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좌파 척결

「선전과 저항의 장소에서 발견되는 물건들」 (2012 광주 비엔날레)


  말 그대로 종북(從北)할 뜻을 품고 한국의 헌정 질서와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은 간첩죄를 물어서 처벌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요즈음은 '종북 세력'이 한국 사람들의 반을 차지한다고 들릴 때도 있을 만큼 사람들 사이에서 '종북'이라는 말이 너무 함부로 쓰이고 있다. 아직도 민주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정치 성향이나 의견이 다르다고 하여 '종북 좌파'이니 '친노 좌빨'이니 하며 몰아 세우는 이들이 있고,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마구 종북 세력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 매우 슬프다.

  정치인이 나름의 논리를 펼쳐 논쟁을 벌이는 것은 정당한 정치 활동이지만, 자기 뜻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종북 세력으로 모는 것은 단순한 명예 훼손을 뛰어넘어 상대편을 반역자나 숙청 대상으로 여기는 것과 같다. 반대파를 '반동 세력'으로 몰아 처단하는 정치 행태를 거듭해 온 북녘 땅의 비극을 거울 삼아야 할 마당에, 남녘 땅에서 그와 닮은 꼴로 반대파를 척결하고자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참으로 소름 돋을 일이다.

  정작 '종북 세력'으로 몰리는 사람들은 거의가 공산주의라고 하면 치를 떠는 사람들이고,주1 나라가 위급해지면 피 흘리며 나라를 지킬 국민이다. 국민의 다수가 낀 대단한 종북 세력이 실제로 있다면, 민주 공화국인 대한민국은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다.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실체가 있는 종북 세력이 아니라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사람들을 역적으로 몰고 보는 일부 정치 세력이다. 지역 감정까지 얽혀 있는 가운데 일어나는 종북 논란은 한국 정치를 더욱 부끄럽게 하는 행태일 뿐이다.

  나는 요즈음 쓰이는 '종북이(종부기)'라는 말에 어울리는 뜻을 이렇게 붙여 본다.

  • 종북이(종부기) : 자신과 뜻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조리 있게 설득하지 못하면서 덮어놓고 종북 세력으로 모는 사람
  • 종북대다, 종북거리다 :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싸잡아 '종북'한다며 우겨 댐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하여 선량한 사람들을 근거 없이 '종북'한다며 몰아 세우는 것은 독재 국가에서나 할 만한 일이지 민주 공화국에서 올바르게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 아니다. '종북 행위'니 '종북 활동'이니 하며 가위질하기 시작하면 법에 어긋나지 않은 활동도 마음 놓고 하기 어렵게 된다.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남북 공동 입장을 가정하고 단일기 도안을 공모하여 모은 작품들 가운데 인공기 문양이 것들을 철거했다가 다시 내건 소동이 있었다.

남북 단일기 공모 작품 (2013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인공기 문양이 들어갔다고 하여 철거 논란을 빚었던 남북 단일기 공모 작품들 가운데 일부 (2013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공기 비슷한 것만 내걸려도 주체 사상을 찬양하는 사람이 저절로 생길 만큼 대한민국이 형편 없는 나라일까? 헌법에 보장된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실체를 알 수 없는 종북 세력을 잡는 일보다 하찮은 것일까?

  나는 북녘 땅에 자리잡은 나라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북한'보다 '북조선'을 더 자주 쓴다. 북녘 사람들이 듣기 싫어할 '북한'이라는 말을 쓰면서 북넠 사람들에게 '남조선'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이 오래도록 군사분계선으로 나뉘어 있는 현실을 생각하더라도 언제까지나 북녘에 있는 나라를 별명(북한)으로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남북 동포끼리 조금이나마 존중하는 예의를 차린다면, 서로 듣기 거북하지 않은 나라 이름을 부르는 쪽으로 생각을 고쳐 가야 할 것이다. '북조선'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구실 삼아 종북으로 몰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런 사람에게 북녘에서 한국이 '남조선'으로 불리지 않게 설득할 방안이 있는지부터 묻고 싶다.

<주석>
  1. 여기서는 실제로 운영되면서 큰 모순이 드러난 바 있는 공산 국가의 체제와 이념을 가리키려고 공산주의를 이야기하였다. 수정 자본주의, 노동자의 인권, 복지 국가 개념을 뒷받침하는 공산주의 이론까지 값 없게 본다는 뜻은 아니다. back
2013/11/27 22:16 2013/11/27 22:16
얽힌 글타래
<잡동사니 / 이런저런 이야기> 글갈래의 다른 글
글 걸기 주소 : 이 글에 다른 글을 걸 수 없습니다

덧글을 달아 주세요

  1. 홀맨 2013/11/28 11:2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너무나 공감가는 말씀 입니다. 어쩌다 이러한 풍토가 만연하는 세상에 살게 되었는지... 조용히 리트윗을 눌러 봅니다. (이기회에 팥알님을 트위터 팔로우에 추가 하였습니다 ^^;)

    • 팥알 2013/11/28 12:3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정치나 종교처럼 목숨을 거는 사람도 있을 만큼 민감한 분야의 성향은 웬만하면 블로그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멀쩡한 사람들의 자유와 권리를 옥죄고 인격까지 더럽히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짤막하게 적어 보았습니다.

      민주 사회에서 지킬 최소한의 예의와 상식은 통하는 세상이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2. 전마머꼬 2013/12/02 10:4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팥알님과는 그래도 사고가 비슷하네요...

    한글입력과 관련해서 유명한 분 중에... 이승만 숭배자가 있어서

    놀랐었는데 여기는 불편하지가 않네요.

    • 팥알 2013/12/02 14:0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는 그 분이 이승만을 숭배하는 뜻으로 글을 썼다고 보지는 않고, 불편하게 보이는 내용이 있더라도 개인 의견으로서 존중하고 싶습니다.

      그렇더라도 현실 세계에서 한 나라의 지도자가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대통령을 평가하는 잣대는 일반인보다 훨씬 까다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승만 정권 시절은 대통령의 작은 허물이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 때가 많았던 것을 헤아려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구나 허물은 있으니 너그럽게 보자는 논리로 너무 이어지면, 독립운동가/친일 인사 논란뿐만 아니라 오늘의 종북몰이 논란에도 영향이 미칠 것 같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편견 없이 보는데도 옛 국가 지도자를 좋게 바라보는 평가가 거북하게 들릴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바라는 정치 수준이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