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우 세벌 자판이 오래간 까닭은? - 타자기에서 셈틀로 이어진 공병우 자판

  공병우 3벌 자판은 1949년에 수동식 타자기 자판으로 나왔고, 세벌식 자판의 대표로서 60해 넘게 명맥을 잇고 있다. 공병우 자판은 한글 자판들 가운데 가장 오래 널리 쓰인 자판이고, 그 다음으로 오래 쓰인 것은 표준 2벌 자판이다. 표준 2벌 자판은 1969년에 전신 타자기(텔레타이프)의 표준 배열로 나와서 1980년대 초에 셈틀과 타자기의 표준 자판이 되었으니, 길게 보아도 널리 쓰인 기간이 공병우 자판보다 스무 해가 짧다.주1

  국내(남한)에서 비표준 자판이 표준 자판과 함께 쓰이기는 매우 어렵다. 그 까닭은 첫째로 비표준 배열이 찍힌 기계가 드물어서 사람들이 접할 기회가 적고, 둘째로 먼저 익힌 자판을 버리고 다른 배열을 익히는 일이 괴롭기 때문이다. 드물게 비표준 배열을 먼저 접한 경우가 아니라면, 비표준 배열은 먼저 익힌 표준 배열을 버리고 익힐 수밖에 없다. 환경과 시간이 모두 표준 자판의 편이다 보니, 비표준 자판이 널리 쓰이는 것은 거의 기적이다.

  공병우 자판은 그런 어려움을 딛고 가장 오래 쓰이고 있는 한글 자판이다. 이 글에서는 공병우 자판의 특징을 되짚으며 이 자판이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을 이야기해 본다.
3-91 자판(공병우 최종 자판) 딱지
일반 자판에 3-91 자판(공병우 최종 자판) 딱지를 붙인 모습
  공병우 자판은 받침을 구분하는 것 때문에 처음 보면 헤맬 수 있지만, 누구나 한두 달을 쭉 연습하면 숙달할 수 있다. 그런데도 배열이 찍힌 기계가 너무 드물어서 공병우 자판은 마치 재야의 고수(?)들이나 쓰는 자판처럼 되어 버렸다. 공병우 자판을 연습할 때는 위 사진처럼 글쇠 배열이 찍힌 딱지주2를 표준 자판에 덧붙여 쓰곤 한다. 오래 되면 딱지는 너덜해지기 마련이고, 어느 곳에나 이런 딱지를 붙이고 쓸 수도 없다. 표준 자판이 널리 쓰이는 환경에서 공병우 자판을 잘 쓰려면 자판을 보지 않아도 될 만큼 글쇠들을 손에 익힐 수밖에 없다.


1. 타자기에서 셈틀까지

(1) 한글 타자기 시대를 열다

  공병우 타자기와 공병우 자판은 안과 의사이면서 의학 박사였던 공병우의 발명품이다. 광복 전부터 한글 타자기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공병우는 미 군정 시절인 1947년부터 뒷날 서체 원도 전문가로 활동하는 이임풍과 함께 당시 쓰이던 영문 타자기를 분해하여 타자기 연구에 뛰어들었고, 1949년에 새로운 한글 타자기 설계를 마쳐 그 이듬해에 미국 언더우드 타자기 회사를 통하여 시제품을 냈다.

  많은 활자로 글을 대량으로 찍어 내는 인쇄기와 달리 타자기는 적은 활자로 앉은자리에서 손 글씨보다 빠르게 글을 찍어 낸다. 서양에서는 19세기 말부터 로마자 타자기가 사무 도구로 쓰이면서 사무원과 작가의 작업 능률이 크게 늘었다. 이를 알았던 한글학자들과 몇몇 선각자들은 로마자 타자기처럼 한글을 찍는 타자기를 바랐으나, 쓸 만한 한글 타자기는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이는 모아쓰기를 하는 한글의 얼개가 로마자보다 복잡하기 때문이었다.

  한글은 한 낱내(음절)에서 낱소리들이 찍히는 자리도 제각각이다. 가령 '곽'이란 낱내에서 같은 닿소리인 'ㄱ'이 첫소리로 올 때와 끝소리로 올 때의 자리가 다르고, 홀소리도 'ㅗ'와  'ㅏ'의 자리가 다르다. 로마자 타자기는 그저 한쪽 방향으로 글을 찍어 나가면 되지만, 한글 타자기는 낱소리의 자리를 맞추면서 앞뒤 낱내(음절)까지 구분해야 한다. 거기다가 익숙한 네모꼴에 가깝게 한글을 나타내려면 낱소리 벌 수를 늘려야 하는데, 벌 수가 늘어날수록 타자기 설계와 타자법이 번거로워진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쓸 만한 한글 타자기가 좀처럼 나오지 못하자, 한글을 로마자처럼 풀어쓰자는 주장에 점점 힘이 실렸다. 한글 풀어쓰기는 한글의 오랜 전통과 관습을 뒤엎고 모아쓰기의 장점을 해칠 수 있었지만, 그만큼 문명 사회에 접어든 때의 한글은 기계화가 매우 절실했다.

  첫 한글 타자기는 1900년대 초에 미국에서 파견된 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Underwood)가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1914년에 이원익이 한국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글 타자기(5벌식)를 만들었고, 송기주가 1927년에 2벌 풀어쓰기 타자기와 1932년에 4벌 모아쓰기 타자기를 만들었다. 이들 타자기들은 그 때에 쓰이던 영문 타자기를 한글에 맞게 고친 것이었고, 이는 뒤에 나온 공병우 타자기도 매한가지였다. 당시에 글을 세로로 썼던 탓에 이원익 타자기와 송기주 4벌 타자기는 가로로 찍고 세로로 돌려 읽는 방식이었다.

  이원익 타자기는 글꼴을 나타내는 데에 필요한 5벌의 글쇠를 모두 갖추어서 받침을 구분하려고 윗글쇠(전환 글쇠, 시프트 키)를 누르지 않아도 되었다고 하나, 7열에 12글쇠씩 둔 84글쇠를 눈으로 보지 않고 외워 칠 수는 없었다. 송기주의 4벌 타자기는 흔히 쓰인 영문 타자기의 42글쇠에 닿소리 3벌, 홀소리 1벌을 두어서 글쇠를 외워 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송기주 타자기는 가로 홀소리와 세로 홀소리에 오는 첫닿소리를 구분하느라 바꿈 글쇠를 자주 눌러야 하고, 받침을 찍고 나서는 사이 띄개를 눌러야 해서 조작법이 번거로웠다고 한다. 이원익과 송기주의 한글 타자기는 모아쓰기를 하는 한글을 찍을 수 있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올렸다고 볼 수 있으나, 아직 업무에 바로 쓸 만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수동 타자기의 글쇠 배열은 타자기 설계에 매인다. 글쇠가 활자대와 이어진 수동 타자기는 활자대가 엉킨다든지 하는 기계 문제를 피해야 하므로 오늘날의 전자 기기처럼 글쇠를 치기 좋게만 놓을 수 없다. 그리고 벌 수를 늘려 활자를 많이 갖출수록 네모꼴에 가까운 글씨를 나타내기 좋다. 벌 수가 늘어나면 한정된 글쇠로 많은 활자를 넣느라 윗글쇠를 자주 눌러야 하는데, 그럴수록 타자 속도가 떨어지고 매끄럽게 치기도 어렵다. 그래서 수동 타자기로 보기 좋은 글씨를 찍으면서 높은 능률까지 바라는 것은 아주 큰 욕심이다.

  공병우 타자기는 글씨보다 속도를 노렸다. 한글은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를 이루어지므로 한글 타자기에는 적어도 3벌 활자가 필요하다. 공병우 타자기는 한글이 짜인 원리를 따라 3벌을 택했다. 또 왼쪽 글쇠를 먼저 칠 때 활자대가 엉키는 일이 자주 나타나서 먼저 치는 차례로 오른쪽에 첫소리, 왼쪽 가운데에 가운뎃소리, 왼쪽 끝에 끝소리를 두었다. 낱소리들의 쓰이는 빈도를 헤아려 자주 쓰는 낱소리들을 가운데 글쇠에 모았다.

  이런 특징들 덕분에 공병우 타자기는 실무에 쓰기 좋을 만큼 매끄럽고 빠르게 글을 칠 수 있었다. 4벌, 5벌 타자기처럼 벌을 구분하느라 적어서 윗글쇠(전환 글쇠, 받침 글쇠)를 누르는 일이 적었고, 낱내를 구분한다든지 하여 잡다하게 조작할 일도 없어서 글을 치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두 손과 여덟 손가락의 부담도 적당한 것도 오래 작업하기 좋은 효과로 이어졌다.

  공병우 타자기가 나옴으로써 한글 기계화 과제는 거의 풀린 것과 다름없게 되었다. 공병우 타자기는 로마자 타자기를 뺨치는 타자 속도를 자랑하며 한글 문화권의 사무 능률을 한껏 끌어올렸고, 한글 타자기 시대를 활짝 여는 밑바탕이 되었다.

언더우드 공병우 타자기
언더우드 공병우 타자기 (세종대왕기념관 전시품)
초창기 공병우 타자기의 자판 배열 ①
초창기 공병우 수동 타자기의 자판 배열 ① (언더우드 제품)

  공병우 3벌 타자기는 1949년에 공병우 박사가 설계하여 1950년부터 미국 언더우드(Underwood) 타자기 회사가 생산하였다. 이 타자기는 받침이나 벌을 구분하는 행동이 필요 없어서 거침없이 글을 칠 수 있었다. 이를 따라잡은 다른 한글 타자기가 없어서 공병우 타자기는 능률이 가장 뛰어난 한글 타자기로 꼽힌다. 이 타자기에서 비롯한 공병우 자판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관련 글 : 세대를 나누어 살펴 보는 공병우 세벌식 자판)

(2) 전쟁 통에 빛을 본 공병우 타자기

  공병우 타자기가 처음 나왔을 때의 남한은 미국의 원조를 받아야 만큼 산업 기반이 뒤떨어져 있었다. 사람들에게 타자기는 생소하면서 비싼 기기여서 당장 개인과 기업의 타자기 수요를 바라기 어려웠다. 그러니 타자기를 많이 쓸 만한 곳은 행정 기관밖에 없었다. 이 때는 아직 공문서를 세로로 쓰고 있었고, 문서에 한자를 쓰는 관습도 이어지고 있었다. 타자기로 한글을 가로로 찍을지 세로로 찍을지에 대한 논의도 마치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한글만 쓰는 문화가 뿌리내리는 것이 절실했다.

  공병우 타자기는 기존의 관습과 부딛히며 어렵사리 보급되었다. 한자를 쓰지 못한다며 꺼리는 관료들이 꽤 있었고, 빨래꼴이란 별명이 붙은 공병우 타자기의 글씨가 자주 타박 받았다. 공병우 타자기는 작업 능률은 높은 것을 무기로 사무실에서 쓰였으나, 벌 수를 늘리지 않아서 과격하게 보이는 빨래꼴 글씨가 네모꼴 글씨에 익숙한 이들에게 불만을 샀다. 공병우 타자기의 글씨는 뒷날 다른 한글 타자기들이 글씨로 틈새를 파고드는 기회가 된다.

  이와 달리 북조선은 1948년부터 공문서를 가로로 쓰게 하였고 한자를 섞지 않은 한글로 썼다. 관료들이 타자기에 시큰둥했던 남한과 달리 북조선은 타자기를 쓰기 좋은 바탕을 닦아 놓고 있었다. 소련이 업무에 타자기를 쓰는 것을 보아 와서 타자기의 쓸모를 모르지 않았고, 한글 학자인 김두봉이 북조선의 고위직에 있었으니 남한에서 만들어지는 타자기에 관심이 없을 리 없었다. 인민군을 창설하고 남침 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북조선에 타자기가 있었다면 늘어나는 군의 업무에 긴요하게 쓰였을 것이다. 그러나 북조선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쓸 만한 한글 타자기를 손에 넣지 못했다.

인민군의 전투명령 제1호
인민군의 전투명령 제1호 (1950.6.22)
국군의 육본 작전명령 제64호
국군의 육본 작전명령 제64호 (1950.7.23)
  남한보다 일제가 찌꺼기를 철저히 버리려 했던 북조선은 군의 작전 명령서도 알기 쉬운 한글로 썼다. 하지만 남한은 공문서를 세로로 쓰면서 한자를 넣는 관습이 이어지고 있었다. 가로로 쓰는 공병우 타자기는 빠른 업무 처리를 무기로 남한에서 세로쓰기와 한자 섞기 관습을 서서히 허물어 가는 구실을 했다. (사진: 용산 전쟁기념관 전시 자료)

  그런 북조선이 처음 서울을 점령했을 때에 남쪽으로 피난하지 않은 타자기 설계자를 가만둘 리 없었다. 공병우는 서울에 남아 있다가 체포되어 정판사 사건에 연루된 일로 사형 당할 위기에 몰렸으나, 타자기 설계도를 바친다는 조건으로 감형 받았다. 그리고 인천 상륙 작전으로 혼란한 틈에 평양으로 끌려갈 뻔하다가 탈출했다. 이 무렵 송기주도 서울에서 납북되었는데, 그 뒤의 행방이 아직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조선은 단기전을 바라고 전쟁 준비를 서둘러서 통신, 공병과 같은 병과들에 소홀했다. 이는 전쟁 초기에 인민군이 예상하지 못한 걸림돌을 만날 때마다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여 시간을 허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인민군이 일찌감치 빠른 타자기를 썼다면 업무 능률을 높히면서 통신 체계의 허술함을 보완할 수 있었을 터이니, 6.25 전쟁의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끝내 공병우 타자기의 덕을 본 것은 남한의 국군이었다. 공병우 타자기의 빠른 속도를 눈여겨 보았던 해군 참모총장 손원일은 1.4 후퇴 뒤에 다시 피난살이 하던 공병우 박사를 만나 언더우드 사에서 생산하는 공병우 타자기를 군수품으로 들여오게 하였다. 이로써 공병우 타자기는 국군 해병대와 해군을 시작으로 국군의 업무에 쓰이게 되었다.

정전협정문 서명 부분
정전협정문 서명 부분 (사진 출처: 위키문헌)
정전협정문 제2권 지도 표지
정전협정문 제2권 지도 표지의 한 부분 (전쟁기념관 전시물)

  1953년에 조인된 6.25 전쟁 정전협정문의 정본(正本)은 영문본, 중문본과 함께 공병우 타자기로 찍어낸 한글본까지 3가지가 있다. 영문본과 공병우 타자기로 찍어 낸 한글본, 두 가지가 있다.주3 6.25 전쟁 동안 국군은 공병우 타자기로 한글 문서를 앉은자리에서 바로 만듦으로써 업무 속도를 높였다. 당시 후진국으로도 모자라 최빈국 취급까지 받던 한국이 제 나라 글을 적는 타자기를 실무에 쓴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기도 했다.


(3) 어느 기기에나 쓸 수 있는 자판

  군과 국방부에서 주로 쓰이던 공병우 타자기는 전쟁 뒤에 차츰 외무부, 내무부, 체신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으로 쓰임새를 넓혀 갔다. 빠른 업무 처리를 바라는 곳에서는 속도 타자기라 불린 공병우 3벌 타자기가 쓰였고, 조금이라도 보기 좋은 글씨를 바라는 곳에서는 체제 타자기로 불린 김동훈 5벌 타자기가 많이 쓰였다. 1960년대까지의 타자기 시장은 공병우 타자기가 주류였고, 김동훈 타자기를 비롯한 여러 타자기들이 함께 쓰였다.

김동훈 5벌 타자기 (1958년)
김동훈 5벌 타자기 (세종대왕기념관 전시품)
김동훈 5벌 타자기의 자판 배열
김동훈 5벌 타자기의 자판 배열
  공병우 타자기의 가장 큰 약점은 빨래꼴이란 별명이 붙은 글씨였다. 김동훈 5벌 타자기는 이를 기회 삼아 틈새 시장을 파고들 수 있었다. 그러나 빠르기로 공병우 타자기와 경쟁하는 한글 타자기는 나오지 않았다.

  다른 타자기 자판들은 거의 한 기기에 쓰이다가 그 기기와 수명을 함께 했으나, 공병우 자판을 쓴 기기들은 꾸준히 이어졌다.주4

  • 한글 수동 타자기 개발 (1949.11)
  • 한글 인쇄 전신기 개발 (1958)
  • 첫 국산 타자기 생산 (1964.10.9, 프린스 타자기)
  • 한·영 겸용 타자기 발명 (1968.3)
  • 한글 점자 타자기 개발 (1971.8)
  • 3단 한·영 겸용 타자기 개발 (1972)
  • 한글 볼(BALL) 타자기 개발 (1974)
  • 한·영 텔렉스 개발 (1975)
  • 한글 모노타이프 개발 (1976)
  • 한글 전동 타자기 개발 (1982)
  • 한글 전용 아이텍(ITEK) 사진 식자기 개발 (1985)
  • 한글 전자 타자기 개발 (1989)

  1958년에 송계범 교수주5(전남대 물리학과)는 영문 인쇄 전신기에 한글을 처리하는 수치 처리 장치를 불여서 2벌 풀어쓰기 자판으로 넣은 한글을 모아쓴 꼴로 보여 주는 전신 타자기를 만들었다.주6 이 전신 타자기는 일본 오끼 전기에서 상용 제품을 생산했다. 그러나 한글 처리를 모두 자동으로 하려면 만드는 비용이 많이 들고 처리기에서 열도 많이 나서 고장이 잦았다. 이 때의 전자 회로는 한글 처리를 빠르게 할 만큼의 효율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번거롭게 사이 띄개를 눌러 낱내(음절)를 구분하는 반자동식으로 쓰였다.주7

  공병우식 인쇄 전신기는 영문 전신 타자기를 개조했던 것은 같지만, 실용성은 송계범 교수의 2벌식 인쇄 전신기보다 뛰어났다. 3벌 자판을 쓰면 받침을 구분하는 한글 처리가 따로 팔요하지 않아서 낱내를 구분하는 동작 없이 매끄럽게 칠 수 있었다. 받침을 고르는 처리 장치가 필요 없어서 생산비가 낮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래서 1960년대에 내무부와 시·도·군청에서는 공병우식 인쇄 전신기만이 통신용으로 쓰였다.주8

  1969년에 정부는 국무총리 훈령 제 81호로 수동 타자기용 4벌식 자판과 인쇄 전신기용 2벌식 자판을 표준 자판으로 공표하였다. 하지만 체신부를 비롯한 실무 기관들은 타자법이 번거로운 2벌식 자판에 반발하였고, 이 때문에 국무총리실에서는 인쇄 전신기용 두벌식 표준 자판은 쓰지 않도록 지시하기도 하였다.주9

  전기 신호로 통신하는 인쇄 전신기는 전산식에 한 발 다가선 기기이다. 공병우 자판이 전신 타자기에 쉽게 쓰인 것은 뒤에 나올 전산 기기에도 공병우 자판이 쓰일 수 있음을 미리 알리는 것이었다.


(4) 표준 타자기에 밀리다

  공병우식 타자기와 자판을 위협한 것은 다른 뛰어난 자판이 아니라 정부가 정한 표준 자판이었다. 과학기술처는 배열이 다른 타자기 자판들을 통일한다는 구실로 1969년에 급하고 비밀스럽게 만든 수동 타자기용 4벌 자판과 전신 타자기용 2벌 자판을 표준 배열로 삼았다.
 
  4벌 자판은 빠르게 치는 3벌 자판과 글꼴이 고른 5벌 자판의 중간 형태로 볼 수는 있다. 그러나 표준 4벌 타자기는 어느 쪽의 장점도 살리지 못했다. 벌 수가 많아서 익히고 다루기 여러운 점은 5벌 자판을 닮았고, 타자 속도는 3벌 자판보다 뒤떨어졌다. 표준이 된 4벌 또는 2벌 기기는 모두 공병우식보다 느리고 불편했다. 정부가 주도해 만든 자판인데도 어떤 근거로 글쇠를 두었는지 알 수 없는 점도 논란 거리로 남았다. 이를 아는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이 반발하며 정책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했으나, 돌아오는 건 정부의 억지 논리와 탄압이었다.

  정부는 급수 시험에 공병우 타자기를 쓰지 못하게 하여 공병우 타자기를 익힌 타자수들의 살 길을 막았고, 정보 기관까지 움직여서 자판 정책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억눌렀다.주10 정부의 정책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경쟁하던 여러 타자기들을 한꺼번에 몰락하였으나, 공병우 타자기는 훌륭한 성능 때문에 수요가 이어졌다. 2벌 전신 타자기는 처리 장치의 한계 때문에 반자동식 타자법으로 번거롭게 쓰였는데, 이미 공병우식의 편리함을 맛본 체신부 등의 반발로 공병우식이 다시 쓰였다. 민간인들 사이에서는 표준 4벌식보다 빠르고 편한 공병우 3벌식 수동 타자기가 여전히 쓰였다. 정부의 타자기용 표준 자판 정책은 이미 나온 공병우 자판보다 뒤떨어진 자판을 앞세운 탓에 취지와는 달리 여러 자판이 함께 쓰이는 혼란을 부추겼다.


(5) 셈틀에 이어진 공병우 자판

  1980년대는 사무 기기의 주도권이 수동 타자기에서 전자식 타자기와 셈틀(컴퓨터)을 비롯한 전산 기기로 넘어 가는 때였다. 전산 기기는 정교한 한글 처리기를 내장할 수 있어서 2벌 풀어쓰기 자판으로도 한글을 넣을 수 있다. 타자기의 표준이던 4벌 자판처럼 거추장스러운 배열은 절로 값어치를 잃었다. 1982년에 정부는 전신 타자기의 2벌 표준 배열을 그대로 셈틀에 쓸 표준 배열로 삼았고, 그 이듬해인 1983년에는 수동 타자기의 표준 배열까지 2벌 배열로 바꾸었다.주11

  수동 타자기에서 불편하여 쓰지 못하던 2벌 자판은 전산 기기의 힘으로 널리 쓰일 길이 열렸다. 미숙한 한글 처리기 때문에 사이 띄개로 낱내를 구분해야 했던 2벌 전신 타자기와 달리, 전산 기기의 2벌 한글 입력기는 알아서 첫소리와 끝소리를 구분할 수 있게 발달했다. 그러나 받침을 바로 처리하지 못하여 전자식 타자기에서는 낱내가 늦게 찍혀 나왔고, 셈틀에서는 도깨비불이 나는 게 흠이었다.

  전산화는 3벌 자판에도 기회가 되었다. 받침이 따로 넣는 3벌 자판은 글쇠가 조합형 한글 코드와 그대로 짝이 맞아서 2벌 자판보다 한글 처리가 훨씬 간단하다. 이 때문에 공병우 박사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익힌 매킨토시로 3벌 입력기를 만들어 냈고, 워드프로세서까지 개발했다. 1980년대의 셈틀은 지금보다 처리 장치가 느리고 기억 장치의 용량이 작아서 3벌 자판이 도깨비불이 나지 않는 것은 장점일 수 있었다.주12

  매킨토시는 공병우 박사가 주로 쓴 탓에 세벌 자판 지원이 빨랐지만, 일반인들에게 더 널리 쓰인 IBM 호환 PC는 그렇지 못했다. 매킨토시는 운영체제 자원의 한글 입력기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IBM PC에서 쓰인 도스(DOS) 환경에서는 응용 풀그림마다 입력기를 내장했기 때문이다. 한메타자교사와 공병우 박사가 개발을 지원했던 ᄒᆞᆫ글(아래아한글)이 인기를 끌면서 이들이 지원한 공병우 3-90 자판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3-89 자판을 거쳐서 1990년에 나온 3-90 자판은 IBM 호환 PC를 쓰는 이들이 개발 작업을 하는 이가 많았던 탓에 개발자(프로그래머)의 편의에 맞춘 자판이다. 공병우 박사와 3벌 입력기 개발을 함께 했던 박흥호의 의견을 따라 겹받침 수를 줄이고 프로그래머들이 자주 쓰는 특수기호들을 영문 쿼티 자판 배열대로 두었다. 그 이듬해인 1991년에는 매킨토시에서 쓰이던 자판을 공병우 최종 자판(3-91 자판)으로 발표하였다. IBM 계열 PC에서의 3-91 자판 지원은 3-90 자판보다 더뎌서 윈도(windows)가 널리 쓰이게 된 1990년대 후반에야 이루어졌다.

  공병우 자판이 찍힌 기계는 나오지 않았으므로 공병우 박사가 운영하던 한글 문화원은 자판에 붙여서 연습할 수 있는 3벌식 딱지를 배포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PC 통신을 거점으로 하여 공병우 3벌 자판을 홍보하고 보급하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이 때의 성과 덕분에 3-90 자판과 최종 자판은 윈도(windows)가 운영체제 차원에서 지원하는 자판이 될 수 있었다. 1995년에 공병우 박사가 작고한 뒤로 한글 자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많이 식었지만, 공병우 자판은 셈틀에서 널리 쓰이는 자판으로서 표준 자판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2. 다른 자판과 견준 공병우 자판의 특징

  공병우 자판에는 다른 자판에 없거나 한글 자판 가운데 가장 먼저 들어간 특징들이 있다. 이 특징들이 어떤 구실을 하는지 하나씩 짚어 본다.

(1) 오른손부터 쓰는 글쇠 배열

  지금은 표준 2벌 자판 때문에 가운데를 경계로 닿소리와 홀소리를 나눈 배열이 낯익지만, 같은 벌의 글쇠들을 한 곳에 모아둔 것은 공병우 자판이 처음이다. 같은 벌의 글쇠들이 한 편에 모여 있으면 두 손과 여러 손가락을 번갈아 쓰기 좋다. 손과 손가락을 번갈아 쓸수록 타자 속도를 높힐 수 있고, 손이 덜 지쳐서 오래 작업하기에 좋다.

  공병우 자판은 먼저 치는 첫소리를 오른쪽에 두어서 오른손을 먼저 쓰게 했다. 여태까지 널리 쓰인 한글 자판 가운데 오른손을 먼저 쓰는 것은 공병우 자판뿐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먼저 치는 글쇠를 오른쪽에 둔 것은 수동 타자기에서 활자대가 엉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사용자의 편의를 헤아린 것은 아니었지만, 오른손을 먼저 치게 하여 많은 오른손잡이들이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세벌식 3-91 자판 (391 자판, 공병우 최종 자판)
3-91 자판 (공병우 최종 자판)
영문 드보락(Dvorak) 자판 배열
드보락(Dvorak) 자판 배열 (그림 출처: 위키백과)
  공병우 자판과 영문 드보락 자판은 닮았다. 먼저 치는 글쇠를 오른쪽에 둔 것과 홀소리를 치기 좋은 쪽에 모아 둔 것이 비슷하다. 공병우 자판은 첫닿소리를 오른쪽에 두고, 홀소리를 왼쪽 집게·가운데 손가락에 모았다. 드보락 자판도 많은 닿소리를 오른쪽에 두면서 홀소리 A,O,E,U,I를 왼쪽 가운뎃줄에 모았다. 이렇게 글쇠를 놓은 두 자판은 손을 번갈아 쓰기 좋다. 공병우 박사가 타자기를 처음 만들 때에 미국에서도 드물었던 드보락 타자기를 참고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능률이 뛰어난 두 자판의 닮은 요소를 흥미롭게 살펴볼 만하다.

(2) 손가락 부담을 헤아린 배열

  같은 손의 다섯 손가락은 저마다 견딜심이 다르다. 약한 새끼 손가락을 많이 쓰는 자판은 새끼 손가락이 쉽게 지쳐서 오래 치기 어렵다. 그래서 낱소리를 쓰는 빈도를 헤아려서 자주 쓰는 낱소리를 집게 손가락 쪽에 가깝게 가운데로 모으는 것이 자판 설계의 원칙으로 통한다. 앞선 타자기들이 한글을 나타내는 것에 급급했기 때문에 자주 치는 낱소리를 가운데에 모은 한글 자판 배열도 공병우 타자기가 처음이었다.
[표 1] 손가락 쓰임 비교
  첫째
손가락
둘째
손가락
셋째
손가락
넷째
손가락
다섯째
손가락
표준 2벌 왼손 - 62109
(18.8%)
47344
(14.3%)
31094
(9.4%)
20318
(6.2%)
160865
(48.8%)
329929
(100%)
오른손 37725
(11.4%)
53401
(16.2%)
31963
(9.7%)
28591
(8.7%)
17384
(5.3%)
169064
(51.2%)
공병우 3-91 왼손 - 85105
(26.0%)
30765
(9.4%)
30815
(9.4%)
11806
(3.6%)
158491
(48.3%)
327922
(100%)
오른손 37725
(11.5%)
76033
(23.2%)
25355
(7.7%)
14573
(4.4%)
15745
(4.8%)
169431
(51.7%)
공병우 3-90 왼손 - 84737
(25.8%)
30402
(9.3%)
30947
(9.4%)
12416
(3.8%)
158502
(48.3%)
327920
(100%)
오른손 37725
(11.5%)
73436
(22.4%)
25363
(7.7%)
14381
(4.4%)
18513
(5.6%)
169418
(51.7%)
3벌 순아래 왼손 - 87318
(26.8%)
30627
(9.4%)
30649
(9.4%)
12060
(3.7%)
160655
(49.3%)
326003
(100%)
오른손 37725
(11.6%)
73436
(22.5%)
25363
(7.8%)
13279
(4.1%)
15546
(4.8%)
165348
(50.7%)

  위 표와 뒤에 나타낸 표들에 표준 2벌 자판과 공병우 계열 자판들로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의 첫째권 봉단편을 넣었을 때의 타수 통계를 비교하였다. 이 결과들은 풀그림 바탕을 공개한 김용묵님의 간단한 한글 타자 행동 분석기를 글쓴이가 고쳐 써서 통계를 낸 것이다.

  김용묵님이 공개한 분석기를 그대로 쓰면 문장 부호와 빈 줄, 빈칸을 반영하지 않고 한글을 붙여 쓴 채로 분석한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으면 거듭치기에서 2벌 자판에 불리한 수치가 나온다. 그래서 분석기를 고쳐서 왼/오른 윗글쇠, 줄바꾸개(enter), 사이띄개(space bar), 문장 부호, 아라비아 숫자 글쇠도 셈할 수 있게 고치고 몇몇 보이는 오류들을 바로잡았다. 사이띄개는 오른손 엄지로 넣는 것으로 하고, 잇달아 들어가는 빈 줄과 빈 칸은 하나로 셈하였다. 쿼티 자판의 'Z'·'X'·'C' 자리는 각각 왼손 넷째·셋째·둘째 손가락으로 치는 것으로 하였다. 왼쪽 밑글쇠와 쿼티 자판의 'B', '6' 글쇠를 표준 자판과 공병우 자판이 다른 손가락으로 치는 것을 반영하였다.
 
  공병우 계열 자판들과 표준 자판은 한글만 넣을 때는 왼손을 더 쓰지만, 문장 부호와 빈 칸과 빈 줄을 넣을 때 쓰는 글쇠들 때문에 실제로 글을 칠 때는 오른손을 조금 더 많이 쓴다. 실제로 손가락이 지는 부담은 뒤의 [표 6]에 나타낸 한 손가락 거듭치기까지 헤아려야 잘 알 수 있다. 공병우 계열 자판은 왼손 셋째 손가락을 쓰는 빈도가 넷째 손가락과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살짝 낮지만, 넷째 손가락은 거듭치기가 없거나 드물므로 셋째 손가락의 부담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분석에 쓰인 글은 한자를 넣지 않고 띄어쓰기와 줄바꿈를 시중에 출판된 책에 가깝게 맞추었는데, 잘못 들어가거나 빠진 글 때문에 생기는 오차는 있다. 소설이어서 따옴표가 많은 편이다. 줄바꿈표는 마침표(.) 두 개로 바꾸었고, 3-91 자판에만 있는 가운뎃점(·)은 쉼표로 바꾸었다. 분석한 글의 한글 낱소리와 문장 부호, 숫자 빈도는 다음 표에 나타내었다.

[표 2] <임꺽정> 첫째권 봉단편의 한글 낱소리와 문장 부호 빈도
빈도
차례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 문장 부호,
숫자, 기타
글짜 빈도 글짜 빈도 글짜 빈도 글짜 빈도
1 28493
(25.69%)
29270
(26.39%)
12037
(26.57%)
. 2905
2 15470
(13.95%)
19277
(17.38%)
11331
(25.01%)
" 2803
3 9957
(8.98%)
13162
(11.87%)
5341
(11.79%)
, 671
4 8792
(7.93%)
12316
(11.11%)
3525
(7.78%)
? 560
5 8776
(7.91%)
11759
(10.60%)
2956
(6.53%)
' 204
6 7834
(7.06%)
6360
(5.73%)
2826
(6.24%)
! 89
7 7678
(6.92%)
4606
(4.15%)
2073
(4.58%)
( 6
8 6500
(5.86%)
4393
(3.96%)
1698
(3.75%)
) 6
9 5769
(5.20%)
3639
(3.28%)
512
(1.13%)
   
10 4999
(4.51%)
1268
(1.14%)
472
(1.04%)
0 6
11 1887
(1.69%)
1070
(0.96%)
458
(1.01%)
1 38
12 1072
(0.97%)
944
(0.85%)
446
(0.98%)
2 22
13 1054
(0.94%)
729
(0.66%)
278
(0.61%)
3 18
14 940
(0.85%)
704
(0.63%)
260
(0.57%)
4 10
15 525
(0.47%)
689
(0.62%)
251
(0.55%)
5 11
16 381
(0.34%)
361
(0.33%)
220
(0.49%)
6 8
17 319
(0.29%)
142
(0.13%)
168
(0.37%)
7 11
18 289
(0.26%)
141
(0.13%)
165
(0.36%)
8 8
19 210
(0.19%)
56
(0.05%)
115
(0.25%)
9 6
20     12
(0.01%)
76
(0.17%)
   
21     1
(0.00%)
70
(0.15%)
   
22         12
(0.03%)
   
23         5
(0.01%)
빈 칸 37725
24         5
(0.01%)
빈 줄 3000
25         2
(0.00%)
   
26         0
(0.00%)
문장 부호 7312
27         0
(0.00%)
숫자 138
합계 첫소리 110899 가운뎃
소리
110899 끝소리 45302 한글 낱소리 267100


(3) 두 손을 고루 쓰는 타자법

   영문 쿼티 자판을 쓰다 보면 'polynomial', 'union', 'access'처럼 한 손으로 5~8차례 거듭 치는 낱말을 종종 만난다.  하지만 한글은 옛말이나 일부러 만든 글짜가 아닌 지금 널리 쓰이는 한글을 칠 때는 한 손을 3차례 넘게 거듭 쓰지 않는다. 표준 2벌 자판과 공병우 자판 모두 가운데를 경계로 벌을 구분하여 글쇠를 놓았기 때문이다. 1949년의 공병우 타자기 자판은 각 벌의 글쇠를 모아서 손을 번갈아 쓰게 한 한글 자판 배열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공병우 타자기보다 앞서 나온 한글 타자기들은 같은 벌 글쇠들을 왼쪽, 오른쪽에 늘어 놓아서 손을 번갈아 쓰는 배열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동훈 5벌식을 빼면 공병우 타자기 다음에 나온 한글 타자기들은 대체로 손을 번갈아 쓰게 닿/홀소리를 구분하여 글쇠를 놓았다. 4벌, 5벌 타자기들은 왼/오른쪽뿐만 아니라 위/아래로도 벌을 구분했던 점이 공병우식과 달랐다.

[표 3-1] 한 손으로 거듭 치는 타수별 타수 빈도와 비율 - 사이띄개, 줄바꾸개를 셈함
  거듭 치는 타수 합계
1 2 3 4 5 6 7 8 9 10 12
표준
2벌

91277
(56.7%)
65182
(40.5%)
4293
(2.7%)
108
(0.1%)
5
(0.0%)
            160865


88548
(52.4%)
47340
(28.0%)
16071
(9.5%)
11400
(6.7%)
3385
(2.0%)
1830
(1.1%)
315
(0.2%)
144
(0.1%)
9
(0.0%)
10
(0.0%)
12
(0.0%)
169064
공병우
3벌
최종

66077
(41.7%)
91246
(57.6%)
1140
(0.7%)
28
(0.0%)
              158491


65315
(38.5%)
68554
(40.5%)
16416
(9.7%)
14024
(8.3%)
2860
(1.7%)
1584
(0.9%)
406
(0.2%)
200
(0.1%)
72
(0.0%)
    169431
공병우
3-90

66076
(41.7%)
91228
(57.6%)
1182
(0.7%)
16
(0.0%)
              158502


65326
(38.6%)
68534
(40.5%)
16407
(9.7%)
14024
(8.3%)
2865
(1.7%)
1584
(0.9%)
406
(0.2%)
200
(0.1%)
72
(0.0%)
    169418
3벌
순아래

65653
(40.9%)
88622
(55.2%)
6348
(4.0%)
32
(0.0%)
              160655


67639
(40.9%)
66918
(40.5%)
12249
(7.4%)
13952
(8.4%)
2460
(1.5%)
1512
(0.9%)
364
(0.2%)
200
(0.1%)
54
(0.0%)
    165348

[표 3-2] 한 손으로 2타 안으로 거듭 치는 타수 빈도와 비율 - 사이띄개, 줄바꾸개를 셈함
  거듭 치는 타수 거듭 치는 타수별 합계 총 타수
1 2 1 1~2
표준 2벌 왼손 91277
(56.7%)
65182
(40.5%)
179825
(54.5%)
156459
(97.2%)
292347
(88.6%)
160865 329929
오른손 88548
(52.4%)
47340
(28.0%)
135888
(80.4%)
169064
공병우
3-91
왼손 66077
(41.7%)
91246
(57.6%)
131392
(40.1%)
157323
(99.3%)
291192
(88.8%)
158491 327922
오른손 65315
(38.5%)
68554
(40.5%)
133869
(79.0%)
169431
공병우
3-90
왼손 66076
(41.7%)
91228
(57.6%)
131402
(40.1%)
157304
(99.2%)
291164
(88.8%)
158502 327920
오른손 65326
(38.6%)
68534
(40.5%)
133860
(79.0%)
169418
3벌 순아래 왼손 65653
(40.9%)
88622
(55.2%)
133292
(40.9%)
154275
(96.0%)
288832
(88.6%)
160655 326003
오른손 67639
(40.9%)
66918
(40.5%)
134557
(81.4%)
165348

  한 손으로 거듭 치는 타수를 거듭 치는 횟수별로 위 표에 나타내었다. 묶음 안은 거듭치기가 일어나는 빈도 수이다. 한 타로 그치는 타수가 많을수록, 거듭한 타수가 적을수록 좋다. 윗글쇠와 사이띄개, 줄바꾸개까지 셈하였다.

  한 손으로 1타만 치는 타수 비율은 표준 자판이 54.5%이고 공병우 계열 자판들이 40%쯤이어서 표준 자판이 우수하다. 오른손은 사이띄개와 줄바꾸개를 누르고 특수기호들도 많이 있어서 모든 자판이 오른손의 거듭치기가 더 많이 나왔다. 공병우 계열 자판은 한글을 칠 때 오른손을 먼저 치고, 숫자를 모두 오른손 쪽에 있으며, 오른손 쪽에 특수기호가 많이 있어서 표준 자판보다 오른손의 2타 이상 거듭치기가 더 잦다. 또 공병우 계열 자판은 왼손으로 가운뎃소리와 끝소리(받침)을 치므로 표준 자판보다 2타 이상 거듭치기도 잦다

  2타 안으로 치는 타수는 네 자판이 88.6~88.8%대로 엇비슷하다.

  아래 표는 사이띄개, 줄바꾸개를 치기는 치되 한 손 거듭치기에 셈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하면 오른손에서 공병우 계열 자판들에 더 유리한 통계가 나온다.


[표 4-1] 한 손으로 거듭 치는 타수별 타수 빈도와 비율 - 사이띄개, 줄바꾸개를 셈하지 않음
  거듭 치는 타수 합계
1 2 3 4 5 6
표준 2벌 왼손 91277
(56.7%)
65182
(40.5%)
4293
(2.7%)
108
(0.1%)
5
(0.0%)
  160865
오른손 98125
(76.5%)
22718
(17.7%)
6651
(5.2%)
524
(0.4%)
315
(0.2%)
6
(0.0%)
128339
공병우 3-91 왼손 66077
(41.7%)
91246
(57.6%)
1140
(0.7%)
28
(0.0%)
    158491
오른손 101932
(79.2%)
25388
(19.7%)
1188
(0.9%)
148
(0.1%)
50
(0.0%)
  128706
공병우 3-90 왼손 66076
(41.7%)
91228
(57.6%)
1182
(0.7%)
16
(0.0%)
    158502
오른손 101940
(79.2%)
25364
(19.7%)
1191
(0.9%)
148
(0.1%)
50
(0.0%)
  128693
3벌 순아래 왼손 65653
(40.9%)
88622
(55.2%)
6348
(4.0%)
32
(0.0%)
    160655
오른손 105870
(85.0%)
17686
(14.2%)
957
(0.8%)
80
(0.0%)
30
(0.0%)
  124623

[표 4-2] 한 손으로 2타 안으로 거듭 치는 타수 빈도와 비율 - 사이띄개, 줄바꾸개를 셈하지 않음
  거듭 치는 타수 거듭 치는 타수별 합계 총 타수
1 2 1 1~2
표준 2벌 왼손 91277
(56.7%)
65182
(40.5%)
189402
(65.5%)
156459
(97.2%)
277302
(95.9%)
160865

289204

오른손 98125
(76.5%)
22718
(17.7%)
120843
(94.2%)
128339
공병우 3-91 왼손 66077
(41.7%)
91246
(57.6%)
168009
(58.5%)
157323
(99.3%)
284643
(99.1%)
158491

287197

오른손 101932
(79.2%)
25388
(19.7%)
127320
(98.9%)
128706
공병우 3-90 왼손 66076
(41.7%)
91228
(57.6%)
168016
(58.5%)
157304
(99.2%)
284608
(99.1%)
158502 287195
오른손 101940
(79.2%)
25364
(19.7%)
127304
(98.9%)
128693
3벌 순아래 왼손 65653
(40.9%)
88622
(55.2%)
171523
(59.8%)
154275
(96.0%)
277831
(97.4%)
160655 285278
오른손 105870
(85.0%)
17686
(14.2%)
123556
(99.1%)
124623

(4) 윗글쇠를 적게 누르는 자판

  윗글쇠(shift)를 적게 누르는 점은 공병우 타자기가 가장 빠른 한글 타자기가 된 밑거름이었다. 이 점은 셈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공병우 계열 자판들은 표준 2벌 자판보다도 윗글쇠를 적게 누르고, 공병우 자판을 응용하여 나온 3벌 순아래 자판은 한글을 칠 때 윗글쇠를 쓰지 않아서 윗글쇠를 가장 적게 누른다.

  표준 2벌 자판은 된소리를 칠 때 윗글쇠를 함께 누르는데, 공병우 자판은 된소리를 같은 글쇠를 거듭 쳐서 넣는다. 공병우 자판이 윗글쇠를 눌러 넣는 것은 'ㄷ', 'ㅊ', 'ㅈ', 'ㅌ', 'ㅍ'과 겹받침들이다. 이들이 된소리 겹닿소리보다 드물게 나와서 공병우 자판이 표준 2벌 자판보다 윗글쇠를 적게 쓸 수 있다.


[표 5] 타수, 윗글쇠 빈도, 거듭치기 빈도 비교
  일반 글쇠
타수
윗글쇠
타수
윗글쇠
넣은 타수
한 손가락
거듭치기
같은 글쇠
거듭치기
표준
2벌
320727
(157709/163018)
9202
(3156/6046)
329929
(160865/169064)
11576
(8673/2903)
3502
(3478/24)
공병우
3-91
321155
(155352/165803)
6768
(3139/3629)
327923
(158491/169432)
5890
(1634/4256)
3136
(21/3115)
공병우
3-90
321452
(155178/166274)
6469
(3324/3145)
330858
(159911/170947)
6601
(1315/5286)
3186
(134/3052)
3벌
순아래
322590
(157331/165259)
3413
(3324/89)
326003
(160655/165348)
7974
(2764/5210)
3167
(115/3052)

  묶음(괄호) 안의 수는 왼손과 오른손으로 누르는 빈도를 구분한 것이다. 한글뿐만 아니라 윗글쇠를 눌러 넣는 문장 부호도 셈하였다.

  표준 자판은 윗글쇠를 공병우 계열 자판보다 30% 넘게 더 누른다. 이는 표준 자판이 윗글쇠를 눌러 넣는 쌓닿소리가 공병우 자판이 윗글쇠를 눌러 넣는 받침과 숫자와 특수기호보다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공병우 자판은 첫소리에 나오는 쌍닿소리를 같은 글쇠를 거듭 쳐서 넣는데, 같은 글쇠 거듭치기도 표준 자판이 더 잦다.


(5) 받침과 거듭치기

  1980년대에 나온 2벌 타자기도 받침 전환 글쇠를 눌러 받침을 구분했으니, 모든 수동 타자기들은 자판으로 받침을 구분했다고 할 수 있다. 수동 타자기 시절의 공병우 3벌 자판은 받침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받침만 구분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다른 타자기들은 받침 벌을 갖추고도 벌을 더 구분했기 때문이다.

  셈틀에서는 받침을 구분하는 것이 공병우 자판의 특징이 되었다. 2벌 자판이 받침을 구분하는 번거로움 없이 쓰일 만큼 한글 입력기가 발달해서 받침을 구분하는 자판은 3벌 자판만 남았다. 2벌 자판에 익숙한 이가 3벌 자판을 처음 칠 때는 이런 어려움들을 겪을 수 있다.

  • 처음에 두 벌이 있는 닿소리를 구분하지 못해 헤맨다.
  • 첫소리와 끝소리를 바꿔 누른다.
  • 처음에 칠 수 있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 연습해도 치는 속도가 빨리 늘지 않는다.

  3벌 자판은 2벌 자판보다 익히는 시간이 더 걸리고, 2벌 자판을 잘 다루던 사람은 답답함을 크게 느낀다. 3벌 자판이 2벌 자판보다 번거로운데도 새 자판이 나오기도 하는 것은 다음 효과들을 노리기 때문이다.

  • 받침을 따로 쳐서 한 손가락 거듭치기를 피한다.
  • 자판을 숙달했을 때 바랄 수 있는 속도를 높힌다.
  • 글을 오래 칠 때의 피로를 줄인다.
  • 모아치기로 속도를 더 끌어올린다.

  속기 자판에서 꼭 쓰이는 모아치기는 한 낱내를 한꺼번에 치는 것을 이른다. 모아치기를 하려면 3벌 자판처럼 받침을 따로 넣을 수 있는 자판을 써야 하고, 안마태 3벌 자판처럼 모아치기에 맞게 설계한 자판을 써야 기능을 잘 살릴 수 있다. 공병우 자판은 3벌 자판이지만 모아치기에 맞게 설계하지 않아서 모아치기가 쉽지 않다. 단, 공병우 자판은 모아치기 기능으로 글쇠 누르는 차례가 어긋나 생기는 오타를 줄일 수는 있다.

  2벌 자판의 큰 흠은 닿소리 거듭치기에서 드러난다. 2벌 자판으로 '극기', '몰라', '붕어'를 넣으면 받침과 뒤에 오는 첫소리가 같을 때 한 손가락을 거듭 쓴다. '놀이', '백제'처럼 앞 낱내의 받침이 있는 낱말을 칠 때 왼손을 거듭 쓰고 '많다', '굶다'처럼 앞 낱내에 겹받침이 있으면 왼손을 3차례까지 거듭 쓰기도 한다. 2벌 자판은 첫소리와 끝소리를 같은 글쇠를 넣으므로 닿소리를 치는 왼손 거듭치기가 잦다.

  3벌 자판은 첫닿소리와 끝닿소리를 다른 글쇠로 치므로 2벌 자판보다 닿소리 거듭치기가 드물게 일어난다. 공병우 자판은 '뽀', '딱', '똑'처럼 첫소리에 된소리가 올 때와 '잊', '잊', '핥'처럼 몇몇 받침이 특정 홀소리와 만날 때와 '예', '례', '쥐', '취', '퇴', '쾨', '뵈'처럼 몇몇 첫소리와 겹홀소리가 만날 때에 한 손가락을 거듭 쓴다. 겹받침을 모두 갖춘 3-91 자판(공병우 최종 자판)은 홀소리와 받침이 있는 왼손으로 거듭치는 횟수가 많아야 두 차례이다.주13

  공병우 자판이 글을 빨리 오래 칠 때 지침이 덜한 비결이 적절한 거듭치기에 있다. 한글을 칠 때 2벌 자판은 왼손에서 한 손가락 거듭치기가 자주 일어나지만, 공병우 자판은 오른손에서 한 손가락 거듭치기가 자주 일어난다. 공병우 자판은 겹홀소리 'ㅘ', 'ㅟ' 따위에 들어가는 'ㅗ', 'ㅜ'와 'ㅢ'를 예외로 오른쪽에 두어서 겹홀소리를 넣을 때 왼손을 거듭 쓰치는 횟수를 줄였다. 거기다가 집게 손가락 쪽에서 새끼 손가락 쪽으로, 가운데에서 위·아래쪽으로 쳐 나가는 규칙성이 있다. 그 때문에 한 손으로 거듭칠 때도 공병우 자판은 손가락 움직임이 2벌 자판보다 자연스럽다.

  2벌 자판이 자주 쓰는 낱소리를 무턱대고 집게 손가락 쪽에 두지 못하는 것도 거듭치기와 관련이 있다. 집게 손가락으로 누르는 글쇠는 다른 손가락의 갑절이므로, 한 손가락 거듭치기를 막으려면 자주 오는 닿소리를 너무 많이 두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2벌 자판을 만들 때는 끝닿소리-첫닿소리가 오는 유형의 빈도도 헤아려야 한다.주14 2벌 자판의 거듭치기 문제는 2벌 짜임에서 비롯하는 것이어서 글쇠를 놓는 것으로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빠른 자판을 만들 때에 2벌 짜임을 쓰지 않는 까닭이 거듭치기와 모아치기에 있다.



[표 6] 손가락별 한 손가락 거듭치기 빈도 비교
  둘째
손가락
셋째
손가락
넷째
손가락
다섯째
손가락
합계
표준 2벌 왼손 4457
(38.5%)
2673
(23.1%)
1114
(9.6%)
429
(3.7%)
8673
(74.9%)
11576
(100%)
오른손 361
(3.1%)
131
(1.1%)
207
(1.8%)
2204
(19.0%)
2903
(25.1%)
공병우 3-91 왼손 607
(10.3%)
1018
(17.3%)
0
(0%)
9
(0.2%)
1634
(27.8%)
5890
(100%)
오른손 2415
(41.0%)
1096
(18.6%)
433
(7.4%)
312
(5.3%)
4256
(72.2%)
공병우 3-90 왼손 297
(4.5%)
1000
(15.1%)
5
(0.1%)
13
(0.2%)
1315
(19.9%)
6601
(100%)
오른손 1615
(24.5%)
1096
(16.6%)
394
(6.0%)
2181
(33.0%)
5286
(80.1%)
3벌 순아래 왼손 1499
(18.8%)
1114
(14.0%)
70
(0.9%)
81
(1.0%)
2764
(34.7%)
7974
(100%)
오른손 1615
(20.3%)
1096
(13.7%)
350
(4.3%)
2167
(26.9%)
5210
(65.3%)

  거듭 2타를 칠 때는 하나를, 거듭 3타를 칠 때는 둘을 더하였다. 윗글쇠를 쓰면서 두 손에 엇갈려 일어나는 손가락 거듭치기까지 셈하였다.

  3-91 자판(공병우 최종 자판)의 한 손가락 거듭치기 빈도는 표준 2벌 자판의 반쯤으로 나타난다. 공병우 계열 자판들은 왼손의 거듭치기 빈도가 꽤 낮다는 점은 왼손/오른손 부담률을 논할 때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3-91 자판은 오른쪽 다섯째(새끼) 손가락의 거듭치기 빈도가 가장 낮다. 3-91 자판의 특수기호 배열이 다른 자판들이 따르는 영문 쿼티 자판의 특수기호 배열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른쪽 다섯째 손가락은 특수기호와 오른쪽 윗글쇠, 줄바꾸개를 비롯한 여러 글쇠를 누르므로 쓰임이 많다. 3-91 자판은 큰따옴표(")를 쿼티 자판의 'M' 자리에 놓아서 오른쪽 다섯째 손가락의 짐을 덜었는데, 그 대신에 오른손 둘째(집게) 손가락의 거듭치기가 더 일어난다.


(6) 자주 바뀐 글쇠 배열

  공병우 박사의 자서전에 따르면 1963년 무렵에 타자 대회에 참가한 선수가 첫소리 'ㅅ'과 'ㄹ'의 활자대가 엉킨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으로 두 글쇠의 자리를 맞바꿨다고 한다. 그 뒤로도 글쇠 배열을 바꾸어 간 작업은 3-91 자판(공병우 최종 자판)을 낸 1991년까지 이어졌다.

  글쇠 배열을 바꾸는 것은 기기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조금이라도 치기 좋은 배열을 따르려는 뜻이 깔려 있다. 자판 배열의 문제점은 여러 사람이 쓸 때에 빨리 발견하기 좋지만, 여러 사람이 쓸수록 글쇠를 바꿀 때의 반발도 크기 마련이다. 공병우의 자판 배열을 바꾸기 시작한 때는 이미 공병우 타자기가 널리 쓰인 때였어도 공병우 박사는 사람들의 반발에 눈을 감아 버렸다.

  전산 기기는 타자기와 같은 제약 없이 치기 좋은 배열을 쓸 수 있으므로, 공병우 자판도 수정을 거듭했다. 1990년에 개발자들과 영문 자판을 함께 써야 하는사람들의 편의에 맞춘 3-90 자판이 나와서 IBM 호환 PC에서 자주 쓰였고, 1991년에 공병우 최종 자판(3-91 자판)이 나왔다. 1980년대에 공병우 자판이 비주류로 밀린 것이 오히려 배열을 다듬을 기회가 되었다.

  공병우 자판은 처음의 틀이 훌륭하여 높은 타자 능률의 밑바탕이 되었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쭉 다듬어 온 자판이다. 공병우 자판이 나중에 나온 자판에 쉽게 밀리지 않을 만큼 정교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공병우 자판은 만든 이가 이름을 걸고 꾸준히 열정을 쏟아서 나온 결과물이다. 누가 어떤 원리와 근거로 만들었는지 알기 어렵고 공개 검토 기간도 없이 한 가지 한글 배열만이 쭉 쓰인 2벌식 표준 자판과 견줄 만하다.

공병우 타자기 (Smith-Corona)
스미스-코로나 공병우 타자기 (세종대왕기념관 전시품)
  초창기의 한글 타자기는 모든 부품을 우리 손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타자기 회사를 통하여 만들거나, 영문 타자기를 들여와서 한글 타자기로 고쳐 쓰는 일이 흔했다. 고쳐 쓰려고 들여온 타자기가 앞서 쓰던 것과 규격이 다르면 그 규격에 맞추어 다른 한글 배열이 들어가곤 하였다.

  위 사진의 공병우 타자기가 그런 예이다. 첫소리 'ㅅ'과 'ㄹ'의 자리가 비뀌기 전의 배열인데, 언더우드에서 만든 공병우 타자기와 맨 윗줄의 글쇠 수부터 다르다. 스미스-코로나(Smith-Corona) 영문 타자기는 아직 타자기 부품을 국산화하지 못한 1960년대 초에 흔히 한글 타자기로 개조되어 쓰였다고 한다.



3. 공병우 3벌 자판이 남긴 것들

  공병우 자판은 한글 기계화와 정보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공병우식 기기에서 나온 자판 배열, 타자법, 글씨는 한글 문화와 기술 여기저기에 스며들어 있다.

(1) 3벌 자판

  3벌 자판은 공병우 자판 말고도 더 있지만, 그냥 3벌 자판이라 하면 공병우 자판을 이를 때가 많다. 공병우 자판이 첫 3벌 자판이었고, 3벌 자판 가운데 공병우 계열 자판이 타자기와 셈틀에서 오랫동안 오로지하게 널리 쓰이면서 사람들에게 각인된 탓이다. 수동 타자기는 이미 공병우 타자기가 자리를 굳혔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3벌식이 글씨에서 불리했기 때문인지 3벌 수동 타자기는 더 나오지 않았다.

  공병우 계열이 아닌 3벌 자판은 거의 속기 자판으로 쓰이고 있다. 속기사들이 많이 쓰는 CAS와 소리자바(감퓨타)는 왼쪽에 첫소리, 오른쪽에 끝소리, 아래에 가운뎃소리를 둔 3벌 자판이다. 속기 자판은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를 함께 누르는 모아치기로 입력 속도를 높인다. 풀어쓰기 방식인 2벌 자판은 모아치기를 할 수 없고, 받침을 따로 치는 3벌 자판으로 모아칠 수 있다. 안마태 3벌 자판은 일반 셈틀 자판을 쓰는 속기 자판이다. 2벌 자판은 받침을 함께 칠 수 없어서 3벌 속기 자판처럼 빠른 자판을 만들지 못한다.

속기 자판 : CAS-300
속기 자판 : CAS-300 (세종대왕기념관 전시품)

  공병우 자판은 새로운 3벌 자판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신세벌, 순아래 자판, 공병우-김국 38 자판은 공병우 자판에 뿌리를 두고 응용한 자판들이다. 공병우 자판은 널리 쓰이면서 검증을 받아 왔기 때문에, 한글 자판 연구에서 공병우 자판이 차지하는 권위는 으뜸이다. 공병우 자판은 겹받침을 갖추어 글쇠 수가 많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므로, 공병우 자판을 본받는 자판 설계는 글쇠 수를 줄이는 쪽으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2) 빨래꼴 글씨

  빨랫줄 글씨 또는 빨래꼴 글씨라는 이름은 공병우 타자기의 글씨가 빨랫줄에 널어놓은 빨래 같다고 하여 붙었다. 네모꼴 글씨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에게 삐둘어진 글씨로 보이지만, 엄밀히 보면 3벌 짜임은 따르는 빨래꼴 글씨는 곧을 대로 곧은 글씨이다. 빨래꼴 글씨은 공병우 타자기가 사람들에게 자주 타박 받았던 약점이었다. 타자기에 찍힌 글씨가 조잡하게 보였던 것도 사람들이 타자기의 빨랫줄 글씨를 밉게 바라본 데에 한몫했다.

  빨래꼴 글씨은 타자기 시대가 저물고 나서야 공한체, 샘체, 안상수체 같은 깔끔하고 감각 있는 글꼴로 거듭나며 주목 받는다. 빨래꼴 글꼴은 적은 낱소리들을 조합하여 많은 낱내를 만들 수 있어서 만드는 시간과 노력이 네모꼴 글꼴보다 훨씬 적게 든다. 그래서 빨래꼴 글꼴은 서체 전문가나 아닌 사람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빨래꼴 글꼴은 한글의 효율성을 잘 보여 주는 본보기이다. 빨래꼴 글씨 바람이 타자기를 쓰던 때에 일찍 불었더라면 공병우 타자기가 글씨 때문에 받는 타박이 줄었을지도 모른다.

빨래꼴 글꼴 모음 - 굵은공한, 타이프, 굵은한, 굵은안상수체, 휴먼굵은샘체, 휴먼굵은팸체, 휴먼 아미체,  HY얕은샘물체, 베틀체, 안샘체, 실팸체
빨래꼴 글꼴 모음
  네모꼴 한글 글꼴은 많게는 1만 자가 넘는 낱내들을 하나하나 그려서 만들기도 하지만, 빨래꼴 글꼴은 몇 안 되는 닿소리, 홀소리 낱소리들을 짝지어서 모든 한글 낱내를 나타낸다.

(3) 직결식 한글 입력

  직결식은 2벌 자판으로는 쓸 수 없는 한글 입력 방식이다. 3벌 자판과 영문 자판의 글쇠들을 그대로 대응시켜서 영문 글꼴로 한글을 나타낸다. 영문 글꼴의 틀을 따르는 직결식 글꼴에는 한글 낱소리들이 들어 있어서, 영문 상태로 놓고 공병우 3벌 자판 배열대로 쳐 나가면 자리를 맞추어 한글 낱소리들이 들어간다.주15

  흔히 쓰이는 운영체제나 응용 풀그림들이 한글 처리를 직결식에 기대지는 않는다. 하지만 직결식은 공병우 자판이 따르는 3벌 방식이 셈틀 안의 한글 조합 원리와 잘 들어맞아서 아주 적은 자원으로 한글을 처리할 수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아래 화면의 한글을 나타낸 직결식 글꼴의 파일 크기는 8KB도 채 되지 않을 만큼 작다.

직결식 한글 입력
영문 쿼티 자판과 한글 공병우 최종 자판을 맞대어 나타내는 직결식 글꼴



4. 그밖의 이야기

(1) 글쇠가 많은 것이 단점일까?

  3-91 자판(공병우 최종 자판)에 들어간 한글 낱소리는 58개나 된다. 표준 자판에 들어간 33개보다 훨씬 많다. 많은 글쇠 수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거리(운지 거리)를 늘리고, 자판을 처음 익히는 이에게 짐이 된다. 한글 자판 설계자들도 되도록 한글 낱소리에 들어가는 글쇠를 줄이려는 흐름이어서 새로 발표되어 나오는 3벌 자판들은 공병우 자판보다 낱소리 수가 눈에 띄게 적다.

  3-91 자판에 한글 낱자가 글쇠를 많이 차지한 것은 현대 한글에 쓰이는 겹받침과 겹홀소리 낱소리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왼쪽에 겹받침 13개(ㄲ,ㄳ,ㄵ,ㄶ,ㄺ,ㄻ,ㄼ,ㄽ,ㄾ,ㄿ,ㅀ,ㅄ,ㅆ)가 있고, 오른쪽에 겹홀소리를 치기 위한 홀소리 3개(ㅗ,ㅜ,ㅢ)가 들어 있다. 전산 기기에서는 첫소리·가운뎃소리·끝소리 14자씩 42자가 있으면 겹낱소리들을 조합하여 넣을 수 있으므로, 이들 16개 낱소리들은 꼭 있어야 하는 게 아니다. 이들을 빼면 맨 윗줄의 15개 한글 낱소리들을 없앨 수도 있다.

  그런데도 16개 낱소리를 넣은 것은 글쇠를 치는 흐름을 살리기 위함이다. 공병우 자판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집게 손가락 쪽에서 새끼 손가락 쪽으로 쳐 나가는 흐름이 있다. 겹받침을 조합하려고 여러 글쇠를 치면 이 흐름이 끊어지므로, 글쇠에 겹받침을 따로 두어서 같은 흐름을 가져 가게 하였다. 글을 치는 흐름이 평탄할수록 치는 이가 들이는 힘도 줄어든다.

  글쇠 수가 많으면 손가락을 많이 움직이고 치는 이도 신경이 더 쓰여서 더 지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공병우 자판은 그런 생각을 깨는 본보기이다. 처음 익힐 때의 편함과 괴로움은 숙달된 뒤에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글쇠 수를 적게 차지하는 자판은 손 전화의 천지인 자판이 으뜸인데, 이 자판이 다른 자판보다 나은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3-2012 자판에서 한 손으로 글쇠를 쳐 나가는 흐름
공병우 자판에서 한 손으로 글쇠를 쳐 나가는 흐름
'날짐승'을 칠 때의 두벌식 자판과 공병우 세벌식 자판(3-2012) 비교
두벌식 자판과 공병우 세벌식 자판으로 '날짐승'을 칠 때의 왼손 이어치기 흐름
  공병우 자판이 글쇠 수가 많은데도 치기 편한 것은 손을 규칙성 있게 놀리기 때문이다. 공병우 자판은 한글을 넣을 때에 한 손으로 두 타까지 치도록 짜여 있다. 처음 누르는 글쇠는 가운데 쪽 또는 집게 손가락 가까이 있고, 나중에 누르는 글쇠는 새끼 손가락 쪽 또는 위아래 쪽에 있다. 이런 글쇠 배열 때문에 익숙한 손가락 흐름이 이어져서 치는 이가 율동감까지 느끼며 부드럽게 쳐 나갈 수 있다.


(2) 3-91 자판의 아쉬운 특수기호 배열

  3-90 자판에는 쿼티 자판의 모든 특수기호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한글 낱자가 많이 들어간 3-91 자판(공병우 최종 자판)은 큰 따옴표가 3개나 들어 있고, 마침표·쉼표가 쿼티 자판의 부등호 < > 자리까지 두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활짱묶음 { }, 꺾쇠묶음 [ ]처럼 잘 쓰이는 특수기호는 빠져 있다. 이래서 3-91 자판을 쓸 때 쓰는 이들은 특수기호를 넣으려고 영문 자판으로 바꾸어 칠 때가 잦다. 3-91 자판을 수정할 기회가 있다면 지금은 꼭 필요하지는 않은 따옴표 두 개는 빼고, 활짱묶음과 꺾쇠묶음은 꼭 넣어야 한다고 본다.


5. 맺음말

  한글은 앉은자리에서 글을 찍는 타자기를 일찍 만들지 못하여 한참 동안 기계 문명 사회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1949년에 만들어진 공병우 타자기는 절름거리던 한글 문화권을 정보화 사회로 달리게 한 뜻깊은 발명품이다. 타자기에서 비롯한 공병우 자판은 훌륭한 짜임새를 앞세워 수동 타자기를 넘어 전신 타자기, 점자 타자기, 식자기, 셈틀을 비롯한 여러 기기의 자판으로 이어졌다. 공병우 자판은 한글 기계화를 이끈 주역이면서 오로지하게 여러 기기를 아우를 수 있는 자판이었다.

  그런 공병우 자판이 정부 정책 때문에 밀려난 것은 한글 역사에서 불행한 일이다. 한글(훈민정음)은 조선의 지배층이 깔보았어도 임금이 만든 글이어서 조선 왕조 내내 존중 받았다. 과학 문명을 누리는 민주 공화국에서 권력의 두둔을 받지 못하여 잘 쓰이던 발명품이 묻혔다면 참 어이없고 슬픈 일이다. 공병우 자판이 한글 기계화와 전산화에 이바지한 바를 생각하면 이 자판의 값어치는 사람들에게 너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수동 타자기 시절부터 빠르고 간편했던 공병우 자판의 장점은 이제 전산 기기의 힘을 비는 2벌 자판 때문에 도드라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숙달하고 나면 손에 힘이 덜 드는 공병우 자판의 매력은 아직 어느 자판도 넘어서지 못하였다. 2벌 자판은 나이 들어 자판을 익히는 이들에게 훌륭한 대안이지만, 오랜 시간 빠르게 작업할 때에는 손에 무리가 가기 쉬운 자판이다. 흔히들 어릴 때부터 자판을 익히는 요즈음에는 익히는 시간은 더 걸려도 손 지침이 덜한 공병우 자판이 평생 쓰기에 더 낫다.

  공병우 자판은 한글 기계화 역사의 어제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른 자판들과 달리 공병우 자판은 오래 쓰이면서 검증 받고 다듬어진 자판이다. 빈도 수를 헤아리며 거듭치기를 줄인 공병우 자판의 글쇠 배열은 한글 자판의 모범이 되었다. 공병우 자판의 배열은 새 한글 자판을 만들 때에 자주 응용되고 있고, 공병우 자판을 뛰어넘는 것이 자판 설계자들의 목표가 되곤 한다.

  공병우 자판은 표준 자판이 되기는커녕 공식으로 인정 받는 기회도 없었다. 글쓴이는 그 까닭을 실무자들의 목소리가 번번이 무시 당했기 때문으로 본다. 타자기에서든 셈틀에서든 공병우 자판을 쓰는 이들은 모두 스스로 글을 치는 실무자들인데, 이들에게는 정책 결정권이 쭉 없었다. 결정권을 쥔 이들은 여러 자판을 써 보고 견줄 만한 경험이 모자라서 자판을 써야 잘 알 수 있는 장단점을 정책에 반영하기 어렵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 동안의 표준 자판 정책은 자판의 실제 능률보다 결정자들 눈에 쉬워 보이는지와 기업들의 이해에 맞는지를 더 많이 반영하고 말았다.

  공병우 자판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자판은 마치 종교와 같아서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바꾸기 어렵다. 표준 자판에만 익숙한 이들이 많을수록 공병우 자판 같은 비표준 자판은 익히기도 어렵고 그 쓸모를 알기 어려워진다. 쓰는 이가 줄면 줄수록 새로 자판을 익히기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병우 자판을 익히기 어렵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배열이 찍힌 기계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공동 구매를 통한 주문 생산으로 공병우 자판 배열을 글쇠에 찍어 나온 제품이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배열이 찍힌 기계 제품의 수는 적었고, 여태까지 셈틀에서 공병우 자판을 쓰는 이들은 거의가 한글 문화원이나 화이트플러스 치과(루이빈 치과)에서 나누어 주는 자판 딱지를 붙여 익혔다. 아무리 쉬운 자판 배열도 배열을 보지 않고 익힐 수 있을 만큼 쉽지는 않으므로, 시중에서 자판 딱지를 쉽게 구할 수 있다면 공병우 3벌 자판을 익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011년에 지피전자에서 공병우 최종 자판 배열을 찍은 자판을 만들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으나, 제조사가 100개 이상을 한꺼번에 사 주기를 바라고 있어서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기업들이 나서 준다면 사람들이 더 나은 자판을 쓰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세벌 자판 공동구매에 관한 정보는 다음 카페 세벌식 사랑 모임에서 오가고 있다.)


참고한 자료



※ 공병우 최종 자판 딱지를 붙인 자판, 공병우·김동훈 타자기, 속기 기계, 6.25 전쟁 작전 명령서 사진은 글쓴이가 찍은 사진입니다.

※ '최종 자판' 또는 '공병우 최종 자판'으로 적은 곳을 3-91 자판으로 바꾸어 적었고, 표준 두벌식 자판과 공병우 세벌식 자판(3-2012 자판)의 타자 흐름을 견주는 움직그림을 넣었습니다. (2014.9.4)
〈주석〉
  1. 표준 2벌 자판은 한글 배열이 전혀 바뀌지 않은 채로 가장 오래 쓰이고 있는 한글 자판이다. back
  2. 한글문화원에서 1995년까지 딱지를 무료로 나누어 주며 주로 보급한 세벌식 자판은 IBM 호환 기종에서 쓰인 3-90 자판이었다.  '공병우 최종 자판'(3-91 자판)은 매킨토시 기종과 윈도 환경(3.1판)에서 3-90 자판보다 훨씬 드물게 쓰였다. 그래서 그냥 '세벌식 딱지'를 신청하면 한글문화원은 3-90 자판 딱지를 받을 수 있었다. 3-91 자판 딱지는 '공병우 최종 자판' 또는 '매킨토시 세벌식'이라고 밝히며 따로 한글문화원에 요청해야 받을 수 있었다. 위 딱지는 1994년에 한글문화원에서 나누어 준 공병우 최종 자판(3-91 자판) 딱지인데, 영문 자판의 \ 자리에 들어갈 :가 >로 잘못 인쇄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자리를 하얀 수정액(화이트)을 덧칠하여 :를 그린 모습이 사진에 보인다. (2016.2.23. 주석을 더하여 넣음) back
  3. 2016.4.22. 잘못된 내용 고침. back
  4. 아래 기기들을 개발한 때는 한글 새소식 제272호와 공병우 박사의 자서전 <나는 내 식대로 살아 왔다>를 참고하여 정리하였다. back
  5. 송계범은 서울대학교와 전남대학교에서 물리학과 교수로 근무했고, 타자기 자판 연구가로 활동하였다. 독일로 건너간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공병우와는 각자 만든 인쇄 전신기((텔레타이프, 전신 타자기)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글 타자기 "기본 글자판" 공청회 성황 (한글새소식 1972.11)] back
  6. 전자식 수치 처리 장치가 달린 송계범 교수의 인쇄 전신기는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셈틀(컴퓨터)로 알려져 있다. (IT 코리아 역사 바뀌나, 중앙일보 2007.6.1) back
  7. <한글 기계 글자판에 대한 심의 보고서> 22쪽 back
  8. 황해용, <한글 기계화와 표준 자판> 38쪽 표2 back
  9. 공병우, <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 190쪽 back
  10. 이 와중에 공병우 박사가 남산에 있던 중앙정보부 취조실에 끌려 갔다 나온 일화가 잘 알려져 있다. back
  11. 이 무렵에 2벌식인 외솔 타자기가 등장했다. 외솔 타자기는 4벌보다 간단한 2벌 자판을 쓴 것은 좋았으나, 받침이 나올 때마다 받침 글쇠를 눌러야 하는 것이 큰 결점이었다. 이 결점 때문에 2벌 타자기는 셈틀의 2벌 자판보다 훨씬 쓰기 번거롭고 느리다. back
  12. 도깨비불이 일면 '돆', '깹'처럼 쓰지 않은 글짜들이 나타나서 처리 시간과 기억 공간을 허비한다. 지금은 셈틀의 성능이 좋아서 도깨비불이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지만, 셈틀의 성능이 느리면 도깨비불이 작업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back
  13. 겹받침이 몇 개 빠진 공병우 3-90 자판은 왼손을 3차례까지 거듭 쓸 때가 생긴다. '쮜', '뾔', '끠', '뗴', '쎼'를 칠 때는 3-91 자판으로도 한 손가락을 3차례 써야 하지만, 이들은 옛말이나 듣기 힘든 사투리나 외국어를 적을 때 드물게 나온다. back
  14. <한글타자기의 건반배열에 관하여>(박영효·송계범, 전기통신연구소보 1968 9-2)에서 끝닿소리-첫닿소리가 오는 빈도를 헤아려 만든 2벌 자판의 예를 볼 수 있다. back
  15. 직결식 한글 입력을 할 수 있는 원리로 공병우식 3벌 자판은 별다른 한글 처리기 없이도 전신 타자기와 인쇄 장치에 쓰일 수 있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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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ㅁㅁㅁ 2011/09/16 17:2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정말 잘 정리하셨네요.
    나중에 자세히 읽어봐야겠습니다.
    3벌식 배워야겠다 마음만 있고...ㅋ 3벌식 자판 나오면 사고 싶네요~

    • 팥빙산 2011/09/16 18:3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고맙습니다.
      지피전자에서는 어디서든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사 주길 바라고,
      자판을 사고 싶은 쪽에서는 저마다 얼른 나오기만 바라고 있어서
      3벌 자판 나오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3벌 자판 실물이 있으면 딱지 붙인 것보다는 훨씬 익히기 좋을 텐데 잘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2. 팽귄 2011/10/21 12:0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세벌식 자판 정보를 찾다가 흘러왔습니다. 가장 상세하고 잘쓴 글이라고 봅니다.

    글 본문 중에 '북조선'이란 단어가 상당히 거슬리네요.

    '북조선', '남조선' 수십년 전에 사용되었던 단어지요.

    • 팥알 2011/10/21 14:5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덧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대한민국(한국)'과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조선)'은
      로마자 표기로 'Korea'라는 이름을 함께 쓸 만큼 뿌리가 같은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과 '조선'은 같은 나라가 아닙니다.
      저는 이념 문제를 떠나 나라 이름을 함부로 바꿔 부르는 건 북녘 동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북한'이란 말을 꺼립니다.
      하지만 남쪽에서 '북한'이라고 부르는 것은 복녘에서 '남조선'이라고 부르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한국에서 '북조선'이란 말은 쓰기 겁나는 말이었고, 아직도 낯설거나 거북하게 들립니다.
      듣자하니 북에서는 '북조선'이라 부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고는 합니다.
      그렇다고 남북을 전혀 가리지 않고 부를 수도 노릇입니다.
      남북을 가리지 않는다면 '한국'과 '조선'으로 부르고,
      남북을 가릴 때는 '남한'과 '북조선'으로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3. Trismegistus 2011/10/24 21:4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안녕하세요? 세벌식 사랑 모임 카페 회원입니다. 세벌식에 대해 이렇게 자세한 정보를 담은 글을 보지 못했습니다. 유익한 글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세벌식을 완전히 익히지 못해서 아직 왼손이 속도를 깎는 주범입니다.ㅠㅠ 그렇지만 300타를 넘겼으니 큰 불편함은 없네요.ㅎㅎ

    • 팥알 2011/10/24 22:5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좋은 자판을 찾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꽤 시간 걸려 쓴 글인데, 그리 말씀해 주시니 보람을 느낍니다.

      카페에서 Trismegistus님의 타자 연습 통계를 보았습니다.
      그 짧은 동안에 300타를 넘긴 것을 축하 드립니다.

  4. 세벌 2011/10/25 20:2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한글 타자기 "기본 글자판" 공청회 성황 링크가 아래와 같이 바뀌었네요.
    http://www.hangeul.or.kr/html/hnp/hss72/hs3_07.htm

  5. 세벌 2013/04/28 06:3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글의 마지막 부분에 진행사항을 덧붙인다면... 현재 세벌식배열이 찍힌 키보드를 살 수 있습니다.

    관련 글 http://cafe.daum.net/3bulsik/623N/117

  6. 작은연못 2014/03/05 19:4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제 글에 격려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오늘 윗글을 자세히 읽어보다가 송기주 1차타자기가 아닌 2차타자기가 가로찍어 세로읽기 타자기였다는것을 알고 오류를 바로잡았습니다.

    제 글에서 오류나 설명부족한 부분을 발견하시면 지도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