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시카고 타자기
tvN 시카고 타자기

(자료 : tvN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예고 영상에서 갈무리함)

  오늘부터 방송할 『시카고 타자기』의 예고편 영상을 보니, 이 드라마에 나오는 한글 타자기는 자판 배열은 요즈음에 쓰이는 것과 닮아 있다. 타자기 모습이 1930년대에 시판된 송기주 타자기를 떠올리게 하고, 드라마 줄거리도 1930년대에 개발된 송기주 타자기를 소재로 삼은 것 같다. 그러나 송기주 타자기와는 자판 배열이 다르다. 송기주 타자기는 4벌식으로 개발한 것이 시판되었고, 가로 풀어쓰기 2벌식으로도 개발했다고 하지만 시판되지는 못했다. 송기주 4벌식 타자기는 실물이 남아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한글 타자기로 알려져 있다.주1

  위와 비슷한 데가 있는 한글 배열이 쓰인 적은 있어도, 위와 똑같은 한글 배열을 쓴 한글 타자기는 없었다. 배열 방식을 보면, 위 타자기는 닿소리 쪽은 진윤권 3벌식 타자기와 비슷해 보이고 홀소리 쪽은 4벌식 표준 타자기와 비슷해 보인다. 자판 배열만 보면 첫닿소리 1벌 + 홀소리 2벌 + 끝닿소리 1벌을 갖춘 4벌식 표준 타자기처럼 2벌식 한글 배열의 호환형으로서 4벌식 타자기로 작동할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바지들고서'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ㅂ·ㅈ·ㄷ·ㄱ·ㅅ 배열은 1969년에 한국 정부가 정한 4벌식/2벌식 한글 타자기 표준 자판을 통하여 처음 등장했다. 그 가운데 전신 타자기용 2벌식 자판이 요즈음에 흔히 쓰이는 두벌식 자판으로 비슷하게 이어졌다.

  위 타자기 배열로 글을 넣는다면 홀소리나 받침을 넣을 때에 윗글쇠(shift key)를 적잖이 눌러야 하므로, 예고편 영상에서처럼 요즈음의 두벌식 자판을 쓰듯이 경쾌하게 두드리며 글을 치기는 어렵다. 풀어쓰기를 하는 두벌식 타자기라면 매끄럽게 한글을 칠 수 있겠지만, 위 타자기에 보이는 한글 자판 배열은 풀어쓰기보다 모아쓰기를 하기에 어울리는 꼴이다.

<주석>
  1. 국립한글박물관에 송기주 4벌식 타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한글을 세로로 찍는 방식이다. 받침을 누른 다음에는 사이띄개를 눌러 다음 낱내 글짜로 치는 반수동식이고, 벌에 따라 너비가 다른 한글 낱자들 때문에 사이띄개로 반칸 또는 반의 반칸씩 간격을 세밀히 맞추는 동작을 해야 한다고 한다. back
2017/04/07 19:59 2017/04/0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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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세기 2017/04/10 18:4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타자기 관련된 드라마가 새로 하나 보군요. 공병우 박사님 이야기도 대중매체물로 나오면 좋을 것 같네요.

    • 팥알 2017/04/12 00:3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소설이나 영화는 허구나 과장이 섞이기 쉽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고, 공병우 선생님의 삶을 꼼꼼히 되짚은 다큐멘터리나 다큐멘터리 영화가 딱히 없는 것이 더 아쉽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이라는 만화영화에 공병우 타자기가 나온 적은 있습니다. 공병우
      타자기나 요즈음의 공병우 자판 또는 공병우식을 응용한 세벌식 자판을 접해 본 사람이 많지 않는 것이 걸릴돌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공병우 타자기를 소설이나 영화에서 더 신비롭게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2. 세벌 2017/04/10 19:1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영화 "탐정홍길동 사라진마을"에 타자기로 친 글자가 여러 번 나옵니다. 타자기가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세벌식 타자기로 A4 용지 한 장 쳐 주고 영화표 네 장을 받았지요. 그걸로 우리 가족 모두 영화 잘 봤지요. :) 그게 아마 2016년 5월이었나 봅니다.

    • 팥알 2017/04/12 00:5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세사모 카페에서 올려 주신 타자기 글씨를 보았습니다. 타자기도 타자기이지만, 타자기 글씨도 귀중한 기록물이라는 생각이 딱 들었습니다. 그 무렵에 영화관에 갔다면 꼭 보았을 텐데, 마지막으로 영화관 간 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못하고 있습니다. ㅠㅠ 그냥 마음으로만 언젠가는(?) 꼭 보겠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3. 작은연못 2017/04/10 22:5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설명하신 내용을 보고 더욱 궁금증이 깊어집니다.
    자판배열을 드라마 제작사 측에서 임의로 작성했다고 봐야할까요? 궁금합니다.
    제작사에 문의해보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합니다.^^
    그리고 1927년 송기주 풀어쓰기 타자기 관련해서
    1929년 1월 17일 동아일보는 타자기판매회사가
    설립되어 선전(광고)중이고 판매가격도 얼마로 정해졌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소수일망정 판매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 시카고타자기로 인해 타자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매우 유익한 설명 감사합니다.

  4. 작은 연못 2017/04/11 00:1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시카고타자기의 한글타자기를 제작하신분이 계시네요.
    네이버 블로그에서 '대안쑥뜸' 이란 분이신데 본인이 제작했다는 글이 실려있습니다.
    심지어 송기주 4벌식 타자기도 제작하겠다고 하네요.
    저 같은 수집가의 입장에선 수집시 모조품인지 여부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듯 합니다.
    활자와 자판만 바꾸면 가능한 구조라 ...ㅠㅠ

    • 팥알 2017/04/12 01:2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냥 글쇠판만 보여 주는 식의 모조품이 아닌지 의심했는데, 따로 공들여서 제작한 타자기였군요.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내력만 뚜렷이 밝힌다면야 모조품도 그 나름의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조품을 진찌배기 옛 타자기로 팔거나 개조한 내력을 속이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정말 조심해서 보아야겠네요.

  5. 김태호 2017/04/14 08:5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남깁니다- 꾸준히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이 드라마 보고 반가운(?) 마음에 자판을 자세히 들여다봤는데, 이건 아무래도 1969년 과기처 표준 네벌식 자판을 토대로 한 것 같습니다. 시프트와 non-시프트의 구별이 좀 어렵게 되어 있지만, 일부 기능키를 빼면 1969년 과기처안에 실린 그림과 대부분 일치하네요.
    송기주타자기도 이미 공개가 되어 있는데, 어째서 1930년대 배경으로 하면서 굳이 1969년 것을 참고했는지, 의문이기는 합니다.

    • 작은연못 2017/04/14 18:3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예,표준네벌식 자판을 토대로 제작한 것이군요.
      연대가 맞지않게 개조된 이유는 활자와 자판을 일치시키려한 의도가 있다고 보입니다.
      즉 송기주타자기로 개조시 자판이야 쉽게 만들겠지만
      활자까지 제작한다면 비용면에서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쉽게 구할수 있는 한글타자기를 활용하다보니 그러한 결과를 낳은것 같습니다.
      여하튼 저 같을 수집가나 시대별 자판 변천사를 연구하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소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김태호 교수님이 작성하신 이원익타자기 자판배열표를 제블로그(우리나라 초창기 타자기 역사)에 올렸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산업역사에 대하여 많은 연구를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주 뵈었으면합니다.감사합니다.

    • 팥알 2017/04/14 22:0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드라마 제작진 쪽에서 철저하게 한글 타자기를 고증해서 내보낼 뜻이 있었다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김태호 교수님께 도움말씀을 부탁했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고증에 많은 힘을 쏟을 뜻이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1930년대 송기주 타자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겨우 한 점만 남아서 박물관에 전시된 타자기를 잘 알고서 드라마에 담는 일이 쉬울 리는 없습니다. 그러니 철저한 고증보다는 작가의 상상력을 펴는 데에 집중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글 타자기 연구가들이 1990년대에도 풀지 못해 고민했던 문제들이 마치 1930년대에 이미 풀린 것처럼 보이게 하는 타자 동작을 보여 주어서 한글 타자기 발전사를 얼버무린 것은 너무했다는 생각이 딱 들었습니다.

      광복 이후에 나온 한글 타자기들의 자판 배열을 꽤 정리해 보았다고 자신하는 저도 평소에는 세부 배열을 머릿속에 꿰지 못한 채로 대략의 배열 특징들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에 나온 타자기 배열이 1969년식 네벌식 표준 자판과 똑같다는 것까지는 바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드라마 제작진 쪽에서는 시청자들이 한글 타자기를 대체로 잘 모르거나 잘잘한 요소들에는 큰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글 타자기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일으키는 것을 바라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