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선덕여왕'의 돌이킬 수 없는 방송사고 - 보름날의 일식?

  드라마 '선덕여왕'의 줄거리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오늘(28회)은 일식이 있고 없고를 놓고 미실 궁주와 덕만 공주가 머리 싸움을 벌였다. 오늘 회에 덕만 공주는 월천 대사의 계산을 통해 일식이 언제 일어나는지 알아냈고, 덕만 공주는 비담과 유신을 적절히 내세워 월천 대사를 빼앗긴 미실 궁주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런데 월천 대사는 보름날에 일식이 일어난다고 예측했다. 신라 때라면 음력을 썼으므로, 보름날이라면 당연히 보름달이 뜨는 날을 가리킨다.

일식이 일어나는 궤도
일식이 일어나는 궤도(출처: 위키백과)

  일식이 일어나려면 해가 떠 있을 때 달이 가려야 한다. 보름날에는 해가 뜰 때 달이 지고, 달이 뜰 때 해가 진다. 해와 달이 가깝게 만날 때가 없다. 그나마 일직선으로 있을 때는 밤인데, 해-지구-달 순으로 서게 되므로 월식은 일어날 수 있다. 드라마에서처럼 보름날 한낮에 일식이 일어나는 것은 달이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확률 0%인 기적이다. 해-달-지구 순으로 서서 일식이 일어날 수 있을 때는 그믐날 무렵이다.
 
  실제 역사에서는 이미 은퇴했을 나이임에도 드라마 작가님 때문에 억지로 서 있느라 힘들어서였을까. 오늘 미실 궁주는 보름날에 일식이 일어날 수 없음을 간과하는 바람에 쓸데없을 정도로 머리를 굴렸다. 그래도 모로 가더라도 정답(일식은 없음)을 맞혔는데, 보름날 일식이라는 기적에 치이고 말았다. 정말 이런 기적 덕분에 선덕 여왕이 즉위했다면, 기적 가운데 가장 대단한 기적임이 틀림없다. 신라가 동로마 제국과 교통해서 양력이라도 썼던 것일까. 아무튼 난 두 손 들었다.

월천 대사의 일식 예측 보고서
월천 대사의 일식 예측 보고서
일식 예측 보고서를 받아든 덕만 공주
일식 예측 보고서를 받아든 덕만 공주
  월천 대사는 덕만 공주에게 올린 짤막한 보고서에 "이번 달 열닷새 또는 다음 날(今月十五日不是後日) 두 날 사이에 일식이 있으리라(兩日之間中有日食矣)."라고 적었다. (출처: MBC '선덕여왕' 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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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검은나비 2009/08/26 05:1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우와 ㅋㅋ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네요!
    너무 드라마에 빠져 보다보니 진짜 과학적인 사실은 완전히 생각도 못했어요.
    그 순간 보름날과 일식의 관계를 떠올리신 글쓴이분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ㅋㅋㅋ 짱!!!

    • 팥빙산 2009/08/26 14:4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드라마는 참 재미있더군요. 사극으로서는 전혀 아니지만, 무협 요소를 곁들인 환상 소설 정도로는 괜찮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 일식 사건 때문에 너무 큰 티가 났네요. 차분히 생각하면 어린 학생들도 알 수 있는데, 작가님이 너무 급하셨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