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 HDTV 안테나를 달았으나…

  케이블 방송 업체들이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끊었던 때가 지난달(11월 28일)이었다. 케이블 방송을 보는 죄(?) 때문에 그 사태를 톡톡히 겪어야 헜다. 시청료 내고 보는 KBS1, EBS만 빼고 잘 보던 고화질 디지털 공중파 방송이 모두 끊긴 사태는 디지털 방송이 나온 뒤로 가장 황당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비싼 디지털 TV에서 아날로그 화질로 방송을 보기는 싫어서, 그 동안 눈으로만 훑어 보았던 옷걸이 안테나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디지털방송 안테나 만들기!!(HD방송 안테나 만들기)란 글을 참고하여 옷걸이를 15cm짜리 바른네모꼴이 되게 펜치로 구부리고, 안 쓰는 안테나 선의 피복을 벗겨 옷걸이 철사에 이었다. 처음에는 땜납과 인두기로 납땜하려 했으나, 손 재주가 따라 주지 않아서 그냥 땜납을 칭칭 감아서 이어 버렸다. 남들이야 몇 분이면 뚝딱 만들 텐데, 하나 만드는 데에 한 시간 넘게 낑낑 대야 했다.

  안테나 방향을 잡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안테나 방향을 대충 잡으니, 사람이 왔다갔다 하는 것과 벽 너머 빨래줄에 얹어 놓은 옷걸이도 수신을 방해하였다. 가장 수신이 잘 되는 안테나 방향을 잡고 나니, 방해 요인들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수신이 잘 되는 거실에서는 옷걸이 안테나로 충분했지만, 거실에서 떨어진 방에서는 옷걸이 안테나로 보면 너무 끊겨서 2~3만 원짜리 HDTV 안테나를 사서 달았다.

  안테나를 만든 것까지는 좋았는데, 안테나를 산 것은 괜한 일이 되고 말았다. 안테나를 달고 겨우 사나흘 쯤 지나서 케이블 TV 선으로 MBC, SBS, KBS2를 비롯한 지상파 디지털 방송들을 다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