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송기주 네벌식 한글 타자기

송기주 네벌식 한글 타자기 ① (언더우드-송기주 타자기)
송기주 네벌식 한글 타자기 ②
(2014.10.21.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찍음)

  송기주 선생이 개발한 한글 타자기는 적어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1920년대에 가로로 풀어쓰는 방식으로 개발한 2벌식 타자기이고, 다른 하나는 1930년대에 세로쓰기로 개발한 4벌식 타자기이다.

  여기에 실은 사진의 타자기는 세로쓰기 방식으로 한글을 찍는 송기주 4벌식 타자기이다. 언더우드(Underwood) 타자기 회사의 영문 타자기 제품을 모체로 한 이 한글 타자기는 1934년에 송기주가 개발하여 시판한 적이 있다. 송기주 4벌식 타자기는 닿소리 3벌, 홀소리 1벌 활자를 갖추었다.주1 첫닿소리 1벌, 홀소리 2벌, 끝소리 1벌 활자를 갖춘 1969년의 정부 표준 4벌식 타자기와 낱자 구성이 다르다.

  송기주 4벌식 타자기는 사이띄개를 뺀 모든 글쇠가 안움직글쇠(부동키, dead key)로 작동한다. 그래서 낱자의 초점을 옮겨야 할 때에 사이띄개를 적절히 눌러 주어야 제자리에서 낱자가 계속 찍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동아일보》 기사들에 남아 있는 송기주 4벌식 타자기로 찍은 글을 보면 글짜 간격이 군데군데 어색하게 보이는 것을 보면, 받침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가려서 사이띄개로 적절히 간격을 조절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주2

  국립한글박물관에 전시된 송기주 타자기는 송기주 선생의 손자 송세영 씨가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송기주 선생은 6·25 동란 중에 북조선에 납치되어 소식이 끊겼고, 송기주 선생이 쓰던 타자기도 북조선 인민군이 가져 갔다. 송기주 선생의 아들 송병훈 씨는 피난 중에 대구의 가게에서 아버지가 만든 타자기를 발견하여 어렵게 돈을 빌려 사서 보관했고, 이 타자기를 송세영 씨가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이 타자기는 여태까지 실물이 남아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오래 된 한글 타자기로 알려져 있다.주3

  tvN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에 나오는 한글 타자기는 이 송기주 4벌식 타자기의 겉모습을 흉내낸 것이다. 송기주 타자기의 모체가 된 언더우드 타자기를 개조하고 글쇠판 도안도 조금 흉내내어 송기주 타자기와 비슷하게 보이게 하였다. 『시카고 타자기』라는 제목과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줄거리 때문에 드라마에서 그리고자 한 인물(서휘영)과 타자기가 미국에서 시카고 대학을 다닌 송기주와 그의 타자기를 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일으켰다. 그러나 드라마에 나온 타자기의 글쇠판 배열은 1969년에야 나온 정부 표준 4벌식 한글 타자기의 것과 같다. 그래서 『시카고 타자기』에 나오는 타자기는 송기주 타자기가 나온 1930년대라는 시대 배경과 전혀 맞지 않은 꼴이다.

송기주 네벌식 한글 타자기 ③
송기주 네벌식 한글 타자기 ④
송기주 네벌식 한글 타자기 ⑤

 

▣ 참고한 자료

  • 「조선문횡서 타자기발명(朝鮮文橫書 打字機發明」, 《동아일보》, 1929.1.17.
  • 「완성된우리글타자기 해외각고칠년만에 송기주씨가 성공」, 《동아일보》, 1934.1.24.
  • 조선글 타자기 광고, 《동아일보》, 1934.1.24.
  • 한당욱·임종철, 〈대학 한글 타자〉, 동문사, 1981.
  • 장봉선, 「한글 타자기 발전사」, 《한글정보》 제1호, 한글정보사, 1992.9
  • 이혜운, 「[사람과 이야기] "납북 아버지 기다리느라 70년 넘게 한옥 못 떠나"」, 조선닷컴, 2010.03.09.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3/09/2010030900058.html)
  • 김태호, 「'가장 과학적인 문자'와 근대 기술의 충돌」,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3권 제3호, 2011.12
  • 행복하소서, 「우리나라 초창기 타자기 역사」, 작은 연못, 2014.3.1. (http://blog.naver.com/wkdbdls32/60210259782)
  • 이진원,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왜 시카고?」, 《시카고 중앙일보》, 2017.3.4.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5057391)
  • 김태호, 「구석구석 과학사 (5) - 시카고에서 만든 1930년대 한글타자기」, 《주간경향》 제2334호, 2017.4.25.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6&art_id=201704171824241)
〈주석〉
  1. ㅘ·ㅝ 같은 겹홀소리를 이룰 때에 들어가는 ㅗ·ㅜ는 예외로 한 벌이 더 있다. 뒤에 나온 한글 타자기들도 이 점은 대체로 마찬가지이다. back
  2. 월간 《한글정보》 창간호에 실린 「한글 타자기 발전사」에는 송기주 타자기로 매우 깔끔하게 찍힌 글이 나온다. 송병훈 씨에게 얻은 자료라고 하는데, 송기주 타자기로 찍은 것이 맞다면 사이띄개로 하는 간격 조절을 매우 공들여 하여서 나온 작품인 것 같다. back
  3. 더 일찍 개발된 한글 타자기로 이원익 타자기가 알려져 있지만, 이원익 타자기는 실물이 남아 있지 않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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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romakim79 2017/10/22 00:3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네벌식은 처음 보네요~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2. 세벌 2017/10/23 11:4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네벌식. 우리 집에는 네벌식 타자기도 있어요.
    송기주 타자기는 아니고요.
    전에 정부표준으로 쓰이던 네벌식 타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