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미금 정차역을 둘러싸고 나붙었던 현수막들
분당선은 서울·성남 노선에는 급행선이 없고주1 서울 강남 주택가를 돌아 들어가는 노선이다. 분당선 강남 구간은 구룡역~개포동역~대모산입구역의 역 사이 거리가 특히 짧아서 강남리 마을 전철이라는 별명까지 붙어 있다. 어찌 보면 멀리 분당까지 지하철이 난 것도 감지덕지할 일인지 모르지만, 강남~분당 도심을 오가는 광역 버스가 분당선 전철보다 빠르니 썩 만족스러울 리가 없다. 타는 사람이 많고 가는 길도 먼 분당선 지하철을 오래 서서 타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바닥에서 신호가 온다.
이러한 기존 분당선의 문제는 신분당선이 난 덕분에 많이 풀렸다. 2011년 말에 운행을 시작한 신분당선 전철은 서울 강남역에서 성남 정자역까지 시속 9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속도로 17분에 달리고 있다. 선릉역~정자역까지 걸리는 40분쯤 걸리는 분당선과 견주면, 신분당선을 통하면 지하철 2호선에 다다르는 곳까지 오갈 때에 약 40~50분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신분당선 안에서 딱 한 정거장만 타도 1850원을 내는 요금 체계는 불합리하지만, 별도 요금(700원)을 물고 환승하여 분당~강남 구간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썩 나쁘지 않다.
신분당선은 강남역~정자역 구간이 먼저 개통될 무렵까지 미금 정차역을 둘지 말지는 꽤 큰 논란 거리였다. 정자역 주변은 상업 지구이지만, 고속도로와 탄천이 나란히 남북을 가르는 탓에 버스 교통이 썩 편하지 않다. 이와 달리 미금역 주변은 서울과 수원·용인을 비롯한·경기 지역을 오가는 마을 버스, 시내 버스, 광역 버스들이 많이 지나는 곳이다.주2 미금역 주변 주민들은 이 점을 내세워 미금역에 정차역을 세워 달라고 요구했다. 역 하나가 늘면 수원 광교까지 이을 예정인 신분당선의 운행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미금역 주변이 버스 교통의 요지라는 점 때문에 다른 곳에 역을 세우자는 것보다 설득력이 있었다.
신분당선 미금 정차역 문제는 2011년의 4.27 재보선에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당 대표를 지낸 강재섭과 손학규가 분당을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맞붙으면서 선거 쟁점으로까지 떠오르기도 했다.
끝내는 신분당선 미금 정차역을 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소식이 알려진 즈음에 미금역 주변 동네 여기저기에 이를 알리는 여러 단체들의 현수막들이 걸렸다.
신분당선 미금 정차역 설치 문제는 마땅히 반대할 까닭이 없는 분위기였으므로, 꼭 선거나 정치인의 입김이 아니었더라도 주민들의 뜻대로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기쁜 소식을 알리는 데에 정치권이 빠질 리가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같은 일을 두고 스스로에게 공을 돌리는 현수막을 사이 좋게(?) 걸어 놓은 모습을 보노라면 웃음을 참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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