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오래 쓰기

  셈틀(컴퓨터)은 24시간 켜 두어도 몇 년을 끄떡없이 버티기도 하고, 자주 쓰지 않는 데도 1년도 못 채우고 고장이 나기도 한다. 셈틀은 경우에 따라 어느 한 부품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가 마비될 수 있으므로, 부품별 품질과 유지 관리가 중요하다. 일찍 고장 나는 부품은 대개가 원래 불량한 경우이다. 하지만 온도와 전기 상태 등 주변 여건과 쓰는 이의 습관도 부품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여기서는 각 부품이 받는 부담을 되도록 줄여서 셈틀 수명을 길게 유지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자주 켜고 끄지 않는다.


  전자 제품은 켜고 끌 때마다 과전압이 걸려 회로 기판이 상하거나 기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그러므로 과전압 보호 기능이 있는 전원공급기(power supply)을 골라 쓰면 좋고, 너무 자주 켜고 끄는 것을 삼가야 제 수명을 누릴 수 있다. 장시간 쓰지 않지 않으면 전기료도 아낄 겸 꺼 두어야겠지만, 껐다가 금방 다시 켜는 것은 셈틀 수명을 줄이는 습관이다.

   하드디스크는 수명이 다해 가는 것일수록 시동 걸릴 때에 삐걱거리는데, 절전 설정으로 자주 멈췄다 다시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하드디스크의 상태가 이상하면 절전 상태에 들어가는 간격을 길게 하거나 절전 기능을 쓰지 않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사용하다가 갑자기 정전되는 것도 하드디스크를 포함한 각 부품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런 위험에 완벽하게 대비하려면 무정전 전원장치(UPS)을 써 봄 직도 하다. 노트북은 충전지(배터리)를 이용할 수 있어서 유리하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과전압을 막는다.


  여러 기기가 한 멀티탭에 함께 연결되면, 어느 한 기기에서 생긴 과전류 때문에 다른 기기가 손상될 수 있다. 셈틀을 여러 기기와 한꺼번에 켜고 끄면 그런 위험이 더욱 커진다. 그래서 셈틀 본체는 다른 기기와 시차를 두고 꺼야 안전하고, 과전압 보호 기능이 들어간 멀티탭에 연결하면 더욱 좋다.

  회로 보호까지 되는 멀티탭은 값이 비싸지만, 단순히 전선만으로 엮인 일반 멀티탭보다 안전하게 쓸 수 있다. 1차로 일정 수준까지는 이상 전류를 보호 멀티탭이 흡수하고, 그 수준을 넘어서는 정도의 전류가 들어오면 퓨즈가 끊어져 기기 손상을 막는다. 함께 연결된 다른 기기에서 생긴 이상 전류로부터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고급형 멀티탭 가운데는 랜선, 전화선, TV 안테나 선으로 흘러드는 전류까지 막는 제품이 있다. 낙뢰 피해는 전원선보다 랜선이나 TV 안테나선을 통해 입기 쉽다. 낙뢰로 셈틀이나 모뎀, 공유기, TV가 망가진 적이 있다면 부가 기능이 많은 보급형 멀티탭을 쓰는 걸 고려해 봄 직하다.

APC PF8VNT3-GR
 APC의 고급형 보호 멀티탭인 PF8VNT3-GR의 모습. 일반 멀티탭에는 없는 위쪽 단자들에 TV 안테나선(동축 케이블), 랜선(UTP선), 전화선을 연결하여 낙뢰나 과전류를 막는다. 아직 이 제품은 국내 시장에는 나오지 않았고, 보급형인 APC P5B-kr(5구)은 2만원대 값에 나와 있다. 위 제품과 비슷한 벨킨의 SurgeMaster 제품군은 국내 시장에 정식으로 나와 있다.

사진 출처 : http://www.apc.com/resource/include/techspec_index.cfm?base_sku=PF8VNT3%2DGR



내부 온도가 너무 오르지 않게 한다.


  본체 내부의 온도가 높으면 각 부품에서 나는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여 부품들의 수명이 짧아지는 원인이 된다. 주기판과 그래픽카드처럼 전력을 많이 쓰거나 공급해야 하는 부품에는 흔히 콘덴서라 부르는 축전지들이 달려 있다. 이 축전지는 온도가 높을수록 수명이 짧아진다. 수명이 다한 축전지는 안에 있는 전해액 때문에 부풀어 오르고, 전해액이 터져서 흐르기도 한다.주1 축전지에 문제가 생기면 전원이 불안해져서 제대로 쓸 수 없으므로, 부풀어 오른 것은 새 것으로 납땜해 교체해야 한다. 그 동안은 주기판 등에 일반형인 전해 축전지를 썼지만, 점점 수명이 긴 고체 축전지를 쓰는 제품이 늘고 있다. 전해 축전지는 한계 온도에서 온도가 10도 낮아지면 수명이 두 배씩 늘고, 고급형인 고체 축전지(솔리드 콘덴서)는 10도 낮아질 때마다 10배씩 는다고 한다. 품질이 낮은 축전지는 조금만 온도가 높아도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부풀기 일쑤이므로 주기판을 고를 때에 눈여겨 보아야 한다.

  CPU, 하드디스크, 그래픽카드, 전원공급기처럼 열이 나는 부품은 되도록 처음 조립할 때에 열이 적게 나는 것을 고르는 것이 최선이다. 열이 많이 난다면 내부에서 환기가 잘 되도록 냉각 장치(팬, 방열판 등)에 신경 쓰고, 셈틀을 되도록 서늘한 곳에 놓아서 열이 밖으로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다.


온도가 너무 낮은 곳에서 쓰지 않는다.


  높은 온도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낮은 온도도 기기에 나쁘다. 빙점 이하 온도에서는 각 부품의 부피와 전기 특성이 바뀌어 오작동하거나 예기치 않은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군용이나 특수 용도로 극한 상황에도 버티는 게  아니라면, 되도록 낮은 온도에서 셈틀을 켜는 것을 삼가야 한다. 셈틀을 갑자기 온도가 낮은 곳으로 옮기거나 냉장고와 방식으로 CPU 같은 부품을 강제 냉각할 때에는 이슬 맺힘을 조심한다.

  하드디스크 제조사에서는 대체로 실온 이상의 온도에서 작동한다고 가정하고 하드디스크를 설계한다. 하드디스크의 자기 원판과 내부 부품들은 온도에 따라 서로 다른 비율로 수축 또는 팽창하는 비율이 다르므로, 온도가 너무 낮으면 안정성을 장담할 수 없다.


부품을 자주 붙이고 떼지 않는다.


  CPU, 램, 확장 카드, 하드디스크 등은 다른 부품과 접합하는 부분이 도금되어 있어서 전력과 신호가 조금이라도 잘 전달되게 한다. 부품을 자주 붙였다가 떼면 도금 부분이 닳거나 이물질이 묻어서, 접촉 불량으로 문제가 생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는 도금부에 이물질이 묻어서 접촉 불량이 될 수도 있다. CPU와 IDE 방식 저장장치는 떼고 붙일 때마다 핀이 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램은 중고 가격이 세 제품 못지 않은 부품이지만, 자주 떼었다 붙인 것은 새 것보다 못한 건 틀림없다. CPU도 자주 탈착을 반복할 때마다 핀이 휘어지거나 금이 벗겨질 위험이 커진다.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되도록 새 부품을 쓰는 게 좋고, 중고 부품은 도금 부분의 상태를 잘 확인한다.
DDR램 사진
  중고 램은 끼우고 뗄 때마다 도금된 부분이 닳아져 사진 아래쪽에 보이는 것처럼 자국이 남는다. 만약 접촉 상태 또는 접지 상태에 문제가 있어서 도금 부위가 타 버리면, 제조사로부터 사후 지원을 받을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내부 청소를 철저하게 하려고 부품을 분해하기도 하는데, 이를 꼭 좋다고 볼 수만은 없다. 떼고 붙이는 과정에서 도금부에 이물질이 묻거나 접촉 상태가 달라지면, 다시 작동시킬 때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CPU나 램처럼 접촉 상태가 중요한 부품은 결합 상태를 유지하고 청소하는 게 낫다.


반드시 접지한다.


  접지(earth)란 전기 장치를 대지와 연결하여 대지와 전위를 같게 하는 것을 말한다. 접지하지 않은 기기에 전원에 연결하면 각 부품 부위별로 전위차가 생긴다.주2 전위차가 생긴 장치를 만지면 순간 전류가 흘러 따끔거릴 수 있고, 심하면 불꽃이 튀기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접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 부품을 만지면 부품이 손상될 수 있고, 켜고 끌 때에 부품이 손상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접지를 위해 전원선 외에 선이 하나 더 필요하다. 접지선으로 기기가 대지와 연결되면 전위차가 해소되고, 감전 사고를 좀 더 예방한다. 셈틀은 전원공급기가 꼭 접지된 상태여야만 따끔거림과 갑작스런 부품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접지되지 않은 전원에 연결된 셈틀은 전원선을 완전히 뺀 뒤에 정전기를 없애고 만져야 한다. 그러므로 안전을 위해서 전자 기기는 꼭 접지해서 써야 한다.그러므로 전원선 두 가닥 외에 접지선이 하나 더 있어서 접지선으로 대지와 연결하면 전위차가 해소된다.  

  가장 간단하게 이런 전위차를 없애는 방법은 접지선이 있는 콘센트에 직접 전원을 연결하는 것이다. 90년대 후반 이후에 지어진 건물은 접지 시공을 잘 하지 않으면 준공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게 한 법 때문에 콘센트는 접지선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거의가 접지 공사가 되지 않고, 최근 건물이라도 접지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는 따로 접지 공사를 하거나, 수도 꼭지 등에 장치와 전선으로 연결하는 임시 방편으로 접지하기도 한다.주3

  멀티탭은 접지할 수 있는 것을 쓴다. 현재 접지되지 않는 멀티탭은 판매가 금지되어 있으므로 새로 구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오래된 멀티탭은 접지가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멀티탭 가운데는 접지가 되지 않는 환경에서도 전위차를 줄이거나 없애는 제품이 있으므로, 접지하기 곤란한 곳에서 활용하면 좋다. 노트북은 접지선이 없는 2구 전원공급기(어댑터)이 아니라 접지선이 포함된 3구 전원공급기를 써야 접지할 수 있다.

대성 MH 9531
  접지를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전기 기기에 생기는 전위차를 없애 주는 멀티탭의 모습(대성화학 MH 9531). 이런 멀티탭은 기기 주변의 전기장을 없애주므로 전자파를 차단하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접지 공사가 잘 된 곳에서는 일반 접지형 멀티탭으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필요하지 않다. 왼쪽 아래의 은색 부위에 손을 갖다대면, 몸과 전자 기기에 전위차가 있을 때에 그 옆의 전구에 불이 들어온다.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전위 단추를 조절하면 전위차를 없앨 수 있다.

 

〈주석〉
  1. 이를 '임신했다', '배터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어나온 전해액이 기판에 묻으면 회로까지 망가지기도 한다. back
  2. 이 전위차 때문에 생기는 전기장이 흔히 이야기하는 유해 전자파 가운데 하나이다. back
  3. 가스관에 접지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일이니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back
2009/06/24 01:49 2009/06/24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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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궁금합니다. 2010/12/10 08:3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제노트북은 군용급이라서 (배터리는 짧지만)
    영하 겨울에 나가서 쓰기도 합니다 ^^

    • 팥빙산 2010/12/10 14:3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도 아무리 춥고 더워도, 물에 빠져도 끄떡 없는 노트북을 바라는데, 군용급이란 말씀에 부러워지네요.
      구글에서 낸 논문을 보면 하드디스크 온도가 높은 것보다 낮은 게 더 안 좋을 수 있음을 보이고 있는데, 영하 날씨에는 SSD가 답일 것 같습니다.

  2. 2010/12/17 20:0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하드 절전모드 사용유무는 스핀업횟수 vs 사용시간 의 장단점이 있어서 어느쪽이 수명에 좋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하더군요. 통계자료가 없으니... 개인적으로는 하드 공진음 때문에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팥빙산 2010/12/17 20:1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렇습니다.
      그래서 '하드디스크 상태가 이상하면'이라고 전제를 달았습니다.
      5분 쓰려고 10시간 넘게 돌리거나, 1시간에 3번 넘게 껐다 켜지는 것 모두 좋지 않지요.
      절전하는 시간 간격을 잘 잡아야 하겠습니다.

    • 2010/12/21 12:3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네, 근데 사용하다 보면 파일 삭제나 토렌트 사용시에도 갑자기 일제히 깨어나는 경우가 빈번해요.ㅡㅡ; 차라리 수동으로 원하는 하드만 윈도우상에서 끄거나 켜는 기능이 윈8에서는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3. 궁금합니다. 2010/12/19 09:1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런데 제노트북은 어뎁터포함 3키로에 가까워서 연약한 제몸으로는 휴대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배터리도 6셀에 3-4시간확장이라 무리라있고.
    그냥 한두달 후에 튼튼한 소형모델로 갈아탈거에요 한 50만원대에 팔아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