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나누어 살펴보는 공병우 세벌식 자판 - 2. 두째 세대 (1960년대)

2. 두째 세대 (1960년대)

  6·25 동란이 끝난 뒤에는 다음처럼 꽤 많은 글쇠 자리와 자판 배열 특징이 바뀐 공병우 자판이 쓰였다.

  • 첫소리 ㄲ, ㄸ, ㅆ, ㅃ, ㅉ이 빠짐
  • 겹받침 ㄳ, ㄵ, ㄾ이 빠짐주1
  • 단위에 쓰이는 로마자 g, k, l, m과 기호 *, ✕ 등이 들어감
  • 홀소리(가운뎃소리) 글쇠가 움직글쇠가 되고 오른쪽 초점으로 넣게 바뀜주2
  • 홀소리 글쇠의 윗글 자리에 기호가 들어감
  • 홀소리와 섞여 놓이기도 했던 받침은 받침끼리만 안움직글쇠에 놓임
  • ㅢ가 따로 들어가고, 겹홀소리에 쓰는 ㅗ·ㅜ가 안움직글쇠에 따로 들어감

  이렇게 초장기 배열과 다른 특징들을 띠었지만, 아직 첫소리 ㄹ·ㅅ의 자리가 바뀌지 않은 공병우 자판 배열들을 이 글에서는 두째 세대로 묶었다. 이 세대의 공병우 자판은 수동 타자기뿐만 아니라 전신 타자기에도 쓰이기 시작했고, 4벌 반식으로 나온 예쁜 글씨 타자기(체재 타자기)에도 쓰였다.

 

(1) 빠른 타자기(속도 타자기) 자판

두째 세대 공병우 자판 배열 ① (《한글 타자기 자판에 관한 인간 공학적 비교 연구》)
[그림 2-1] 수동 타자기 자판 (두째 세대 ①, 44글쇠)
두째 세대 공병우 자판 배열 ② (세종대왕기념관)
[그림 2-2] 수동 타자기 자판 (두째 세대 ②, 44글쇠)
두째 세대 공병우 자판 배열 ③
[그림 2-3] 수동 타자기 자판 (두째 세대 ③, 43글쇠)

  그림 2-1는 〈한글 타자기 자판에 관한 인간 공학적 비교 연구〉(강석호,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78)에 나온 배열을 옮긴 것이고, 그림 2-2은 세종대왕기념관에 분해한 활자와 함께 전시된 배열표를 옮긴 것이다. 위쪽 배열표에는 맨 윗줄의 ㅕ와 첫소리 ㅍ 사이의 글쇠에 같음표(=)와 줄표(―)가 들어갔는데, 아래쪽 배열에는 밑줄(_)로 보이는 줄표와 함께 줄표 2개가 들어간 것이 다르다. 하지만 그림 2-1와 그림2-2의 배열처럼 44개 글쇠가 모두 들어간 타자기는 보기 어렵고, 두째 세대 공병우 타자기는 그림 2-3처럼 글쇠 하나가 빠진 43개 글쇠가 들어가 있는 것이 흔하다.주3

  두째 세대 배열을 쓴 공병우 수동 타자기는 쌍초점 방식을 이어가면서도 오른쪽 초점으로는 첫소리·가운뎃소리와 숫자·기호를 찍고, 왼쪽 초점으로는 받침을 찍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는 오른쪽 초점으로 첫소리/숫자/기호를 찍고 왼쪽 초점으로 가운뎃소리/끝소리를 찍던 초창기의 공병우 타자기와 다르다. 정확히 언제 어떤 계기로 움직글쇠/안움직글쇠 자리를 바꾸었는지는 공병우의 자서전을 비롯한 여러 자료에 뚜렷한 설명이 없지만, 홀소리를 움직글쇠로 넣게 하여 홀소리 글쇠의 윗글 자리에 기호를 더 넣으려고 바꾼 듯하다.

  홀소리가 안움직글쇠에 있던 초창기 공병우 타자기는 겹홀소리에 들어가는 ㅗ, ㅜ도 홑홀소리를 칠 때에 쓰는 것과 같은 글쇠로 칠 수 있었다. 하지만 홀소리가 움직글쇠에 들어감에 'ㅘ'를 치려고 그냥 'ㅗ' 글쇠를 치고  'ㅏ' 글쇠를 치면 'ㅗ ㅏ'처럼 틈이 벌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두째 세대 배열에서는 뒷걸음쇠를 쓰는 군동작을 없애고 글짜 틈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고 겹홀소리에 쓰는 'ㅗ'와 'ㅜ'를 안움직글쇠에 따로 두었다. 같은 까닭으로 겹홀소리 ㅢ도 따로 들어갔다. 오른쪽에 따로 ㅗ/ㅜ를 두는 배열은 겹홀소리를 칠 때에 두 손의 타수 균형을 맞추어 율동감과 타자 속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서 나중에 셈틀 자판에까지 이어졌다.

  숫자 배열도 눈여겨 볼 만하다. 숫자들 가운데는 가장 자주 쓰이는 것은 0과 1이다. 두째 세대 공병우 자판에 들어간 숫자 배열은 이를 헤아려서 집게 손가락의 타수 비율을 높이고 손가락을 골고루 쓰게 하는 배치이다. 이 숫자 배열은 셈틀에 쓰인 3-91 자판 등으로까지 이어졌다.


두째 세대 공병우 자판 배열 ③ (임페리얼)
[그림 2-4] 수동 타자기 자판 [두째 세대 ④, 임페리얼 개조품, 42글쇠]
두째 세대 공병우 자판 배열 ④
[그림 2-5] 수동 타자기 자판 [두째 세대 ⑤, 스미스 코로나 개조품, 39글쇠]

  두째 세대 공병우 자판에는 더 적은 글쇠를 쓰는 배열도 있었다. 그림 2-4과 2-5은 세종대왕기념관에 전시된 수동 타자기의 자판 배열을 옮긴 것이다. 그림 2-3은 임페리얼(Imperial) 영문 타자기를 개조한 공병우 타자기의 42글쇠 배열이고, 그림 2-4은 스미스 코로나(Smith Corona) 영문 타자기를 개조한 제품의 39개 글쇠 배열이다.주4

두째 세대 공병우 자판 배열 ⑤
[그림 2-6] 수동 타자기 자판 [두째 세대 ⑥, 46글쇠] (공병우·정윤성, 〈새로운 타자 교본〉, 1965)

  위는 1965~1972년에 실업계 고등학교 교과서로 쓰인 〈새로운 타자 교본〉(공병우·정윤성, 정음사)에 실린 공병우 속도 타자기 자판 배열표이다. 글쇠 수가 앞의 타자기 배열들보다 많은 46개이고, 받침 배열이 조금 다르다. 겹받침 ㄳ이 들어간 대신에 받침 ㅋ이 빠져 있고, 겹받침 ㄻ이 오른손 쪽에 있다.

(2016.8.30. 더하여 넣음)

두째 세대 공병우 자판 배열 ⑦
[그림 2-7] 전동 타자기 자판 [두째 세대 ⑦, 44글쇠] (송현, 「군사 문화과 짓밟은 한글 기계화 정책」)

  위는 「군사 문화가 짓밟은 한글 기계화 정책」(송현, 《샘이 깊은 물》, 1988.12.)에 사진으로 실린 기계식 전동 타자기 자판 배열을 옮긴 것이다. 사진에는 첫소리 ㅌ과 ㅒ와 받침 ㄵ과 「 」 기호 자리에 가로줄(반듯하지는 않음)이 있는데, 나중에 글쇠 배열을 고친 흔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많은 공병우 기계식 수동 타자기들에는 ㅒ는 따로 들어가지 않아서.ㅑ+ㅣ 또는 ㅣ+ㅕ로 ㅒ를 조합하여 찍곤 하였다. 이 때에 사이띄개와 뒷걸음쇠를 눌러 둥글대를 앞뒤로 움직이며 홀소리를 넣는 군동작을 하게 된다. 기계식 전동 타자기는 글쇠 누르는 힘이 적게 들어서 수동 타자기보다 빨리 칠 수 있는 것이 좋은데, 위 배열처렴 ㅒ·ㄵ·ㄳ이 따로 들어가면 군동작을 해야 하는 때가 줄어들어서 전동 타자기를 더욱 빠르고 매끄럽게 쓸 수 있다.

(2016.9.4. 더하여 넣음)

  이렇게 계통이 같은데도 글쇠 배치와 글쇠 수가 조금씩 자판이 쓰인 까닭은 이 무렵 어려웠던 국내 타자기 시장의 형편에서 찾을 수 있다. 초창기 배열을 쓴 공병우 타자기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아 언더우드 타자기 회사가 만든 완제품을 군수품으로 들여올 수 있었다. 그러나 두째 세대 배열을 써서 타자기 회사에서 정식으로 만든 공병우 타자기 완제품이 국내에 많은 수가 쓰이기는 어려웠다. 공병우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는 1948년에 한글 쌍초점 타자기를 개발하였다. 이것은 영어 타자기처럼 '바 가이드'에 찍히는 구멍이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의 구멍으로 세벌 한글을 자동으로 찍히게 한 발명이다. 이것은 곧바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발명 특허를 얻었다. 15년 동안의 특허권이 나에게 주어져 있었다. 그 당시는 국산으로 타자기를 만들 수준이 못 된 때여서 미국의 언더우드 타자기 회사와 스미스 코로나 회사에 제작을 의뢰하였다. 나중에는 일본, 영국, 스위스 등지의 저명한 타자기 회사에도 설계도를 보내어 한글 타자기를 만들어 와 보급한 바 있다.

  1960년도 초에는 외국제 영문 타자기를 한글 타자기로 개조하는 기술밖에 없었다. 한글 타자기를 외국에서 만들어 수입해 팔면서, 외국에서 수입한 영문 타자기를 한글 타자기로 개조해 팔았다. 1968년경에 이르러 국산 한글 타자기를 직접 생산하는 공장에서 만들어 팔게 되었다. 이 때 장님들을 타자기 제작 생산 공장에 조립공으로 훈련시켜 채용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공병우, 〈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 275~276쪽

 

  이처럼 1960년대 초까지는 국내에서 한글 수동 타자기 완제품을 만들 기술력과 생산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했고, 완제품을 만들더라도 경제 여건이 어려웠던 국내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 무렵의 공병우 타자기는 한 회사(또는 공장)에서 만든 완제품이 드물었고, 국내에서 만들어진 공병우 타자기는 거의가 수입한 영문 타자기의 부품을 갈아 끼워 한글 타자기로 바꾼 개조품이었다. 두째 세대 배열을 쓴 공병우식 수동 타자기는 다른 계열의 한글 타자기보다 설계 구조가 간단하여 영문 타자기를 개조하여 만들기 수월한 꼴이다.주5 이 때에 개조하려고 수입한 영문 타자기의 규격이 회사별·제품별로 규격이 다양했으므로, 타자기 규격·작업 편의·수요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배열과 활자를 마련해 두고 개조했던 것 같다.

공병우 타자기의 활자 사진 (© 팥알)
[그림 2-8] 두째 세대 배열이 쓰인 공병우 타자기 활자

  위 사진은 두째 세대 배열이 들어간 공병우 타자기의 활자 모습이다. 그림 2-1의 배열표대로라면 =, ―가 있을 자리에 영문 타자기에 들어가는 ; : 활자가 들어간 것에서 영문 타자기 부품을 활용한 흔적을 볼 수 있다.

공병우 타자기 글씨  (애국가, © 팥알)
[그림 2-9] 공병우 타자기 글씨 ①
겹닿소리가 많이 들어간 공병우 타자기 글씨 사진 (© 팥알)
[그림 2-10] 공병우 타자기 글씨 ②

떡볶이에 짜장면에 삶은 달걀 잔뜩 먹고
부엌에서 넋을 놓고 꺾꽂이꽃 바라보니
웬만해선 뵙기 힘든 개미핥기 생각나서
꿇어앉아 책을 펼쳐 뭔가 없나 읽어 보다
칼바람에 홰를 치는 물닭떼가 나타나서
꿈쩍 않고 창밖 보다 애닲은 맘 들끓었네

- 팥알 -

  그림 2-9과 2-10은 두째 세대 배열을 쓴 공병우 속도 타자기로 친 글의 모습이다. 글씨의 획이 명조체에 더 가까운데, 샘물체나 굴림체 쪽에 더 가까웠던 초창기 공병우 타자기 글씨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림 2-10에는 겹닿소리가 많이 들어가서 글짜 사이 틈이 고르지 않은 공병우 타자기 글씨의 특징이 도드라져 있다. ㄵ·ㄾ·ㄿ 처럼 글쇠에 따로 없는 겹받침을 넣을 때에는 앞받침을 치고, 사이띄개를 누른 다음, 뒷받침을 치고, 뒷걸음쇠를 누르고, 다음 낱내를 치는 식의 군동작이 들어간다. '꿇어앉 아'는 '앉'을 치고 나서 '아'를 치기 전에 뒷걸음쇠를 누르지 않아서 틈이 벌어졌다.

  타자기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던 이 세벌식 글꼴은 1980년대 셈틀에서 널리 쓰인 안상수체, 공한체 등을 통하여 조형미를 널리 인정 받는다. 그런 점을 들어 공병우 타자기의 글씨가 줄곧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원인을 유능한 글꼴 도안가의 손을 거치지 못한 데에서 찾기도 한다.주6 주7

 

(2) 전신 타자기 자판

  전신 타자기[인쇄 전신기, 텔렉스(telex) 및 텔레타이프 라이터(teletype writer]도 수동 타자기와 사정이 비슷했다. 공병우의 자서전(〈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 276쪽)에 따르면 공병우는 1958년에 미국 스미스 코로나 회사에 가서 한글 텔레타이프(전신 타자기)를 개발하였다고 하였다. 이 전신 타자기는 1960년대 초에 내무부와 지방 관공서를 연결하는 통신 기기로 쓰이기 시작했다. 처음에 내무부는 전국 시·도청을 잇는 통신용 한글 전신 타자기를 보급하려 했으나, 완제품을 수입할 예산이 없어서 시험 삼아 미군 부대에서 버리거나 중고로 판 것을 고쳐 만든 공병우식 전신 타자기를 설치하여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주8 1960년대 초에 내무부에 처음 설치된 공병우식 전신 타자기에는 그림 2-9과 같은 자판 배열이 쓰였다.주9

공병우식 전신 타자기 자판(1960년대 초)
[그림 2-11] 공병우식 전신 타자기 자판 (한당욱·임종철, 《대학 한글 타자》)
공병우식 전신 타자기 자판(1960년대 초)
[그림 2-12] 공병우식 전신 타자기 자판 (공병우·정윤성, 〈새로운 타자 교본〉, 1965)

(2016.8.31. 그림 2-12을 더하여 넣음)

  두벌식 자판을 쓴 장봉선식/송계범식/정부 표준식 전신 타자기는 아직 느리고 열이 많이 났던 전자식 처리 장치에 받침 처리를 기대어야 했으므로, 풀어쓰기를 하거나 사이 띄개를 눌러 받침 구분을 반자동으로 하는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공병우식 전신 타자기는 받침 문제가 없이 수동 타자기를 쓸 때처럼 매끄럽게 칠 수 있어서 실용성이 높았다.

 

(3) 예쁜 글씨 타자기 자판

  높은 타자 능률을 자랑한 공병우 타자기는 빨래꼴이라 불릴 만큼 들쭉날쭉한 글씨가 큰 약점이었다. 이 때에 관공서나 기업의 실무자들은 전문 타자원에게 글을 치는 작업을 맡길 때가 많았으므로, 타자원에게 불편하더라도 익숙한 네모꼴 글씨를 찍는 타자기를 찾는 수요가 꽤 있었다.

  이 때에 김동훈의 5벌식 타자기는 타자 속도가 느리지만 네모꼴에 가까운 예쁜 글씨를 앞세워 공병우 타자기와 경쟁했다. 타자 속도가 빠른 것이 강점인 공병우 타자기는 '속도 타자기', '빠른 타자기'라 불렸고, 김동훈 타자기처럼 글씨를 앞세운 타자기는 '체재(體裁) 타자기' 또는 '예쁜 글씨 타자기'로 불렸다. 공병우 타자기에도 한때 예쁜 글씨 타자기가 있었다.

공병우식 예쁜글씨 타자기 자판 (4벌 반식, 44글쇠)
[그림 2-13] 공병우식 예쁜 글씨 타자기 자판 ① (한당욱·임종철, 《대학 한글 타자》, 44글쇠)
공병우식 예쁜 글씨 타자기 자판 ② (스미스코로나, 44글쇠)
[그림 2-14] 공병우식 예쁜 글씨 타자기 자판 ② (스미스코로나, 44글쇠)
공병우식 예쁜 글씨 타자기 자판 ③ (헤르메스, 46글쇠)
[그림 2-15] 공병우식 예쁜 글씨 타자기 자판 ③ (헤르메스, 46글쇠)

  그림 2-15은 근현대디자인박물관(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전시된 공병우 예쁜 글씨 타자기의 자판 배열이다. 흔히 쓰이던 타자기보다 더 많은 46개 글쇠가 쓰였고, 그림 2-13 및 그림 2-14의 배열보다 더 많은 기호가 들어갔다.

  김동훈 타자기는 첫소리 2벌/가운뎃소리 2벌/끝소리 1벌을 합한 5벌식이었는데, 공병우식 예쁜 글씨 자판은 받침 안 붙는 홀소리 한 벌을 덜 갖춘 4벌 반식이었다. 겹홀소리에 쓰이는 ㅗ·ㅜ가 따로 없는 대신에 ㅘ·ㅚ·ㅝ·ㅟ가 따로 들어갔다. 숫자와 기호는 빠른 타자기보다 적은 수가 한글을 피하여 놓였다. 받침 안 붙을 때의 첫소리는 그냥 쳐서 넣고, 받침 붙을 때의 첫소리 벌은 윗글쇠를 함께 눌러 넣는다. 가로 홀소리인 ㅗ·ㅛ·ㅜ·ㅠ는 받침 안 붙는 것이 왼쪽에, 받침 붙는 것이 오른쪽에 나뉘어 있다. 가로 홀소리인 ㅏ·ㅓ·ㅣ는 배열에 따라 받침이 붙는 때와 붙지 않는 때를 가려 넣기도 하고 한 벌로 넣기도 한다.

  그림 2-13 및 그림 2-14의 배열은 ㅏ·ㅓ·ㅣ가 한 벌씩 있지만, 그림 2-15는 ㅏ·ㅓ·ㅣ도 두 벌 활자를 갖추었다. 그림 2-15의 배열은 숫자 배열이 더 깔끔하지만, 겹받침 ㄲ·ㄺ이 빠져 있다.

공병우식 예쁜 글씨 타자기 자판 ④ (스미스 코로나, 44글쇠)
[그림 2-16] 공병우식 예쁜 글씨 타자기 자판 ④ (스미스 코로나, 44글쇠)
공병우식 예쁜 글씨 타자기 자판 ⑤ (스미스 코로나, 44글쇠, 개조품으로 짐작함)
[그림 2-17] 공병우식 예쁜 글씨 타자기 자판 ⑤ (스미스 코로나, 44글쇠, 개조품으로 짐작함)

  46글쇠를 쓴 그림 2-15에서 -, *, /, %가 든 두 글쇠가 빠진 배열이 그림 2-16과 그림 2-17이다. 그림 2-16 배열에는 업무 문서에 자주 쓰일 수 있는 백분율(%) 기호가 빠져 있다. 그림 2-17처럼 ㅓ가 있는 곳의 윗글 자리에 %가 들어 있는 배열을 쓴 타자기도 있는데, 그림 2-16 배열을 쓴 제품에 %를 담은 활자를 고쳐 붙인 개조품으로 보인다.

  그림 2-15 ~ 2-17 배열은 안움직글쇠  자리에 들어간 숫자 1~3을 넣을 때에 앞뒤로 사이띄개를 눌러 주어야 한다. 움직글쇠 자리에 들어간 0 및 4~9과 가려서 숫자를 넣어야 해서 번거롭다. 이 점에서는 모든 숫자가 움직글쇠 자리에 들어간 그림 2-13 ~ 2-14 배열이 숫자를 자주 넣는 업무에 쓰기 좋은 꼴이다.

(2017.4.7. 그림 2-16 및 그림 2-17과 설명을 더하여 넣음)
(2019.10.1. 그림 2-14을 더하여 넣음. 숫자 배열을 비교한 설명 넣음)

 

(4) 한·영 겸용 수동 타자기 자판

(2016.8.31. 한·영 겸용 수동 타자기 항목을 더하여 넣음)

공병우식 한영 겸용 타자기 글자판 (2째 세대)
[그림 2-17] 공병우식 한영 겸용 타자기 자판 (공병우·정윤성, 〈새로운 타자 교본〉, 1965)

  한·영 겸용 타자기는 한글 타자기와 영문 타자기를 따로 쓸 필요 없이 한글과 영문을 함께 찍을 수 있게 한 장치이다. 영문 타자기에는 움직글쇠밖에 없는데, 공병우 타자기는 받침을 안움직글쇠로 처리한다. 받침과 영문자(로마자)가 함께 들어간 글쇠는 한글은 안움직글쇠, 영문은 움직글쇠로 처리해야 해서 설계가 복잡하다.

  두째 세대 배열을 쓴 공병우 한·영 겸용 타자기는 먼저 쓰인 한글 타자기처럼 2단 활자로 이루어져서 영문은 큰 로마자(대문자)만 찍을 수 있었다고 한다.주10

  두째 세대 배열을 쓴 공병우 한·영 겸용 타자기는 시제품에 머문 것 같다. 공병우 한·영 겸용 타자기는 세째 세대 배열을 쓴 제품부터 양산되어 나왔다.

차례
  • 5. 다섯째 세대 (1990년대~)
    • (1) 3-89 자판
    • (2) 3-90 자판
      • 1) 순아래 자판
      • 2) 3-93 옛한글 자판
    • (3) 3-91 자판 (공병우 최종 자판)
  • 6. 새로운 시도와 개선안
    • (1) 신세벌식 자판
    • (2) 김국 38 자판 (설계안)
    • (3) 3-90 자판과 3-91 자판의 통합안
    • (4) 3-2011 자판 (3-91 자판 수정안)
    • (5) 3-2012 자판 (3-90 자판 수정안)
  • 7. 맺음말
〈주석〉
  1. 공병우 수동 타자기에서 따로 들어가지 않은 겹받침은 앞의 홑받침을 한 번 찍고 뒷걸음쇠로 되물리고 반칸을 나간 다음 홑받침을 찍는 식의 군동작을 거쳐 찍을 수 있다. 이렇게 찍은 겹받침은 대체로 글씨꼴이 고르지 못하다. 겹받침을 따로 두면 군동작을 없애고 깔끔하게 찍을 수 있으나, ㄾ·ㄿ·ㄽ은 쓰이는 때가 매우 드물어서 빠졌다고 볼 수 있다. ㄿ은 공병우 타자기에 처음부터 들어가지 않았고, ㄽ은 첫 세대 공병우 타자기의 배열이 바뀌면서 빠졌다. ㄵ은 1970년대에 나온 문장용 타자기에는 들어갔지만 이 세대 이후의 공병우 타자기들에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2016.11.1. 주석과 내용 고침) back
  2. 첫 세대에서 홀소리는 안움직글쇠 자리에 들어갔고, 왼쪽 초점으로 들어가는 활자로 홀소리를 찍었다. back
  3. 글쓴이는 그림 2-1 처럼 44개 글쇠가 모두 채워진 타자기를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다. 두째 세대 공병우 타자기는 ㅕ와 첫소리 ㅍ 사이의 글쇠와 이어진 활자 자리가 비었거나 그 자리에 다른 타자기 부속으로 보이는 활자를 붙인 것이 흔하다. back
  4. 그림 2-5의 배열이 들어간 스미스 코로나 타자기에는 쌍초점이 아닌 단초점 가늠쇠가 들어가 있다. 글쓴이는 단초점으로 만들어진 공병우식 한글 타자기를 만져 볼 기회가 없어서 작동 방식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back
  5. 이미 만들어진 타자기를 개조하는 방법이 한글 타자기 완제품을 새로 사는 것보다 값이 덜 들었기 때문에, 타자기 국산화를 이룬 1960년대 이후에도 영문 수동 타자기를 한글 타자기로 개조하는 일은 자주 있었다. back
  6. 이용제, 「한글·한글 디자인·디자이너 - #2 한글 기계화_디자이너는 없었다」, http://www.fontclub.co.kr/atTypo/typoview.asp?boardtype=46&boardnum=633 back
  7. 이용제, 「한글 기계화, 디자이너는 없었다」, 〈한글+한글 디자인+디자이너〉, 세미콜론, 2009.3. back
  8. 「한글 기계화와 표준 자판」(황해용, 《과학기술》 제2권 제3호 1969,9)에서 인용한 1968년의 전신 타자기 보유 현황표에는 공병우식 전신 타자기는 내무부에서 쓰인 206대를 비롯하여 정부 부처에 225대가 보급된 것으로 나와 있다. 두벌식 자판을 쓴 장봉선식/송계범식 전신 타자기는 공문서가 많이 오가는 내무부 통신에는 쓰이지 않았고, 주로 체신부에서 전보를 보낼 때에 많이 쓰였다. back
  9. 한당욱·임종철, 《대학 한글 타자》, 동문사, 1981 back
  10. 공병우·졍윤성, 〈새로운 타자 교본〉, 정음사, 1965·1972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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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태호 2014/08/03 19:0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안녕하세요,
    한글타자기의 역사를 연구하는 김태호라고 합니다. 늘 블로그를 보고 많이 배우다가 오늘 처음으로 댓글을 남기네요. 진작 인사를 드렸어야 합니다만, 제 부족한 연구를 인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자료 관련하여 질문을 드리려 합니다. "그림 2-8"의 출처를 알려주실 수 있을지요? 제가 영어로 쓰고 있는 논문이 있는데, 선생님께서 올려놓으신 그림 중 2-8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유용할 듯하여 실을 수 있다면 싣고 싶어서 여쭈어 봅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만나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팥알 2014/08/04 12:0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반갑습니다.
      오히려 제가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공병우 세벌식 자판을 쓰면서 한글 타자기와 자판 배열에 대한 관심은 있었으나 자세하고 정확히 아는 것이 적었습니다.
      마침 교수님의 논문을 학회지에서 보고 한글 타자기들에 대한 몰랐던 정보와 쟁점이 무엇인지 가닥을 추리게 되었고, 그것들을 실마리 삼아 그 동안 모았던 공병우식 자판 배열들을 덧붙여서 글을 엮을 수 있었습니다.

      그림 2-8은 제가 일부러 겹닿소리가 많이 들어가게 글을 쳐서 찍은 것입니다. 그림 2-6부터 그림 2-8은 모두 같은 타자기를 써서 얻은 사진입니다.

      「세대를 나누어 살펴보는 공병우 세벌식 자판」에 들어간 사진·그림 가운데 출처 문헌 또는 사진 찍은 곳을 따로 밝히지 않은 것은 이 블로그에서 처음 공개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블로그에서만 쓰겠다는 조건을 달고 타자기를 빌려 찍거나 아는 사람이 만들어 준 사진·그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저작권은 제가 갖고 교육·연구·토론 목적으로 사진이나 그림이 인용되는 것을 문제 삼지 않기로 뜻을 맞췄습니다. 글 주소나 제목 가운데 하나 이상 밝혀 주시면 다른 곳에서 이용하는 데에 문제가 없습니다. 학술 논문에 이용될 만한 사진이라면 저도 기쁘게 생각하고, 쓰시는 논문이 완성되면 꼭 읽어 보고 싶습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pat@pat.im으로 편지 주셔도 됩니다.

    • 김태호 2014/08/04 17:3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아, 답변 감사드립니다.
      형태적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문장이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직접 찍으신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그러면 출처를 밝히고 쓰겠습니다.
      지금 원고 마무리중인데, 마치는 대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은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3부작이 있는데... 지난 2011년의 논문은 제1부에 해당합니다. 2부에서는 표준화 과정, 3부에서는 컴퓨터 글꼴과의 연관성을 다루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언제 다 할 지 모르겠습니다. ^^ 지금 쓰는 것은 영어로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고 1~3부의 내용을 다 아우르는 선에서 쓰고 있습니다. 부디 선생님을 비롯하여 도와주시는 여러분께 누가 되지 않도록 잘 써야 할 텐데요.
      감사드리고요,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2. 작은연못 2016/09/19 18:5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안녕하세요.
    오늘 제 블로그에 공병우 타자기 변천에 대하여 글올렸습니다.
    사용기간 등 오류가 없는지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대별 구분과 자판배열이미지를 팥알님의 자료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됩니다. 인용을 원치 않으시면 바로 삭제토록하겠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오래된 외국타자기에 매료되어 수집하던 중 어느 순간 한글타자기에도 관심을 갖고 꾸준히 수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변변치 않지만 언제 시간이 되시어 방문하신다면 타자기들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한글타자기 자판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 항상 감탄하고 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 팥알 2016/09/20 01:3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좋은 사진 자료를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실은 저는 글로 정리하면서 새로 알게 된 정보들이 많고, 타자기에 관하여는 모르는 게 너무 많습니다. 뭘 아는 체 하기가 참 민망합니다. 공세벌식 자판을 쓰고 있고 배열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가 필요해서 자판 배열에 집중하여 파고들었을 뿐입니다. 작은연못 님을 만나 뵙는다면 저로서도 견문을 넓히고 많이 배울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요즈음은 제가 이런저런 일로 발이 묶여서 얼마 동안은 움직이기 어려울 듯하고, 나중에 만나 뵐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이미 머리말 쪽의 일러두기에 밝혀 두었듯이 교육·연구·토론을 목적으로 출처를 밝히고 인용하는 것은 미리 허용하고 있습니다. 출처(특히 웹 주소)를 밝힐 것을 요구하는 건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뜻입니다. 막연하게 알려졌던 타자기 정보들이 더 뚜렷이 밝히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데, 이 글과 덧붙인 자료들이 작은연못 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다면 더없이 기쁜 일입니다.

      조금 부탁 드린다면, 출처로 블로그 주소 대신에 머리말과 일러두기가 있는 http://pat.im/957 로 바꿔 주시고, 글 제목(세대를 나누어 살펴보는 공병우 세벌식 자판)을 함께 적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3. 비밀방문자 2016/09/20 16:0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덧글입니다.

  4. 내일을 여는 인문학 2021/12/06 10:5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안녕하세요. EBS 내:일을 여는 인문학 제작진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고용노동부와 함께 취준생 대상으로 인문학 강연을 제작하고 있는데요.
    위에 첫번째 댓글을 달아주신, 김태호 교수님께서 <세계사를 바꾼 발명과 발견>이라는 주제로 타자기에 대해 강연해주셨습니다. 이와 관련해 영상 자료로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이미지를 사용하고 싶어 연락드렸는데요. 세벌식 타자기로 친 서류 이미지를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만약 허락해주신다면, 위에 처럼 출처를 http://pat.im/957 로 하면 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답변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naeil2021@naver.com
    감사합니다.

    • 팥알 2021/12/06 23:1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정지 화면에서 웹 주소를 출처로 알 수 있게 넣어 주신다면, 이 글에 들어간 사진/그림 자료를 쓰셔도 됩니다.

      출처를 붙일 것을 요구하는 것은 관심 있는 분들이 웹 주소를 넣거나 검색해서 이 글을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바로잡거나 더 넣는 내용이 있으면 알 수 있게 하고 싶은 점도 있습니다.

      만약 이 글에 제가 만들어 올린 사진/그림 또는 글 내용을 이용 또는 인용하신다면
      http://pat.im/959
      를 출처로 넣어 주시고

      연재한 앞뒤 글들을 폭넓게 인용 또는 이용하신다면
      http://pat.im/957
      을 출처로 넣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5. 비밀방문자 2023/02/08 16:3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덧글입니다.

    • 팥알 2023/02/08 17:2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주석문에는 사실로 볼 수 있는 정보를 주로 넣으려고 했고, 상식 선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정보를 자세히 길게 적지는 않았습니다. 단초점 공병우 타자기는 제가 확인한 정보가 없습니다. 새로운 정보가 있다면 저도 알고 싶습니다.

      공병우 타자기가 공병우 타자기답게 동작할 수 있으려면 쌍초점이어야 하는 것이 흔히 알려진 상식입니다. 단초점으로도 공병우 타자기가 만족스럽게 돌아갔다면 굳이 영문 타자기와 다른 쌍초점을 고집했을 까닭이 없습니다. 실용품인 단초점 공병우 타자기가 여러 대 있다면 상식을 깨는 일입니다.

      제가 세종대왕기념관에서 본 단초점이었던 타자기는 겉은 공병우 타자기처럼 보이지만 속은 공병우 타자기가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타자기 속을 들여다 보지 못해서 더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합니다.

      타자기는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수리나 개조를 할 수 있습니다. 영문 타자기를 한글 타자기로 개조하는 일도 흔히 있어 왔습니다. 일단 만들어 본 시제품도 있었을 수 있는데, 만드는 단계에서는 실패작도 있기 마련입니다. 나쁜 쪽으로 생각하면 영문 타자기 틀에 글쇠 부품만 바꿔 끼워서 그럴 싸 한 위작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타자기가 실무에 쓰이던 시절에 잘 쓸 수 있게 개조되었다면 그렇게 개조한 사실과 사연도 타자기 역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