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는 2기 22화로 드라마가 끝났다고 전제하고, 드라마 전반에 관한 내용과 22화 결말의 의문점에 대해 글쓴이가 생각하는 범위에서 나름대로 이야기해 보려 한다.
(아래 글은 드라마 마지막회의 내용과 전체 줄거리에 대한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회를 보지 않고 읽으면 드라마 보는 재미가 떨어집니다. 아직 마지막회를 보지 않으셨다면 글을 읽기 앞서 드라마를 먼저 보시기 바랍니다.)
후속편은 나올 것인가
드라마 제목 때문에 사라 코너가 죽거나 더 나오지 못하면 상식 선에서 이 드라마는 끝나야 맞다. 그러므로 22화 이후에 존 코너가 다시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서 어머니를 만난다고 설정하지 않으면 드라마를 이어가기 어렵다. 제목을 바꾼다면 모를 일이다.
미래는 바꿀 수 있다? 바뀐다?
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스카이넷은 1999년 8월 29일에 전쟁을 시작한다고 하였으나, 드라마에서는 마일즈 다이슨의 사이버다인이 파괴되어 심판의 날이 2011년으로 늦춰진다. 존과 사라는 카메론(캐머런)주1에게 다음과 같은 정보를 듣는다.
- 카메론은 2027년에 1999년으로 보내짐
- 2011년 4월 19일에 스카이넷 미사일망이 가동되어 이틀 후 전쟁 시작
- 마일즈 다이슨 대신에 누군가가 스카이넷을 다시 구축함
- 스카이넷을 누가 구축했는지는 모름
- 존 코너는 2015년에 스카이넷 수용소에 갇혔다 2021년에 카일 리스와 함께 탈춤함
- 사라 코너는 2005년에 암으로 죽을 예정이었음
이런 설정은 원래 예정된 심판의 날보다 10년이나 지나 버린 드라마를 방영 시점 때문에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드라마 시작부터 미래가 바뀔 수 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시간 흐름이 훨씬 복잡해져 버렸다. 저항군과 스카이넷 양쪽에서 시간 여행자를 보내므로, 주인공 일행은 미래가 바뀌면 바뀌는 대로 다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한편으로 이런 점 때문에 2011년이 아무 일 없이 지나가도 존 코너가 일을 잘 해서 심판의 날이 또 늦춰졌구나 하는 편한 논리로 넘어갈 수 있다.

기계도 저항군의 한 축?
영화와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인간형 로봇은 정교함과 힘에서 사람을 크게 압도한다. 기관총탄에 벌집이 되어도 정신줄을 놓지 않는 기계들을 상대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기계 앞에서는 사람이 파리 목숨일 뿐이다. 게다가 심판의 날에 핵 폭발로 인구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머릿수로 승부하면 시간은 스카이넷 편이다. 기계를 만드는 데에 걸리는 시간과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는 시간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저항군 지도자 존 코너는 적어도 2027년까지 번듯하게 살아남아 저항군을 잘 이끌고 있다. 존 코너가 아무리 기계들의 약점을 잘 알고 이순신 장군처럼 전과를 올리더라도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의문은 기계들 가운데 일부가 저항군 편에 선다는 설정으로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2기 4화(Allison from Pamdale)에서 카메론은 앨리슨 영에게 "우리들 중 일부는 그것(인간의 멸종)을 원하지 않아. 평화를 원해."라고 말한다. 무슨 이유에서든 기계들 모두가 스카이넷의 뜻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통해 1기 6화를 되집어 보면 데렉 리스를 생포했다가 풀어준 기계 집단은 스카이넷의 통제를 따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카메론과 세 식구가 협력해 싸우는 장면에서 자주 보듯, 기계 하나를 사람과 기계가 협력해서 덮치면 매우 유리하다. 기계가 방탄막이 되어 주면 사람은 생각하고 덤빌 시간을 벌게 된다. 물론 도망갈 시간도 번다.
기계가 사람의 편에서 싸운다는 것은 영화에도 등장했던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한둘씩 생포되어 이용되는 정도가 아니라, 꽤 규모 있는 기계 집단이 저항군을 돕거나 거래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장면이 잠수함이 등장하는 2기 17화에도 나온다.
알쏭달쏭한 카메론의 행동
카메론은 자기 의지로 존 코너를 돕겠다고 찾아간 기계이다. 카메론의 행동은 프로그램에 따라 돌아가는 기계치고는 유별난 면이 있다. 1기 9화에서 사킨시안이 자동차에 장치한 폭탄을 맞아서 칩이 손상된 이후로 카메론은 정신병을 앓는 사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음악에 맞춰 발레로 풍류(?)를 즐기고 밤마다 도서관에 다니며 책과 씨름하는 카메론의 모습을 이해하려면, 그 행동이 학습과 경험을 통해 발달하는 신경망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사람의 뇌도 일종의 신경망이어서, 우리가 영어 공부와 수학 공부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하느냐의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신경망은 같은 문제 대해서도 어떤 순서와 방법으로 경험이 누적되었느냐 따라 다른 답을 할 수 있다.
칩이 손상되었는데도 작동은 하는 것을 보면, 이미 기계들의 신경망은 정상이 아니면 고장이라는 식의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마치 사람이 뇌 일부를 다쳐도 다른 부분이 그 기능을 대신하기도 하는 것과 같다. 이미 삭제되었다는 카메론의 과거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은 정보를 한 군데에만 기록하지 않고 기억을 유추할 만한 정보를 칩 여러 군데에 나누어 남기는 기억 방식 때문으로 보인다. 드라마에서는 정신병이 사람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존 헨리, 위버, 스카이넷
액체형 터미네이터 캐서린 위버는 처음 나온 2기 1화부터 괴기스럽게 등장한다. 앤디 구드가 만든 체스 프로그램 터크를 손에 넣고, '바빌론'이란 이름으로 터크 개발을 계획한다. 그리고 위버는 개발에 불평하는 부하 직원을 가차없이 처치한다. 이런 모습은 2기 내내 위버가 '스카이넷의 어머니'임이 틀림 없다고 생각하게 한다. 터크에 존 헨리라는 이름을 붙여 준 셔먼 박사도 그 인공지능 때문에 죽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그 다음 표적이 될 제임스 엘리슨이 언제 죽느냐가 관심 거리였다.
이상한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진짜 캐서린 위버의 딸 사바나는 굳이 셔먼 박사에게 상담까지 받아가며 잘 지내려 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 유난히 윤리 교육에 적합해 보이는 제임스 엘리슨을 영입한 점, 셔먼 박사의 상담실에서 존 코너와 벽 하나 두고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지만 존 코너를 상대하지 않은 점 등이다. 또 위버는 장차 인간형 로봇의 재료가 될 콜탄이 발견되었다는 칼리바 내부 통화를 존 헨리를 통해 듣자마자, 바로 칼리바 사무소를 찾아가 도륙내고 폭파해 버린다. 칼리바를 접수하려 하지 않은 점이 이상한 일이다. 터크를 위버에게 갇다 바친 월쉬까지 피살된 것도 어찌 해석할지 모를 일이다.
존 헨리는 앞에서 이야기한 카메론처럼 신경망 프로그램의 집합이다. 게다가 존 헨리는 사람으로 따지면 유아 또는 소년기이므로 영어 공부를 먼저 하느냐 수학 공부를 먼저 하느냐는 식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사바나, 머치, 제임스 엘리슨 같은 주변 인물들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얼마나 만나느냐는 문제는 존 헨리의 향후 인격(?)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만약 위버가 존 헨리를 스카이넷으로 키우려 했다면, 사바나를 존 헨리에게 배신감을 안기기 좋은 방법으로 희생시켰을 것이다.
나중에 존 헨리는 자신에게 침투한 웜을 통해 자신과 닮았지만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그것이 스카이넷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미래의 앤디 구드도 스카이넷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정확히는 몰랐을 수 있다. 위버는 존 코너 일행이 존 헨리를 파괴하지 않도록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접촉 시기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존 헨리와 존 코너는 대면하지 못하고, 단지 카메론을 통해서 서로를 확인했을 뿐이다. 22화에서 위버조차도 스카이넷의 제거 대상이었음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아, 이 이야기(시간) 흐름에서는 존 헨리가 스카이넷의 중추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스카이넷은 이미 가동 중?
칼리바라는 유령 회사는 스카이넷일지 모르는 무언가에 통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버라는 터미네이버의 인상이 강해서 이들도 처음에는 위버와 한통속인 것 같았지만, 위버는 이들과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 스카이넷은 기계들 없이 사람들을 움직여서 장래 활동을 준비하는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이미 2007년으로 거슬러 온 사라 코너 일행의 노력의 절반은 의미 없는 삽질이었을 수 있다. 스카이넷은 세상을 조종할 수준으로 발전해 버렸다. 인공지능이 한 군데에 몰려 있지 않고 여러 군데에 분산되어 있을 게 뻔하므로, 스카이넷을 제거하려 드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
그밖의 의문들
크로마티에게도 이상한 점이 있다. 왜 제임스 엘리슨을 살려 두었을까? 제임스 엘리슨이 존 헨리를 키워낸 것을 몰랐던 것일까? 만약 크로마티를 스카이넷이 아니라 미래의 존 헨리 측에서 보냈다면, 드라마 전체 줄거리를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위버와 함께 미래로 간 존 코너의 나이도 문제이다. 혹여 위버가 존 코너를 예전 시간으로 되돌려 보낸다면 모르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어 보인다.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카일 리스, 데렉 리스, 앨리슨 영과 대면한 젊은 존 코너가 우여곡절을 더 겪고 그대로 저항군 지휘관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터미네이터2>에서 중년으로 보이는 존 코너의 모습이 나왔는데, 존 코너가 더 젊어지는 것으로 줄거리를 수정한 모양이다. 아니면 고생해서 곧 폭삭 늙든지...
마지막 장면에서 카일 리스 뒤에 나타난 앨리슨 영이 카메론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다. 드라마에 방영되지 않은 장면에는 눈에서 푸른 빛이 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개와 함께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앨리슨 영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기계를 구별해내기 위한 개를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다. 2007~2008년 무렵에 아직 엄마 뱃속에 있던 앨리슨 영이므로, 그의 나이를 통해 존 코너가 어느 연도로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의도
<사라 코너 연대기>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연장선이다. 이 드라마가 영화의 유명세를 타고 시작할 수 있었지만,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도 안고 가야 한다. 영화에서 그러했듯 <사라 코너 연대기>도 초반부터 기계에게 쫓기는 주인공 모자의 이야기로 출발했고, 어쩌면 그런 단순한 활극을 거듭하다가 끝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이제 기계와 인간의 대결이란 소재만으로는 <터미네이터>가 처음 나왔을 때만큼 관객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앞서 나온 영화들에서는 존 코너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등에 관해 설명이 미흡했다. 작가는 드라마라는 이점을 이용해 영화에서 시간 제약 때문에 보여주기 힘든 이야기들을 쏟아내며, 관객들이 품을 만한 의문점들에 꽤 답을 했다. 엉뚱하면서도 잘 짜여진 설정을 통해, 시리즈 전체의 청사진을 완성하고 지속시킨다는 목적을 함께 노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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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연대기 (3disc) 레나 헤디 출연/워너브라더스 돌아온 터미네이터! 그리고 우리가 볼 수 없어 상상했던 모든 비하인드 스토리!! 1984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 의해 탄생된 <터미네이터>는 당시에는 저예산 B급 영화라 여겨졌으나 믿기지 않을 정도의 탄탄한 스토리와 아이디어로 SF 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 받으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