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몰락을 부채질했던 본인 확인 요구
요즈음 분위기를 보면 한때 싸이월드(cyworld)의 미니홈피(minihompy)를 쓰던 사람들이 꽤 많이 페이스북(facebook)으로 둥지를 옮긴 것 같다. 꼭 페이스북 때문이 아니더라도 요 몇 해 사이에 싸이월드의 위세는 예전만 못했는데, 이제는 미니홈피를 쓰는 사람을 보면 "아직도?"라는 물음이 쉽게 떠오른다.
2011년에 네이트(nate)/싸이월드의 개인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되자, 그렇지 않아도 상황이 좋지 않은 싸이월드는 인심을 크게 잃었다. 차라리 옥션 해킹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는 분개하거나 걱정하는 분위기라도 있였다면, 3500만 회원을 거느린 네이트/싸이월드가 털렸을 때는 '그럴 만도 하다',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네이트/싸이월드의 3500만 회원 정보가 알찰 수밖에 없었던 건 본인 확인을 꽤 철저하게 했기 때문이다. 2010년에 싸이월드에 오랜 만에 접속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을 볼 수 있었다.
위 화면은 2010년 9월에 본 모습이다. 오랜 만에 싸이월드를 접속해서 그렇지 않아도 암호조차 헷갈리는데, 본인 확인까지 하라는 화면이 떠나 매우 황당했다. 이 때에 글쓴이는 싸이월드가 해킹을 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자기 이름으로 갖고 있는 손전화가 없고, 범용 공인인증서도 없는 사람은 꼼짝없이 본인 확인을 못하여 싸이월드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인증 수단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문은 이런 것이었다.
금융 거래를 하다가 암호를 틀리게 적은 것도 아닌데, 고객센터에 내가 누구라고 밝히고 써야 하는 건 어느 세상의 규칙인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네이트 아이디로 접속하면 본인 확인을 요구하는 화면을 만나지 않고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그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을 여러 개 두고는 정문(싸이월드)에서는 철저하게 검문하고 샛문(네이트)으로는 쉽게 드나들게 하는 건 이해 못할 일이었다.
아마 싸이월드의 갑작스런 본인 확인 요구 때문에 발길이 뜸하던 회원들이 꽤 많이 발길을 끊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덕은 경쟁 업체가 보기 마련이다. 거기다가 회원들의 개인 정보를 노리는 해커들에게 이런 알짜배기 정보가 있노라고 홍보한 꼴도 되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외국 업체의 SNS는 꼭 실명을 밝혀야 할 필요가 없고, 본인 확인을 못하여 로그인을 못하는 일도 없다. 회원 정보를 사실대로 넣지 않아도 되므로, 해킹을 당하거나 암호를 틀켜서 계정이 털리더라도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싸이월드처럼 회원이 많고 정확한 개인 정보를 쌓아둔 누리집이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하려 들면, 정보를 노리는 해커들도 더 자세하고 정확한 개인 정보를 노리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이미 유출된 남의 정보로 인증 수단까지 만들어 쓰고 있을지도 모르는 마당인데, 싸이월드가 오랜 만에 찾아온 회원에게 본인 확인을 요구한 것은 회원들의 발길을 막는 악수였다. 그런 가운데 이듬해에 해킹 사태가 터졌으니 사람들의 눈길이 더욱 싸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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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2012/07/08 22:2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이거때문에 몰락했다는 생각은 안들고...
이유를 모르겠다 ㅜ_ㅜ
팥알 2012/07/09 07:5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물론 이게 싸이월드를 몰락하게 한 직접 원인은 아니지요.
그나마 잊지 않고 찾아온 손님을 헤매게 한 게 문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