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이 골동품이 되기까지
1.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제 막 나온 공산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를 수 있다. 제품에 따라서는 어떤 물건인지 널리 알려지는 단계를 길게 거칠 수 있다. 절실히 필요하더라도 값이 매우 비싸다면, 값이 내리기를 기다리거나 대용품을 쓰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아직 쓰는 버릇을 붙이지 못했거나 쓸 만한 환경이 뒷받쳐 주지 못해서 관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골동품으로서의 값어지를 생각한다면, 시장에 처음 나왔을 때의 상품이 수집 가치가 가장 높다. 하지만 상품이 제값을 하는지가 중요한 때이므로, 이 때부터 골동품으로 여기고 모아 두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만약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타고난 수집가라고 할 만하다. 일부러 소중하게 간수해 둔 경우가 아니라면, 쓸모 있는 제품은 온전한 상태로 남기는 매우 어렵다. 오히려 너무 쓸모가 없으면, 만들어지자마자 창고나 장롱 속에 들어가는 바람에 온전하게 남을 수 있다.
2. 시장에서 많이 팔릴 때
상품이 널리 알려지고 많이 팔리면, 값은 점점 내려가고 시중에 풀린 물건의 수는 늘어난다. 이 때에 나온 제품은 초기 제품보다 수집 가치는 낮겠지만, 제품의 생산량과 이 때에 얻은 품평이 장래의 골동품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품을 써 본 사람들은 나중에 골동품 수요자가 될 수 있고, 그들이 제품을 쓰면서 남긴 결과물과 영향이 장래에 그 제품의 골동품 가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새 제품이 만들어지지 않는 다음
공산품으로서 새 제품이 더는 만들어지지 않지만, 실용품으로 필요한 사람이 있어서 중고품으로는 거래되는 때이다. 이미 시장에 풀린 제품들이 있다면, 중고품 거래를 통하여 구할 수 있다. 기업이나 기관에서 쓰인 널리 제품은 한꺼번에 중고품으로 처분되기도 한다.
필요해도 새 제품은 비싸서 바라보기만 사람이 이 무렵에 중고품을 줍거나 값싸게 손에 쥐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4. 잊혀진 물건이 되었을 때
한때를 풍미하던 제품도 언젠가는 새 제품과 시대에 밀려 중고 제품으로서의 쓸모도 잃게 되기 마련이다. 귀하거나 요긴하게 여겨졌던 제품이 천덕꾸러기나 쓰레기 신세가 되어, 쓰레기장·고물상·폐기물 처리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을 수 있다.
드물게 그 제품이 필요한 사람이거나 값어치에 일찍 눈을 뜬 수집가에게는 이 때가 물건을 가장 헐값에 얻는 기회가 된다. 거저 주는데도 쓰레기를 처리(?)해 주었다며 고마워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실용품 가치와 골동품 가치가 모두 낮은 상태여서, 시중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로는 특정한 종류를 찾아 내기 어려울 수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값나갈 골동품이 아니라 당장의 애물단지로 보므로, 부피가 큰 물건일수록 가지고만 있어도 눈총을 받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이 때에 얼마나 많은 수가 버려지고 망가졌는지 나중에 온전하게 남은 제품들의 골동품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5. 골동품 가치를 서서히 인정 받을 때
사람들이 제품의 골동품 가치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 쓰레기 취급까지 받던 물건의 위상이 달라진다. 골동품으로서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창고·집·사무실의 한 켠에서 잠자던 물건들이 하나둘씩 시장에 팔려 나온다. 돈이 미끼가 되어 보존 상태가 좋은 물건이 시장에 더 나올 수 있다. 이 점이 상태가 좋은 물건을 바라는 사람에게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때에는 참고할 만한 정보가 적어서 사거나 파는 사람이 제품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때가 많을 수 있다. 그래서 희귀한 종류를 싸게 내놓거나 흔한 종류를 비싸게 파는 경우가 더러 생길 수 있다. 거기다가 거의 개인끼리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거래되는 값의 편차가 크기 마련이다.
6. 높은 가치를 널리 인정 받은 뒤
문화재로 인정 받거나 다른 계기로 더욱 널리 알려진다면, 수요가 더 늘고 거래되는 값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팔리는 값이 너무 높다면 거래량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문화재로 지정되는 공산품은 거의가 초기 제품이다. 그래도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므로 나중에 나온 제품들까지 덩달아 값이 뛰게 된다. 같은 이름을 달고 나온 제품이더라도, 만들어진 때·생산량·보존 상태·실용성 등을 따지면 값을 달리 매길 수 있다. 거래되는 값은 그때그때 다르겠지만, 관심을 두고 물건을 찾는 사람이 늘어서 앞서보다 시장 질서에 따라 물건값이 정해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이 때가 되면 옛 물건이 다양하고 활발하게 거래될 수 있겠지만, 수집가 입장에서 귀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는 날아간 셈이다. 비싼 값을 치를 각오를 하더라도 경쟁자가 많아서 바라는 물건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거래될 수 있는 물건의 수가 적은데 그 대부분이 소장을 목적으로 하는 수집가나 박물관에 넘어갔다면, 중고품·골동품 시장을 통하여 물건을 얻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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