자/기호를 나타내려고 마련된 수단이었고, 한글을 나타내는 것을 미리 헤아린 기능은 아니었다. 공병우 직결식은 이 기능들을 한글에 맞게 응용하여 프로그램 처리를 따로 거치지 않고 낱자를 조합하여 한글을 나타내는 방안을 보여 준 뜻이 있다.

3) 영문 글꼴과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들의 부호계

  아래 그림들은 폰태스틱 플러스로 본 영문 글꼴(Courier)과 제1 공병우 직결식 글꼴들의 문자 지도(Character map)이다.

  키캡(Keycaps)에서는 매킨토시의 운영체제 판이 6.×인지 7.×인지에 따라 확장 배열에 문자가 다르게 나타나는 글쇠 자리가 있지만, 폰태스틱 플러스로 보면 글꼴에 담긴 문자들을 정확히 볼 수 있다. 한글 자판이나 영문 자판의 기본 배열 및 확장 배열로 곧바로 넣을 수 없는 문자들도 폰태스틱 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

  직결식 글꼴들 가운데 'C-×' 자리로 나오는 제어 문자 영역에 문자가 들어가거나 같은 문자가 2개씩 들어간 모습이 보이는 것은 글꼴을 채 다듬지 못한 채로 배포했기 때문인 것 같다.

  Kong-10-NNN-2처럼 제어 문자 영역에 문자가 들어가 있으면 줄바꾸개(엔터: Enter) 같은 특수 기능 글쇠를 누를 때에 문자가 들어갈 수 있다.

  Kong-m-98에는 받침 ㅂ이 영문 쿼티 자판을 기준으로 1 자리와 E 자리에 2개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E 자리에 들어간 받침 ㅂ은 다른 한글 낱자들과 어울리지 않은 꼴이다. 다른 글꼴에 들어가는 낱자가 잘못 남았을 수 있다.

① Courier (영문 글꼴)

영문 글꼴 Courier의 문자 지도 (폰태스틱 플러스)
[그림 18-7] 영문 글꼴 Courier의 문자 지도 (폰태스틱 플러스)

② Kong-m-98 (3-87 자판, 제1 공병우 직결식)

Kong-m-98의 문자 지도 (3-87 자판) (폰태스틱 플러스)
[그림 18-8] Kong-m-98의 문자 지도 (3-87 자판) (폰태스틱 플러스)

③ Kong 10-NNN-2 (3-891 자판, 제1 공병우 직결식)

  제어 문자 영역에 문자가 들어간 것 때문에 매킨토시 운영체제 판에 따라 줄바꾸개(엔터: Enter) 같은 특수 기능 글쇠를 누를 때에 문자가 들어가기도 한다.

Kong 10-NNN-2의 문자 지도 (3-891 자판) (폰태스틱 플러스)
[그림 18-9] Kong 10-NNN-2의 문자 지도 (3-891 자판) (폰태스틱 플러스)

④ Kong-125-F-9 (3-91 자판, 제1 공병우 직결식)

Kong-125-F-9의 문자 지도 (3-91 자판) (폰태스틱 플러스)
[그림 18-10] Kong-125-F-9의 문자 지도 (3-91 자판) (폰태스틱 플러스)

※ 참고한 자료

  • 공병우, 〈나는 내 식대로 살았다〉, 대원사, 1990.11.20.(초판 제5쇄)
  • 황순현 · 뉴미디어연구소, 「"기계문맹 퇴치 남은 삶 걸겠다"」, 《조선일보》, 1994.08.30.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 Dog Cow, 「Altsys Fontastic: A Font Editor」, Mac GUI, 2017.12.19., https://macgui.com/news/article.php?t=459
2021/04/26 00:00 202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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