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카페를 번거롭게 하는 덧글 300자 제한

   2000년대 초만 해도 인터넷 포털 하면 다음(Daum)이었다. 지금의 다음 메일은 1997년에 한메일넷(hanmail.net)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국내 최초의 무료 웹 전자우편 서비스이다. 많은 가입자를 모았던 한메일넷은 다음에 흡수되어 '다음'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리는 바탕이 되었고, 1999년에 문을 열고 인기 몰이를 한 다음 카페를 통하여 '다음'은 국내 인터넷 시장을 휘어잡을 수 있었다. 한메일넷과 카페가 아니었더면, '다음'의 오늘은 아예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음의 온라인 우표제 안내문
다음의 온라인 우표제 안내문 (http://onlinestamp.daum.net/intro)

  하지만 다음은 전자우편 서비스에서 큰 실수를 저지른다. 2001년에 시행한 온라인 우표제는 1000통 이상의 전자우편을 보낼 때에 이른바 온라인 우표를 사게 한 정책이다. 본인 인증이나 비밀번호 찾기 같은 기능 때문에 회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야 하는 누리집 운영자들은 온라인 우표제가 걸림돌이 되자 많은 회원들에게 다음 전자우편을 쓰지 말라고 권고하였다. 아예 다음의 전자우편 주소로는 누리집 회원 가입을 받지 않는 곳이 허다했다. 온라인 우표제는 2004년에 철회되었지만, 그 뒤에도 한참 동안 업체들과 개인들의 오해까지 겹쳐 모두 다음의 전자우편 서비스를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 온라인 우표제는 2000년대 중반에 네이버다음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요인들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온라인 우표제는 이제 지난 일이지만, 다음 카페에도 이용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소가 있다. 바로 덧글 길이 300자 제한이다. 아래 글상자에 들어간 애국가 가사가 다음 카페에서 덧글 하나에 넣을 수 있는 300자에 딱 들어가는 글이다.

- 애국가 가사 제1절 -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 애국가 가사 제2절 -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 애국가 가사 제3절 -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 단심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 애국가 가사 제4절 -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이만한 길이라면 덧글로 넣기에 꽤 넉넉하게 보일 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많은 사람들이 덧글은 앞뒤를 심각하게 따지지 않고 올릴 때가 많다. 그렇다라도 모든 덧글이 앞뒤 가리지 않고 가볍게 올라오는 것은 아니다. 신중하게 덧글을 달 때에는 길게 써 놓고 올리기 전에 내용을 고치기도 한다. 다른 창에서 Ctrl+C, Ctrl+V를 눌러 내용을 복사하여 끼워넣기도 한다. 그럴 때에 덧글을 아직 다 쓰지 않았는데 길이 제한을 알리는 경고창이 자꾸 뜬다면, 글쓰기에 집중하기 어렵다.


최대 300자 이므로 초과된 글자수는 자동으로 삭제됩니다.
덧글 길이가 300자가 넘었음을 알리는 경고창

  미리 다른 웹 창을 열거나 편집기를 따로 열어서 글을 쓴다면 덧글 창에서의 불편함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웹에서 겨우 덧글을 달려고 다른 창을 여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웹 도구는 되도록 그 웹 창 안에서 볼 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아마 다음 카페가 공개된 설치형 도구였다면 개발자들이 덧글 길이를 제한하는 것을 가만히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즈음은 아무리 허술한 게시판 도구라도 운영자가 제한을 걸지 않는 한 덧글 쓰는 이가 덧글 길이를 의식하게 하지는 않는다. 글 길이를 제한하는 SNS들도 아직 글을 올리기도 전에 입력창에서 글쓰기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트위터 쪽글 창
트위터 쪽글 창 (140자가 넘었을 때)
  많은 SNS들이 트위터처럼 쪽글 길이 제한을 두고 있다. 트위터는 쪽글 하나에 140자까지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트위터는 글이 길더라도 아직 올리기 전에는 다음 카페처럼 경고 창을 마구 내밀지 않는다. 단지 올리기 단추(트윗하기)가 작동하지 않게 하여 글을 올리지 못하게 할 뿐이다.

  다음에서는 카페와 함께 언론 기사의 덧글에도 300자 길이 제한을 두고 있다. 언론 기사의 덧글은 부작용을 헤아려서 길이 제한을 한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카페에 올리는 덧글 길이 300자는 너무 짧다. 다음 서버가 300자가 넘는 덧글을 처리하기 못할 만큼 허술하지 않은 이상, 카페 덧글 길이 300자 제한은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조금만 불편하면 옆 동네로 떠나거나 둥지를 새로 틀어 버리는 웹 세계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다음 카페의 덧글 길이 제한을 민감하게 여기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미 둥지를 옮겼을 수 있다. 어쩌면 경쟁사들에게 알게 모르게 다음 카페의 덧글 길이 제한의 덕을 보아 왔을 수도 있다. 조그마한 누리집을 꾸리는 운영자도 게시판 기능을 개선하려고 몸부림치기도 하는데, 큰 업체인 다음이 낡고 불합리한 요소를 가만히 두는 모습을 보면 아예 카페를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어서 걱정이 앞선다. 다음 카페의 틀이 오래 되다 보니 고치기 어려운 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온라인 우표제처럼 자주 쓰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 정책이 더는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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