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를 뒤집어서 쓰면

  하드디스크는 회로 기판이 아래로 가게 수평으로 놓거나, 수직으로 세우는 게 흔히 볼 수 있는 장착법이다. 위아래를 뒤집어 놓은 모습은 보기 드물고, 그렇게 하기를 권하지도 않는다. 언젠가 어느 게시판에서 하드디스크를 뒤집어 쓰면 좋지 않고, 전문가가 하드디스크를 점검할 때는 꼭 수평으로 똑바로 놓더라는 덧글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수평으로 잘 놓기만 하면 뒤집어도 문제 없다는 의견도 더러 보인다.

  글쓴이가 하드디스크를 뒤집어 썼을 때는 디스크에서 문제가 생기는 빈도가 높았다. 3.5인치 디스크 3개와 2.5인치 디스크 2개를 1년 이상 뒤집어 썼는데, 이 가운데 아직까지 잘 돌아가고 있는 2.5인치 1개만 빼고 이런 문제점들이 생겼다.

① 160GB (3.5인치) - 1년쯤 쓰니 전원이 들어올 때 삐걱거림
② 320GB (3.5인치) - 읽고 쓸 때 사각사각거리는 소리가 생김 (1년여만에 교환)
③ 320GB  (3.5인치) - 기판 불량으로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교환함
④ 500GB (2.5인치) - 느려질 때가 드물게 있었음. 한 번 크게 딸깍거리고 매우 느려짐 (1년 반만에 교환)

  ③의 기판 불량은 뒤집어 쓴 것과는 무관한 것 같다. 이를 제외하면 뒤집어 쓴 디스크는 5개 가운데 2개가 반년 만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고, 결국 3개를 교환받았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뒤집어 써서 나빠진 디스크는 다시 제대로 놓으면 상태가 나아지기도 했다. ①는 똑바로 놓은 뒤에 삐걱거림이 조금씩 줄어들어 4년째 쓰고 있다. 밥알 세듯 속도가 느려졌던 ④은 바로 놓은 뒤에 속도가 조금 빨라져서 자료를 복구할 수 있었다.

  위아래를 바르게 설치한 하드디스크는 초기 불량이 아니면 2년 안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 일은 드물었다. 이만한 빈도로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보아 3.5인치 하드디스크는 회전축이 뒤집혀서는 안 될 구조로 설계되었음이 틀림없다. 2.5인치 하드디스크는 많은 수를 쓰지 않아서 단정할 수 없지만, 뒤집어 써서 좋을 것은 없어 보인다.

사진처럼 설치된 하드디스크(오른쪽 위)는 노트북을 바로 놓으면 위아래가 뒤집힌다.
사진처럼 설치된 하드디스크(오른쪽 위)는 노트북을 바로 놓으면 위아래가 뒤집힌다.

  탁상용 PC나 서버 본체는 일부러 뒤집지 않으면 디스크가 뒤집혀 들어갈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뒤집어 쓰거나, 노트북 같은 휴대 기기의 디스크 설치 방향이 뒤집혔을 수 있다. 노트북은 여간해선 뒤집어 쓸 수 없으므로, 설계된 디스크 설치 방향이 뒤집혀 있으면 바로 잡기 어렵다.

  2.5인치 이하 하드디스크는 3.5인치 디스크보다 가벼워서 회전축이 눌리는 힘이 덜하므로, 뒤집혀서 생기는 부작용이 적을 거라고 기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2.5인치 이하 디스크들이 뒤집어 써도 괜찮게 설계됐다는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회전축이 아예 없는 SSD를 쓰지 않는다면 꽤 신경 쓰이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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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성 2011/04/28 13:4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유용한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