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가 한컴을 인수한다니 보석글이 생각난다.

오늘(2009/06/10) 삼보컴퓨터가 모회사인 샐런 등과 한글과컴퓨터를 공동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 소식을 듣고  문득 '보석글'이 떠올랐다.  보석글은 삼보컴퓨터가 개발했던 워드프로세서이다. 90년대 초반까지 보석글을 컴퓨터 학원에서 강의했을 만큼 인지도가 있었으므로, 꽤 일찌감치 컴퓨터를 접했던 이들에게 생소하지 않을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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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글V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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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글V 설명서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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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글 V를 윈도 도스창으로 실행한 화면


  지금 관점에서 보면 보석글은 무척 불편했던 프로그램이다. 위에 나온 보석글V는 꽤 개선된 것이지만, 처음에는 차림표(메뉴)를 화살표 글쇠가 아니라 F1, F2로 움직여서 조작해야 했다. 그래도 PC 시장이 초창기였던 그 당시에는 컴퓨터로 한글을 쓰고 인쇄할 수 있는 것만도 대단하던 때였다. 결국 '글(아래아한글)', 21세기 같은 더 훌륭한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보석글은 역사 속으로 밀려난다.

  삼성이 오래도록 '훈민정음'에 미련을 둔 것처럼, 삼보컴퓨터도 보석글이 무척 아쉬웠을 것이고, '글'에 눈독을 들인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닐 것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인터넷 오피스인 '싱크프리'를 개발하고 있고 리눅스에도 손을 대고 있으므로, 삼보컴퓨터가 군침을 흘릴 만한 기업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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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프로그램이지만, 위에 나온 값을 보고 사서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은 거의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3만원 이하인 보급형 제품이라도 있든지, 아니면 업그레이드 비용이라도 낮춰야 정품을 사는 매력이 생길 것이다.

  글쓴이는 '글'을 도스 시절부터 정품을 써 왔고, 98년의 한컴 위기 때 주식 공모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터무니 없니 비싸진 업그레이드 비용 때문에 '글97'을 마지막으로 정품 구입을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껏 복제품이나 학교에서 쓰는 제품을 쓰고 있다. 아마 글쓴이와 비슷한 이유로 정품 구입을 그만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0년 동안 한컴이 새 고객은커녕 단골 고객의 지갑도 열지 못했다고 하면, 무슨 이유를 붙여도 판매 전략은 실패한 것이다.
 
  이제 삼보컴퓨터가 한컴을 인수한다고 하니, 앞으로 삼보 PC에 '글'이 들어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비록 믿거나 말거나지만, '글' 단품도 싸게 많이 파는 방향으로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도 해 본다. 그렇지 않다면 한컴은 뒷날 팔려 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새굴림 글꼴을 설치되어 있어야 아래아가 들어가는 <> 글짜주1를 볼 수 있습니다.
〈주석〉
  1. '글자'라고 적지 않은 이유는 http://pat.im/113에 밝혔습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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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인1 2009/06/16 18:2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렴하게 판매를 하면 많은 사람이 살것 같지만 결국은 공짜에 익숙한 개인들중 일부 사람들만 추가로 사게 됩니다.
    비싸게 판매하면 기존에 구매를 하던 사람들중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갖게되어 구매를 중단하겠지만, 새로이 접하는 사람들은 원래 S/W 가격이 이런갑다... 하고 구매를 합니다.

    결정적으로, 기업에서는 비싼 돈을 주고 어쩔 수 없이 구매를 해야하고, 관공서등에 납품하는 조달가를 높일 수가 있습니다.

    일부 개인 시장을 잃더라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는게 제품 가격을 올리는 마케팅 전략이죠.
    그래서 프라임으로 주인이 바뀐뒤 지속적으로 매출액이 증가가 된 것입니다.

    판매 수량 보다는 가격을 높임으로 인해 매출액이 증가가 되었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는 지금의 가격이 적정 가격이 되어 버린것이죠.

    박리다매는 마케팅 전략의 한 소요이지만, 이게 절대적인 필승의 전략은 아닙니다.
    현재 한컴처럼 시장 지배능력이 있다면 가격을 올리면서 매출을 극대화 시키는 것도 미래를 내다보는 마케팅 전략의 한 소요입니다.

    • 팥빙산 2009/06/16 22:3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런 점이 있군요. 정품 쓰는 개인이 많은 현실을 생각하면, 기업 판매에 주력하는 게 한컴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네요.

      그래도 개인 시장을 버리는 건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은 아니라고 봅니다. 전부터 꾸준히 구매했던 사람들은 주변에게 파급력이 크다고 보는데, 이들이 불법복제에 매력을 느끼면 앞으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나와도 글처럼 꾸준히 많이 팔리지 못합니다. 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대단하지만, 글이 밀리면 한컴도 미래가 어둡습니다.

      90년대에 한컴이 정품을 사서 쓰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역할을 했던 것처럼 지금도 업계에서 한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글은 자가용이나 휴대폰처럼 꼭 필요한 제품이라면, 일찌감치 백신처럼 해마다 사용료를 받는 방식으로 꾸준한 구매를 유도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