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기기에 쓰인 두벌식 자판 - 5. 맺음말

5. 맺음말

  두벌식 자판을 처음 쓴 한글 기기는 풀어쓰는 타자기였다. 1946년에 나온 김준성의 수동 타자기나 1952년에 한당욱 등이 만든 전신 한글 타자기는 두벌식 자판으로 넣은 한글을 풀어서 찍는 기기였다. 초창기의 타자기 기술로는 두벌식 자판을 써서 모아쓰는 한글을 나타낼 수 없었으므로, 단순하여 익히기 쉬운 두벌식 자판을 쓰려면 어쩔 수 없이 한글을 풀어써야 했다. 그 때문에 한글을 로마자처럼 풀어쓰자는 주장이 힘을 얻던 때도 있었다.

  두벌식 자판으로 모아쓰는 한글을 나타내는 기술은 송계범이 1956년에 보류식 한글 처리 이론을 발표하고 1958년에 전신 타자기를 개발하여 실현되었다. 그러나 뒤떨어진 전자 회로 성능에 발목 잡혀 1970년대까지는 두벌식 자판을 간편하고 빠르게 쓰는 데에 이르지 못하였다. 두벌식 자판과 비슷한 3~4벌식 자판을 쓴 모아쓰는 수동 타자기가 1980년대에 사무기 시장에 나왔으나, 참된 두벌식 자판을 쓴 수동 기기는 끝내 나오지 못하였다. 전자식 처리 장치의 낮은 효율과 수동 타자기 설계 제약이 실용성 높은 두벌식 한글 기기가 일찍 나오기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었다.

  그러던 두벌식 자판은 더 빨라지고 흔해진 전자 기기에서 꽃을 피울 수 있었다. 1980년대부터 쓰인 휠 타자기, 문서 전용기, 셈틀 등에서는 더 빠른 전자 회로에서 한글 입력기가 자동 처리를 해 주는 덕분에 두벌식 자판을 첫닿소리/끝닿소리를 가리기 위한 군동작 없이 쓸 수 있게 되었다. 요즈음에는 전화기나 전자 사전처럼 들고 다니며 쓰는 전자 기기가 늘어남에 따라 두벌식 자판의 쓰임새도 더욱 늘고 있다. 이제 두벌식 자판은 속기록 작성 같은 특수한 분야를 뺀 거의 모든 실무 영역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한글 자판 배열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론과 상식만으로 바라본다면, 두벌식은 가장 단순하여 쉽게 익혀 쓸 수 있고 전자 기기에 어울리는 한글 배열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가 셈틀에서 흔히 쓰는 두벌식 표준 자판(KS X 5002)에는 모순된 면이 있다. 수동 타자기에 쓰인 네벌식 자판과 비슷하게 맞춘 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1969년에 처음 내놓은 전신 타자기의 두벌식 표준 배열을 더 검토하여 고칠 기회가 있었지만, 1982년에 또다시 '정보 처리용 건반 배열'로서 표준으로 삼았다. 전자 기기만을 헤아려 더 나은 두벌식 배열을 쓰게 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부가 섣부르게 정보 처리 기기의 표준 자판을 결정하여 흔히 쓰는 한글 자판이 너무 일찍 굳은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할 만하다.

  한때 타자기나 셈틀은 개인이 혼자 쓰기 어려울 만큼 비싼 기기여서, 한 가지 한글 배열이 쓰이는 것이 여러 사람이 기기를 함께 쓰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혼자 쓰는 전자 기기가 갈수록 흔해지는 요즈음은 공용 기기의 비중이 줄고 있고, 화면에 자판을 그려 쓰는 기기가 늘어서 입력기를 만들고 쓰는 환경이 앞서보다 훨씬 유연해졌다. 입력기를 쓰는 이와 만드는 이 사이의 소통이 활발한 가운데 개발 경쟁도 붙고 있다. 덕분에 오늘날에는 엣 관념을 깨고 새로운 틀에 도전하거나 몇 안 되는 사람들의 편의에 맞춘 한글 자판 배열이 나오고 있다.

  여러 자판을 골라 쓸 수 있는 환경에서 '표준'은 쓰는 이들이 평가하는 실용성까지 억누를 만큼 절대성이 큰 명목이 아니다. 1969년에 한국에서는 국가 기관이 실용성이 떨어지는 배열을 표준으로 삼아 타자기 시장에 끼어든 예가 있었지만, 이제는 국가 기관이 표준으로 인정한 배열이더라도 쓰는 이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시장에서 힘을 쓰기 어렵다. 앞으로 어떤 두벌식 자판이 새로 나올지 미리 가늠하지 못하지만, '입력 기술 발달'과 '경쟁'이 두벌식 자판 개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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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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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영민, 「건반에서 조선글 자소 배렬」, '95 코리안 컴퓨터 처리 국제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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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 0. 들어가는 말
  • 1. 풀어쓰는 수동 타자기
    • (1) 언더우드의 한글 타자기
    • (2) 송기주의 두벌식 타자기
    • (3) 김준성 타자기
    • (4) 도덩보 타자기
  • 2. 전신 타자기
    • (1) 한당욱·김철수·신한종의 풀어쓰는 전신 타자기
    • (2) 장봉선의 풀어쓰는 전신 타자기
    • (3) 송계범의 모아쓰는 전신 타자기
    • (4) 박영효·송계범의 두벌식 전신 타자기 자판 시안
    • (5) 표준 배열을 쓴 모아쓰는 전신 타자기
  • 3. 모아쓰는 수동 타자기 (3~4벌식)
    • (1) 진윤권 타자기 (3벌식)
    • (2) 이윤온 타자기 (3벌식)
    • (3) 외솔 타자기 (3벌식)
    • (4) 개정한 표준 배열을 쓴 두벌식 배열 호환형 수동 타자기 (4벌식)
  • 4. 전자 기기
    • (1) 한국의 '정보 처리용 건반 배열' (KS X 5002)
    • (2) 조선의 '정보기술용 조선글자요소의 건반배렬' (KPS 9256)
    • (3) 문서 전용기 (워드프로세서)
    • (4) 휠 타자기
    • (5) 전화기
  • 5.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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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꼬마집오리(코노 노보루)(河野 登) 2015/09/14 14:3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시프트키를 쓰지 않고 한글을 입력하는 방법 - 26키 두벌식.

    컴퓨터로 한글을 입력하기 위하여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두벌식입니다.

    그러나 겹닿소리, ㅒ , ㅖ , 겹받침 ㄲ , 겹받침 ㅆ 을 입력하는 경우는 쉬프트키가 필요로 됩니다. 중국어나 일본어의 입력에서는 시프트키를 쓰지 않는 입력법이 주류입니다.

    ㅚ , ㅟ 등의 겹모음을 입력할 때 한글의 제자원리에 따라 각각 ㅗㅣ , ㅜ ㅣ 라고 입력하지만 겹모음 ㅒ , ㅖ 는 시프트키를 쓰기 때문에 입력법과 다르고 통일성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시프트키를 쓰지 않는 두벌식을 생각해 봤습니다.
    현행 두벌식과는 자판이 똑 같습니다.
    .1. ( 겹닿소리로 시작하는 글자마디(문자)는 닿소리 키를 누른 다음에 잇따를 홀소리 키를 거듭칩니다.
    겹홀소리가 잇따를 경우는 먼저 눌려야 할 홀소리 키를 거듭칩니다.
    예. ( 뜻 는 ㄷㅡㅡㅅ 이라고 입력합니다.
    꽥 은 ㄱㅗㅗㅐㄱ 이라고 입력합니다. ). ).
    .2. ( ㅒ는 ㅑ키를 누른 다음에 l키를 누릅니다. ㅖ 는 ㅕ키를 누른 다음에 l키를 누릅니다.
    예. 옛 은 ㅇㅕㅣㅅ 이라고 입력합니다. ).
    .3. ( 겹받침 ㄲ 은 ㄱ키를 연타합니다. 겹받침 ㅆ 은 ㅅ키를 연타합니다.
    예. 꺾 은 ㄱㅓㅓㄱㄱ 이라고 입력합니다. ).
    .4. ( 26키 두벌식은 현행 두벌식과 혼용할 수 있습니다.
    예. 꺾 은 ㄲㅓㄲ 혹은 ㄲㅓㄱㄱ 혹은 ㄱㅓㅓㄲ 이라고도 입력됩니다. ).

    이에 따라 현행 두벌식 자판으로 시프트키를 쓰지 않고 한글이 출력될수록 했습니다.
    26키 두벌식으로 한글을 표시시키는 페이지 파일을 누리집에 첨부드렸습니다.

    https://sites.google.com/site/tinyduckn/dubeolsig-sun-alae

    여러분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2. 꼬마집오리(코노 노보루)(河野 登) 2015/09/14 14:3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팥알님, 유익한 지식을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리겠습니다.

    소개해 주신 링크를 읽어서 제 딴은 정리해서 다른 두벌식 입력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키 26개를 쳐서 한글 자모 29가지를 표시시킬 수 있으면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습니다. (
    .1.1. ( 자모 가운데 어느 쪽은 시프트키를 누르면서 쳐서 표시시키는 방법.
    현행 두벌식은 이 방법입니다.
    예컨데 ㅎㅐㅅㅅㅏㄹ 이라고 치면 햇살 , ㅎㅐㅆㅏㄹ 이라고 치면 해쌀 ,
    ㅅㅓㄲㄱㅏㄹㄹㅣㄷㅏ 라고 치면 섞갈리다 , ㅅㅓㄱㄲㅏㄹㄹㅣㄷㅏ 라고 치면 석깔리다 라고 꼭 철자가 한가지로 정됩니다.
    현행 두벌식에서는 겹닿소리 ㄲ , ㅆ 도 겹받침 ㄲ , ㅆ 도 각각 시프트키를 누르면서 ㄱ키 , ㅅ키를 눌러서 ㄲ 이나 ㅆ 이 겹닿소리로 될지 겹받침으로 될지가 정해집니다. ).
    .1.2. ( 구분자를 써서 겹닿소리, 받침와 닿소리, 및 겹받침을 구별하는 방법.
    한글을 가로 풀어쓰기로서 쓰는 방법과 같습니다.
    예컨데 구분자를 - 으로 해서
    ㅎㅐㅅ-ㅅㅏㄹ 이라고 쳤을 경우 햇살 이라고 철자가 한가지 정해지고.
    ㅅㅓㄱㄱ-ㄱㅏㄹㄹㅣㄷㅏ 라고 쳤을 경우 섞갈리다 이라고 철자가 한가지 정해집니다. ).
    .1.3. ( 현행 한국어 맞춤법이 아닌 철자를 글자마디로 변환하는 방법.
    하나는 겹닿소리로 시작하는 글자마디(문자)는 닿소리 키를 누른 다음에 잇따를 홀소리 키를 거듭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 뜻 을 ㄷㅡㅡㅅ 이라고 입력합니다.
    새로 글자마디가 됐을 때 원하는 글자가 표시됩니다. ). ).

    여기서는 .1.3에 따라서 딴 한글 입력 방법을 생각했는데 이 방법을 26키 뀨띠 두벌식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이 입력법의 자판 그림 및 26키 뀨띠 두벌식으로 한글을 입력할 수 있는 페이지 파일은

    http://www.hangeul.or.kr/board/view.php?id=bg03&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54

    에 첨부했습니다. ).

    .2.1. (26키 뀨띠 두벌식은 현행 두벌식 입력 방법으로 한글을 표시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 겹닿소리나 ㅒ 와 ㅖ 및 겹받침 ㄲ 과 ㅆ 을 시프트키(쉬프트키, Shift키)를 안 눌러서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
    .2.2. (겹닿소리로 시작하는 글자마디(문자)는 뀨키 또는 띠키, 뻬키, 쑈키, 째키를 누른 다음에 잇따를 홀소리 키를 누릅니다.
    (자판 그림은 첨부파일을 여시면 있습니다).
    예. (뜻 은 띠ㅡㅅ 이라고 입력합니다 . 꽥 은 뀨ㅗㅐㄱ 이라고 입력합니다. ). ).
    .2.3. (ㅒ 는 ㅑ키를 누른 다음에 ㅣ키를 누릅니다. ㅖ 는 ㅕ키를 누른 다음에 ㅣ키를 누릅니다
    (ㅒ 는 ㅑ 와 ㅣ 로, ㅖ 는 ㅕ 와 ㅣ 로 된 자모입니다).
    예. 옛 은 ㅇㅕㅣㅅ 이라고 입력합니다. ).
    .2.4. (겹받침 ㄲ 은 ㄱ키를 거듭칩니다. 겹받침 ㅆ 은 ㅅ키를 거듭칩니다.
    예. 꺾 은 뀨ㅓㄱㄱ 이라고 입력합니다. ).
    .2.5. (26키 뀨띠 두벌식은 현행 두벌식과 혼용할 수 있습니다.
    예. 꺾 은 ㄲㅓㄲ 혹은 ㄲㅓㄱㄱ 혹은 규ㅓㄱㄱ 이라고도 입력됩니다. ).

    26키 뀨띠 두벌식은 겹닿소리가 있는 글자마디를 표시시키는 경우 현행 두벌식보다 키를 치는 횟수가 한번 적습니다.
    예컨데 뜻 이란 글자마디 경우 현행 두벌식에서는 시프트키, ㄷ키, ㅡ키 그리고 ㅅ키라고 키를 4번 쳐야하지만
    26키 뀨띠 두벌식은 띠키, ㅡ키 그리고 ㅅ키라고 키를 3번 치면 표시됩니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습니다.
    새로 글자마디가 됐을 때 원하는 글자가 표시되는 방법여서 입력하는 중에 원하는 맞춤법이 아닌 자모가 표시됩니다.
    예컨데 (
    글자마디 깨 를 표시하고 싶은 경우
    규키를 누르면 ㅠ 라고 표시돼서
    그 다음에 ㅐ키를 눌러야 깨 라고 표시됩니다.
    또 낱말 왼쪽 을 표시하고 싶은 경우
    왼 까지 표시시킨 후 째키를 누르면 외내 라고 표시돼서
    그 다음에 ㅗ키를 눌러야 왼쪼 라고 표시됩니다( 그 다음에 ㄱ키를 누르면 왼쪽 이라고 표시됩니다). ).
    사용자를 혼란시키거나 오타 원인으로 될 경우가 있습니다.

    26키 뀨띠 두벌식은 현행 두벌식을 보조하는 방법이라고 간주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3. 꼬마집오리(코노 노보루)(河野 登) 2014/11/02 21:4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본고장 분이 제 방법을 라이프러리로서 등록해 주셔서 정말로 감격했습니다.
    대단히 감사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보다 효율적이고 손쉬운 한글 입력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 팥알 2014/11/03 21:5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윗글쇠를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인 꼬마집오리님의 입력법을 libhangul 확장판(수정판)을 만드시는 우덜님께서 좋게 보신 듯합니다.
      우분투 리눅스에서 써 보니, 이미 널리 알려진 입력법도 함께 쓸 수 있어서 더욱 매력이 큰 것 같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윗글쇠(shift)를 쓰는 일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해서 윗글쇠를 누르기 힘든 사람에게는 익히기가 좀 복잡하더라도 윗글쇠를 쓰지 않는 입력법이 절실하므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